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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란으로 441개 검색됨

  • 존 골드버거가 말하는 리차드 밀의 혁신, 그리고 신작 RM 43-01

    John Goldberger Discusses Richard Mille’s Innovation and the RM 43-01 존 골드버거는 지금까지 8권 이상의 시계 관련 서적을 집필한 이탈리아 출신의 시계 수집가이자 시계 학자이기도 하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탈리아적 감성을 간직한 오브제와 비교 불가능한 혁신을 창조한 현대 시계다. 이번 9월호의 커버스토리는 ‘리차드 밀 x 페라리 시계 RM 43-01’이다. 2001년 탄생해 혁신을 꾀한 리차드 밀, 그리고 F1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 이번 리차드 밀의 신작은 둘의 협업으로 탄생했는데, 이 시계를 가장 객관적이고 통찰력 있게 리뷰해 줄 수 있는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떠올렸을 때, 단 한 사람만이 떠올랐다. 바로 존 골드버거다. 그는 이미 2024년부터 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독자들에게 익숙한 인물일지 모르지만, 이번 칼럼에 가장 걸맞은 유일한 인물이지 않을까 싶다. 2021년 존 골드버거는 리차드 밀을 사랑하는 수집가로서 창립자를 직접 만나 자신의 저서 의 서문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고, 두 사람은 서로의 미학적 및 기술적 관점을 나누며 긴밀한 교감을 나눴다. 한때 유명한 자동차 애호가였던 그는 취미를 시계로 전환했는데, 두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로서 그가 전하는 이번 견해는 매우 의미 있다. 리차드 밀을 향한 애정, 창립자와의 교류,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시계 시장의 맥락을 누구보다 면밀히 팔로업하고 있는 그의 시선에서, 리차드 밀 브랜드가 지향하는 큰 비전은 무엇인지 함께 들어보자. (왼쪽부터) 아우로 몬타나리(필명 존 골드버거)와 리차드 밀 존 골드버거가 2021년 11월 파리에 위치한 리차드 밀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리차드가 그의 저서 "Time to Race Part II"의 서문을 집필했다. 존 골드버거가 소유한 RM 016 창립자 리차드 밀이 그린 RM 016의 스케치 Written by 존 골드버거 시계 역사에서 현존하는 창립자가 세운 현대적 브랜드 가운데 오롤로지 분야는 물론 동시대 문화 전반에 이토록 거대한 세계적 영향력을 남긴 사례는 전무하다. 그 변화는 압도적이었고, 파급력은 광범위했으며,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다. 이는 모든 기존의 미학적, 기술적, 심지어 소재적 관습과 클리셰를 거부한 한 남자의 단일하고도 독창적인 비전에서 비롯되었다. 창립자 리차드 밀는 업계의 이단아이자 천재였다. 그의 등장은 시계 산업 전체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지난 수년간 시계 업계는 근본적인 혁신보다는 기존 모델을 재해석하는 데 머물러 왔다. 나는 이러한 맥락에서 리차드 밀을 존경한다. 그는 전통적 틀을 완전히 부수고, 순수하고 철저한 혁신을 선택한 유일한 인물이다. 그의 창의성은 무브먼트의 영역을 넘어서 소재 기술에서도 독보적인 진보를 이뤄냈다. 무엇보다 그는 모터 레이싱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시계라는 언어로 치환해내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페라리와의 협업은 진정한 파트너이다. 페라리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직접 참여하는 다각적 개발이 그 중심을 이루며, 2021년 F1 시즌부터 스쿠데리아 페라리 팀 파트너이자 공식 워치 브랜드로서 리차드 밀의 로고는 팀의 싱글시터와 드라이버 헬멧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나아가 리차드 밀은 페라리의 모터스포츠 활동 전반을 지원한다. 컴페티지오니 GT(Competizioni GT)와 페라리 챌린지 시리즈(Ferrari Challenge Series)의 스폰서, 페라리 드라이버 아카데미(Ferrari Driver Academy)의 파트너, 페라리 e스포츠 시리즈(Ferrari Esports Series)와 FDA e스포츠 팀의 기술 파트너이자 공식 타임키퍼로 활약하고 있다. 동시에 양사의 연구 및 디자인 팀은 공동 협업을 통해 각자의 기술적 탁월성과 독창적 스타일을 융합한 리미티드 에디션 타임피스를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페라리와의 두 번째 협업에서 탄생한 리차드 밀의 압도적 퍼포먼스 모델이 바로 RM 43-01 투르비용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는 이 타임피스는 손목 위에 올릴 수 있는 가장 정밀한 ‘타임머신’이라 불릴 만하다.

