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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미학, 감성이 어우러진 곳 F.P.Journe

  • bhyeom
  • 2일 전
  • 5분 분량

F.P.JOURNE where technology, aesthetics, and emotion coexist 기술과 미학, 감성이 어우러진 곳


18~19세기 시계 제작 정신은 이제 스위스에서 프랑수아-폴 주른의 시계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Chronomètre à Résonance  Ref. RQ
Chronomètre à Résonance  Ref. 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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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제작자들이 지켜온 것, F.P.Journe이 다시 일으킨 것

워치메이킹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클락메이킹’, 즉 시계탑과 같은 정밀 시계를 통해 공동체의 시간을 측정하던 전통이 있다. 해시계, 물시계, 모래시계에서 시작된 인간의 시간 장치는 계산과 기하, 금속공예와 물리학의 원리를 해석한 작은 조각들이었고, 광장 한가운데 솟은 시계탑에서 울리던 종소리와 시간의 논리는 태엽과 기어, 도르래와 이스케이프먼트의 체계를 거쳐 마침내 손목 위로 옮겨 왔다.이 휴대 가능한 ‘작은 기계식 물건’이 더욱 정확하고 복잡한 기능을 담아내도록 길을 연 이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이름이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다. 브레게는 베르사유에서 견습 생활을 시작한 후 장-앙투안 레핀(Jean-Antoine Lépine)과 페르디낭드 베르투(Ferdinand Berthoud) 같은 파리의 주요 장인들에게 영향을 받았고, 기요셰 다이얼, 브레게 핸즈, 브레게 숫자라는 자신만의 고유의 디자인으로 오늘날 기계식 시계의 대부분이 따르는 기술과 미학의 기준을 확립했다. 공 스프링을 이용한 리피터, 촉감만으로 시간을 읽는 몽트르 아 탁트, 회전하는 케이지로 정밀성과 시각적 경이를 모두 겸비한 투르비용까지, 그의 발명은 기능적 매력은 물론 감동을 설계한 예술이었다. 18세기 말 활약한 또 다른 프랑스의 거장 시계학자 앙티드 장비에(Antide Janvier)는 천문과 역법, 정밀도의 영역에서 기술 혁신을 이끌었다. 그는 공진(같은 진동수의 외력이 작용할 때 진폭과 에너지가 커지는 현상) 원리를 시계 제작에 최초로 응용한 인물로, 태양계의 운동을 구현한 플라네타리와 복잡한 천문 및 역법을 통해 시간, 기계, 천문학을 하나로 융합한 ‘기계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의 연구와 철학은 현대 워치메이킹에도 깊은 영감을 남겼다. 이들이 일구어낸 시계 제작의 황금기는 프랑스 시테섬(-de-la-Cité)의 도팽 광장(Place Dauphine)에서 절정을 맞았고, 그 정신을 후대에 유산처럼 남겼다.


현대에 이르러 그 유산을 21세기의 기술과 감각으로 되살린 인물이 프랑수아-폴 주른이다. 그는 현대 워치메이킹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다. 그가 1999년 F.P.Journe 메종을 스위스 제네바에 세운 지 25년 남짓이 된 지금, 여전히 연간 생산량을 1000피스 미만으로 제한하며 ‘적을수록 더 정밀하고, 더 진실하다’는 태도를 고수한다. 그럼에도 그의 시계는 출시 전부터 수집가들의 대기 명단을 채우고, 초기작에서 현행까지 경매와 아카이브에서 파텍 필립 같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제조업체 중 하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으로 거론된다.프랑수아-폴 주른의 여정은 프랑스 남부의 마르세유에서 시작된다. 1957년생인 그는 10대 시절 파리의 시계 복원가였던 삼촌의 공방에서 고전 시계들을 직접 손으로 체득했다. 브레게와 장비에, 조지 대니얼스의 정신을 복원과 연구를 통해 이해한 그는 투르비용과 레몽투아 데갈리테(Remontoir d'Égalité) 같은 18~19세기 발명을 손목시계로 옮기겠다는 비전을 평생의 목표로 삼았다. 1980년대 주문 제작으로 쌓은 기술 감각은 1991년 첫 투르비용 손목시계 프로토타입, 그리고 1999년 매뉴팩처 설립으로 이어진다.


