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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위블로 CEO 줄리앙 토나레
빅뱅 출시 20주년을 맞아 브랜드의 진화 과정, 강화된 시계 제작 DNA, 그리고 미래를 이끌어갈 주요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빅뱅은 작년에 20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빅뱅은 2004년, 크기, 형태, 그리고 전례 없는 소재로 현대 럭셔리 시계 제조에 혁명을 일으켰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센세이션을 일으켜 21세기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년간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제 위블로는 자체 제작 무브먼트인 유니코를 통해 인체 공학적 디자인을 개선하고, 마감을 향상, 다양한 사이즈를 추가하고, 원클릭으로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빅뱅 오리지널은 그 모든 것을 상징하고, 장-클로드 비버가 불어넣은 디자인의 강점을 간직하고 있기에 위블로 컬렉션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위블로의 시계 제작 DNA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지? 위블로는 소재 면에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브랜드이며, 마케팅에서도 전위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그렇다고 시계 제작에 대한 진정성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유니코와 메카-10(MECA-10) 칼리버에 더욱 집중하고, 새로운 무브먼트 개발을 지속, 최고 수준의 마감 처리와 시계 보증 기간 연장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제품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보증 기간을 연장했다. 이러한 모든 노력은 내년 겨울로 예정된 두 번째 매뉴팩처 오픈에 앞서 이루어지고 있다. 위블로는 시계 제작 분야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으며, 곧 자체 제작 무브먼트만을 사용하게 될 예정이다. 위블로만의 시계 제작 방식을 명확히 설명하고 그에 따른 신뢰를 얻어야 할 책임이 있기에 위블로는 앞으로도 높은 창의성을 유지하며 놀라움을 선사할 것이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를 통해 무엇을 얻고 있는지? 사람들이 위블로에 대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아쉬워하는지, 그리고 위블로에서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원천이다. 출장을 갈 때마다 위블로 팬들과 만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시장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모두 위블로의 놀라운 면모를 높이 평가한다. 또 이 만남을 통해 위블로의 시계 제작 방식을 설명하고 매뉴팩처에 방문하도록 초대하는데, 위블로의 제조 신뢰도와 고객 서비스 측면에서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훌륭한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대 시계 제조사의 수장들도 위블로가 시계 산업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하기에 위블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상황에서 위블로가 도약하기 위해 중요한 점은 무엇일지? 모든 요소가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가 이 요소들을 조화롭게 조율하는 일만 남았다. 빅뱅 20주년 기념과 동시에 2026년, 2027년, 2028년을 위한 계획 수립에도 심혈을 기울였고, 올해 그 결과물들이 출시될 뿐 아니라 새로운 마케팅 전략도 선보일 예정이다. 혁신의 동력을 더욱 강화하고, 시계 제작의 본질적인 가치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2026년은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 요소가 잘 통합된다면 위블로가 독보적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아름다운 클래식 하이엔드 브랜드가 있지만, 위블로는 하이엔드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면서도 재미있고 놀라운,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사파이어 글라스를 제작하는 브랜드가 얼마나 될까? 위블로는 오랫동안 자체 제작해왔으며, 이러한 노하우는 우리의 시계 제작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높여줄 것이다. 전임자들이 이뤄낸 훌륭한 업적을 계승하고, 위블로를 시계업계에서 매우 특별한 위치에 올려놓을 책임을 늘 생각한다.
- 파텍 필립의 레어 핸드크래프트란?
파텍 필립의 레어 핸드크래프트는 말 그대로 희귀하고 신비로운 영역에 속한다. 전통 공예 기술을 이어가는 장인이 많지 않은 데다 제작 수량까지 극히 제한적이어서, 이를 소유할 기회 역시 그만큼 드물다. 오랜 시간과 정성,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고난도 작업인 만큼, 파텍 필립은 전시를 찾은 이들에게 장인의 시연을 직접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방문객들은 단 한 번의 붓질과 인그레이빙만으로 결점 없는 완벽한 표현을 빚어내는 솜씨를 눈앞에서 경험한다. 올해 파텍 필립은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9일까지 1853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제네바 살롱에서 연례 전시 <레어 핸드크래프트(Rare Handcrafts)>를 진행했다. 20m가 넘는 금선과 48가지 에나멜 컬러, 다이아몬드와 컬러 스톤 세팅이 어우러진 ‘마코’ 돔 테이블 클록’을 비롯해 엄선된 65점을 선보여 많은 이들이 워치스 & 원더스 기간 중 이곳을 찾았다. ‘시계업계의 루브르 박물관’으로 불리는 제네바의 또 다른 전시 공간인 파텍 필립 뮤지엄은 500년에 걸친 압도적인 수의 걸작으로 채워져 있는데, 클루아조네 에나멜과 그랑 푀 에나멜, 미니어처 페인팅, 기요셰 같은 전통 공예 작품이 보존되어 있기에 메종의 <레어 핸드크래프트>를 이해하고 싶다면 다음 살롱의 전시가 시작되기 전 이곳을 찾아보길 권한다. 장식은 파텍 필립의 역사 초창기부터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1839년 앙투안 노르베르 드 파텍(Antoine Norbert de Patek)과 프랑수아 차펙(François Czapek)이 제네바에서 파트너십을 맺었을 당시 장식이 전혀 없는 포켓 워치를 제작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초기의 장식은 폴란드 전통에서 영향받은 정교한 인그레이빙으로 시작되었고, 곧이어 에나멜 장식이 등장했다. 이후 예술 사조의 걸작을 오마주한 디자인과 미니어처 초상화까지 발전하며 왕실 고객을 위한 수많은 작품이 제작되었다. 시계의 존재 이유를 또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는 파텍 필립의 장식 기법에는 대표적으로 인그레이빙, 에나멜링, 기요셰, 마키트리, 핸드 젬세팅 등 다양한 기술이 있다. 이제 그 고귀한 기법들을 살펴보자. 케냐의 검은관두루미 Ref. 982/115 백로의 초상 Ref. 995/143G-001 백로의 초상 Ref. 995/143G-001 MARQUETRY 마키트리 다양한 색조의 목재를 선별하고 절단해 하나씩 맞춰가며 이미지를 완성하는 장식 기법이다. 장인은 먼저 선 드로잉으로 구상을 잡은 뒤, 그 윤곽을 따라 목재를 잘라 형태를 완성한다. 파텍 필립에서는 본래 프레젠테이션 박스를 수놓던 이 기법을 과연 훨씬 작은 다이얼 위에서도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제기되면서 마키트리 시계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에 도전한 마키트리 장인이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이 바로 2008년 ‘케냐의 검은관두루미(Ref. 982/115)’다. 이후 여러 아름다운 피스에 같은 기법이 이어졌는데, 2년 뒤 공개된 두 번째 마케트리 타임 피스 ‘로열 타이거(Ref. 5077P)’ 손목시계와 ‘백로의 초상(Ref. 995/143G-001)’ 포켓 워치가 대표적인 예다. 돔 테이블 클록 ‘더 뮤즈스’ Ref. 20157M-001 돔 테이블 클록 ‘더 뮤즈스’ Ref. 20157M-001 ENAMELLING 에나멜링 수백 년이 흘러도 색이 바래지 않는 특성을 지녀, 보관만 제대로 한다면 그 시대 장인이 구사한 높은 수준의 에나멜링을 마주할 수 있다. 작품 하나를 위해 소성과 냉각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다루기 여간 까다롭지 않은 기술이지만,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미적 매력 덕에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사랑받는 기법으로 꼽힌다. 분쇄한 실리카와 금속 산화물을 섞은 페이스트를 금속 표면에 올린 뒤 약 850℃의 가마에서 여러 차례 구워 색채를 빚어내는 방식으로, 클루아조네와 샹르베, 파요네, 미니어처 페인팅 등이 대표적인 기법이다. 파텍 필립은 이 기술이 명맥을 잃지 않도록 꾸준히 생산을 이어온 명성 높은 메종 중 하나이며, 수준 또한 최고 난도에 이른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1950년대에 제작된 월드타임 Ref. 2523이다. 2026년 5월 9일부터 10일까지 제네바에서 열린 필립스(Phillips) 제네바 워치 옥션 XXIII에서 이 시계는 796만 1,000스위스프랑(한화 약 151억 원)에 낙찰되었다. 파텍 필립은 최고 수준의 에나멜 장인들과 손잡고 소수의 월드타임 시계에만 클루아조네 에나멜 다이얼을 적용해왔는데, 이 작품은 대륙의 형태와 국경, 해양을 모두 다이얼 위에 담아내야 했던 만큼 제작 난도가 한층 높았다. 한 시계 전문가는 이를 두고 ‘월드타임 메커니즘 자체도 뛰어나지만, 이 시계를 시계 제작의 예술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바로 클루아조네 에나멜 다이얼’이라고 평했다. 파텍 필립 노틸러스 오뜨 주얼리 Ref. 7118/1450G 파텍 필립 노틸러스 오뜨 주얼리 Ref. 7118/1450G 파텍 필립 아쿠아넛 루체 Ref. 5260/1455R-001 GEM SETTING 젬 세팅 다이얼과 케이스, 베젤, 브레이슬릿 등에 보석을 세팅해 타임피스를 장식하는 기술이다. 보석 세터는 각 스톤의 광채가 최대한 살아나도록 하나하나 배열하며, 모든 과정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워치메이킹에서는 울트라-신 무브먼트나 소재 특성 등 구조적 제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파텍 필립의 ‘아쿠아넛 루체(Ref. 5260/1455R-001)’는 이러한 젬 세팅의 정수를 보여주는 오뜨 주얼리 미닛 리피터로, 다이얼에 130개의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고 베젤과 케이스 측면, 브레이슬릿에는 779개의 멀티컬러 바게트 컷 사파이어를 어우러지게 배열해 다이얼 위에 아름다운 무지개를 그려낸다. 파텍 필립 레이디스 미닛 리피터 Ref. 7040/250G 파텍 필립 레이디스 미닛 리피터 Ref. 7040/250G 파텍 필립 레이디스 미닛 리피터 Ref. 7040/250G GUILLOCHÉ 기요셰 로즈 엔진 같은 전통 기계로 금속 표면에 미세한 직선 또는 곡선 패턴을 새겨 넣는 장식 기술이다. 깊이 약 0.03~0.04mm의 정교한 홈이 반복 패턴을 형성하며, 다이얼이나 무브먼트에 깊이와 빛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19세기에 크게 발전했으며, 한때 사라질 위기에 놓이기도 했으나 최근 부활했다. 2021년에 출시한 파텍 필립 Ref. 7040/250G는 로즈 엔진으로 새긴 기요셰 위에 반투명 블루 에나멜을 입힌 플랭케(Flinqué) 기법으로 완성되었다. 중심에서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소용돌이 형태의 기요셰로 최근 메종이 선보인 가장 인상적인 복합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스카이 문 투르비용 6002R-001 스카이 문 투르비용 6002R-001 골든 엘립스 Ref. 5738/51G-001 ENGRAVING 인그레이빙 뷰린(burin)이라는 조각 도구를 사용해 금속 표면을 직접 조각하는 수작업 장식 기법이다. 장인은 현미경 아래에서 작업하며 빛의 반사를 이용해 입체감 있는 장식을 완성한다. 금속에 단 한 번의 터치로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수년에 걸쳐 기술을 연마한 장인만이 다룰 수 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과정에는 종종 조각가의 혼이 깃든다고들 표현한다. 파텍 필립에서 인그레이빙은 다른 장식 기법을 한층 돋보이게 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맡는다.