  • 레이싱의 열기와 5,000g을 견디는, 리차드 밀과 페라리의 두 번째 협업을 통해 완성한 새로운 머신

    Engineering the impossible RM 43-01 TOURBILLON SPLIT-SECONDS CHRONOGRAPH FERRARI RM 43-01 티타늄 케이스 RM 43-01 티타늄 케이스 RM 43-01 티타늄 케이스 케이스 크기 42.90 x 17.10 x 51.20 mm 무브먼트 시, 분, 초,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30분 토탈라이저, 파워 리저브, 토크 및 기능 인디케이터, 70시간의 파워 리저브 75피스 한정 F1의 드라마, 대중을 파고들다 최근 마니아 스포츠인 F1(Formula 1)의 성장세가 놀랍다. 미국 시장의 확대, 비용 상한선 도입으로 페라리, 레드불, 메르세데스-벤츠 등 톱 팀 간 성능 격차가 줄어들면서 예측이 어려워진 만큼 긴장감과 반전이 넘쳐난다. 레이싱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팀 디렉터와 드라이버의 원초적인 대화가 오가는 F1 팀 라디오로 만든 쇼츠 콘텐츠는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한다. 페라리는 이 놀라운 F1 역사의 주인공이다. 페라리의 F1 레이싱 팀인 스쿠데리아 페라리(Scuderia Ferrari)는 F1에서 가장 오래된 팀으로, 1950년 F1 창설 원년부터 단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참가한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또 F1 역사상 최다 우승 팀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창립자 엔초 페라리(Enzo Ferrari)는 레이싱을 브랜드의 정체성 중심에 두고 “우리는 자동차를 팔기 위해 레이스하는 것이 아니라, 레이스를 하기 위해 자동차를 판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2001년 탄생해 스위스 시계 업계에서 혁신의 역사를 써 내려간 리차드 밀 최초의 모델 RM 001 역시 고성능 자동차 엔지니어링의 세계에서 영감을 받았다. 자동차의 최첨단 기계 구조, 복잡한 설계와 소재의 혁신을 정밀한 오트 오롤로지의 세계에 적용했다. 이러한 위대한 브랜드 창립자들의 정신이 이어져 2022년 첫 번째 협업을 통해 RM UP-01 페라리가, 2025년에는 두 번째 모델 RM 43-01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L) 샤를 르클레르 (R) 루이스 해밀턴 르클레르, 레이스 주행 중 리차드 밀을 착용하다 리차드 밀과 페라리의 협업에서 드라이버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특히 페라리 소속 드라이버인 샤를 르클레르(Charles Leclerc)와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 같은 실력과 개성을 모두 갖춘 드라이버들의 라이벌 구도와 에피소드는 이미 소셜 미디어를 점령했다. 페라리의 간판스타이자 부드러운 이미지와 뛰어난 퀄리파잉(qualifying) 실력을 지닌 르클레르, 미하엘 슈마허와 함께 F1 역사상 최다 챔피언 타이 기록인 월드 챔피언 7회 우승을 차지한 해밀턴은 실력은 물론 스타일 면에서도 인기가 높다. 리차드 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두 선수가 RM 43-01 시계를 착용하는 ‘Out of The Box’ 영상(참고로 영상의 조회 수는 1,260만 회에 달한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연봉이 수천억을 넘는 두 선수를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는 브랜드는 F1 경기 외에는 리차드 밀이 유일할 것이다. 이번 모델에 담긴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는 팀마다 반드시 2인이 필요한 F1 드라이버, 두 선수의 운명을 연상시킨다. 영상에서 르클레르는 경기 중에도 실제로 리차드 밀 워치를 착용한다고 이야기한다. 리차드 밀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단순 홍보대사가 아닌 파트너여야 하며, 실제 경기에서 착용해야만 진정한 시계의 성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다. 세계 최고의 드라이버와 스포츠 선수들을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진다. 리차드 밀의 파트너인 르클레르는 RM 67-02 프로토타입 모델을 테스트해 기술적인 피드백을 제공, 실제 경주 환경에서 착용할 수 있는 시계 개발에 직접 기여한 바 있다. 리차드 밀이 F1 환경에서도 성능을 발휘하는 기계식 시계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24 모나코 그랑프리의 실제 주행에서 자신의 시그너처 모델인 RM 72-01 샤를 르클레르 에디션을 착용했다. 르클레르 이전에도 리차드 밀 최초의 파트너이자 F1의 전설적인 드라이버인 펠리페 마사는 실전 주행 중에도 리차드 밀 시계를 착용했고(Felipe Massa, 2004년, RM 006 착용), 이는 기계식 시계가 F1 경기 환경을 견딘 매우 드문 사례다. 최고의 경기를 추구하는 ‘흙신’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이 2010년 리차드 밀의 파트너로 인연을 맺으며 리차드 밀을 착용하고, 극한의 테니스 경기에서 RM 027 시리즈를 착용해 다수의 우승을 거둔 것처럼, 레이싱 경기에 실제 착용했다는 스토리 역시 뛰어난 내구성을 기반으로 이룬 결과다. RM 43-01 카본 TPTⓇ 케이스 RM 43-01 카본 TPTⓇ 케이스 케이스 크기 42.9 x 17.1 x 51.2 mm 무브먼트 시, 분, 초,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30분 토털라이저, 토크 및 기능 인디케이터, 70시간의 파워 리저브 75피스 한정 실제 F1 경기에서 착용할 수 있는 유일한 시계, 리차드 밀 F1 경기 중 실제 착용 가능한 기계식 시계로 사실상 유일한 브랜드가 리차드 밀인 이유는 ‘Formula 1’의 근본적인 의미에서 찾을 수 있다. ‘Formula’는 ‘공식’이라는 의미로 모든 참가 차량과 팀, 드라이버가 따라야 하는 규칙을 뜻하고, 1은 그중 가장 높은 수준을 의미한다. 이 규칙을 관장하는 기관은 주요 국제 자동차 경기를 주관하는 국제 자동차 연맹인 FIA(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로 이 규칙 아래에서 최고의 성능으로 랩 타임을 기록해야 하는 것이 F1 경기인 것. FIA는 드라이버와 참가자 안전 규정을 통해 헬멧, 방염 슈트, 장갑, 슈즈 같은 승인된 안전 장비 외 착용 제품을 제한하는데, 특히 금속 목걸이 등 주얼리를 포함한 장신구 착용을 금지해 경기 중 시계를 착용하는 것은 안전상의 이유로 거의 불가능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과 그리드 페널티, 출전 제한 등의 제재가 가해져 드라이버는 경기 중 시계를 착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리차드 밀은 초경량, 초내구성에 기반한 설계와 독자적인 소재 덕분에 예외적으로 FIA 안전 요건, 즉 ‘Formula 1’의 극한의 공식을 충족해 레이싱 경기 중 실제 착용 가능한 시계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반면 F1과 파트너십을 맺은 다른 하이엔드 공식 후원 워치를 포함해 실제 레이싱 경기에서 실전 주행에 착용한 기계식 모델은 확인된 바 없다. 이 때문에 ‘실제 F1 경기에서 착용 가능한 기계식 시계’라는 타이틀은 사실상 현재까지 리차드 밀만의 독점적인 지위다. 시간 측정의 정밀도를 높인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리차드 밀과 페라리가 협업해 제작한 RM 43-01 투르비용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는 레이싱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극한의 내구성을 지닌 매뉴얼 와인딩 투르비용 칼리버를 장착한 타임피스다.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를 탑재한 무브먼트는 최신 V12 엔진에 버금가는 정밀한 기술의 집약체다. 랩 타임과 구간 기록을 동시에 측정하는 레이싱 경기를 상징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F1 환경에서는 기어 이탈이나 윤활제 손실, 핸즈 리셋 에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리차드 밀은 초고성능 캘리버 구현에 대한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리차드 밀은 2003년 이미 투르비용과 스플릿 세컨즈를 결합한 보기 드문 컴플리케이션인 RM 008을 APLL(오데마 피게 르 로클 연구소)과 공동 개발해 선보였다. 이후 이 무브먼트는 RM 008-V2, RM 050을 통해 진화를 거듭했고 이후 RM 056, RM 50-02, RM 50-04와 같은 주요 컬렉션의 무브먼트로 등장했다. 그리고 이 집약된 기술로 완성한 차세대 스플릿 세컨즈 메커니즘을 담은 시계가 바로 514개의 부품으로 완성한 RM 43-01인 것이다. 모든 요소를 경량화하고 레버와 해머의 디자인은 더 세련되고 정교한 형태로 변화했다. 새로운 구조의 2개의 칼럼 휠과 3N PVD 코팅 처리한 경량 스켈레톤 구조의 새로운 클램프를 탑재해 스플릿 세컨즈의 정밀도를 높였다. 기존 모델보다 마찰을 최소화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스플릿 세컨즈 핸즈를 작동하거나 해제했을 때 튀어 오르거나 일시적으로 멈추는 현상을 제거했다. 동시에 투르비용 케이지를 기존 6시 방향에서 보다 오른쪽인 5시 방향으로 옮기는 대범한 결정을 내렸다. 베이스 플레이트의 축 자체를 회전시키고 대부분의 무브먼트 구조 전반을 새롭게 배열해야 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엔진을 만든다는 집념은 열정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별 모양의 독창적인 러닝 세컨즈 인디케이터까지 더해 비대칭적 매력을 강조했다. RM 43-01 카본 TPTⓇ 케이스 5,000g을 견디는, 기계식 시계의 물리적 한계를 밀어붙인 기술적 결과물 리차드 밀은 투르비용 메커니즘과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라는 정교한 기능을 정확하게 구동하기 위해 3년간의 연구를 통해 토너형 케이스에 ‘극도로 안전하게’ 담았다. 기계식 시계로는 상상하기 힘든 5,000g 이상의 순간 충격을 견디는 성능을 확보했다. 투르비용과 스플릿 세컨즈 기능을 갖춘 상태에서 이러한 내충격 성능의 시계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다. F1 드라이버가 고속 코너링이나 급제동에서 받는 5~6g의 지속 가속도와는 물리적 맥락이 다소 다르지만, 드라이버가 체감하는 극한 주행 상황을 훨씬 초과하는 내구성을 지녔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좋다. 케이스와 무브먼트 조합에 대한 기술 적용도 남다르다. 카본 TPTⓇ(Thin Ply Technology) 케이스는 티타늄 케이스에 비해 전체 무게가 가벼워져 더 높은 가속도에 노출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베이스 플레이트에 나사 하나를 더해 정밀하게 보강함으로써 강성을 극대화했다. 