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시계 컬렉터, 이케다 다케시와의 인터뷰
- bhyeom
- 49분 전
- 4분 분량
Takeshi Ikeda, independent watch collector
일본 시계 컬렉터 이케다 다케시와 다시 만났다. 독립 시계 제작자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그들의 철학을 깊이 탐구하는 그의 수집 세계에는 소유 이상의 특별한 가치가 있었다.
일본 오사카에서 <GMT KOREA>가 발견한 숨은 보석, 이케다 다케시를 두 번째로 만났다. 독립 시계 브랜드를 특히 사랑하는 그는 오히려 우리 팀에게 더 많은 지식과 영감을 제공하는 일본 수집가다. 최근에는 시몽 브렛, 제브뎃 레제피, 그리고 크리스티안 라스를 소개해 주며, 그들이 지닌 진정한 워치메이킹 철학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여러 독립 워치메이커와 인터뷰가 가능했던 것도 그의 덕분이었다. 이케다가 시계를 수집하는 과정에는 구매 이상의 의미가 있다. 워치메이커의 삶과 철학을 한 땀 한 땀 탐구해 가는 여정을 즐기는데, 한 워치메이커는 “나는 이케다를 통해 일본의 장인 정신을 배웠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각 제작자와의 교감을 통해 그들이 걸어온 길과 시계에 담긴 세계를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배움에서 그는 가장 큰 설렘을 느낀다. 이번 만남에서는 지난 인터뷰에서 그가 ‘가장 소개하고 싶은 독립 브랜드 시계’로 꼽은 크리스티안 라스의 신작을 직접 언박싱했다. 이케다가 감동받았던 크리스티안 라스와의 이야기를 비롯해, 새로운 시계를 마주한 그의 생생한 인상과 감정을 함께 전달하고자 한다.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다. 지난번 인터뷰 때 느꼈지만, 시계 커뮤니티에서 이케다 다케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GMT KOREA> 독자를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다시 부탁한다.
이렇게 두 번째로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다. 시계를 향한 우리의 공통된 사랑을 통해 인연을 이어가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하다. 나는 독립 시계 제작과 역사를 지닌 타임피스에 애정을 느끼는 컬렉터다. 독립 시계 제작자의 작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점은 창작자와의 ‘친밀함’이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생각, 철학, 그리고 개성을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수집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오늘은 직접 구입한 크리스티안 라스 시계를 함께 언박싱하기로 한 날이다. 이전 인터뷰에서 크리스티안 라스를 ‘꼭 소개하고 싶은 독립 시계 제작자’ 중 한 명으로 꼽았는데, 그 이유가 있나?
그가 자신의 첫 번째 시계, 30CP를 어떻게 세상에 내놓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인상 깊었다. 그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던 중 우연히 시계 제작 과정을 접했고, 그때부터 시계의 세계에 빠졌다. 어느 날 지역 도서관에서 조지 대니얼스(George Daniels)의 저서 <워치메이킹(Watchmaking)>을 빌려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그 경험이 결국 그를 덴마크의 시계 제작 학교로 이끌었다. 그의 몰입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을 받았고, 그 진심 어린 열정이 나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크리스티안 라스의 작품에서 어떤 매력과 감동을 받았나?
그의 이력은 그 자체로 놀랍다. 코펜하겐 시청에는 300년 동안 단 0.4초의 오차만 허용하는 세계적인 정밀도의 ‘월드 클락(World Clock)’이 있는데, 그는 이 시계의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후 프랑스 워치메이커 비아니 할터(Vianney Halter) 밑에서 완전한 수제 시계 제작 기술을 배우며 진정한 장인의 길을 걸었다. 이후 필립 듀포(Philippe Dufour)의 아틀리에에서 몇 년간 근무하던 중, 듀포로부터 파텍 필립 박물관 채용 소식을 전해 듣고 약 10년 동안 그곳에서 복원 전문가로 일했다. 그 시절에 그는 5세기에 걸친 시계 제작의 역사를 직접 연구하며, 어떤 시계가 진정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는지 몸소 체험했다. 라스는 이것이 자신의 경력에서 가장 귀중한 배움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 특별한 여정을 걸어온 인물이 첫 시계를 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그 여정에 꼭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시계를 주문하고 얼마나 기다렸나?
내가 알기로 그는 1년에 약 5점 정도를 제작하며, 30CP의 총 생산 수량은 50피스로 한정되어 있다. 즉 완성까지 약 10년이 걸리는 셈이다. 나는 2022년 6월경에 주문을 넣었고, 약 3년을 기다린 끝에 시계를 받을 수 있었다.
크리스티안 라스가 다른 독립 시계 제작자들과 다른 점과 독자적인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라스를 처음 직접 만났을 때, 그가 여러 번 반복했던 한 단어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바로 ‘조화(harmony)’다. 그는 대화를 나누는 내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조화다”라고 말했다. 진정 편안하고 균형 잡힌 디자인의 조화 말이다. 5세기에 걸친 시계의 복원을 경험한 그는 비례감과 미학에 대한 비범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만들어내는 ‘조화’는 바로 그런 역사와 경험이 잘 어우러진 것이다. 그 점이 그의 작품을 매혹적으로 만드는 이유다.
크리스티안 라스의 아내이자 예술가인 하넬로어 라스(Hannelore Lass)는 다이얼과 무브먼트를 장식하는 정교한 핸드 인그레이빙으로 유명하다. 그의 인그레이빙이 시계 전체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
내가 받은 30CP는 오리지널 버전과 달리 로마숫자 다이얼을 적용한 커스텀 디자인이다. 직접 요청한 사양이었다. 나는 하넬로어 라스의 인그레이빙 예술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계를 원했기에, 그녀의 손길이 시계 전반에 스며들 수 있도록 부탁드렸다. 브랜드 로고와 인덱스 곳곳에서 느껴지는 수공 인그레이빙의 따뜻함과 깊이감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스럽다. 하넬로어의 장인 정신은 매우 탁월하다. 그는 과거 비아니 할터, 파텍 필립, 반클리프 아펠 등 명문 브랜드에서 인그레이빙 작업을 해왔고, 그 경험과 기술이 이번 작품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근 몇 년간 독립 시계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내에서 독립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인식은 어떠한가?
최근 몇 년 사이, 독립 시계 브랜드를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이벤트가 부쩍 많아졌고, 일본 내에서도 이러한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시계를 구입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시계 제작자나 그들의 소규모 팀과 직접 연락을 취하고 꾸준히 소통하며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작 수량이 극히 제한적이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해 줄 사람에게 전달하길 원한다. 그래서 요즘의 시계 제작자들은 누구에게 작품을 판매할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계를 수집하면서, 시계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느낀 적이 있나?
시계를 사랑한 지 어느덧 23년이 지났다. 그동안 다양한 모델을 경험하며 내 취향도 점점 변해왔다. 이제는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에 대한 감각이 훨씬 정제되었다고 느낀다. 결국 내가 끌리는 시계는 클래식한 요소를 지니면서도, 그 안에는 약간의 유머와 따뜻함이 스며 있고, 바라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 짓게 되는 시계다.
‘좋은 시계’란 무엇인지 정의해 본다면 어떤 의미인가?
참 흥미로운 질문이다. 나에게 좋은 시계란, 마음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시계다. 결국 시계는 ‘취미’의 영역이니까. 그래서 좋은 시계는 나에게 “그래, 바로 이거야. 정말 마음에 들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시계라고 생각한다.
요즘 특히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독립 시계 브랜드가 있다면?
변함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계 제작자는 여전히 제브뎃 레제피와 시몽 브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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