- 스포츠 엘레강스의 기원
올해 파텍 필립 노틸러스가 탄생 50주년을 맞았다. 디자인의 순수성과 구조적 아이덴티티, 그리고 얇은 케이스 비율이라는 핵심 요소에 집중하는 브랜드 정체성과 결을 맞춘 결과물을 선보였다. 노틸러스 Ref. 5810/1G-001 노틸러스 Ref. 5810/1G-001 노틸러스 Ref. 5810/1G-001 지름 41mm 케이스 화이트 골드 무브먼트 오토매틱 칼리버 240, 약 48시간 파워 리저브 다이얼 선버스트 블루 기능 시, 분 스트랩 화이트 골드 브레이슬릿 Nautilus 노틸러스 탄생 50주년 1976년 탄생한 노틸러스는 럭셔리 시계에 스틸을 도입하고, 원형도 사각형도 아닌 독특한 팔각형 베젤 구조를 통해 기존 규범을 뒤흔든 모델이다. 선박의 현창(porthole)에서 영감받은 케이스 구조는 방수 성능을 위한 기술적 해석에서 출발해, 폴리시드와 새틴 브러시드 마감의 대비, 그리고 케이스와 일체화된 브레이슬릿을 통해 ‘스포티 엘레강스’라는 개념을 확립했다. 50주년을 기념해 공개된 신제품은 총 네 가지로, 모두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간결한 시간 표현의 미학, 점보 41mm 화이트 골드 케이스의 ‘점보’ 모델 두 가지(Ref. 5810/1G-001, 5810G-001)는 시계 애호가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 모델이다. 시·분만 표시한 기본에 충실한 기능은 노틸러스 본연의 디자인 언어에 집중한다.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하고 베젤의 기하학, 수평 엠보싱 다이얼, 그리고 얇은 케이스 라인을 강조했다. 특히 두께 6.9mm의 슬림 프로파일은 착용감과 시각적 균형을 완벽하게 조율했다. 1977년 처음 등장한 초박형 자동 칼리버 240은 이번 에디션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았고, 22K 골드 미니 로터에는 ‘50 1976–2026’ 각인을 더해 상징성을 강화했다. 이는 역사적 연속성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노틸러스 Ref. 5610/1P-001 노틸러스 Ref. 5610/1P-001 노틸러스 Ref. 5610/1P-001 노틸러스 Ref. 5610/1P-001 지름 38mm 케이스 플래티넘 무브먼트 오토매틱 칼리버 240, 약 48시간 파워 리저브 다이얼 선버스트 블루 기능 시, 분 스트랩 플래티넘 브레이슬릿 38mm, 애호가를 위한 새로운 선택지 38mm 플래티넘 모델(Ref. 5610/1P-001)은 ‘미디엄 사이즈’의 귀환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1980년대 노틸러스의 중형 모델을 계승하는 이 버전은 동일하게 시·분 표시만 유지하며, 케이스 하단 측면에 잘 드러나지 않도록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플래티넘 모델임을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노틸러스 데스크 클락 Ref. 958G-001 노틸러스 데스크 클락 Ref. 958G-001 노틸러스 데스크 클락 Ref. 958G-001 노틸러스 데스크 클락 Ref. 958G-001 지름 50.65mm 케이스 화이트 골드 무브먼트 매뉴얼 칼리버 31-505 8J PS IRM CI J, 약 192시간 파워 리저브 다이얼 선버스트 블루 기능 시, 분, 초, 날짜, 요일,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Nautilus Desk Clock 유니크 피스의 운명, 노틸러스 데스크 클락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이례적인 존재는 데스크 클락(Ref. 958G-001)이다. 노틸러스가 처음으로 손목을 벗어나 테이블 위로 확장된 사례로,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오브제로 재해석했다. 8일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하는 수동 칼리버를 장착하고, 날짜·요일·파워 리저브 표시를 포함해 기능적 확장도 이루었다. 동시에 힌지 구조를 활용해 스탠드 역할까지 수행하도록 설계한 점은 기능과 형태의 결합이라는 노틸러스의 철학을 다른 방식으로 드러낸다. 이 시계는 마치 이번 워치스 & 원더스의 유니콘과 같은 존재로 바이어와 프레스, 일반 대중에게까지 열광적인 피드백을 이끌어냈다. 50주년을 맞아 스포츠 엘레강스의 상징인 노틸러스를 화이트 골드, 플래티넘 같은 고귀한 소재를 통해 리미티드로 선보인 것은 수집가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기회다. 디자인, 기술, 역사라는 트라이앵글이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완벽하게 한다. 사실 이번 50주년 컬렉션에 대해 긴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파텍 필립 부스에서 터치 & 필 세션을 통해 만나 본 모든 컬렉션의 마감, 비례감, 컬러의 예리한 안정적인 완성도는 지면으로 전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독자들이 기다리는 파텍 필립의 노틸러스 외에 2026년 새로운 컬렉션과 레어 핸드 크래프트 전시에 대한 리뷰는 6월호에 다루기로 한다.