결과적으로 RM 43-01에 적용한 두 가지 케이스 소재 특성에 따라 무브먼트 설계를 달리하는 정밀성을 추구한 것이다. 이러한 미세 조정이 리차드 밀이 이야기하는 퍼포먼스의 완성이다. 충격을 분산하고 열에 강한 리차드 밀만의 독자 소재 레이싱 경기가 끝난 직후 선수들이 슈트를 입은 채로 몸의 열을 낮추기 위해 얼음물이 담긴 욕조에 빠르게 몸을 담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레이싱 경주 중 F1 드라이버는 머신 내부에서 50~60℃ 이상의 열에 노출되는데, 이 열은 시계의 구동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기계식 시계는 수많은 금속, 윤활제, 탄성 소재로 구성되어 있기에 고온 환경에서 주요 부품이 팽창해 마찰이 증가하고 정밀도가 저하되는 이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RM 43-01의 케이스와 무브먼트에 사용한 카본 TPTⓇ는 고온에서 고강도 레진으로 섬유층을 압착했기 때문에 열변형이 매우 적고 고온에서도 소재의 형상 안정성을 유지하는 균일한 구조다. 수백 겹의 얇은 층(최대 두께 30마이크론)을 균일한 강도와 균열 방지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45도씩 방향을 달리해 적층한다. 이 과정에서 마치 나뭇결처럼 자연스러운 레이어 패턴이 생겨나는데, 이는 고유의 시각적 개성은 물론 구조적 강성까지도 확보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열팽창 계수가 일반 금속 대비 1/4 이하로 매우 낮기에 레이싱 경주 상황에서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열에만 강한 것이 아니다. 카본 TPTⓇ는 탄성계수(E)가 높고 무게가 극단적으로 가벼운 초경량 소재로 관성(=질량×가속도) 작용 자체가 적기에 충격과 고속 회전이 난무하는 레이싱이라는 극한의 상황을 견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더욱 의미 깊은 부분은 이번 협업을 위해 소재를 개발한 것이 아닌, 이미 높은 기준으로 지속적으로 사용하던 안정성 높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소재로 페라리와의 협업을 완성했다는 점이다. 카본 TPTⓇ는 우주 항공 분야에서 사용하는 특수 소재를 리차드 밀이 시계 제작을 위해 스위스 NTPT(North Thin Ply Technology)와 공동으로 개발한 독자적인 소재다. 그중 다양한 원재료를 적용한 TPTⓇ는 리차드 밀이 최초로 케이스 개발에 성공한 바 있고, 내열과 내충격에 동시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소재이기에 리차드 밀의 전 모델에 전방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브랜드 창립 이래로 언제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결과를 제품의 기능에 효과적으로 적용해 협업이 위대함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페라리의 V12 엔진의 기술적 시각적 임팩트를 손목 위로 RM 43-01 투르비용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페라리는 성능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레이싱 머신을 손목에 구현한 기계식 시계’다. 이 파트너십의 첫 상징적 결과물인 2022년 공개된 RM UP-01 페라리 모델을 통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두께 1.75mm라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 기록을 세웠다. 5등급 티타늄 케이스와 평면적으로 설계된 무브먼트를 적용해 무게는 약 30g, 단 150피스 한정 출시했다. 얇기, 경량, 내구성, 정밀도 등 각 분야의 한계를 극복한 시계는 페라리 레이싱 팀의 철학과 완벽하게 맞물리며 ‘불가능을 실현한다’는 두 브랜드의 공통 비전을 완성했다. 그리고 2025년 3월 중순 F1 시즌 개막과 맞물려 협업의 새로운 이정표라 할 수 있는 RM 43-01 투르비용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페라리를 공개했다. 카본 TPTⓇ 케이스 모델 75피스, 5등급 티타늄 케이스 모델 75피스 총 150피스 한정 에디션이다. 이번 RM 43-01 모델을 위해 리차드 밀 팀에서 가장 큰 영감의 원천으로 삼은 것은 최신형 페라리의 V12 엔진 구조다. 알루미늄 원료의 용해부터 부품의 제작은 물론 최종 엔진 조립까지 모두 페라리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리차드 밀의 워치메이킹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기계공학적 요소에서 영감을 받는 것 역시 동일하다. 페라리는 F1 제작자 경쟁 부문인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에서도 총 16회 우승을 기록했을 만큼 제작에도 극강의 노력을 기울인다. 2021년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리차드 밀과 페라리는 단순한 브랜드 협업을 넘어 기술 혁신과 모터 스포츠 실전 검증을 병행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리차드 밀 팀은 페라리의 근거지인 마라넬로를, 페라리 주요 인사들 역시 리차드 밀 본사를 찾았다. 이러한 만남을 거듭하며 서로가 엔지니어링과 미학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동일한 목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두 브랜드의 긴장감 넘치는 협업 속에서 마침내 아름다운 디자인이 완성되었다. 페라리 애호가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페라리에 대한 오마주가 넘쳐난다. 페라리의 디자인 센터인 센트로 스틸 페라리(Centro Stile Ferrari)의 손길로 크라운, 핸즈, 스트랩까지 모두 페라리 스타일을 담았다. 페라리 812 슈퍼 패스트를 연상케 하는 홈이 새겨진 독특한 베젤, 대시보드 정중앙에 위치한 페라리 타코미터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스켈레톤 구조의 30분 카운터는 상징적이다. 마치 자동차의 섀시 번호처럼 무브먼트에 제품 넘버를 새긴 것도 리차드 밀 최초의 시도다. 티타늄 플레이트에 페라리의 도약하는 말(Prancing Horse)을 레이저로 각인해 페라리 디자인 정신을 시계에 담았다. 페라리 엔진 커버에서 볼 수 있는 골드빛 육각 스크루를 적용해 고성능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페라리 크랭크 케이스에 사용하는 격자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X 모티브를 적용한 브리지 디테일은 역동적인 디자인은 물론 강성까지 높이는 효과가 있다. RM 43-01 다이얼은 자동차의 대시보드처럼 한눈에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제공한다. 1시 방향의 토크 인디케이터, 11시 방향의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자동차 기어박스를 연상케 하는 리차드 밀의 상징과도 같은 4시 방향의 기능 인디케이터까지 마치 스포츠카처럼 시계를 조작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시계의 상태를 한눈에 체크할 수 있는 리차드 밀 고유의 인디케이터 기능을 다이얼에 모두 담기 위해서는 고성능 자동차처럼 초정밀 설계가 수반되어야 한다. 페라리와 리차드 밀의 공통점, 대체 불가능의 아이콘 까다롭고 특별한 소재를 다룬다는 점은 두 브랜드가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리차드 밀은 티타늄, 카본 TPTⓇ, 쿼츠 TPTⓇ 등 항공 및 모터 스포츠 소재를 사용하고, 페라리는 탄소섬유, 알루미늄 합금, 티타늄을 활용해 차체와 부품을 제작한다. 두 브랜드 모두 원재료부터 초정밀 가공해 무게 대비 강성을 극대화하는 목표를 지녔다. 타 브랜드가 동일 수준의 소재로 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기술 결합에 도전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극한의 조건을 목표로 설정한 후 실사용 환경에서 테스트해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결과를 만들어간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한정 생산한다는 점도 닮은 점이다. 리차드 밀은 연간 약 6000점 내외로 제작해 모델별 수량이 한정되어 있다. 페라리 역시 연간 1만 대 내외, 일부 한정판은 수십 대 혹은 단 1대만 제작하기도 한다. (최근 마지막 자연 흡기 V12 미드십 엔진을 탑재한 페라리 테일러 메이드 데이토나 SP3 599+1 모델이 경매를 통해 2,600만 달러(한화 약 360억 원)에 낙찰되었을 정도로 소장 가치가 높다.) 수량이 적지만 더 까다로운 공정을 갖춘다. 이번 RM 43-01 모델은 단 150피스 출시하지만, 무브먼트 프로토타입은 10가지를 제작했을 정도다. 창립자 리차드 밀은 페라리를 포함한 F1 및 클래식 레이싱 카 컬렉션을 보유한 열렬한 자동차 애호가다. 이러한 열정을 바탕으로 리차드 밀과 페라리는 ‘투자가치’를 지닌 작품을 완성했기에 르클레르와 펠리페 마사와 같은 선수들이 단순 모델이 아닌 개발에 참여하고 실제로 착용하는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두 브랜드는 문화적 아이콘으로서 이름 자체가 곧 카테고리의 상징이 되었다. 슈퍼 럭셔리, 모터 스포츠, 기술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두 브랜드의 협업이 페라리 창립 75주년을 넘어 100주년까지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리차드 밀과 페라리가 협업한 이번 컬렉션은 초고가 모델이지만 시계를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생각하고 이러한 각 산업의 거장이 만난 결과물을 감상한다는 관점을 갖는다면 어떨까. 얼마든지 이 특별한 오브제를 통해 자신만의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리차드 밀은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영상으로 친절하게 전달하고 있다. 영화감독 출신으로 2016년부터 리차드 밀에 합류해 브랜드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는 리차드 밀의 아들이자 리차드 밀의 대표인 알렉산드르 밀(Alexandre Mille)의 영향이다. 국내에서는 청담 플래그십의 문을 편안하게 열어두었을 뿐 아니라 리차드 밀의 최신 소식을 전하는 카카오톡 채널을 오픈하기도 했다. 리차드 밀이 선보이는 현대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가 준비되어 있으니 시계 애호가라면 리차드 밀의 오트 오롤로지의 세계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 세대를 위한 시계, 파텍필립

