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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브뎃 레제피와의 인터뷰

  • bhyeom
  • 2일 전
  • 4분 분량

Interview with Xhevdet Rexhepi 제브뎃 레제피 하면 많은 이들이 ‘독창성’과 ‘창작의 에너지’를 떠올린다. 첫 시계로 세계를 사로잡은 그는 과연 어떤 세계관으로 시간을 해석할까.


제브뎃 레제피를 만난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는 천재적인 아티스트다”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예술 세계에 매료된 그는 탁월한 손재주로 파텍 필립 워치메이킹 견습 과정을 거쳐 2023년 브랜드를 창립해 스위스에 자신의 아틀리에를 열었다. 그의 시계를 정의하자면, 업계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독창적인 디자인과 시간 표시 방식이다. 이러한 제브뎃 레제피만의 표현법을 마주한 컬렉터는 하나같이 매혹될 수밖에 없다. 초침이 58초 만에 한 바퀴를 돌고, 매 회전 시 60초 지점에서 2초 멈추도록 설계된 메커니즘은 예측할 수 없는 그의 창의적 상상력을 반영하면서도, 전체적인 외관은 놀라울 만큼 미니멀하고 정제되어 있다. <GMT KOREA> 팀은 GPHG 시상식 기간 중 그의 아틀리에를 방문해 작업 환경과 제작 과정, 그리고 그의 첫 번째 시계 ‘미닛 이네르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그를 소개해 준 일본의 시계 수집가, 이케다 다케시와의 소중한 인연에 대한 대화도 빼놓지 않았다. 제네바 중심가 몽블랑 다리 인근에 자리한 그의 아틀리에는 그가 시계를 만들 때 머릿속에서 펼쳐졌던 상상의 조각이 그대로 실체화된 공간처럼 느껴졌다. 입구에는 마치 기차역 대기실을 연상시키는 좌석이 놓여 있고, 한 방의 벽면에는 그의 아이디어를 마인드맵처럼 펼쳐 놓은 스케치가 빼곡히 붙어 있다. ‘다이얼 콘셉트’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춰 무브먼트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어떤 스케치는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고, 또 어떤 스케치는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계속 덧붙여진다. 그는 평소 건축과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워치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6시 방향 스몰 세컨즈의 오픈워크 서브 다이얼을 통해 드러나는 벽돌 패턴의 브리지 역시, 건축적 모티브를 자신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대표적인 사례다. 첫 시계가 공개되자 전 세계 애호가들이 한눈에 반한 그의 시계. 그렇다면 이 시계를 만든 이 워치메이커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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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35세이며 워치메이커이자 아티스트다. 2023년에 내 이름을 딴 브랜드를 창립했다.

시계 제작자가 되기 전, 캐비닛메이킹을 했다고. 그 경험은 지금의 작업과 어떻게 연결되나?캐비닛메이킹은 내 첫 직업이다. 4년간 견습을 마쳤지만 일할 기회가 많지 않아 오래 이어가진 못했다. 이후 파텍 필립의 워치메이킹 견습을 시작했는데, 그때 캐비닛을 만든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두 분야 모두 섬세한 손의 제스처, 정교한 마감, 공예적 감각이 필요하다. 규모만 다를 뿐, 본질적인 감각은 매우 유사하다.

스스로를 ‘아티스트’라고 소개한 이유가 있나?

나는 시계를 ‘창작의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손으로 그리고, 구상하고, 직접 만들고, 기술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나는 워치메이커인 동시에 예술가라고 느낀다. 나의 작업은 ‘제작’보다는 ‘표현’에 가깝다.

본인의 브랜드까지 설립하기까지 중요한 전환점은 무엇이었나?10년 넘게 기술을 갈고닦았지만, 가장 큰 전환점은 ‘내 이름으로 된 시계’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순간이었다. 안전한 길에서 벗어나 스스로 도전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지만, 결국 그 결정이 커리어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게 했다.

워치메이킹 철학을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진정성.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것을 만드는 일. 스스로에게 엄격해지고, 모든 면에서 최고의 품질을 추구하는 것. 이 세 가지가 나의 워크플로의 중심이다.


미닛 이네르테(Minute Inerte)
미닛 이네르테(Minute Inerte)
미닛 이네르테(Minute Inerte)
미닛 이네르테(Minute Inerte)
미닛 이네르테(Minute Inerte)
미닛 이네르테(Minute Inerte)

미닛 이네르테

지름 38mm

케이스 플래티넘, 30m 방수

무브먼트 수동 와인딩 기계식 무브먼트, 69시간의 파워 리저브

다이얼 파스텔 블루 및 그린 계단형 다이얼

기능 시, 분, 초, 점핑 및 데드 비트 미닛

스트랩 가죽

점핑 미닛 메커니즘은 매우 독창적이다. 어떻게 탄생한 아이디어인가?

파텍 필립에서 견습할 때 매일 기차로 출퇴근했다. 스위스 기차역의 시계는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초침이 빠르게 한 바퀴를 돌고 2초간 멈춘 뒤, 분침이 점프한다. 그 움직임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눈을 뗄 수 없었고, 나의 시계에도 이 같은 감각을 담고 싶었다. 역사적으로도 흥미로운 방식이다. 전국 기차역의 시계를 정확히 동기화하기 위한 기술이었다.

구현 과정은 어땠나? 꽤 어려웠을 것 같다.

매우 어려웠다. 세 번 이상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던 중 프라하 여행에서 우연히 본 포켓 워치에서 힌트를 얻었고, 그 구조를 참고해 마침내 점핑 메커니즘을 완성할 수 있었다. 워치메이커라면 단순한 스리 핸즈를 아름답게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술적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닛 이네르테는 예술과 건축, 전통 워치메이킹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이는 시계 안에서 어떻게 표현되나?

케이스, 다이얼, 무브먼트의 기하학적 구성은 모두 건축 요소에서 차용했다. 키스톤, 교회나 모스크의 창문, 무브먼트의 페디먼트 등 다양한 건축적 디테일을 담았고, 색채는 예술적 감성을 반영했다. 여기에 전통적 워치메이킹 표현 방식도 균형 있게 더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예술가가 있나?

주로 건축과 음악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는다. 특히 에이셉 라키, B. B. 자크, 부바 같은 힙합 아티스트들은 나에게 늘 새로운 시각을 열어 준다.

일본 컬렉터 이케다 다케시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다케시는 나의 첫 고객 중 한 명이다. 언어가 달라 소통하기 어려웠지만 통역을 두고 화상으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가 쌓였다. 그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 직접 시계를 전달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새 모델 계획이 있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나의 목표는 12개의 서로 다른 모델을 만드는 것이며, 모든 모델에 ‘점핑 미닛’을 넣을 계획이다. 다음 모델들은 지금보다 더 복잡해질 수도 있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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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HG 2023에 출품한 이유가 궁금하다.

브랜드를 막 창립한 해였기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상도 받고 싶었다. 다만 당시 제출했던 시계는 아직 프로토타입 단계였고, 지금 생각해 보면 시기적으로 조금 이른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그 경험은 내게 큰 의미가 있었다. 결과와 상관없이 스스로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 주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더 명확하게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도전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이후의 작업은 더욱 단단해졌다. 지금은 그때의 선택도 나의 여정의 중요한 출발점이었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독립 워치메이킹의 여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2023년, 렌더링만 존재하던 상태에서 시계를 판매하기 시작한 순간이다. 완성형을 누구도 본 적이 없었기에 큰 압박이 있었지만, 믿고 구매한 분들이 있었기에 반드시 해내야 했다. 그 부담감이 오히려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고, 끝까지 몰아붙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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