- 살아 움직이는 헤리티지, 파텍 필립
파텍 필립은 올해 전통적인 그랜드 컴플리케이션과 공예, 그리고 아이코닉 모델의 재해석을 하나의 흐름으로 완성해, 메종의 정체성이 얼마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지니고 있는지 표현했다. 셀레스티얼 선라이즈 앤 선셋 Ref. 6105G-001 셀레스티얼 선라이즈 앤 선셋 Ref. 6105G-001 셀레스티얼 선라이즈 앤 선셋 Ref. 6105G-001 지름 47mm 케이스 화이트 골드 무브먼트 오토매틱 칼리버 240 C LU LCSO, 최소 38시간, 최대 48시간 파워 리저브 다이얼 사파이어 크리스탈 기능 시, 분, 일출, 일몰, 문 페이즈 스트랩 블랙 폴리머 미학적 완성도를 담은 우주의 움직임 가장 처음 다룰 작품은 2026년 파텍 필립의 신제품 중 기술적으로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은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이다. ‘파텍 필립 셀레스티얼 선라이즈 앤 선셋 Ref. 6105G-001’은 천문학적 워치메이킹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모델로, 브랜드 최초로 일출과 일몰 시간을 표시하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손목시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5년 이상의 개발과 6건의 특허를 통해 완성한 칼리버 240 C LU CL LCSO는 별의 움직임, 달의 위상, 그리고 천구의 회전을 실시간으로 구현하고, 서머타임과 윈터타임 전환 시 시간 및 관련 표시를 함께 보정하는 특허 시스템도 적용했다. 시간 측정을 넘어 우주를 손목 위에 재현하는, 천문학과 워치메이킹을 시적으로 결합한 모델이다. 47mm 사이즈임에도 실제로 기능에 비추어 사이즈는 적절하다는 평이다. 칼라트라바 알람 Ref. 5322G-001 칼라트라바 알람 Ref. 5322G-001 칼라트라바 알람 Ref. 5322G-001 지름 41mm 케이스 화이트 골드 무브먼트 오토매틱 칼리버 AL 30-660 S C, 최소 42시간, 최대 52시간의 파워 리저브 다이얼 블루 그레인 래커 기능 시, 분, 초, 일, 알람 스트랩 네이비 블루 패브릭, 베이지 레더 시계 고유의 전통을 이어가는 칼라트라바 알람 칼라트라바 알람 Ref. 5322G를 통해 알람 기능을 현대적인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으로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24시간 알람과 날짜 표시를 결합한 모델로, 전통적인 공(gong)을 사용하는 스트라이킹 메커니즘을 통해 시간 알림 기능을 한층 정교하게 구현한다. 화이트 골드 칼라트라바 케이스에 클루 드 파리 홉네일 기요셰 장식을 더하고, 블루 또는 그린 래커 다이얼을 완성했다. 12시 방향에는 알람 설정 시간과 온·오프 표시, 데이/나이트 인디케이터를 배치해 직관적이다. 새로운 셀프 와인딩 칼리버 AL 30-660 S C는 524개 부품으로 구성했다. 41mm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2시 방향 싱글 푸시 버튼이 특징이다. 큐비투스 퍼페추얼 캘린더 스켈레톤 Ref. 5840P-001 큐비투스 퍼페추얼 캘린더 스켈레톤 Ref. 5840P-001 큐비투스 퍼페추얼 캘린더 스켈레톤 Ref. 5840P-001 지름 45mm 케이스 플래티넘 무브먼트 오토매틱 칼리버 28-28 Q SQU, 최소 38시간, 최대 48시간의 파워 리저브 다이얼 블루 PVD 코팅, 스켈레톤 기능 시, 분, 퍼페추얼 캘린더 스트랩 코듀라 네이비 블루 텍스타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큐비투스의 등장 큐비투스 컬렉션 최초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인 Ref. 5840P-001 퍼페추얼 캘린더 스켈레톤은 시장이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버전이다. 최근 인터뷰에 따르면 파텍 필립의 CEO 티에리 스턴은 2024년 데뷔한 큐비투스를 발전시킨 이 모델에 대해 “이제는 나올 때가 되었고, 적절한 시기에 출시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퍼페추얼 캘린더 스켈레톤은 사각형 구조의 칼리버 28-28 Q SQU를 베이스로 삼아, 케이스와 무브먼트를 하나의 구조로 통합했다. 칼리버 자체의 형태를 스퀘어로 완성한 것이 새롭고 놀라운 점이다. 새 칼리버 28-28 Q SQU는 칼리버 240 Q를 기반으로 사각형 케이스에 맞춰 재구성했으며, 313개 부품으로 시, 분, 초, 날짜, 요일, 월, 문페이즈, 윤년 표시를 구현한다. 무브먼트는 로듐 도금의 모노크롬 톤으로 마감하고, 열처리 블루 스크루와 미니 로터의 칼라트라바 크로스 장식으로 포인트를 더했다. 대형 문페이즈 디스플레이와 45mm 플래티넘 케이스가 현대적인 존재감을 완성한다. 제네바 파텍 필립 부스의 터치 & 필 세션을 통해 실물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완벽한 그리드 패턴이다. 정교하게 완성한 그리드의 향연은 미학적인 매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스켈레톤 처리한 브리지와 플레이트는 기술적 복잡성을 드러내고 그래픽적인 미학을 완성한다. 물론 파텍 필립 특유의 정교한 마감을 더한 덕분에 강렬함이 우아함으로 승화된 것이리라. 노틸러스 Ref. 5810/1G-001 노틸러스 Ref. 5810/1G-001 노틸러스 Ref. 5810/1G-001 지름 41mm 케이스 화이트 골드 무브먼트 오토매틱 칼리버 240, 약 48시간의 파워 리저브 다이얼 선버스트 블루 기능 시, 분 브레이슬릿 화이트 골드 파텍 필립 노틸러스 5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 지난 호 기사에 노틸러스 50주년 컬렉션을 다루었지만, 올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컬렉션이기에 간략히 다시 한번 소개한다. 파텍 필립은 1976년 탄생한 노틸러스의 50주년을 기념해 네 가지 리미티드 에디션을 발표했다. 41mm 화이트 골드 점보 모델 Ref. 5810/1G-001은 브레이슬릿 버전으로 2000피스, Ref. 5810G-001은 네이비 블루 컴포지트 스트랩 버전으로 1000피스 제작한다. 두 모델 모두 시와 분만 표시해 오리지널 노틸러스의 순수한 디자인을 강조하고, 울트라-씬 셀프 와인딩 칼리버 240을 탑재한다. 38mm 플래티넘 Ref. 5610/1P-001 역시 2000피스 한정으로, 미디엄 사이즈 노틸러스의 계보를 되살린다. 여기에 화이트 골드 케이스의 노틸러스 데스크 워치 Ref. 958G-001도 함께 공개되어 컬렉션의 상징적 디자인을 색다른 형태로 확장했다. CEO는 워치스 & 원더스가 끝난 후 미디어 인터뷰에서 이 모든 에디션은 고객들을 위한 작품이며 본인이 착용하기보다는 오직 박물관을 위한 피스들만 보유할 계획이라고 밝혀 파텍 필립이 시계 애호가들에게 선사하는 신뢰에 대한 마음가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와 분 오토마통, ‘까마귀와 여우’ Ref. 5249R-001 시와 분 오토마통, ‘까마귀와 여우’ Ref. 5249R-001 시와 분 오토마통, ‘까마귀와 여우’ Ref. 5249R-001 지름 43mm 케이스 로즈 골드 무브먼트 오토매틱 31-260 PS HMD AU, 최소 38시간, 최대 48시간의 파워 리저브 다이얼 로즈 골드, 까마귀, 치즈와 여우 머리, 별로 표현한 시, 분, 초 기능 푸셔 작동 시 작동하는 오토마통 스트랩 브라운 앨리게이터 1958년 포켓 워치의 귀환, 오토마통 가장 예술적인 파텍 필립의 감각을 보여주는 컬렉션은 ‘까마귀와 여우’ 오토마통 워치 Ref. 5249R-001이었다. 장 드 라 퐁텐의 우화에서 영감을 받아 1958년 포켓 워치를 제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올해 파텍 필립 현대 역사상 최초의 오토마통 손목시계로 구현했다. 버튼 조작을 통해 시간 표시와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사용자가 2시 방향 푸시 버튼을 누르면 여우와 까마귀의 움직임을 통해 시와 분을 온디맨드 방식으로 표시한다. 여우는 앞발과 주둥이로 시간을 가리키고, 까마귀의 부리에 있던 치즈 모양 미닛 핸드는 아래로 떨어지며 분을 알린다. 18K 골드 다이얼 위에는 로즈 골드, 옐로 골드, 화이트 골드 아플리케를 수작업 인그레이빙으로 장식하고, 각 시계마다 150시간 이상의 공예 작업을 투입했다. 컴플리케이션과 레어 핸드크래프트를 결합한 작품이다. 워치스 & 원더스 기간 중 제네바 구 시가지에서 개최한 파텍 필립 레어 핸드 크래프트 전시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레어 핸드 크래프트 전시는 7월호에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 [인터뷰] 워치메이커 신 오노
일본 워치메이커 신 오노(Shin Ohno) 길을 걸으며 들리는 소리가 오케스트라처럼 들린다면, 그는 아마도 천재라 불리는 작곡가일 것이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고요한 산과 숲 속에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자연의 움직임과 소리를 예술 작품으로 옮기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바로 뛰어난 워치메이커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천재 중의 천재라 불리는 인물들이 있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브랜드를 열기 전부터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낸 이가 있는가 하면,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만의 경지를 개척하며 론칭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이도 있다. 2026년 F.P.Journe 영 탤런트 컴페티션 우승자로 선정된 일본의 워치메이커 신 오노(Shin Ohno) 는 이 두 유형을 모두 아우르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워치메이킹에 대한 남다른 감각과 확고한 소명을 발견했으며, 동시대의 뛰어난 워치메이커들을 등대 삼아 자신만의 기술을 갈고 닦아왔다. 나가노의 겨울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탁상시계로 전 세계 언론과 전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는 이제 자신의 브랜드와 함께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려 한다. 천재이자 노력형인 차세대 워치메이커 신 오노의 철학과 비전에 귀 기울여보자. 신 오노가 마이클 테이(Michael Tay)와 프랑수아-폴 주른(François-Paul Journe)으로부터 수상하는 모습. 어릴 때부터 시계 제작에 매료되었다고 들었다. 이를 진지하게 직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시점은 언제였으며,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 시계 제작에 매료되기 시작한 것은 15세 무렵 일본의 독립 시계 제작자 마사히로 키쿠노(Masahiro Kikuno)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접하면서부터였다. 