    PATEK PHILIPPE for the next generation 시간을 넘어 세대를 잇는 진정한 유산. 파텍필립 시계는 수십 년, 수 세대를 넘어 물려주어도 여전히 완벽한 작동을 유지하며, 뛰어난 투자가치까지 지니고 있어 소중한 이에게 건네는 선물로 가장 이상적이다. 안목 높은 세계적 수집가들과 함께 ‘다음 세대를 위한 파텍필립 시계’에 담긴 깊은 가치를 조명한다. 시계를 구매할 때 당신은 어떤 기준을 세우는가? 파텍필립을 소유하는 일은 구매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역사성과 가치에 대한 깊은 고민을 동반한다. 파텍필립의 상징적인 슬로건, ‘파텍필립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맡아두고 있는 것이다’는 오랜 세월 동안 세대를 거쳐 파텍필립을 구매하는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시계는 여타 물건들과 달리 수십 년, 수 세대를 넘어 물려주어도 여전히 원활히 작동하고, 투자 가치 또한 뛰어나기에 소중한 이에게 건네는 선물로서 가장 완벽하다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파텍필립은 케이스, 다이얼, 무브먼트에 이르기까지 전통 깊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년간 숙련된 장인의 손을 거쳐 완성되기에 자연스럽게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위상 을 확립해왔다. 이러한 본질적 가치는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다음 세대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파텍필립이 30여 년 가까이 이어온 ‘다 음 세대를 위한 시계’라는 테마 아래, 세계적인 수집가 존 골드버거, 열정적인 파텍필립 수집가 토니 카박, 빈티지 시계 전문가 에릭 윈드 등 파텍필립 수집에 탁월한 안목을 지닌 인물들이 참여해주었다. 이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각과 수집 노하우, 향후 계획에 대해 들려주었다. 아우로 몬타나리 세계적인 시계 수집가 존 골드버거가 첫 번째로 구입한 희귀한 ‘옐로 골드 Ref. 2520’ 모델 브라질의 곤돌로를 위해 제작한 희귀한 오버사이즈 파텍필립 시계 Ref. 570 Ref. 2499 AURO MONTANARI 아우로 몬타나리 세계적인 시계 수집가 나는 필명 존 골드버거(John Goldberger)로 알려진 빈티지 시계 수집가다. 2010년에 파텍필립의 빈티지 및 현대 스틸 워치를 다룬 저서 『파텍필립 스틸 손목시계(Patek Philippe Steel Wristwatches)』를 출간했다. 내가 처음으로 파텍필립 시계를 구입한 것은 1979년이었다. 당시 이탈리아의 한 벼룩시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매우 희귀한 ‘옐로 골드 Ref. 2520’ 모델이었다. 꽤 고가였는데 가격이 8,000달러 정도였다. 같은 시기에 ‘퍼페추얼 크로노그래프 Ref. 1518’ 모델이 약 1만 달러에 거래되던 것을 생각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이후 나는 게이 프레르(Gay Frères)에서 제작한 매칭 골드 브레이슬릿을 구해 직접 조립해 완성했다. 가족에게 파텍필립 시계를 물려받은 적은 없다. 어릴 적 첫 영성체와 견진성사를 기념해 아버지가 오메가 씨마스터를 선물해 주었을 뿐이다. 부모님은 예술품을 수집하셨고, 나는 열한 살 때부터 동전 수집을 시작했다. 수집은 내 삶의 일부였던 셈이다. 1978년, 내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고전 미술품 수집의 선구자였던 아버지가 내게 시계 수집을 권유했다. 당시 쿼츠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계식 시계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 1980년대 초반 상당한 수량의 빈티지 시계를 모은 뒤, 나는 품질과 희귀성을 기준으로 파텍필립 시계를 선별했다. 내 수집 방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세트’, ‘타입’, ‘테마’를 중심으로 보다 체계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해져 갔다. 소유한 시계들 중 대부분은 착용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착용할 생각이 없다. 이미 소장한 레퍼런스나 다이얼 구성을 갖춘 시계와 유사한 모델은 가급적 구입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파텍필립의 손목시계와 포켓 워치를 수집해 왔는데, 그 이유는 단순하다. 품질, 우아함, 완성도 높은 제작 기술과 디자인 때문이다. 파텍필립의 케이스 하나를 완성하는 데도 세대를 거쳐 전승된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시계 자체가 하나의 유산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파텍필립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내게 파텍필립 시계는 예술 작품과도 같은 존재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에는 특별한 나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의 수집품은 철저히 개인적인 것이기에, 내가 시작한 만큼 내가 직접 마무리할 생각이다. 단지 내가 다음 세대에게 전할 수 있는 조언은 한 가지다. 품질과 희귀성을 기준으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시계를 선택하라. 나는 항상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완벽한 컨디션을 지닌 시계를 구매하려고 노력해 왔다. 토니 카박 시계 수집가 도트 아워 마커가 있는 파텍필립 Ref. 5970G 살몬 다이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파텍필립 2499J 네번째 시리즈 루비 아워 마커가 있는 파텍필립 Ref. 5004R TONY KAVAK 토니 카박 시계 수집가 나는 스톡홀름에 위치한 중고 럭셔리 시계 전문점, 럭셔리워치스 스톡홀름(LuxuryWatches Stockholm) 창립자이자 시계 수집가다. 파텍필립, 오데마 피게, 롤렉스를 전문으로 취급한다. 나는 이스탄불에서 3세대 파텍필립 수집가 가문에서 자라며 어린 시절부터 시계에 대한 애정을 자연스럽게 키워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시계에 대한 열정은 나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고, 여행과 다이빙을 즐기던 젊은 시절을 거치며 나만의 수집 세계를 더욱 확장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소유하게 된 파텍필립 시계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세 점의 시계였다. 아버지 또한 오트 오를로제리에 대한 깊은 열정을 지닌 2세대 파텍필립 수집가였는데, 나에게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Ref. 2499J 4세대’, ‘퍼페추얼 캘린더 Ref. 3450J 티파니 다이얼’, 그리고 1975년 말에 제작된 미착용 상태의 ‘노틸러스 Ref. 3700A’를 주셨다. 내 인생 최초로 직접 구매한 시계는 ‘Ref. 5970G’ 모델이다. 개인적으로 파텍필립 역사상 가장 뛰어난 모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장인 정신, 정밀성, 그리고 아이코닉한 디자인까지 완벽하다. 현대적인 40mm 케이스 사이즈는 내 손목에 완벽한 균형감을 주고, 크로노그래프와 퍼페추얼 캘린더라는 두 가지 컴플리케이션을 갖춘 다이얼 레이아웃 또한 매우 세련되고 정제되어 있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시계와 지난 20여 년간 오랜 노력을 들여 신중하게 수집해 온 시계들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생각이다. 그중에는 각 세대별 ‘Ref. 2499’ 모델, ‘Ref. 3448G’, ‘Ref. 3450J’, ‘Ref. 1518J’, 아라비아 숫자가 새겨진 ‘Ref. 2499J 2세대’, ‘Ref. 5970 살몬 다이얼’, ‘Ref. 5970P 블루 다이얼’, ‘Ref. 5970G 더블 펄세이션’, ‘Ref. 5970R 펄세이션’, ‘Ref. 5004J 펄세이션’, ‘Ref. 5004R 루비 다이얼’, ‘Ref. 5004P 블루 다이얼’, ‘Ref. 5004G 살몬 다이얼’, ‘Ref. 3970J 섹터 다이얼’, ‘Ref. 3970J 골드 브레게 숫자 다이얼’ 등 수많은 걸작들이 포함되어 있다. 만약 첫 번째 파텍필립 시계를 구매하려고 한다면, 내가 주고 싶은 조언은 ‘장기적인 관리 계획을 세우고 연구하며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시계를 선택하라’다. 에릭 윈드 빈티지 시계 전문가 퍼페추얼 캘린더 Ref. 3940J 예거 르쿨트르 칼리버를 탑재한 Ref. 42 포켓 워치 Ref. 783 ERIC WIND 에릭 윈드 빈티지 시계 전문가 나는 미국 위스콘신주에 살고 있는 수집 애호가다. 2010년부터 시계 웹진 『호딩키』에 기사를 쓰다가 2017년에 ‘윈드 빈티지(Wind Vintage)’를 창립해 최상의 빈티지 시계를 판매하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는 물려받은 파텍필립 시계는 없지만, 할아버지께 빈티지 해밀턴 닐 시계를 선물받은 경험은 있다. 그리고 1년 전, 우연히 파텍필립 포켓 워치인 ‘Ref. 783’ 모델을 발견하게 됐다. 이 시계는 파텍필립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질베르 알베르(Gilbert Albert, 1930~2019)가 디자인한 매우 희귀한 모델이다. ‘Ref. 782’, ‘783’, ‘799’로 구성된 ‘몽트르 골프(Montres Golf)’ 컬렉션의 일환으로, 골프를 즐길 때 주머니에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도록 통합 체인이 달린 독창적인 디자인을 자랑한다. 20세기 중반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골프 스윙의 충격이 무브먼트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러한 골프용 포켓 워치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통합 체인은 필드 위에서도 시간 확인이 용이하고, 시계를 분실하는 위험도 줄여준다. 이 시계는 ‘패러슈트 다이얼(parachute dial)’이라 불리는 독특한 분할 선이 특징인데, 이는 디자이너의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는 요소다. 내가 소장한 ‘Ref. 783’은 루체른(Lucerne) 기반의 리테일러 ‘귀벨린(Gübelin)’과의 더블 사인 다이얼이 적용되어 있다. 케이스 백에는 마스터의 품질 인증 마크 ‘Poinçon de Maître’ 중 No. 2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칼라트라바의 다양한 방수 시계와 전설적인 ‘Ref. 2526’ 케이스를 제작한 F. 바움가트너(F. Baumgartner) SA의 작품임을 의미한다. 현재 소장한 파텍필립 시계 중 가장 특별한 의미를 지닌 모델은 ‘Ref. 42’다. 이 시계는 섹터 다이얼과 베벌리힐스의 명성 높은 리테일러 브록 & 컴퍼니(Brock & Co.)의 사인이 함께 새겨진 희귀한 모델로, 나의 개인 컬렉션에 처음 들였던 파텍필립 시계이기도 하다. 나의 아내가 결혼 5주년과 나의 생일을 기념해 선물해준 것이다. 케이스는 독특한 힌지 시스템을 갖추어 손목시계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구조를 띤다. 빈티지 파텍필립 시계는 상당수가 과도하게 복원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는 무엇보다 인내심을 갖고 시계의 ‘컨디션’을 우선시하며 다양한 레퍼런스와 메탈 소재에 마음을 열 것을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1980년대 출시된 ‘Ref. 3940’과 ‘Ref. 3970’은 수집 대상으로 삼기에 정말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포켓 워치, 특히 ‘Ref. 600’ 모델은 가치 면에서 어떤 시계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데보라 웡 틱톡벨스 공동 창립자 파텍필립 월드 타이머 Ref. 5110R 파텍필립 아쿠아넛 노틸러스 Ref. 3800 DEBORAH WONG 데보라 웡 틱톡벨스 공동 창립자 나는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으며, 틱톡벨스(TickTockBelles) 공동 창립자이자 평범한 시계 수집가다. 오랜 시간 시계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수집을 시작한 건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1970년대 루이 까르띠에 파리 다이얼의 다양한 형태를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고, 까르띠에 외에도 일부 네오 빈티지 파텍필립 시계 역시 좋아한다. 내가 처음 소유하게 된 파텍필립 시계는 1990년대 출시된 네오 빈티지 ‘아쿠아넛 Ref. 5065/1A’, 일명 ‘점보 아쿠아넛’이다. 당시 단종된 모델이었지만, 유려하고 슬림한 디자인이 중성적인 매력을 풍기면서도 섬세한 여성성을 지녀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겼다. 마침 싱가포르의 유명 빈티지 시계 부티크인 ‘에어룸 갤러리(Heirloom Gallery)’에서 이 시계를 판매하고 있어 주저 없이 구매했다. 출시된 지 30년이 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여전히 세련된 시계다. “나는 파텍필립의 슬로건에 깊은 매력을 느낀다.” 이 말은 브랜드가 얼마나 깊은 유산과 장인 정신, 그리고 시간을 견뎌내는 내구성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파텍필립의 컬렉션은 세대를 거쳐 진화해왔지만, 언제나 아이코닉하고 우아한 본질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충분히 그 가치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수집을 시작할 때부터 파텍필립 모델을 매우 신중하게 선택했다. 현재까지 오직 세 가지 모델만 수집하고 있고, 나는 이를 ‘파텍필립 3대 성배’라고 부른다. 바로 ‘아쿠아넛 Ref. 5065/1A’, ‘노틸러스 Ref. 3800/1A’, 그리고 ‘월드타임 Ref. 5110R’이다. 이 세 모델은 오직 하나뿐인 나의 아이를 염두에 두고 수집한 것으로, 언젠가 그에게 물려줄 예정이다. 각 시계는 서로 다른 스타일과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파텍필립 시계는 결코 가벼운 투자가 아니기 때문에 첫 시계를 구매할 때는 자신이 왜 수집하고 싶은지 그 이유를 명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일, 실용성, 예산 등 특정 모델을 선택하고 그 후 빈티지, 네오 빈티지, 컨템포러리 등 다양한 범주에서 옵션을 비교해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스테파니 소 틱톡벨스 공동 창립자 파텍필립 노틸러스 Ref. 5712R-001, Ref. 7118/1300R-001, Ref. 5711/1R-001 파텍필립 아쿠아넛 파텍필립 아쿠아넛 STEPHANIE SOH 스테파니 소 틱톡벨스 공동 창립자 나는 어렸을 때부터 시계를 좋아했던 시계 애호가다. 나의 인생 첫 번째 시계는 브래들리 미키마우스 시계였는데,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시계에 관심을 갖는 여성들이 점점 늘어나는 걸 체감하게 되었다. 패션에 대해 조언을 구하던 친구들이 어느 순간 시계에 대한 의견을 묻기 시작했고, 이런 과정 속에서 공동으로 틱톡벨스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전 세계 여성들의 시계 수집 문화를 지원하고 응원하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소유한 파텍필립 시계는 ‘아쿠아넛 Ref. 5065A’이다. 이 시계는 내가 1만 달러 이상을 주고 산 첫 번째 시계이기도 하다. 당시 내 컬렉션은 대부분 5,000달러대 시계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시계 수집가였던 한 삼촌이 내 시계들을 보더니 “왜 파텍필립은 고려해보지 않니?”라고 물었다. 그 조언을 듣고 여러 파텍필립 모델을 알아보다가 아쿠아넛에 반하게 되었다. 러버 스트랩으로 연출되는 스포티한 느낌에 오픈 케이스 백이 주는 우아함까지 겸비한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특히 버클 디자인은 지금도 마음에 든다. 나는 파텍필립의 슬로건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어릴 때 이런 사치를 누릴 수 있는 환경에 있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홀로 나를 양육하셨기에 정말 열심히 일하셨고, 명품 시계를 살 여유 같은 건 없었다. 그래서 이제 내가 직접 이 아름다운 시계를 소유할 수 있게 된 만큼 나의 두 딸에게 파텍필립 시계 한두 점은 꼭 물려주고 싶다. 마음에 두고 있는 모델은 ‘노틸러스 Ref. 5711/1R-001’과 ‘Ref. 7118/1300R-001’이다. 로즈 골드 케이스에 심플한 투 핸즈, 그리고 통합형 브레이슬릿이 어우러진 디자인은 여성에게 정말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날이 오면 딸들에게 내 컬렉션 중에서 스스로 가장 마음에 드는 노틸러스를 선택하게 하고 싶다. 만일 지금 파텍필립 중 특정 모델에 강하게 이끌린다면 혹은 언젠가 그 시계를 자녀나 손주에게 물려주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목표를 세워 꼭 소장하라. 파텍필립 칼라트라바 Ref. 5077을 착용한 링, 여성 시계 애호가 칼라트라바 Ref. 7120G (왼쪽부터) 파텍필립 칼라트라바 Ref.5077, 월드 타임 Ref. 5231G, 칼라트라바 Ref. 5117J LING 링 여성 시계 애호가 나는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는 시계 애호가다. 의사로서 수련을 받았으나 현재는 가족 사업을 돕고 있다. 시계, 보석, 예술, 그리고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 내가 처음 소장한 파텍필립 시계는 다이아몬드 세팅 베젤을 장착한 ‘칼라트라바 레이디스 31mm의 Ref. 7120G’ 모델이다. 특별한 사연은 없었고, 단순히 저녁 모임에 어울릴 만한 깔끔한 드레스 워치가 필요했을 때 디스플레이에 놓인 시계를 보고 꽤 괜찮다고 생각해 바로 구매하게 된 것이 전부다. 조금 더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시계는 세 번째 소장 시계인 ‘아쿠아넛 Ref. 5068R’이다. 처음에는 매장 디스플레이에서 이 시계를 발견했고, 당시에는 심지어 할인 제안까지 받았지만 시계에 이렇게까지 지출하는 건 과하지 않을까 싶어 결국 구매를 미뤘다. 1~2년 후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가 생긴 시점에 다시 구매를 결심했지만, 그때는 이미 아쿠아넛이 엄청난 인기를 끌어 다시 받을 때까지 거의 2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물론 그때는 할인이란 기대할 수도 없었다. 나는 아버지가 소유하셨던 단 한 점의 파텍필립 시계를 물려받았다. 클루 드 파리 기요셰 베젤과 화이트 에나멜 다이얼이 특징인 ‘칼라트라바 Ref. 5117J’였다. 매우 단정하고 클래식한 시계다. 사실 이 시계는 내가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가장 소중한 시계 중 하나다. 내가 가족 사업을 이어받은 것처럼 하나의 상징적인 유산으로 다가오는 물건이다. 이 시계를 착용할 때마다 우리 가족이 걸어온 여정, 지켜온 가치를 마음에 새기게 된다. 나도 물론 내가 받은 파텍필립 칼라트라바 시계를 내 아이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이 시계를 통해 우리 가족의 역사와 가치, 그리고 유산을 함께 이어가길 바란다. 그리고 현재 개인 컬렉션 중에서는 에나멜 다이얼을 장착한 ‘Ref. 5077 오키드(Orchid, 난초)’ 모델과 ‘월드타임 Ref. 5231G’를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다. 두 모델 모두 파텍필립의 ‘희귀 공예(Rare Handcrafts)’ 작품으로, 세대를 넘어 소장할 가치가 충분한 시계다. 이 두 작품은 유산과 장인 정신, 예술성이 서로 깊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킬 것이고, 이러한 가치를 지켜내는 일은 우리의 노력과 헌신에 달려 있음을 일깨워줄 것이다. 특히 ‘월드타임 Ref. 5231G’는 세상을 바라보는 열린 시각과 글로벌 마인드를 항상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도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