Chronomètre à Résonance  Ref. RQ
Chronomètre à Résonance  Ref. RQ
Chronomètre à Résonance  Ref. 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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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미터 아 레조낭스 Ref. RQ

지름 40mm 또는 42mm

케이스 950 플래티넘 또는 18K 6N 골드

무브먼트 18K 로즈 골드로 제작한 칼리버 1520, 42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듀얼 디스플레이(24시간 아날로그 및 12시간 아날로그),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다이얼 화이트 골드 또는 핑크 골드



Invenit et Fecit—내가 발명했고, 내가 만들었다

수집가가 시계를 고를 때든, 전문가가 콩쿠르에서 최고의 시계를 평가할 때든, 최종적인 결정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감정’이라고 말한다. 이성보다 먼저 마음이 향하는 시계, 수많은 고민 끝에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전율과 감동을 잊지 못해 손이 가는 시계. 그것이 진정한 선택의 이유다.프랑수아-폴 주른은 바로 그 ‘감정의 언어’를 이해하는 워치메이커다. 수십 년간 시계 제작에 몸담아온 이 장인은 근대 워치메이킹의 기틀을 세운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정신을 계승하며, 21세기의 기술과 감성으로 이를 되살렸다. 초기 작품부터 무브먼트, 케이스, 핸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그의 방식은 장인으로서의 신념을 온전히 드러낸다. 그래서 F.P.Journe의 시계는 그 어떤 레퍼런스라도, 처음 마주한 순간 단번에 감정의 심지를 밝히는 힘을 지닌다.다이얼에 당당히 새겨진 라틴어 문구 ‘Invenit et Fecit(내가 발명했고, 내가 만들었다)’는 그 철학을 가장 간결하고 명료하게 보여준다. 설계부터 가공, 조립과 마감까지 모든 과정에 ‘작가성’과 장인 정신이 담겨 있다. 초기 레조낭스 역사에서 희귀한 모델로 꼽히는 ‘크로노미터 아 레조낭스 서브스크립션 No. 2’가 2025년 필립스 경매에서 3,327,000스위스 프랑(약 61억 원)에 낙찰된 사례처럼, 주른의 작품들이 경매장에서 연이어 주목받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예술의 세계에서 위대한 생존 작가의 작품이 더 큰 주목을 받듯이, 워치메이커로서 발전을 거듭하는 주른의 시계들이 시계 애호가는 물론 고귀한 작품을 수집하고자 하는 깊은 안목을 지닌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한정 에디션이든, 서브스크립션 모델이든, 이렇게 완성된 그의 시계는 기술과 감성의 밀도를 동시에 높인다. 이로 인해 오늘날의 문화와 테크놀로지 신을 이끄는 인물들조차 기계적 논리와 순수한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그 지점에서 그의 시계를 발견하고, 그 정제된 감성에 깊이 매료된다.


Chronomètre à Résonance  Ref. RQ
Chronomètre à Résonance  Ref. RQ
지난 2025년 11월 필립스 경매의 10년간의 경매 역사를 기념하는 특별 경매 ‘Decade One’에 출품된 2000년 버전의 F.P.Journe 크로노미터 아 레조낭스 ‘서브스크립션’ No. 2.
지난 2025년 11월 필립스 경매의 10년간의 경매 역사를 기념하는 특별 경매 ‘Decade One’에 출품된 2000년 버전의 F.P.Journe 크로노미터 아 레조낭스 ‘서브스크립션’ No. 2.