본래 일본의 전통 기계 인형인 카라쿠리(からくり)의 정교한 메커니즘에 깊은 흥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그의 작품을 본 순간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이야말로 그러한 장인정신이 궁극적으로 진화한 형태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후 같은 세대의 일본인 워치메이커 노리후미 세키(Norifumi Seki)가 2020년 영 탤런트 컴페티션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동세대가 세계적인 무대에서 인정받는 모습은 내게 깊은 충격으로 다가왔고 나 역시 같은 도전에 나서야겠다는 열망이 비로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먼저 2026 F.P.Journe 영 탤런트 컴페티션 수상을 축하한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었다고 들었는데, 지난 1년 동안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개선했는지 궁금하다. 두 번째 도전을 준비한 1년 동안 창작 콘셉트의 심화와 사용자 경험의 정교함, 두 가지에 집중했다. 이전 출품작도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특정 풍경을 재현하는 데 머물렀고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초점이 흐릿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시각적 재현을 넘어 '고요함과 평온함'이라는 주제를 탐구하고자 했으며, 그 고요한 정적을 모든 디테일에 녹여내기 위해 끊임없이 다듬었다. 그리고 이전 작품이 미적 표현을 우선시한 나머지 실제 착용자의 경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도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람이 시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디자인과 복잡한 기능들이 하나의 일관된 목적 아래 통합되어 착용자의 경험을 진정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 수상작인 '후유게시키(Fuyu-Geshiki)'에 대해 자세히 소개 부탁한다. 나가노의 겨울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어떤 생각과 의도를 표현하고자 했나? 집 근처 산길을 걷다 작은 개울 앞에 멈춰 서 이를 바라보게 되었다. 맑게 흐르는 물과 그 조용한 존재감 속에서 형용하기 어려운 평온함을 느꼈고, 마치 영원히 바라보고 싶다는 감정이 밀려왔다. 그 순간 이 풍경을 시계 안에 재현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일었다. 언제든 손에 들거나 책상 위에 두었을 때 같은 평온함을 다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눈 덮인 풍경 속 개울은 겉으로는 단순하고 정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잡한 흐름과 소리, 바람과 새소리가 공존한다. 나는 바로 이 '표면적인 단순함'과 '내면의 복잡함'이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평온함이 탄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대비를 작품 안에 구현하고자 했다. 케이스와 브리지에는 차분한 외관과 마감을 적용하되 그 내부에서 움직이는 기어와 투르비용, 소네리 메커니즘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도록 설계한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시간을 소리로 표현하는 타종 메커니즘은 워치메이킹에서도 가장 어려운 분야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러한 복잡한 기능들을 하나의 작품에 통합하게 된 개인적인 동기나 철학이 있었나? 앞서 말씀드린 이유 외에도 독립 워치메이커로서 자신의 잠재력을 시험하기 위해 이러한 큰 도전이 필요했다. 프로젝트 초반에는 대회 출품 자체가 목표였기에 기능적인 부분에서 일부 타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출품 그 자체만을 목표로 삼으면 과정이 즐거움이 아닌 고통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타협으로 만들어진 작품에는 진정한 가치가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을 택하고 끝까지 나의 비전에 충실한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었다. 신 오노가 직접 설계한 후유-게시키(Fuyu-Geshiki) 총 395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후유게시키(Fuyu-Geshiki)는 그랑드 소네리, 프티트 소네리) 쿼터 리피터, 그리고 투르비용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작품의 제작 과정 전체가 일본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68개의 루비, 11개의 볼 베어링, 크리스털, 3개의 메인스프링, 그리고 헤어스프링을 제외한 모든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으며, 베이스 무브먼트 역시 사용하지 않았다. 현재 넓은 아파트의 가장 큰 방을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으며, 아래층 주민을 배려해 작업 중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주로 데스크톱 CNC 머신과 워치메이커용 선반을 활용한다. 설계부터 제작, 최종 조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완성하는 것이 나만의 방식이다. 그렇게 해야만 "이것은 내가 만든 작품이다"라고 진심을 담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무브먼트나 부품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나의 철학에 맞지 않으며, 모든 부품에 내 나름의 해석과 디자인을 담아 독창성을 추구하고자 한다.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가장 큰 어려움은 가공 정밀도와 차임, 두 가지였다. 센터 휠에는 아워 스네일, 쿼터 스네일, 서프라이즈 피스, 스타 휠 등 10개가 넘는 부품이 하나의 축 위에 적층되는 구조를 사용했는데, 처음에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각 부품에서 발생한 미세한 오차들이 누적되며 큰 문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부품의 제조 공정을 처음부터 재검토했고, 수많은 개선 끝에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작동을 구현할 수 있었다. 차임의 경우, 해머의 움직임과 공(gong)의 장착 방식, 형상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다. 책상 위에서 완벽하다고 느낀 소리가 실제로 손에 쥐는 순간 전혀 다르게 들리는 경우도 많았다. 다양한 소재와 형상, 장착 방식을 조합하며 끝없는 시행착오를 반복했고 지금도 이상적인 음향을 위한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회중시계이자 소형 데스크 클록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특별히 이러한 형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나의 목표는 이 시계가 놓이는 모든 공간을 평온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집 안의 사적인 공간이든, 바쁜 사무실 책상 위든, 이 시계가 나가노의 고요한 풍경을 함께 데려가기를 바랐다. 어디든 휴대할 수 있고 스스로 세워지는 순간 그 공간의 풍경 일부가 된다. 손목시계가 가진 극단적인 제약에서 벗어난 덕분에 완벽한 소형화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졌고 그 결과 각 부품의 형태와 배치를 훨씬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었다. 모든 부품이 하나의 표현 수단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자유로움 덕분이다. 68개의 루비, 11개의 볼 베어링, 크리스털, 3개의 메인스프링, 그리고 헤어스프링을 제외한 모든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으며, 베이스 무브먼트 역시 사용하지 않았다. 나가노의 겨울 풍경 평소에도 주변 환경에서 많은 영감을 얻나? 그렇다. 산을 걷거나 하이킹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가노에는 가미코치(Kamikochi)를 비롯해 풍부한 자연환경이 펼쳐져 있으며, 계절마다 변화하는 풍경 덕분에 아무리 탐험해도 질리지 않다. 자연 속을 걸으며 마주하는 깊은 평온함은 종종 새로운 창작의 영감으로 이어지며, 실제로 이번 작품의 콘셉트 역시 신슈(Shinshu)의 겨울 풍경 속을 걷던 중 떠오른 것이었다. 내게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삶의 필수적인 일부이자 워치메이킹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특별히 존경하거나 영향을 받은 워치메이커 혹은 예술가가 있나? 솔직히 말하면 나의 작품이 특정 워치메이커나 예술 작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은 언제나 자연, 특히 나가노의 풍경이다. 눈 덮인 산의 정적이나 개울의 복잡한 흐름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창작 에너지를 얻는다. 굳이 영향을 꼽자면 카라쿠리 인형과 같은 전통 기계장치에서 볼 수 있는 기계공학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일 것이다. 또한 마사히로 키쿠노는 특정 스타일을 모방하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라, 독립 워치메이커라는 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내게 처음으로 보여준 인물이다. 그의 작품 자체보다도 타협 없는 장인정신에 자신의 영혼을 쏟아붓는 철학을 깊이 존경한다. 현재의 직장을 떠나 독립 워치메이커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고 들었다. 앞으로 어떤 방향의 워치메이킹을 추구하고 싶은가? 앞으로도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시계를 계속 만들어 가고 싶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추구했던 '단순함과 복잡함의 공존'이라는 철학을 중심에 두고 작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후유게시키는 그 비전을 표현한 하나의 방식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빛의 움직임, 시간의 흐름, 나가노 풍경 속에 존재하는 깊은 정적과 같은 자연의 다양한 요소들을 탐구하며, 그 순간들을 기계 예술로 번역해 나가고자 한다. 당신처럼 워치메이커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나는 아직도 워치메이커로서 여정을 이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전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다. 절대 타협하지 마라. 타협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고통스럽고, 결국 작품에서 즐거움을 빼앗아 간다.