  • 수집할 가치가 있는 살아 있는 유산, 안티노리

    Antinori a living legacy to be collected 와인은 오직 포도 한 가지 재료만으로 빚어진다. 그래서 그 한 잔에는 기후, 토양, 그리고 시간이 담긴다. 26대째 와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마르케시 안티노리(Marchesi Antinori)의 약 650년 여정을 음미하는 자리가 2025년 6월 12일, 서울 남산이 바라다보이는 한강 위 세빛섬 ‘무드서울’에서 열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심장 피렌체에서 시작된 안티노리는 지금도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신뢰를 받는 살아 있는 전통이다. 안티노리 넬 키안티 클라시코 와이너리 외관 안티노리는 이탈리아 전역의 16개 와이너리를 비롯해 미국, 칠레, 헝가리 등 세계 곳곳에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글로벌 와인 가문이다. 단 한 번도 가업이 끊긴 적 없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 경영 와인 회사 중 하나다. 이러한 전통과 규모를 입증하듯 ‘안티노리로의 여정’ 시음회는 30여 종의 프리미엄 와인을 한자리에 선보이며 120석 전석을 매진시켰다. 테이스팅의 시작은 이탈리아 북동부 프리울리 지역의 화이트 와인 명가 예르만(Jermann)의 피노 그리지오였다. 드라이한 특성에 벨벳 같은 부드러운 질감이 조화를 이루며, 풀보디 구조와 풍부한 과실 향이 인상 깊게 펼쳐졌다. 뒤이은 체르바로(Cervaro)는 샤르도네와 그레케토를 블렌딩한 와인으로, 산뜻한 시트러스와 달콤한 바닐라, 고소한 너트, 미네랄 향이 우아하게 펼쳐지며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의 깊이를 전했다. 중심에는 역시 안티노리 전통과 혁신을 상징하는 ‘슈퍼 투스칸(Super Tuscan)’인 티냐넬로(Tignanello)와 솔라이아(Solaia)가 자리했다. 티냐넬로는 산조베세를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과 블렌딩한 구조감 있는 와인으로, 체리와 말린 허브, 그리고 부드러운 오크 터치가 어우러져 탁월한 균형미를 보여주었다. ‘태양을 담은 언덕’이라는 뜻의 솔라이아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축으로 한 슈퍼 투스칸으로, 블랙베리, 스파이스, 다크 초콜릿 향이 입안에서 풍성하게 퍼진다. 이날 라인업에는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프랑스 보르도 그랑 크뤼를 제치고 1위에 선정, 나파밸리를 세계 무대에 올린 전설적 브랜드, 미국의 스택스 립 와인 셀라(Stag’s Leap Wine Cellars)가 함께했다. 현재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미국을 만든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을 만큼, 시대를 바꾼 상징적인 와인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시음회는 와인 테이스팅을 넘어, 한 브랜드가 품은 시간과 철학, 그리고 문화적 유산을 체감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안티노리는 어떻게 650년간 와인으로 살아남았을까? 650년 와인 가문의 뿌리와 가지 - 안티노리 가계도 르네상스 시대에서 슈퍼 투스칸까지, 살아 있는 시간의 연대기 1385년, 메디치 가문이 르네상스의 꽃을 피우던 시절, 조반니 디 피에로 안티노리(Giovanni di Piero Antinori)가 피렌체 와인 길드에 등록하며 안티노리 가문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피에로 안티노리(Piero Antinori)는 안티노리 가문의 25대 후작으로, 이탈리아 와인의 전환점을 만든 인물이다. 이탈리아 전통 품종 산조베세에 카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한 새로운 와인인 티냐넬로를 1970년에 선보인 것이다. 당시 이탈리아 와인 생산 규정을 벗어났기에 최하위 등급이 부여됐지만, 결과는 와인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슈퍼 투스칸’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열리고, 1978년의 솔라이아까지 더해지며 안티노리는 전 세계에 ‘이탈리아 와인의 재탄생’을 알렸다. 이러한 혁신적 가치는 기업가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역시 티냐넬로를 혁신의 상징으로 여겨 임원 선물로 건넸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2000년, <와인 스펙테이터>는 솔라이아 1997 빈티지를 ‘올해의 와인’으로 선정했다. 단순한 희소성을 넘어 안티노리의 와인은 시간과 전통, 그리고 혁신이 응축된 결정체다. 그리고 이러한 가문의 운영 철학은 26대째로 이어지며 현재는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의 세 딸이 경영을 승계하고 있다. 브랜드 전략과 마케팅을 맡은 장녀 알비에라, 와인 생산과 품질관리를 책임지는 차녀 알레그라, 재무와 경영 관리를 담당하는 막내 알레시아는 각기 다른 역할을 통해 안티노리의 철학을 다음 세대로 확장하고 있다. 품질과 전통에 대한 집념으로 이탈리아 와인의 위상을 새롭게 만든 아버지의 정신을 바탕으로 안티노리 가문의 가족적 리더십은 650년 동안 ‘유산의 지속 가능성’을 실현해온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탈리아 안티노리 바디아 아 파시냐노 저장고 스택스 립 와인 셀라 자연과 건축의 공존 자연 속에서 시간을 이어온 안티노리의 철학은 자연에 묻힌 와이너리의 형태로 구현된다.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주 피렌체에서 남쪽으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안티노리 넬 키안티 클라시코(Antinori nel Chianti Classico)’는 언덕의 지형을 품은 지하형 와이너리다. 이탈리아 건축 스튜디오 아르케아 아소시아티(Archea Associati)가 설계하고 2012년 완공한 이 건축물은 포도밭으로 덮인 지붕 덕분에 언덕의 일부처럼 자연에 완벽히 녹아 있다. 이곳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그 질서를 따라가는 철학 아래 설계되었다. 포도는 최상층에서 투입되어 중력만으로 아래층까지 이동하며, 이 과정에서 외부 기계 개입 없이 섬세하게 다뤄진다. 붉은 흙과 목재 등 지역 재료로 지은 건물은 자연 채광과 통풍만으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며,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을 실현하고 있다. 내부에는 와이너리 개관과 함께 시작된 현대미술 플랫폼 ‘안티노리 아트 프로젝트(Antinori Art Project)’를 비롯해 박물관, 도서관,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레스토랑까지 갖추어, 방문객은 와인뿐 아니라 토스카나의 예술과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과 철학의 조화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영국 윌리엄 리드 미디어 그룹(William Reed Media Group)이 주관하고, 전 세계 700여 명의 와인 전문가, 여행 전문 기자, 소믈리에가 투표에 참여하는 ‘월드 베스트 빈야드(World’s Best Vineyards)’ 시상식에서 2022년 세계 1위에 선정되며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듯 안티노리 와이너리는 건축 미학, 자연경관, 미식 경험, 문화 콘텐츠를 아우르며 와이너리 방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안티노리 솔라이아 마르케제 안티노리 키안티 클라시코 안티노리 티냐넬로 수집의 기준, 가치의 조건 와인을 수집하거나 자산으로 접근할 때 중요한 기준은 브랜드의 신뢰도, 희소성, 그리고 시장성이다. 이 세 요소를 고루 갖춘 브랜드는 드물지만, 안티노리는 그 대표적인 예다. 사브서울 권우 소믈리에는 와인을 “올바른 보관과 시간이 더해질수록 가치가 오르는 실물 자산”이라며, “단순한 술을 넘어 생애 주기를 지닌 문화적 수집품”이라고 말한다. 안티노리를 대표하는 티냐넬로는 슈퍼 투스칸의 상징으로, 10~20년간 숙성 가능한 구조감과 복합미를 지닌다. 빈티지에 따라 시장 가치가 급등하며, 시대적 와인 트렌드와 테루아가 함께 반영된 장기 보관형 와인이다. 솔라이아는 연간 약 3만 병만 생산되는 희소 와인으로, 낮은 생산량과 높은 평가 덕분에 수집가와 투자자의 주목을 받아왔다. 실제 경매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4년 크리스티에서는 티냐넬로 1971 빈티지가 약 1,200달러, 소더비에서는 솔라이아 2015가 4,000달러에 낙찰됐다. 이는 소매가 대비 수십 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으로, 안티노리 와인의 실질적 자산 가치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전통을 넘어, 경험으로 최근 안티노리는 글로벌 와인 시장을 향해 과감히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21년 이탈리아 프리울리의 예르만, 2023년 미국의 스택스 립 와인 셀라 완전 인수의 확장도 단순한 규모 경쟁이 아니라, ‘전통을 지닌 자만이 혁신할 수 있다’는 안티노리 가문의 철학을 그대로 실현하고 있다. 이날 시음회에서 만난 안티노리 세일즈 마케팅 엑스퍼트 귀도 바누치(Guido Vannucchi)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와인은 우아하며, 열정이며, 전설입니다. 어떤 와인이 가장 좋은지는 정해진 답이 없어요. 어떤 음식과 같이 먹는가,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다르죠. 진정한 와인은 여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 찾아옵니다.” 이러한 철학은 와인 수집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시계나 보석, 예술 작품과 달리 와인은 경험하는 순간 사라지는 컬렉션이다. 소유와 경험의 경계를 극적으로 넘나들며 누군가와 함께 나눌 때 비로소 완성된다. 좋은 와인은 존재하지만, 위대한 와인은 기억으로 남는다.

  •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타일 & 헤리티지 디렉터 크리스티앙 셀모니와의 인터뷰

    From tradition to tomorrow with Christian Selmoni 바쉐론 콘스탄틴 메종 1755 서울 오픈을 맞아 서울을 찾은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타일 & 헤리티지 디렉터 크리스티앙 셀모니 (Christian Selmoni)와의 인터뷰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타일 & 헤리티지 디렉터 크리스티앙 셀모니 바쉐론 콘스탄틴 프레스티지 드 라 프랑스 – 레이디 워치 바쉐론 콘스탄틴은 설립 270주년을 맞아 ‘퀘스트(The Quest)’라는 테마를 선정했다. 이 테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또 올해 워치스 & 원더스에서 발표한 노벨티 가운데 특히 강조하고 싶은 모델이 있다면 무엇인지? 270주년은 단지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여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상징적인 이정표다. ‘퀘스트(The Quest)’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설립 이후 270년 동안 지속해온 탐구, 도전, 장인 정신의 여정을 상징한다. 우리는 단지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시계 제작을 통해 미학, 정밀성, 예술성을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올해의 주요 노벨티 중 가장 강조하고 싶은 모델은 오버시즈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오픈페이스(Overseas Grand Complication Openface)다. 미닛 리피터,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이라는 전통적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갖추었으면서도 스포츠-엘레강스 디자인을 적용해 현대적 감각과 기술을 융합한 매우 독창적인 작품이다. 이 모델은 과거의 기술과 현재의 미학을 조화롭게 융합한, 오늘날 바쉐론 콘스탄틴의 비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의 명칭은 ‘메종 1755 서울(Maison 1755 Seoul)’이다. 이 이름에 담긴 의미는 무엇이며, 왜 ‘메종’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는지? ‘메종(maison)’은 프랑스어로 ‘집’을 뜻하는 단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한두 채의 집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집’이라는 개념은 매우 상징적이고 개인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우리는 플래그십을 브랜드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오롯이 담은 공간, 즉 ‘바쉐론 콘스탄틴의 집’으로 정의하고 싶기에 ‘메종’이라는 명칭을 선택했다. 메종은 단순한 시계 매장을 넘어 바쉐론 콘스탄틴의 예술성, 문화, 장인 정신을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장소이며, 건축양식부터 공간 구성, 전시 콘텐츠, 고객 경험 프로그램까지 모두 차별화된 방식으로 기획되었다. 또 바쉐론 콘스탄틴이 추구해온 문화 간의 교류라는 철학이 반영된 공간이기도 하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가장 큰 차별점은 1755년부터 한 번도 중단되지 않은 역사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서울 메종에서는 단지 시계뿐 아니라, 브랜드의 유산과 역사적 문서를 함께 전시해 보다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또 한국의 예술가, 장인과 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문화를 존중하고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단순한 리테일 공간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이 살아 숨 쉬는 문화적 앵커가 되는 공간인 것이다. 레 컬렉셔너(Les Collectionneurs)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또 서울 메종에서는 어떤 제품을 선보이는지? 메종 1755 서울에서는 맞춤 시계 제작, 즉 유니크 피스를 선보이는 캐비노티에뿐만 아니라 빈티지 시계인 레 컬렉셔너를 선보인다. 레 컬렉셔너 컬렉션은 단순한 복각이나 기념 컬렉션이 아닌, 실제로 빈티지 타임피스를 브랜드가 직접 선별·인증·복원해 고객에게 다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컬렉션은 2017년, 내가 바쉐론 콘스탄틴의 헤리티지 부서를 맡게 되었을 때 시작되었다. 당시 CEO는 ‘브랜드의 유산을 보다 강력하고 직접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고민해보라고 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컬렉션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브랜드가 직접 선별하고 인증한 빈티지 시계를 공식적으로 선보인 최초의 브랜드다. 이 두 가지 요소, 즉 유니크 피스와 빈티지 컬렉션은 서울 플래그십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핵심적인 차별화 요소다. 레 컬렉셔너 선정 기준은?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디자인적 가치가 중요한데, 해당 시대의 미학을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디자인을 갖춘 모델이어야 한다. 기술적 완성도 역시 주요한 요소다. 브랜드의 워치메이킹 노하우를 보여줄 수 있는 정교한 메커니즘을 보유했는지 여부와, 역사적 맥락에서도 바쉐론 콘스탄틴의 연대기에서 그 모델이 지니는 위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긴다. 희소성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지는데,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내러티브(이야기)를 지닌 모델인지도 검토한다. 1920년 이전 시계는 충격 방지 기능이 없어, 사용보다는 ‘박물관용 앤티크’에 가까워 실용적 컬렉션에는 적합하지 않다. 주로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생산된 시계를 중심으로 선정한다. 손목시계뿐 아니라 포켓 워치도 다루는데, 기능적으로는 단순한 시, 분, 초 기능을 갖춘 타임 온리(time-only) 모델, 캘린더 기능, 크로노그래프 등 중간 수준의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갖춘 미드 컴플리케이션(mid-complication), 미닛 리피터,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등 고급 기능을 갖춘 그랑 컴플리케이션(grand complication) 모델까지 다룬다. 마지막으로 무브먼트, 케이스, 다이얼 모두 오리지널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복원에도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에 전체적인 시계 상태가 양호한지가 선별 시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번 서울 메종에서 소개되는 레 컬렉셔너 모델 중 가장 인상 깊은 타임피스는 무엇인지? 특히 애정을 갖고 있는 모델은 1972년 출시된 ‘프레스티지 드 라 프랑스(Prestige de la France)’다. 이 시계는 비대칭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며, 바쉐론 콘스탄틴이 그 시대의 미적 코드와 흐름을 얼마나 정확하게 읽어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1970년대 초반은 전통적 규범이 깨지고, 창의성과 혁신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시기다.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이 여성용 턱시도를 발표한 것도 그 시기였고, 음악적으로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를 발표했던 해이기도 하다. 보위의 열렬한 팬인 나는 이 시계를 볼 때마다 그 시대의 반항 정신과 실험 정신이 떠오른다. 이 시계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젠더-뉴트럴(gender-neutral)한 디자인을 갖추었으며, 당시의 문화적 해방감을 상징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시계는 나에게 남겨줬으면 좋겠다”고 동료들과 농담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 시계다. 이렇듯 레 컬렉셔너는 단순히 오래된 시계의 전시가 아닌, 바쉐론 콘스탄틴의 철학과 워치메이킹 예술을 고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살아 있는 아카이브다. 서울 메종에서 이 타임피스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처음 레 컬렉셔너 컬렉션을 기획할 때는 단지 브랜드의 유산을 전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툴로 생각했고, 이 프로젝트가 이렇게 성공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컬렉션을 선보였을 때 젊은 세대의 뜨거운 반응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전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흐름이 느껴진다. 젊은 세대들이 빈티지 시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된다. 빈티지는 단순히 오래된 시계가 아니라, 하나하나 고유한 생명과 이야기를 지닌 존재다. 이런 시계들이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고 생각한다. 시대적 공감과 문화적 연결은 레 컬렉셔너가 시간을 매개로 한 유산 전달자 역할을 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레 컬렉셔너에 포함될 시계는 어떤 경로로 수집되는지? 전 세계 주요 경매 하우스를 확인한다. 가장 큰 소스이며, 꾸준히 경매 일정을 모니터링하고 참여한다. 신뢰할 수 있는 빈티지 전문가 네트워크도 핵심적 요소다. 오프라인 기반의 전문 상인들과 장기적 관계와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고 있으며, 디지털 마켓보다 전문가의 식견과 안목을 더욱 중시한다. 드물지만 개인 소장 고객의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때때로 고객들이 가업이나 유산으로 물려받은 시계를 브랜드에 판매하고 싶다고 문의해오기도 한다. 나를 포함한 헤리티지 팀 구성원들은 직접 경매 현장을 방문하고, 시계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며 구매 결정을 내린다. 빈티지 시계 생태계에서는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여러 전문가와 직접 연결되어 있고, 경매 시즌에는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긴밀히 교류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핵심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이기 때문이다.