천 번의 실험이 만든 완전한 공진, 그리고 F.P.Journe으로 이어지는 혁신

공진 시계의 제작은 극도로 까다로운 작업으로, 시계사 전반에서 대부분의 시도가 실험 수준에 머물렀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동일한 주파수를 지닌 두 진동체가 서로의 리듬에 동조하는 ‘공진 현상’을 연구했다. 그는 처음엔 두 개의 밸런스 휠을 갖춘 시계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했지만, 수많은 실험 끝에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실험은 이를 1000번 이상 증명했다’라고 기록했다.공진 현상은 네덜란드의 과학자이자 발명가 크리스티안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가 처음 관찰했으며, 그는 세계 최초의 진자 시계(1656년)와 함께 플랫 밸런스 스프링(1675년)을 개발했다. 이후 프랑스의 앙티드 장비에가 공진 클락을 제작하며 그 원리를 이어갔다. 공진의 역할은 두 진동체가 에너지를 교환하며 서로의 오차를 상쇄하는 데 있다. 단, 두 진동체가 거의 완벽히 동일한 주파수로 정밀하게 조정되어야 한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개발한 공진 포켓 워치에 대해 그는 “두 밸런스의 하루 오차가 20초를 넘으면 공진이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이처럼 최상의 정밀성과 물리학적 이해가 요구되는 공진 시계는 오랜 세월 동안 오직 소수의 장인만이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브레게 이후 이 원리를 완전히 구현한 현대 인물은 사실상 프랑수아-폴 주른이 유일하다. 그는 2000년 크로노미터 아 레조낭스(Chronomètre à Résonance)를 공개한 이래 여러 버전을 선보였다. 첫 모델은 서브스크립션 방식으로 제작되었고, 2001년 정식 컬렉션에 편입되었다. 이후 18K 로즈 골드 무브먼트와 루테늄 다이얼, 2010년 디지털 인디케이터, 2019년에는 12시간과 24시간 표시를 결합한 모델이 등장했다. 하지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의 공진 연구는 훨씬 이전에 실험용 프로토타입 제작으로 시작되었다.2020년형 레조낭스는 기존 모델과 외관상 유사하지만 구조에는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12시 방향에 있던 크라운이 2시로 이동해 4시 크라운과 균형을 이루며 다이얼의 대칭성을 유지하고, 향상된 인체공학 설계를 제공한다. 2시 크라운은 와인딩과 시간 설정용이며, 회전 방향에 따라 좌우 다이얼 시간을 각각 조정한다. 4시 크라운은 두 초침을 동시에 리셋한다. 다이얼 중앙의 디퍼렌셜 휠은 메인 스프링의 에너지가 두 기어 트레인으로 분배되는 과정을 시각화한다. 기존의 두 배럴은 단일 배럴로 통합되어 로즈 골드 메인 플레이트 아래에서 중앙의 디퍼렌셜을 통해 동력을 고르게 전달한다.프랑수아-폴 주른은 여기에 레몽투아 데갈리테(Remontoir d’Égalité)를 더했다. 각 기어 트레인에 1초 간격으로 재충전되는 이 장치는 메인 스프링 장력이 약해져도 진동 폭을 일정하게 유지해 정확성과 안정성을 높인다. 이 중력 레몽투아의 개념은 1595년경 스위스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 워치메이커 요스트 뷔르기(Jost Bürgi)가 고안하고, 이후 영국의 워치메이커 존 해리슨(John Harrison)이 스프링형으로 발전시켰다. 공진 시계처럼 두 밸런스의 진폭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구조에 필수적인 장치다.덕분에 F.P.Journe의 공진 시계는 한층 정밀하고 안정적이다. 다만 파워 리저브는 약 42시간이며, 그중 28시간만 완전한 등시성이 유지된다. 이후에는 레몽투아 스프링이 풀려 일정 토크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브레게와 장비에가 그랬고, 에드몽 예거가 프랑스 주얼러와 스위스 매뉴팩처를 잇는 다리가 되었듯, 현대 독립 시계 제작자들은 전통의 맥락에서 시계 제작 역사를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세우고 있다. 그 흐름의 선봉에 서 있는 인물 가운데 하나가 프랑수아-폴 주른이며, 그의 다이얼에 새겨진 세 단어, ‘Invenit et Fecit’는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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