- [인터뷰] 워치메이커 레미 쿨스
독립 시계 제작의 본질은 실험정신과 장인정신의 교차점에서 시작된다. 레미 쿨스는 그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프랑스 시계 제작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워치메이커다. Rémy Cools 레미 쿨스 한 오랜 수집가가 말하길 그가 독립 시계 브랜드를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브랜드의 진취적인 실험정신이라고 한다. 그는 워치메이커의 진가를 미리 알아보고 그들의 초기 도전에 기꺼이 동참하며 함께 성장하길 원한다. 레미 쿨스의 가치는 이미 2018년 F.P.Journe 영 탤런트 컴페티션과 2024년 GPHG 오롤로지컬 레벌레이션 상을 수상하며 증명되었지만, 프랑스 워치메이킹의 황금기를 이어갈 젊은 ‘천재형’ 시계 제작자로 여겨지고 있다. 10대에 한 워치메이커의 작업을 보고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그는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시계 학교 중 하나인 모르토(Morteau)의 리세 에드가 포르 시계학교에서 수학했다. 졸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작업실을 시작했다. 400년이 넘는 프랑스 시계 제작의 유산을 탐구하며, 그 정신을 장인정신에 기반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의연하게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들에는 전형적인 프랑스적 영향이 짙게 드러난다. 레미 쿨스는 자신을 브레게의 계보 위에 놓고 있으며, 이러한 철학은 디자인 전반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는 브리지와 메인플레이트를 직접 제작하고 수작업으로 마감한다. 레미 쿨스가 처음 판매한 시계는 ‘투르비용 수브스크립션’으로, 40mm 케이스의 손목시계였다. 그리고 2024년, 그는 생산 모델인 ‘투르비용 아틀리에’를 선보였다. 더 작고, 더 얇으며, 착용성이 크게 개선된 이 모델은 그의 스쿨 워치 졸업작을 가장 완성도 높게 발전시킨 시계라 할 수 있다. 12시 서브 다이얼과 6시 투르비용 구성은 유지하되, 다이얼은 한층 간결해졌다. 인그레이빙을 제거하고 브리지와 투르비용을 다이얼 안쪽으로 깊게 배치했다. 두께는 이전보다 3mm 얇아져 총 12mm에 불과하지만 충분한 입체감을 유지한다. 케이스는 39mm로 축소되어 비율도 개선됐다. 6시 방향 서스펜디드 투르비용은 직경 13.2mm로, 깊이감 있는 구조를 강조한다. 메인플레이트는 로즈 골드 톤의 살몬 컬러 또는 옐로우 골드로 표현되며, 그레인 마감이 적용된다. 케이스는 스틸에서 플래티넘으로 변경됐다. 구조적으로는 이중 덮개를 제거하고 얇은 크라운을 적용했으며, 배럴을 12시로 이동시켜 다층 플레이트 구조 속에서 가독성과 입체감을 동시에 확보했다. 덕분에 투르비용 하부 구조까지 드러나는 점도 특징이다. 레미 쿨스의 아틀리에는 프랑스 안시 호수 인근에 위치하며, 제네바에서 기차로 가까운 거리다. 레미 쿨스 투르비용 아틀리에 옐로 골드 다이얼 레미 쿨스 투르비용 아틀리에 옐로 골드 다이얼 지름 39mm 케이스 플래티넘 소재 무브먼트 약 50시간 파워리저브, 2.5Hz 진동 다이얼 옐로 골드 및 로즈 골드 플레이트 기능 시, 분, 투르비용 레미 쿨스 투르비용 아틀리에 로즈 골드 다이얼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한다. 나는 레미 쿨스라고 한다. 29세이며 독립 워치메이킹 아틀리에 ‘REMY COOLS’를 이끌고 있는 워치메이커다. 팀은 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연간 12점의 하이엔드 시계를 제작하고 있다. 15세에 모르토의 리세 에드가 포르에 진학해 시계 제작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언제부터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는지? 시계 제작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 분야에 대한 확신과 재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비교적 빠르게 이해하고 익힐 수 있었고, 그것은 운명과도 같은 타고난 능력이라 생각했다. 이후 나는 이 재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학업 기간 동안 가능한 한 많은 훈련과 경험을 쌓았다. 재능은 훈련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 프랑스 최고의 시계 제작 견습생에게 수여되는 국가 메달을 수상했다. 그렇다. 14세라는 어린 나이에 ‘프랑스 최고 장인(Meilleurs Ouvriers de France)’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첫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었다. 이는 내게 시계 제작을 이어갈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고, 이 여정을 향한 열정과 미래를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경험은 지금까지도 나의 작업을 지탱하는 중요한 출발점으로 남아 있다. 2018년에 ‘메카니카 템푸스 팡뒬레 투르비용(Mechanica Tempus Pendulette Tourbillon)’으로 F.P.Journe 영 탤런트 상을 받았다. 이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나? 전문 심사위원과 마스터 워치메이커들로부터 인정받는다는 것은 매우 큰 영광이다. 이 상은 스스로의 방향성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동시에 더 나은 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동기부여를 강하게 느끼게 했다.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의 작업에 있어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고 기준을 높이고자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독립 워크숍을 설립하게 된 계기와, 첫 작품으로 투르비용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2019년, 21세의 나이에 브랜드를 설립하고 직접 시계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독립 워치메이커가 되겠다는 꿈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고, 그것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동시에 큰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도 느꼈다. 나 자신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하는 도전의 시작이었다. 투르비용은 내게 매우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이 컴플리케이션을 사랑했을 뿐 아니라 첫 작품을 통해 나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온전히 드러내고 싶었다. 또한 특정 인물이나 작품보다는 18세기에서 19세기 프랑스 시계 제작의 황금기에서 큰 영향을 받았으며, 그 계보에 속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다. 그 전통 위에서 나만의 해석을 더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자 했다. ‘투르비용 아틀리에(Tourbillon Atelier)’로 2024 GPHG 오롤로지컬 레벌레이션 상을 수상했다. 그렇다. 몇 년 전만 해도 관람객으로 GPHG를 찾았던 내가 이제는 수상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감격스러웠다. 무대에 올라 연설을 하며 그 시간을 떠올렸고, 내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투르비용 아틀리에’의 레이아웃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무엇인가? 나는 항상 대칭과 단순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나의 시계 안에 과도한 요소를 담기보다는 본질에 집중한 절제된 구성을 지향한다. 단순함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디자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함을 쉽게 여기지만 실제로는 가장 구현하기 어려운 미학이다. 전통적인 제작 방식을 고수한다고 들었다.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 휠, 라쳇 휠, 핸즈 등 많은 부품은 전통적인 기계로 제작한다. 나는 이러한 노하우와 ‘손의 지능’이라 부르는 감각, 즉 오랜 경험과 반복을 통해 손에 체득된 감각과 기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CNC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연간 10점 이상의 시계를 제작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는 CNC로 기본 부품을 가공한 후 모든 부품을 수작업으로 마감한다. 이 과정에 대해서는 항상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전통과 현대 기술 사이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착용했을 때 명확한 정체성과 개성을 드러내며,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강한 DNA를 가진 시계를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영감을 받는 인물이나 아티스트가 있나? 프랑스의 최고급 자동차 제조사 부가티의 설계자이자 설립자인 에토레 부가티는 나에게 큰 영감의 원천이다. 그는 독창적인 디자인 언어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당대 가장 우아하면서도 강력한 엔진을 만든 엔지니어였다. 또한 원하는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 직접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그의 철학 역시 나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앞으로 시계 제작을 이어가며 반드시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과 팀과 함께 매일 아름다운 시계를 만들어가는 기쁨이다. 이 두 가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지키고 싶은 가치다. 향후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 현재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이는 쓰리 핸즈 워치로 올해 말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더 큰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어 이를 통해 더 높은 수준의 독립성과 성장을 이루고자 한다.
- 덜어낼수록 빛나는 가치, 리차드 밀 RM 55-01 매뉴얼 와인딩