  • 워런 버핏의 롤렉스 데이-데이트 시계, 변하지 않는 가치

    Warren Buffett’s Rolex Day-Date: A symbol of timeless values 워런 버핏이 연말을 기점으로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직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압도적인 투자 성과를 거둔 그는 시대를 초월한 상징으로 자리 잡은 롤렉스 데이-데이트와 함께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보여준다. 워런 버핏 롤렉스 데이-데이트 옐로 골드 워치 워런 버핏이 지난 5월 3일 올 연말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그는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후임으로 버크셔 비보험 부문 부회장인 그렉 아벨을 지명했다. 구체적인 사임 이유는 밝히지 않았으나, 그는 향후에도 자문 역할을 맡아 회사 경영에 관여할 예정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리더십과 성과 워런 버핏은 1965년 당시 어려움을 겪던 뉴잉글랜드의 직물 회사를 인수해 오늘날 시가총액 약 1조 2,000억 달러(약 1,646조 4,000억 원)의 복합 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그의 리더십 아래 버크셔 해서웨이는 1965∼2024년 연평균 19.9%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S&P 500 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성과를 올렸다. <포브스>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워런 버핏의 순자산은 1,682억 달러(약 235조 2,000억 원)로, 세계 갑부 순위 5위에 올랐다. 워런 버핏의 롤렉스, 변치 않는 신념의 상징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감탄한 시계가 있는데, 바로 롤렉스의 데이-데이트 모델이다. ‘대통령의 시계’라고 불릴 만큼 세계 각국의 지도자와 유명 인사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행운의 상징이라는 의미까지 담아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이 일종의 부적처럼 찾는 시계다. 버핏은 여러 롤렉스 데이-데이트 모델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거의 늘 같은 시계(Ref. 18038 또는 Ref. 18238로 추정)를 착용한다. 롤렉스는 지속적 가치와 완벽한 성능을 지향하는 브랜드로, 워런 버핏의 성공을 이끈 마인드셋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버핏의 은퇴로 그의 미래 투자의 방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그가 선택한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지닌 롤렉스 시계는 변함없는 유산으로서 앞으로도 그와 함께할 것이다. 워런 버핏의 연령별 순자산 추이

  • 아노마 워치 창립자, 마테오 비올레트-비아넬로

    아노마 워치는 2023년 런던에서 마테오 비올레트-비아넬로(Matteo Violet-Vianello)에 의해 탄생했으며, 그는 이듬해 6월 첫 모델 ‘아노마 A1’의 온라인 사전 주문을 시작했다. 첫 출시작부터 그의 진가를 알아본 것은 다름 아닌 존 골드버거(John Goldberger)와 로낙 마드바니(Ronak Madhvani)를 비롯한 시계 수집의 거장들이다. 초도 물량 100피스는 단 몇 시간 만에 완판되었으며, 이어진 한 달간의 사전 주문 기간 동안 추가로 100피스가 더 제작 및 판매되며 아노마는 단숨에 주목받는 신예 브랜드로 부상했다. 올해 팀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 앤 원더스 기간 중 마테오를 직접 만나, 그가 아노마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 철학과 시계 제작에 대한 비전을 심도 깊은 인터뷰로 담아낸 바 있다. 실험적 디자인과 조형적 접근으로 시계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다음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 마테오가 아노마 워치를 통해 어떤 길을 창조해 나가고 있는지 알아보자. 아노마 워치 창립자, 마테오 비올레트-비아넬로 아노마 워치는 현재 시계 업계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랜드의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동시에 놀라운 경험이었다. 아노마 워치 브랜드를 시작할 때 나는 시계 자체를 조각적 예술로 풀어내고자 했다. 최근 워치메이킹에서는 보다 대담하고 독창적인 디자인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시도한 방향이 업계 안팎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뜻깊고 고무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브랜드가 앞으로도 꾸준한 실험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브랜드를 직접 론칭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오늘날 워치메이킹 분야에서는 무브먼트의 구조나 마감, 컴플리케이션 등 기계적 요소에서 활발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디자인만큼은 여전히 반복되는 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다. 건축이나 가구, 조각에서는 시계 디자인에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그 단절된 가능성을 현실화하고자 아노마를 시작했고, 폭넓은 창작적 영향력을 하나의 착용 가능한 조형물로 구현하고자 했다. 처음 출시된 아노마 A1과 새롭게 선보인 A1 슬레이트는 어떤 점에서 기능적 및 디자인적으로 차별화되었는지. A1 슬레이트는 오리지널 A1의 핵심 디자인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구조와 시각적 흐름에서 한층 정교한 발전을 이루었다. 케이스는 착용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세하게 조정되었고, 다이얼은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했다. 메탈 베이스 위에 수직 브러시 마감을 적용한 뒤, 날카로운 삼각 패턴을 수공으로 새겼고, 마지막으로 세 겹의 블랙 래커를 입혀 깊이 있고 은은한 광택을 완성했다. 시계에 조용한 입체감과 미묘한 긴장감을 주도록 했다. 아노마 A1 아노마 A1 아노마 A1 아노마 A1과 A1 슬레이트의 비정형 케이스 구조를 구현하며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기존의 규격에서 벗어난 형태를 고안할 경우, 외형뿐 아니라 모든 부품의 구조와 결합 방식까지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했다.그래서 무브먼트와 스크루를 제외한 모든 구성 요소를 새롭게 개발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모든 부품이 완벽히 맞물려 작동했을 때, 그 완성도에서 얻은 만족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노마 A1은 샤를로트 페리앙의 1950년대 프리 폼 테이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이 디자인을 어떻게 시계로 재해석하셨으며, 그의 작업에서 어떤 점에 특히 끌렸는지. 샤를로트 페리앙의 1950년대 프리 폼 테이블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페리앙은 모더니즘과 유기적 형태를 아름답게 조화시킨 디자이너였다. 그의 테이블은 기하학의 엄격함에 도전하면서도 따뜻하고 친근한 곡선을 갖고 있었다. 나는 이 예기치 못한 요소들과 편안함 사이의 균형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고, 그 감각을 A1의 구조에 접목시키고자 했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규칙을 깨는 것'이 반드시 과격할 필요는 없다는 점, 그리고 오히려 조용하고 섬세하게 반항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바로 그것이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아노마 워치의 다이얼과 착용감은 조약돌에서 영감받았는데, 최근에는 어떤 자연의 형태나 요소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있는지. 자연은 내게 끝없는 영감의 원천이다. 아노마 워치는 언제나 시계 제작의 전통적인 범주를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추구하고 있다.조약돌의 부드러운 곡선, 침식된 표면이 지닌 유기적인 패턴, 그리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의 결처럼 순수한 자연의 형상들은 균형과 영속성에 대한 상징으로 다가온다. 앞으로도 이러한 자연의 원형적 이미지들을 더욱 깊이 탐구하며, 브랜드 철학과 연결된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A1 슬레이트에는 스위스 오토매틱 무브먼트인 Sellita SW100을 장착했다. 이 무브먼트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셀리타 SW100은 지름 17.2mm의 콤팩트한 크기를 지녀 케이스 디자인에 있어 최대한의 자유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뛰어난 안정성과 신뢰성은 물론, 무엇보다도 이 무브먼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전체 디자인을 조용히 뒷받침해주는 존재라는 점에서 이상적인 선택이었다. 기술적 구조는 노출되지는 않지만, 아노마의 미학을 근간에서 지탱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아노마 A1 슬레이트 아노마 A1 슬레이트 수집가들이 아노마 워치의 비정형 디자인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아노마 워치를 선택한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감각과 취향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이들이다. 비대칭 케이스, 러그 없는 구조, 그리고 독특한 비율은 모두 ‘남들과 다른 길을 걷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절제된 형태 속에 내재된 강한 개성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아노마가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이다. 아노마 워치의 디자인은 불규칙하지만 동시에 놀라울 만큼 단순하고 정제된 인상을 준다. 상반돼 보이는 이 두 요소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하는지. 아노마 디자인의 본질은 바로 그 ‘대조(contrast)’에 있다. 낯선 형태일수록 오히려 디자인은 더욱 절제되고 단순해야 시각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대칭은 아니지만 균형을 이루고, 불규칙하지만 직관적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구조. 이러한 미묘한 조화야말로 아노마 워치가 지닌 조용한 미학이다. 현재까지 선보인 시계는 모두 소량으로 출시되었다. 개성과 특별함을 강조하는 듯하다. 아노마 워치가 전달하고자 하는 특별함은 무엇인가. 아노마의 모든 시계는 단순한 컬러나 소재 변경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은 창의적 진화의 과정이다. 각 모델은 브랜드의 전체적인 비전에 충실하면서도 독립된 개성과 메시지를 지니고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계속 지켜나가고 싶은 아노마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있다면. 아노마는 언제나 착용할 수 있는 조각, 조형적 오브제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며, 건축, 가구, 자연의 형태처럼 시계 외부의 세계에서 영감을 얻고 그 감각을 디자인에 녹여내는 것. 이 다층적 영향들이야말로 아노마 워치의 고유한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이다. 어떤 고객들이 아노마 워치를 선택하는지. 고객층은 다양하다. 건축가, 디자이너, 컬렉터뿐 아니라 자신의 첫 번째 기계식 시계를 찾는 이들도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기존과 다른 디자인과 감성을 지닌 제품을 착용하고자 하는 호기심과 열망이다. 이번 A1 슬레이트 출시를 통해 아노마 워치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1 슬레이트는 정제와 본질의 추구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리지널 아노마 A1을 핵심만 남도록 간결하게 다듬었다.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덜어내고, 하나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순수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조용한 존재감 속에서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시계다.

  • 아노마 워치, 트렌드를 이끄는 선두주자

    ANOMA microbrand, leading the major trend 아노마 워치는 기계식 시계에 관심은 있지만 복잡한 분야와 정보로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입문자들, 혹은 이미 수많은 모델을 경험한 끝에 이제는 새로운 무언가를 갈망하는 이들 모두의 감성을 자극하는 브랜드다. 이 독창적인 브랜드는 2023년 런던에서 마테오 비올레트-비아넬로(Matteo Violet-Vianello)에 의해 탄생했으며, 그는 이듬해 6월 첫 모델 ‘아노마 A1’의 온라인 사전 주문을 시작했다. 첫 출시작부터 그의 진가를 알아본 것은 다름 아닌 존 골드버거(John Goldberger)와 로낙 마드바니(Ronak Madhvani)를 비롯한 시계 수집의 거장들이다. 초도 물량 100피스는 단 몇 시간 만에 완판되었으며, 이어진 한 달간의 사전 주문 기간 동안 추가로 100피스가 더 제작 및 판매되며 아노마는 단숨에 주목받는 신예 브랜드로 부상했다. 작년, 아노마 워치는 뉴욕 타임스(NYT)를 포함한 세계 유수 매체에 소개되며 국제적 영향력을 확장해왔고, 올해 팀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 앤 원더스 기간 중 마테오를 직접 만나, 그가 아노마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 철학과 시계 제작에 대한 비전을 심도 깊은 인터뷰로 담아낸 바 있다. 실험적 디자인과 조형적 접근으로 시계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다음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 마테오가 아노마 워치를 통해 어떤 길을 창조해 나가고 있는지 알아보자. A1 슽레이트 새로운 조형 언어, 아노마의 독창성 ‘Anomaly(변칙)’의 줄임말에서 유래한 ‘Anoma(아노마)’는 시계 디자인의 틀을 과감히 깨뜨리는 브랜드로, 그 이름부터 창립자 마테오 비올레트-비아넬로의 미학적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아노마 워치는 시계 제작 전통에 대한 깊은 존중과 애정을 바탕으로, 비정형적 접근을 통해 조형미와 창의성을 겸비한 시계를 선보이는 것을 지향한다. 세계적인 수집가들은 아노마 워치를 보고 “이전엔 본 적 없는 형태”, “예민한 균형감”, “절제되었지만 독보적인 창의성”이라며 이 작품의 독창적 공헌에 찬사를 보냈다. 이러한 평가는 디자인의 실험성과 섬세한 구조에서 비롯된다. 완만한 삼각형을 부드럽게 다듬은 케이스에, 다이얼에는 약간씩 비틀어진 삼각형 패턴이 정교하게 반복되어 있고, 투톤 블루 래커를 더해 입체적인 깊이감과 각도에 따라 역동적인 빛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러그를 제거하고 크라운마저 숨긴 구조는 순수한 형태미를 강조하며, 39mm × 38mm × 9.45mm의 사이즈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편안한 착용감까지 주기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시계의 영감은 자연의 오브제, ‘부드러운 조약돌’에서 시작한다. 마테오는 조각가, 건축가,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왔으며, 시계라는 물성을 손끝으로 느끼는 감각을 중요시한다. 이번 작품에는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이 1950년대 디자인한 프리 폼 테이블, 그리고 모더니즘 조각의 거장 콩스탕탱 브랑쿠시(Constantin Brâncuși)의 유려한 곡선미가 오롯이 반영되어 있다. 실제로 이 시계를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감촉은 마치 물살에 닳아 매끄럽게 다듬어진 조약돌과도 같고, 손목에 올려놓으면 하나의 예술 조각을 착용한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어린 시절부터 빈티지 시계를 분해하고 관찰하며 시작된 마테오의 여정은 소더비(Sotheby’s)에서의 경력을 거쳐, 희귀 시계를 소개하는 플랫폼 ‘어 컬렉티드 맨(A Collected Man)’의 창립 멤버로 이어졌다. 그간 독립 워치메이커들과의 협업을 통해 축적된 미적 감각과 기술이 아노마 워치에 담겨 있는 것이다. 아노마 워치의 시계는 ‘스위스 메이드(Swiss Made)’로 소개된다. 이는 스위스에서 조립되고 테스트된 제품에 부여되는 공식 명칭이며, 스위스 오토매틱 셀리타 SW100을 사용한다. 아노마 A1 아노마 A1 아노마 A1 TFA24 필립스 경매를 위한 스페셜 모델 지난해 12월, ‘필립스(Phillips)’와 협업하여 주관하는 자선 예술 경매 ‘TimeForArt’에 아노마 워치의 ‘A1 TFA24’가 출품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행사는 뉴욕 기반의 비영리 기관 ‘스위스 인스티튜트(Swiss Institute)’를 통해 동시대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유일한 시계 경매로, 참가 브랜드 25곳이 단 한 점뿐인 유니크 피스를 출품했다. 모든 시계는 장인 및 현대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되었거나, 혁신적인 장인정신이 반영된 맞춤형 예술 작품이었다. ‘A1 TFA24’는 완만한 삼각형 형태의 쿠션 케이스로 독창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메탈 다이얼에 블랙 래커를 더한 오프셋 삼각 패턴으로 미니멀리즘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브랜드 로고조차 배제한 이 시계는 ‘아노마 워치’라는 브랜드가 더욱 대중화되기 전 소장할 수 있는 희소성과 선구적인 감각이 경매의 관전 포인트였다. 이 시계는 경매에서 1만 2,700달러(한화 약 1,700만 원)에 낙찰되었으며, 모든 수익금은 자선단체에 기부되었다. A1 슽레이트 두 번째 파동, A1 슬레이트의 정교한 진화 이제 아노마는 ‘A1 슬레이트(Slate)’라는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전작과 동일한 39mm × 38mm × 9.45mm 사이즈의 조약돌을 닮은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로 제작되어 촉각적 만족감은 변함없다. 크라운은 케이스 측면의 홈을 통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으며, 가죽 스트랩 역시 얇은 개구부를 통해 케이스에 통합되어 있어 일체감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이 모델의 핵심은 ‘슬레이트’라는 이름에 걸맞은 다이얼이다. 수직 브러시 마감 위에 정교하게 새겨진 삼각형 패턴은 수공 도구를 이용해 하나하나 조각되었으며, 마감 단계에서는 블랙 래커가 세 겹 입혀져 주변 조명에 따라 미묘하게 색감이 변하는 입체적인 다이얼을 완성한다. 리프형 핸즈는 곡선과 볼륨감이 강조되어 케이스의 곡선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무브먼트는 기존과 동일하다. 스위스 셀리타의 SW100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사용하며, 4Hz의 진동수와 최대 42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케이스 백 내부에도 페를라주(perlage) 마감이 정교하게 적용되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완성되었다. A1 슬레이트는 넘버링 리미티드 에디션은 아니지만, 첫 300피스가 사전 주문을 통해 모두 판매 완료된 상태다. 아노마 워치는 대기 고객이 이미 많기 때문에, 공식 홈페이지( anomawatches.com )에서 ‘선착순 판매’ 방식으로 주문을 받는다.

  • 훌륭한 시계 수집가의 기준 - 존 골드버거

    THE STANDARDS OF WATCH COLLECTOR 수집의 대가들이 모였다. 시계를 모으다 보면 자연스레 목표가 생기기 마련이다. 흥미로운 점은, 서로 다른 테마와 취향으로 시작한 수집가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비슷한 방향으로 수렴해 간다는 것이다. 와 인터뷰를 나눈 존 골드버거와 알프레도 파라미코는 업계에서 세계 수집가들이 꿈꾸는 ‘성배 시계’를 다수 보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그 위대한 컬렉션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만약 당신이 오랜 시간 시계 수집의 여정을 걸어온 애호가라면, 시계 업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이들의 수집 철학과 깊이 있는 조언에 귀 기울여보는 것도 좋다. JOHN GOLDBERGER ON THE STANDARDS OF WATCH COLLECTOR “수집가와의 관계를 소중히 하라. 수집은 결국 사람의 일이며, 그 안에는 윤리와 책임이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퀄리티, 퀄리티, 퀄리티’다.” 세계적인 빈티지 시계 수집가 존 골드버거 (© ZEGNA_VELLUS AUREUM SUMMER 2025 CAMPAIGN_HERO) 파텍필립 하이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 옐로 골드 블랙 다이얼 Ref. 658, 1937년 제작 47년간 시계를 수집해왔다. 그 긴 시간 동안 시계 수집 문화는 어떻게 변화했다고 생각하는지. 1978년, 처음으로 시계를 수집하며 시작된 이 여정이 어느덧 47년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시계 수집 문화는 눈에 띄게 진화했다. 지난 20년 사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으로 시계 관련 정보 접근성이 확실히 높아졌고, 덕분에 새로운 세대의 애호가와 수집가가 생겨났다. 수집가들의 취향도 시대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빈티지 까르띠에 시계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브랜드의 철학, 디자인, 역사의 흐름까지 아우르는 총체적인 안목을 갖추고자 하는데, 1990년대 한때 열광적인 주목을 받았던 까르띠에는 오랜 시간 시장의 관심 밖에 있었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재조명되며 지금은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다. 유행은 돌고 돈다. 현재는 1970년대 스타일이 다시 떠오르고 있고, 까르띠에는 그 흐름의 중심에 있다. 까르띠에, 롤렉스, 파텍필립의 상징적인 빈티지 모델을 수집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많은 수집가가 꿈꾸는 시계들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브랜드들의 가치가 어떻게 형성되었다고 보는지. 나는 롤렉스와 파텍필립, 그리고 까르띠에를 현대 시계 수집 문화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꼽는다. 롤렉스와 파텍필립은 여전히 전 세계 경매 시장에서 선두 주자다. 이 두 브랜드는 탁월한 품질과 희소성, 그리고 역사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수많은 수집가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왔다. 그리고 최근 까르띠에의 손목시계, 포켓 워치, 탁상시계 경매 결과 역시 인상적이다. 나는 까르띠에가 현대 시계 디자인의 결정적 기점을 만든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20세기 초, 까르띠에는 손목시계 최초의 ‘모더니티’를 구현한 브랜드다. 특히 1910년대 중반 선보인 ‘탱크 노말’은 당시 대부분의 시계가 원형 케이스에 머물렀던 시절, 과감하게 직사각형 케이스와 로만 인덱스를 사용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봐도 놀라울 만큼 현대적이다. 시계라는 물건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나에게 시계란 일상의 일부이자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예술 작품이다. 한 점의 시계에는 기계공학과 조형미, 그리고 그것을 설계하고 만든 인간의 정신이 담겨 있다. 나는 시계를 ‘몸에 착용하는 예술’이라 부른다. 오랜 시간 수집가로서 지켜온 원칙이 있다면. 나는 수집가로서 몇 가지 철칙을 고수한다. 첫째, 반드시 마음에서 우러나 사랑할 수 있는 시계를 구입한다. 유행은 언제든 사라지지만 진정한 애정은 지속되기 때문이다. 둘째, 언제나 품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라. 셋째, 희소성과 출처는 반드시 이해하고 확인할 것. 넷째, 공부를 멈추지 마라. 블로그, 포럼, 서적, 그리고 스위스의 시계 박물관을 방문해라. 다섯째, 신뢰할 수 있는 딜러와 수집가와의 관계를 소중히 하라. 수집은 결국 사람의 일이며, 그 안에는 윤리와 책임이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퀄리티, 퀄리티, 퀄리티’다. 파텍필립 퍼페추얼 캘린더 문페이즈 Ref. 1526 체인이 달린 파텍필립 포켓 워치 Ref. 844 퍼페추얼 캘린더 미닛 리피팅 화이트 골드 시계를 막 수집하기 시작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참고서가 있다면. 입문자들에게는 몇 가지 훌륭한 참고서를 소개하고 싶다. 까르띠에에 대해 알고 싶다면, 1990년대 초, 내 친구인 네그레티 지암피에로(Negretti Giampiero)와 바라카 제이더(Baracc Jader)가 공동 저술한 『르 땅 드 까르띠에(Le Temps de Cartier)』를 추천한다. 오리지널 아카이브 이미지와 도면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 마르코 리숑(Marco Richon)의 『오메가, 시간을 따라가는 여정(Omega, A Journey Through Time)』은 오메가의 역사를 조망하는 훌륭한 자료다. 푸치 파파레오(Pucci Papaleo)의 『얼티메이트 롤렉스 데이토나(Ultimate Rolex Daytona)』와 기스버트 L. 브루너(Gisbert L. Brunner)의 『더 워치 북 롤렉스(The Watch Book Rolex)』도 각각의 브랜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책들이고,니콜라스 폴크스(Nicholas Foulkes)가 쓴 『파텍필립, 공식 전기(Patek Philippe, Authorized Biography)』도 읽어볼 만하다. 웹사이트로는 호딩키(Hodinkee), SJX, 레볼루션(Revolution), 어 컬렉티드 맨(A Collected Man)이 시계 문화 콘텐츠를 다루는 뛰어난 플랫폼이다. 인스타그램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디지털 시계 문화와 오프라인 시계 문화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는지. 나는 사진을 좋아해서 인스타그램 초창기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요즘은 나의 컬렉션 중 특별한 시계를 소개하거나, 내가 집필한 빈티지 워치 관련 서적을 알리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웹은 가상 공간이다. 시계의 진짜 매력은 손으로 직접 만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에서 비롯된 이야기에 있다. 진짜 수집은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다. 독립 시계 브랜드에 대한 평가도 궁금하다. 최근에는 아노마 워치 같은 신생 브랜드의 시계도 구입했다고 들었다. 독립 브랜드는 시계 시장에 신선한 공기와 창의성을 불어넣는 존재다. 무엇보다 수집가는 직접 창립자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공방을 방문해 자신이 주문한 시계의 제작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그 감각은 현대미술 수집과 매우 유사하다. 작가와의 관계를 통해 작품을 이해하고, 그 문맥까지 몸소 품게 되는 것이다. 이 밀도 높은 관계야말로 오늘날 수집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다. 2018년 필립스 경매에서 화이트 골드 ‘유니콘’ 데이토나 Ref. 6265를 전액 자선 목적으로 출품한 일이 화제가 되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그 시계는 오래전 한 경매 하우스를 통해 개인적으로 구입한 후 직접 복원한 작품이다. 오직 자선이라는 목적만으로 경매에 출품했다. 어떤 시계는 평생 간직하는 반면, 어떤 시계는 언젠가 되팔기도 한다. 그 기준은 무엇인지. 나의 컬렉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나의 수집 방식도 점점 발전해 이제는 ‘세트, 유형, 테마’별로 수집을 이어가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소장한 시계 대부분은 한 번도 착용해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요즘은 아르데코 시대의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파텍필립, 오데마 피게,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 까르띠에 같은 브랜드의 포켓 워치들이다. 포켓 워치는 결코 구시대 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현대 수집가들 사이에서 기계식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대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시계들은 창조적 움직임의 산물이고, 역사적 예술품이다. 촉각적으로 시계학을 탐험할 수 있는 대상이다. 일상에서 포켓 워치를 사용하는 수집가는 많지 않지만, 수집 여부와 관계없이 그 정교한 구조와 심미적 감각 덕분에 새로운 세대들에게 ‘기계식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훌륭한 수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수집은 직업이 될 수도 있고, 취미가 될 수도 있다.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어떤 수집가가 되고 싶은지 물어보는 일이다. 나는 시계를 돈벌이 수단으로 사지 않는다.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흔하지 않고 진정한 가치를 지닌 시계들로 컬렉션을 완성하는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위대한 수집가’란 어떤 사람인지. 위대한 수집가는 뛰어난 절제력과 집중력을 지닌 사람이다. 희소성과 출처가 뚜렷한 시계에만 집중해야 한다. 지식과 취향은 물론 중요하지만, 학문적으로 진정한 권위자가 되기 위해서는 체계성과 자기 관리도 필수다. 진정한 수집가의 사명은 다음 세대의 시계 애호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일이다. 내가 역사 속에서 존경하는 수집가로는 존 피어폰트 모건(John Pierpont Morgan)과 헨리 그레이브스 주니어(Henry Graves Jr.)다.