리차드 밀의 새로운 RM 55-01 매뉴얼 와인딩을 처음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20세기 현대 건축의 방향을 바꾼 건축가 미스 반데어로에의 명언 ‘less is more’다. 더하기보다 덜어내고,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것에 대한 현대적인 철학이 리차드 밀의 세계관을 관통한다. RM 55-01 매뉴얼 와인딩 카본 TPTⓇ RM 55-01 매뉴얼 와인딩 카본 TPTⓇ RM 55-01 매뉴얼 와인딩 카본 TPTⓇ 사이즈 37.95 X 10.75 X 47.33mm 무브먼트 칼리버 RMUL4, 약 55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초 타임 온리(time only)의 귀환 리차드 밀은 초경량 투르비용과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같은 고도화된 컴플리케이션을 통해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가능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왔다. 하이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전면에 내세워 쉽게 완성할 수 없는, 브랜드 고유의 소재와 기술력으로 독보적인 시계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번 신제품 RM 55-01을 통해 타임 온리라는 시간 표시의 본질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계업계도 최근 몇 년간 타임 온리라는, 결국 시간을 읽는 도구로서 시계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며 절제의 물결을 만들어냈다. 살아 있는 워치메이킹의 거장 필립 듀포의 타임 온리 워치인 심플리시티(Simplicity)가 본류이고, F.P. Journe의 크로노메트르에 더해 올해 파텍 필립이 노틸러스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타임 온리 한정판을 공개하면서 이 기류를 이어나간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심플한 타임 온리 워치의 제작 공정은 놀라울 정도로 까다로워 소량 생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시간 표시를 더 정교하게, 실제 착용성을 더 간결하게 만들기 위해 제작한다는 워치메이킹의 분명한 목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단 3개의 핸즈로 시, 분, 초를 표시하는 것이 전부지만, 시계 그 자체의 미학적, 기계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브랜드가 보유한 최고의 기술과 피니싱을 담아내기에 웨이팅 기간이 가장 긴 시계이자, 컬렉터블 피스로 각광받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리차드 밀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시간 표시 기능의 시계임에도 RM 55-01이 브랜드 고유의 기계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기 위해 쏟은 노력은 고도화된 기술을 담은 매뉴얼 와인딩 무브먼트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 모델을 제작하는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리차드 밀이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살펴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RM 55-01 매뉴얼 와인딩 그레이 쿼츠 TPTⓇ RM 55-01 매뉴얼 와인딩 그레이 쿼츠 TPTⓇ RM 55-01 매뉴얼 와인딩 그레이 쿼츠 TPTⓇ 사이즈 37.95 X 10.75 X 47.33mm 무브먼트 칼리버 RMUL4, 약 55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초 RM 055에서 RM 55-01로 이어지는 무브먼트의 계보 RM 55-01을 이해하기 위해 칼리버의 계보를 떠올려야 한다. RM 55-01의 무브먼트 칼리버 RMUL4의 ‘UL’은 ‘울트라 라이트(Ultra Light)’의 약자로, 2012년 골퍼 부바 왓슨(Bubba Watson)과 함께한 RM 055에 탑재한 칼리버 RMUL2의 현대적 진화형이다. 이미 이 시기에 실제 골프의 임팩트 순간을 위해 500g 이상의 중력가속도를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추었다. 이후 RMUL3는 2014년 출시한 테니스 레전드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을 위한 RM 35-01 모델에 적용한 바 있다. 이 계보의 무브먼트는 꾸준히 진화해왔고, 역사적인 컬렉션에 장착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해당 부바 왓슨과 라파엘 나달 컬렉션은 옥션에서 상당한 금액에 거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리차드 밀은 RMUL4를 통해 브랜드의 스포츠 퍼포먼스 DNA를 계승한 무브먼트를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 스켈레톤 메커니즘, 초경량 퍼포먼스 기술 자체가 중심이 되는 울트라 라이트 칼리버를 RM 55-01에 담아낸 것이다. 기존 리차드 밀 라인업 RM 011, RM 025, RM 50-03 같은 모델이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 GMT 기능 등 기술적 레이어를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브랜드의 역량을 증명했다면, RM 55-01은 반대의 논리로 같은 질문에 대답한다. 최고의 워치메이킹 브랜드에서 시, 분, 초만 표시하는 순수한 타임 온리 구성의 시계를 만들고자 한다면 오히려 더 정교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사명을 잊지 않은 것이다. RM 55-01은 리차드 밀이 오랫동안 다양한 컬렉션을 통해 추구해온 극한의 스켈레톤화와 경량 소재 철학을 중심으로, 보다 실용적인 데일리 워치로서의 가능성을 동시에 탐구하는 모델이다. 군더더기 없이 본질만 남기면 모든 기술적 결함은 숨을 곳이 없어지기에 이 투명한 무브먼트의 움직임은 완벽함을 조용히 표현한다. RM 55-01 매뉴얼 와인딩 화이트 쿼츠 TPTⓇ RM 55-01 매뉴얼 와인딩 화이트 쿼츠 TPTⓇ 사이즈 37.95 X 10.75 X 47.33mm 무브먼트 칼리버 RMUL4, 약 55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초 5g 미만의 초경량 무브먼트, 무게가 지워지고 기술이 남다 RM 55-01의 새로운 칼리버 RMUL4는 수동 와인딩 방식의 스켈레톤 무브먼트로 무게가 5g 미만에 불과하다. 매뉴얼 와인딩을 차용해 로터를 배제함으로써 무브먼트는 더 높은 투과성을 확보한다. 스켈레톤 워치임에도 극단적으로 최소한의 구조만 남겼다. 브리지도 최소화했다. 빛이 기어 트레인 사이를 자유롭게 통과하고, 메커니즘의 레이어가 브랜드의 예민함을 담아냈다. 리차드 밀 특유의 토노형 케이스 실루엣을 따르면서도, 두께는 10.75mm로 이 시계가 손목 위에서 얼마나 낮은 포지션을 유지하는지 말해준다. 미니멀리즘이 시각을 넘어 착용감으로 이어지는 리차드 밀만의 실용성을 완성했다. 이 경량성의 일등 공신은 단연 리차드 밀이 반복적으로 선택하고 독자적으로 가공하는 5등급 티타늄이다. 항공 우주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이 소재는 높은 강도와 내식성을 유지하면서도 스틸 대비 현저히 가볍다. 5등급 티타늄의 높은 경도는 절삭 공정에서부터 난제를 안긴다. 리차드 밀의 엄격한 기준과 맞물려, 가공 과정의 모든 단계가 극도의 정밀도를 요구한다. 스켈레톤 처리한 베이스 플레이트와 브리지는 구조적 저항력을 최적화하기 위해 집중적인 검증 테스트를 거친 결과물이다. 베이스 플레이트에는 마이크로블라스트, 샌딩, 블랙 PVD 코팅을 적용하고, 브리지는 샌딩과 함께 타이탈릿Ⓡ(TitalytⓇ) 처리해 각기 다른 표면 질감을 통해 시각적 완성도를 높였다. 타이탈릿Ⓡ 처리는 내식성과 내마모성을 크게 향상시키기에 초경량 스켈레톤 구조에 내구성을 더했다. 기계적 정밀함에 수작업의 터치를 담아낸 것이다. 더블 배럴과 프리 스프렁 밸런스, 에너지의 최적화 RM 55-01의 에너지 시스템은 더블 배럴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2개의 배럴로 저장 에너지를 분산시킴으로써 토크의 균등성을 높이고, 베어링과 피벗에 가해지는 마찰을 줄인다. 더 빠른 회전 속도는 기어 트레인 전반의 마찰 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해, 결과적으로 더 부드럽고 일정한 에너지 전달이 이루어진다. 이는 4Hz(28,800vph)로 진동하는 가변 관성 프리 스프렁 밸런스로 전달된다. 전통적인 레귤레이터 인덱스 방식과 달리, 이 밸런스는 4개의 미세 조정 가능한 추(adjustable weights)를 사용해 관성을 조율한다. 밸런스 휠의 관성을 조정함으로써 충격 대응에 보다 효과적이며, 미세하고 반복적인 조정이 가능하다. 케이싱 링 대신 티타늄 나사로 고정한 섀시 마운팅 러버에 무브먼트를 직접 장착하는 방식도 리차드 밀 고유의 기술력이다. 포뮬러 1 레이싱카의 설계 철학처럼, 섀시와 엔진을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설계하는 방식을 RM 55-01 전반에 적용했다. 베젤의 폴리싱 처리와 새틴 마감 미들 케이스, 마이크로블라스트 처리한 4개의 티타늄 스플라인 스크루, 마이크로블라스트 및 로듐 도금 처리한 핸즈. 티타늄, 카본 파이버, 스틸을 결합한 4단 구조의 플랜지 위를 부드럽게 움직이는 핸즈는 서로 다른 소재가 만들어내는 입체적 질감의 대비를 이룬다. 초경량 칼리버의 완성도를 담보하는 디테일을 더한 것이다. 파워 리저브는 약 55시간에 달해 일상생활에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 세 가지 소재, 케이스가 완성하는 리듬과 착용감RM 55-01은 카본 TPTⓇ, 화이트 쿼츠 TPTⓇ, 그레이 쿼츠 TPTⓇ의 세 가지 케이스 버전으로 출시했다. 리차드 밀이 개발한 소재 중 브랜드의 상징적인 아이콘이 된 TPT는 ‘Thin Ply Technology’의 약자로, 30미크론 두께의 초박형 탄소(카본) 또는 실리카(쿼츠) 섬유 레이어를 수지로 결합하고 압축한 뒤 가공해 만든 소재다. 단단하고 가벼우면서도 케이스마다 고유한 무늬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패턴 덕분에 모든 제품은 유니크 피스가 되는데, 이렇듯 카본 TPTⓇ와 쿼츠 TPTⓇ 소재를 하이엔드 워치에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은 리차드 밀이 시계업계의 룰을 바꾼 신화적 시도이기도 하다. 리차드 밀의 37.95 × 47.33mm 토노형 케이스는 수치상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카본 TPTⓇ와 쿼츠 TPTⓇ 케이스는 손목의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감기도록 가볍고 정교하게 설계해, 착용자의 신체에 유기적으로 밀착된다. 브리지는 케이스 안에서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고, 손목 위에서 무게를 거의 의식하지 못할 만큼 가볍다. 이러한 초경량 구조 뒤에는 충격, 마모, 부식에 대한 인상적인 저항력이 숨어 있다. 가볍다는 것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음을, RM 55-01 소재와 마감 모두로 증명한다. 리차드 밀의 새로운 RM 55-01 컬렉션은 복잡함을 넘어 극도의 심플함으로 정밀한 기계 예술을 담아냈기에, 시계의 본질에 집중하는 워치 컬렉터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 까르띠에 매뉴팩처, 까르띠에의 본질
간혹 기분 좋은 하루가 길게 펼쳐질 때가 있다. 라 쇼드퐁에 까르띠에를 더하고 예술과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덧붙이게 된 날을 지금 여기에 기록한다. 시계가 예술이 되는 여정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다. 완벽하게 복원한 17세기 베른 스타일의 농가에 위치한 메종 데 메티에 다르 아틀리에. 평소에는 농사를 짓고 겨울에는 워치메이킹이 이루어지던,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역사의 산실이다. 장인들의 작업에 필요한 충분한 채광을 위해 일부 리모델링이 진행되었다. 라 쇼드퐁, 까르띠에 워치메이킹의 산실 워치스 & 원더스 페어 마지막 날, 가벼운 웃음이 끊이지 않는 기분 좋은 분위기의 일행과 함께 짧은 여행을 시작했다. 차 안을 채우는 부드러운 목소리의 대화는 마치 배경음악처럼 제네바에서 뇌샤텔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경과 제법 잘 어울렸다. 고전소설에 나올 법한 시계 마을, 라 쇼드퐁(La Chaux-de-Fonds)에 위치한 매뉴팩처와 메종 데 메티에 다르(Maison des Métiers d’Art)가 오늘의 목적지다. 전 세계에 시계의 고장으로 명성을 높인 라 쇼드퐁은 아름답고 한적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1년 개관한 까르띠에 매뉴팩처와 2014년 시작한 메종 데 메티에 다르는 한 부지에 위치한다. 과거 부유한 가문의 농가 주택 일부였던 목조 건물에 리셉션이 자리한다. 이 브랜드에서 일한 지 곧 20여 년이 된다며 활짝 웃는 투어 담당자는 오랜 경력만큼 이 장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리미티드 에디션 워치부터 트레디셔널 워치, 하이 주얼리 작품까지 까르띠에 워치메이킹의 산실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올해 페어 기간 동안 첫선을 보인 까르띠에의 새로운 컬렉션 중 무엇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에 대한 이야기(크래쉬, 산토스 뒤몽, 미스트 드 까르띠에 등이 후보에 올랐다)와 언젠가 이 컬렉션들을 소장하게 되면 얼마나 좋을지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잘 구운 페이스트리로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메종 데 메티에 다르로 향했다. 메종 데 메티에 다르 50여 명의 인원이 30여 개가 넘는 특허를 완성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다. 2014년부터 메종 데 메티에 다르가 이어온 까르띠에의 정신 자연광이 깊숙이 들어오는 아름다운 메티에 다르 아틀리에로 들어서자마자 운이 좋게도 올해 다시금 프리베 컬렉션으로 선보인, 단 150피스 한정인 크래쉬 워치를 작업하는 순간을 볼 수 있었다. 입체적인 케이스를 피니싱하는 모습이 마치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옛 그림처럼 아름다운 작업 풍경은 극도로 체계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보존과 공유, 혁신을 주제로 불의 예술, 금속의 예술, 구성의 예술이라는 영역 아래 장인들의 유산을 보존하는 것이 이 장소의 사명이다. 작업에 열중한 장인들의 작업대 사이로 지금까지 선보였던 까르띠에 워치 작품들이 놓여 있다. 베누아 알롱제를 세팅한 골드 글러브와 다이얼 전체에 물결처럼 흔들리는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세르티 바이브런트 블루의 익셉셔널 피스까지, 모두 역사적인 컬렉션이다. 한쪽 벽면에는 영감이 되는 오브제와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 최종 피스가 완성되기까지의 샘플까지 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펼쳐두었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크리에이션 데스크인 셈이다. 탄력이 있는 메시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다이아몬드 세팅 케이스의 형태가 변형되는 꾸쌍 워치의 초기 3D 프린터 작업본부터 원재료, 스트랩 디자인의 다양한 버전까지 하나의 아이디어가 완성작이 되는 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3D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최대한 실제 완성품에 가까운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 장인 정신의 품질과 정밀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첨단 기술과 전통적인 노하우는 까르띠에의 창의성을 위한 필수적인 연료다. 무한대에 가까운 다양한 조합 중 가장 창조적인 시계를 만들기 위한 메티에 다르 장인들의 고도의 집중력이 공기를 채운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미스트 드 까르띠에 컬렉션은 골드 브레이슬릿 워치에 탄성 구조를 접목해 체결 장치 없이도 고무줄처럼 쉽게 늘어나 착용하기 편리하다. 이 작품 역시 메티에 다르 아틀리에의 결과물이다. 분절되어 있는 개별 피스의 작업 과정을 하나하나 만져보고 그 구조의 창의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파인 워치메이킹 타임피스를 위한 과정은 워치메이커와 젬세팅 장인이 함께 팀을 이루어 완성한다. 긴밀히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간다. 에나멜 페인팅, 머더오브펄 세팅, 나무 소재의 정교한 마키트리까지 다채로운 기법으로 완성한 팬더, 플라워, 이국적인 풍경은 물론 기하학적인 패턴까지 인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결과는 훌륭하다. 메종 데 메티에 다르는 까르띠에의 메티에 다르 컬렉션이 예술품인 이유를 증명하는 장소인 것이다. 오랜 연구를 통해 완성한 2018년 레벨라씨옹 뒨 팬더 워치 다이아몬드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트렘블링 세팅 기법을 극대화한 2023 세르티 바이브런트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워치 꾸쌍 드 까르띠에 워치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모습 완성도 높은 디테일을 위한 까르띠에 매뉴팩처 건너편 빌딩으로 자리를 옮긴다. 워치 매뉴팩처다. 링크와 글라스, 핸즈 생산에 특화된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거대한 기계들이 오일을 내뿜으며 쉬지 않고 무엇인가를 가공하고 있다. 바로 탱크 프랑세즈 컬렉션에 사용하는 링크다. 이를 가공하는 기계에 ‘Made in Swiss’ 각인이 선명하다. 새로운 공법의 기계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뿌리부터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근간을 발전시키는 토대라는 것을 살펴보면, 까르띠에 시계 비즈니스의 성장이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발전과 한 궤를 이루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투자를 통해 까르띠에는 스위스 워치메이킹 신에 어두운 곳 없이 불을 밝히고 시계 산업 곳곳에 단비를 내려주는 것이다. 이어서 탱크 프랑세즈 컬렉션의 조립, 케이스 제작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작은 요소까지 장인들의 손을 거쳐 완성되고 있었다. 케이스를 하나하나 광택이 나도록 연마하고, 브레이슬릿을 위한 작은 링크들은 작업대 위에 조립되길 기다리고 있다. 최근 시계업계 전반에 자동화 과정이 많아지는 것에 반해 까르띠에는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을 고집하는 분위기다. 골드 워치가 아닌 스틸 소재 워치 제작 과정임에도 그 공정에는 정성스러움이 깃들어 있다. 이어 독특한 형태의 크래쉬 케이스에 장착할 미네랄 크리스털 다이얼을 만들기 위해 유리 장인이 통제된 공간 안에서 뜨거운 불과 사투하고 있다. 마치 베네치아에서 무라노 글라스를 불에 연마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설명에 따르면 이 미네랄 크리스털 글라스가 잘 완성되었는지는 이를 제작하는 장인의 판단과 노하우가 절대적이라고 한다. 작업에 열중해 글라스를 다양한 각도로 불 위에서 연마하는 여성 장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크래쉬는 물론 똑뛰와 같은 까르띠에만의 독창성이 드러나는 케이스를 위한 글라스는 이러한 수작업을 통해서 완성하는 것이다. 다른 매뉴팩처에서는 보기 힘든, 형태의 마술사라는 브랜드 모토에 어울리는 장면이다. 첨단의 매뉴팩처에서 목격한 고전적인 작업 방식은 창의성이라는 재료가 까르띠에의 시공간 안에서 불에 달구어져 예술이 되어가는 과정을 행위예술로 구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브랜드의 역사가 이어지는 복원 아틀리에이어서 복원 아틀리에를 방문했다. 복원 전문 장인이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메인 테이블에서는 18K 골드 소재 말 여러 마리가 앞발로 어벤추린 소재의 지구본을 들어 올리는 드라마틱한 구조의 탁상시계를 복원 중이었다. 두께감이 느껴지는 터쿼이즈와 머더오브펄 소재 베이스는 이 작품이 얼마나 진귀한 작품인지 일깨워준다. 지구본 상단을 누르면 지구본의 정중앙이 위아래로 열리며 로마자로 시간을 표시한다. 다양한 소재와 제작 방식을 사용한 시크릿 워치이기에 복원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누군가 지금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소요된 복원 과정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장인은 화재로 불탄 회중시계를 3년에 걸쳐 거의 모든 요소를 재현한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대를 거쳐 물려받은 작품부터 다양한 사연을 담은 시계들이 이 복원 아틀리에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고 이야기한다. 부품이 없더라도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고증을 거쳐 최선을 다해 복원하는 것이 이 일의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메종 데 메티에 다르와 워치 매뉴팩처 투어를 마치고 나니 매뉴팩처 내부의 밝은 레스토랑에 특별한 점심이 준비되어 있었다. 완벽한 차림새로 정성스럽게 서빙하는 까르띠에 샴페인과 아스파라거스 풍미의 애피타이저, 라 쇼드퐁 지역색이 담긴 메인 디시, 파티시에의 창의력이 느껴지는 초콜릿 디저트까지. 매뉴팩처 내부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미슐랭에 버금가는 수준의 코스다. 까르띠에 샴페인과 함께하는 식사까지가 이 여정의 완성이라는 투어 담당자의 미소 띤 설명을 들으니 까르띠에의 수준 높은 호스피탤리티는 스위스의 이 깊은 산골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커피 한 잔으로 점심을 마무리하며 이 아름다운 여정에 참여한 모든 분들과 감사함을 나누고 다시 일행과 함께 제네바로 향한다. 매뉴팩처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르 코르뷔지에가 부모님을 위해 지은 초기 건축물에 들러보자는 아이디어를 건축에 조예가 깊은 일행이 제안했고, 모두 흔쾌히 그곳에 들러 아름다운 건축물을 감상했다. 프랑스와 가까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 고장의 창조적인 분위기가 전해진다. 까르띠에의 아름다운 메종 데 메티에 다르를 방문한 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여정이다. 조형미에 대한 집착, 이를 완성하기 위한 기술적인 새로운 접근, 전통의 지속을 담보로 하는 미래지향적인 예술 정신까지 담겨 있는 라 쇼드퐁에서의 하루. 까르띠에의 시계에 장인 정신을 더해 예술품으로 만드는 마법이 이곳에 있다.