  • 훌륭한 시계 수집가의 기준 - 알프레도 파라미코

    THE STANDARDS OF WATCH COLLECTOR 수집의 대가들이 모였다. 시계를 모으다 보면 자연스레 목표가 생기기 마련이다. 흥미로운 점은, 서로 다른 테마와 취향으로 시작한 수집가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비슷한 방향으로 수렴해 간다는 것이다. 와 인터뷰를 나눈 존 골드버거와 알프레도 파라미코는 업계에서 세계 수집가들이 꿈꾸는 ‘성배 시계’를 다수 보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그 위대한 컬렉션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만약 당신이 오랜 시간 시계 수집의 여정을 걸어온 애호가라면, 시계 업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이들의 수집 철학과 깊이 있는 조언에 귀 기울여보는 것도 좋다. ALFREDO PARAMICO ON THE STANDARDS OF WATCH COLLECTOR “유행이나 일시적인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시계가 시장에 나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태도가 구매자와 수집가를 구분 짓는 기준이라 생각한다.” 시계 수집가 알프레도 파라미코 테오 오프레 투르비용 어 파리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현재는 미국 마이애미에 거주하고 있는 시계 수집가이자 투자자 알프레도 파라미코(Alfredo Paramico)다. 수십 년간 희귀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계를 수집해왔는데, 특히 빈티지와 네오 빈티지 시계에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다. 장인들의 손길이 깃든 제작 기법, 시계가 담고 있는 역사, 그리고 시장 트렌드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왔고, 이 열정을 전 세계 애호가들과 나누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투자은행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고 들었다. 이러한 경력이 시계 수집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투자은행가로서의 경험은 시계 수집에 대한 나의 관점을 더욱 넓혀주었다. 희소성과 가치,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의미를 평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시계에 대한 열정은 어릴 때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작고 묵직한 물건을 좋아했다. 나에게는 그런 물건이 주는 안정감과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다는 감정적 연결이 중요했다. 금융 분야에서의 전문성은 시장과 가치에 대한 이해를 키워주었지만, 그보다 앞선 것은 시계를 향한 순수한 감정과 개인적 애정이었다. 자신만의 시계 취향이 있다면. 나는 선명한 컬러와 젬스톤 세팅이 어우러진 시계를 좋아한다. 내가 소장한 시계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시계사에서 가장 희귀하고 수요가 높은 작품이다. 물론 젬스톤은 시계의 유일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지만, 그보다 더 중시하는 것은 시계가 지닌 이야기와 희소가치다. 롤렉스 Ref. 6270, 화려한 젬세팅을 갖춘 파텍필립 화이트 골드 노틸러스와 Ref. 3974, 1931년에 제작한 까르띠에 플래티넘 점프 아워, 브레게 Ref. 3350 등 수많은 전설적인 시계를 소장하고 있다. 그 외에도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시계가 있다면. 언급한 시계들은 내 컬렉션 중 일부에 불과하다. 그 외에 소개하고 싶은 분야는 미닛 리피터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기술 중 하나면서도, 시계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는 놀라운 업적이다. 기술적 완성도와 영속적인 우아함 사이 균형을 보여준다. 내가 가장 아끼는 시계 중 하나는 파텍필립 Ref. 3974 플래티넘 모델이다. 착용 가능한 이상적인 사이즈에 복잡한 메커니즘을 담고 있고, 브랜드의 기계적 창의성과 비례감이 느껴진다. 파텍필립의 역사적 전환점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이런 시계야말로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본질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론진의 희귀한 스위스에어 시계를 소장하고 있는데, 이 시계를 어떻게 구입하게 되었는지. 나는 오래전부터 론진 시계 수집에 열정을 쏟아왔다. 덕분에 수집가들 사이에서 ‘미스터 론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스위스에어는 나에게 정말 특별한 시계다. 1950년대에 극소량 생산되어 론진의 항공 역사와 정밀한 타임키핑 기술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이 시계를 손에 넣기까지 수년간의 인내, 연구, 그리고 빈티지 론진 수집 커뮤니티 내에서 꾸준한 네트워킹이 필요했다. 단 1점의 시계를 통해 항공 산업의 황금기와 브랜드 유산을 직접 손목에 얹는 듯한 감동을 느낀다. 파텍필립 Ref. 3974 핑크 골드 브레게 숫자 (왼쪽부터) 까르띠에 점프 아워 플래티넘 워치1913년, 파텍필립 Ref. 1518 핑크 골드, 롤렉스 데이토나 Ref. 6270 제랄드 젠타 컴플리케이션 컬렉션 시계를 수집하며 겪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약 20년 전, 오랜 시간의 협상 끝에 마침내 꿈에 그리던 시계를 손에 넣은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바로 파텍필립의 스테인리스 스틸 Ref. 1518이다. 수많은 수집가들이 ‘성배 중의 성배’로 여기는 작품이다. 제네바 호숫가를 걷던 5월의 어느 저녁, 마침내 거래가 성사된 직후 느낀 설렘과 순수한 기쁨은 결코 잊을 수 없다. 오랜 시간 동안 인내하며 기다린 결정이 결실을 맺은 날이었기에 더욱 특별했다. 빈티지 시계를 구입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오리지낼리티’, 즉 시계가 원형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다. 무브먼트, 케이스, 다이얼까지 모든 부품이 중요하며, 특히 케이스의 상태는 자주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다. 과도하게 폴리싱한 케이스는 본래의 라인과 비율을 훼손해 시계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다이얼이 핵심이다. 이는 시계의 정체성과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며, 손대지 않은 오리지널 다이얼은 빈티지 시계의 ‘영혼’과도 같다. 복원된 다이얼은 경우에 따라 수집가 기준에서 무가치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빈티지 시계를 처음 구입한다면 충분한 공부와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시계의 컨디션과 희소성을 평가할 때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 케이스와 다이얼을 최우선으로 확인한다. 케이스가 골드나 플래티넘일 경우, 홀마크가 선명하게 남아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홀마크가 지워졌거나 희미해졌다면 과도한 폴리싱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구매를 피한다. 희소성에 대한 가치 판단 능력은 단기간에 익힐 수 없다. 오랜 시간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며, 생산 이력, 한정 수량, 고유한 디테일 등을 철저히 분석하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탐구 과정이야말로 빈티지 수집의 진정한 매력이기도 하다. 빈티지 시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시계 수집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매년 증가하는 반면, 상태가 좋은 빈티지 시계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손상되었거나 개인 컬렉션에 보관되어 시장에 나오지 않는 시계가 많아지면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이다.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제한되니 자연스럽게 가치가 상승한다. 특히 보존 상태가 우수하고 역사적 의미가 깊은 시계일수록 상승 폭은 더욱 크다. 시계의 소유자와 구매 이력을 디지털 시스템으로 기록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빈티지 시계 수집가로서 이런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예술 작품과 마찬가지로, 시계의 ‘프로비넌스(소장 이력)’는 그 자체로 가치의 중요한 축이다. 누가 소유했는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구입되었는지 아는 것은 물건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적 연결감을 형성한다. 디지털 기록 시스템은 다음 세대 수집가들에게 신뢰와 투명성을 제공하는 도구로, 시계의 가치 평가와 보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유명 수집가의 손을 거친 시계는 그 사람의 철학과 안목, 열정을 함께 간직하고 있기에, 이런 시스템은 시계업계에 긍정적인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수집가’와 ‘구매자’의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투자은행에 다니던 시절, 상사에게 가장 자주 들은 조언은 ‘성공의 열쇠는 집중력’이라는 것이었다. 이 조언은 시계 수집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진정한 수집가는 자신의 뚜렷한 목표나 테마에 집중하며, 이를 오랜 시간 동안 인내심 있게 추구하는 사람이다. 유행이나 일시적인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시계가 시장에 나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태도가 구매자와 수집가를 구분 짓는 기준이라 생각한다. ‘훌륭한 수집가’란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는지. 탁월한 시계 수집가는 여러 자질을 갖추고 있다. 우선 시계의 희소성과 중요성을 진심으로 감상할 수 있는 안목과 감성이 필요하며, 그 시계가 왜 특별한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시계의 상태와 희소성을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지식이 요구되고, 이는 오랜 시간에 걸친 연구와 경험을 통해서만 쌓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컬렉션을 구축할 때는 확고한 철학과 집중력, 그리고 인내심이 필요하다. 유행을 좇기보다는 자신만의 기준과 미학에 따라 긴 시간에 걸쳐 진정한 작품을 기다릴 줄 아는 자세가 탁월한 수집가를 정의할 때 핵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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