- Savoir-Faire의 정신, 까르띠에
원형 중심의 전통적 시계 디자인에서 벗어나, 탱크, 산토스, 똑뛰 같은 독창적인 케이스 형태를 통해 워치메이킹의 문법을 재구성해온 까르띠에. 기하학적인 형태와 비례의 미학을 추구하며 ‘형태의 워치메이커’로서 메종의 위상을 쌓아왔다. 올해 까르띠에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이 유산을 더욱 풍부하고 세심하게 가꾸었다. 물론 이는 독보적인 Savoir-Faire(장인 정신)의 숙련도를 통해 완성한 것이다. 크래쉬 스켈레톤 © Cartier ©Valentin Abad 크래쉬 스켈레톤 사이즈 45.34 X 25.18mm 케이스 플래티넘 무브먼트 매뉴얼 와인딩 무브먼트 1967 MC 기능 시, 분 스트랩 세미매트 버건디 앨리게이터 가죽 150피스 한정 © Cartier © Julien T. Hamon 까르띠에 크래쉬 1987 런던 피스, 약 29억원에 최고가 경신 올해 워치스 & 원더스에서 까르띠에 프리베(Cartier Privé) 컬렉션의 놀라운 구성은 많은 시계 애호가의 집중을 불러일으켰다. 크래쉬(Crash)를 필두로 탱크 노말(Tank Normale), 똑뛰(Tortue)까지 상징적인 모델을 컬렉션 출시 10주년을 맞아 트리오 컬렉션으로 선보였다. 지난해 ‘탱크 아 기쉐(Tank à Guichets)’의 성공을 이어간다는 맥락에서 더없이 완벽한 스토리다. 여기에 더해 워치스 & 원더스가 끝난 직후인 4월 말, 소더비 홍콩 ‘Important Watches’ 경매에서 ‘런던 제작 까르띠에 크래쉬’ 모델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해, 까르띠에 손목시계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 까르띠에가 시계 시장에서 얼마나 클래식하며 동시에 트렌디한 브랜드인지 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1987년 버전 크래쉬 런던 워치는 단 세 점만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종 15,616,000홍콩달러(약 29억원)에 낙찰되었다. 1967년 오리지널의 비율과 조형을 계승한 비대칭 디자인과 기울어진 ‘Cartier London’ 서명, 왜곡된 로마 숫자, 칼리버 841 수동 무브먼트, 블루 처리한 스틸 핸즈가 특징이다. 런던 제작 체제 종료 이후 남아 있는 극소량의 피스로, 단 세 점이라는 희소성과 런던 특유의 실험적 디자인이 만나 까르띠에 시계 중 가장 높은 수집 가치를 지닌 아이콘으로 평가받게 된 것이다. 올해 선보인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션 역시 훗날 시계 역사에서 까르띠에 런던 크래쉬처럼 기억될 확률이 높다. 소량 생산해 기존 로열티가 분명한 소수의 컬렉터들에게 전달되는 프리베 컬렉션의 특징 때문이다. 신제품이라기보다는 아카이브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다. 탱크 노말, 똑뛰 크로노그래프 모노푸셔, 크래쉬 스켈레톤 © Cartier © Valentin Abad 탱크 노말(L) 사이즈 32.6 X 25.7mm 케이스 플래티넘 무브먼트 매뉴얼 와인딩 무브먼트 기능 시, 분 스트랩 플래티넘 브레이슬릿 똑뛰 크로노그래프 모노푸셔(M) 사이즈 43.7 X 34.8mm 케이스 플래티넘, 약 30m 방수 무브먼트 매뉴얼 와인딩 무브먼트 1928 MC 기능 시, 분, 크로노그래프 스트랩 세미매트 버건디 앨리게이터 가죽 매년 주요 아이코닉한 워치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프리베 컬렉션, 그리고 올해 그 안에 담긴 크래쉬와 탱크, 똑뛰라는 구성은 까르띠에 그 자체인 시계 컬렉션인 것은 물론 독창적인 실루엣의 결정판이다. 크래쉬 스켈레톤(Crash Squelette)의 경우 무브먼트 브리지 자체를 스켈레톤 처리해 시간 표시 인덱스 역할까지 하도록 고안한 완전히 새로운 기술적 시도다. 케이스의 왜곡을 따라 인덱스 역시 전체 축이 비틀린 형태임에도 정확히 시간 표시를 한다는 것은 예술과 기술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런던 크래쉬의 초현실주의 감성을 현행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다. 전통적인 워치메이킹 기법인 핸드 해머드 기법을 적용해 독특한 텍스처를 느낄 수 있다. 가장 절제된 디자인 언어의 상징인 탱크 노말(Tank Normale)은 플래티넘이라는 소장 가치 높은 소재로 선보이며 컬렉터블 피스로서 우아함을 드러낸다. 1917년 탱크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디자인으로 완성했고, 매트한 피니싱 덕분에 실물을 착용해보면 언뜻 빈티지 피스처럼 느껴진다. 완벽한 비례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는 것은 크래쉬와 대비되는 면이다. 똑뛰 크로노그래프 모노푸셔(Tortue Chronograph Monopoussoir)는 어떨까. 실제 워치스 & 원더스 까르띠에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1990년대 출시했던 프리베 컬렉션의 골드 소재 똑뛰 워치를 착용한 까르띠에 워치 커뮤니티의 멤버가 있었을 정도로 똑뛰는 소장 가치가 높은 컬렉터블 워치다. 똑뛰의 케이스(거북 형태의 토노형) 디자인 자체가 독창성과 모더니즘을 모두 갖추었기에 현행 모델로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여기에 철도 레일 스타일의 미닛 트랙을 더해 1920~1930년대 고전 크로노그래프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다. XII 인덱스를 확대해 까르띠에가 추구하는 균형의 미학을 어떻게 정교하게 구현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올해는 43.7 × 34.8mm 사이즈, 플래티넘 소재 케이스로 출시했다. 버건디 컬러 인덱스도 아름답다. 산토스 뒤몽 © Cartier © Anaick lejart 산토스 뒤몽 사이즈 43.5 X 31.4mm 케이스 옐로 골드, 약 30m 방수 무브먼트 매뉴얼 와인딩 무브먼트 430 MC 기능 시, 분 스트랩 교체 가능한 옐로 골드 브레이슬릿 로드스터 © Cartier @Laure Sée 로드스터 사이즈 47 X 38mm, 두께 10.06mm 케이스 옐로 골드 & 스틸, 스틸, 옐로 골드, 약 100m 방수 무브먼트 오토매틱 와인딩 무브먼트 1847 MC 기능 시, 분, 초, 날짜 스트랩 교체 가능한 옐로 골드 & 스틸, 스틸, 옐로 골드, 스틸 브레이슬릿, 그레이, 네이비, 다크 그레이 앨리게이터 세컨드 가죽 스트랩 산토스 뒤몽과 로드스터, 아이콘의 재해석과 진화 까르띠에의 워치 컬렉션은 시대마다 새롭게 정의되는 브랜드의 기반이자 자산이다. 올해 선보인 산토스와 로드스터의 변화 컬렉션 구성은 왜 까르띠에가 시계 시장에서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산토스 뒤몽은 초기 손목시계의 탄생과 직결된 모델로, 기능적 필요에서 출발한 디자인이 어떻게 미학으로 발전하는지 보여준다. 기존 컬렉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케이스와 잘 어울리는 유연한 브레이슬릿과 새로운 다이얼 구성, 그리고 정교하게 다듬은 디테일은 클래식 아이템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시계 애호가의 미묘하지만 강력한 요구를 정확히 이해한 결과물이다. 특히 하드 스톤 다이얼과 같은 소재의 활용은 산토스의 전통적인 이미지에 새로운 깊이를 더한다. 오리지널 디자인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색채와 질감의 변화를 통해 시각적 경험을 확장한다.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동시에, 현재의 감각에 맞게 조율하는 까르띠에의 방식이다. 로드스터는 보다 역동적인 방향을 보여준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곡선형 케이스와 일체형 구조는 속도감과 유려함을 동시에 전달한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연결 구조를 한층 정교하게 다듬어 착용감이 뛰어나다. 인체 공학적 설계를 통해 손목에 자연스럽게 밀착되는 구조를 구현해, 디자인과 기능의 균형을 동시에 고려했다. 이는 스타일링 요소를 넘어,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편의성까지 고려한 접근으로 최근 시계업계에서 가장 집중하는 요소 중 하나다. 결국 산토스와 로드스터는 까르띠에의 철학을 공유한다. 형태와 가치는 이어가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현대적인 시계 애호가들의 니즈와 브랜드의 가치를 적절하게 조화하는 웨어러블한 워치로서의 가능성을 탐구한다는 비전을 갖춘 컬렉션이다. 미스트 드 까르띠에 © Cartier © Valentin Abad 미스트 드 까르띠에 사이즈 19.7 X 15.4mm 케이스 다이아몬드 & 옐로 골드, 다이아몬드 & 화이트 골드, 약 30m 방수 무브먼트 쿼츠 무브먼트 기능 시, 분 스트랩 다이아몬드 & 옐로 골드 & 블랙 래커, 다이아몬드 & 화이트 골드 브레이슬릿 베누아 © Cartier ©Anaïck Lejart 베누아 사이즈 24.6 X 19.3mm 케이스 다이아몬드 & 옐로 골드, 옐로 골드 케이스, 약 30m 방수 무브먼트 쿼츠 무브먼트 기능 시, 분 스트랩 다이아몬드 & 옐로 골드, 옐로 골드 뱅글 주얼러의 워치, 베누아와 미스트 드 까르띠에 까르띠에 워치메이킹의 또 다른 축은 뛰어난 주얼러로서 까르띠에의 위상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베누아와 미스트 드 까르띠에는 이 관계를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컬렉션이다. 베누아는 타원형 케이스라는 조형적인 형태에서 출발해 고전이 되었고, 더 이상 변주가 필요 없을 듯 보일 정도로 잘 알려진 컬렉션이다. 그럼에도 까르띠에는 이번 신작에서는 ‘클루 드 파리’ 모티브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표면을 구축한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전반에 적용한 입체적인 클루 드 파리 패턴은 빛의 반사를 극대화하고, 시계를 하나의 조각처럼 보이게 만든다. 표면의 질감이 형태와 만나 시계의 전체적인 인상을 결정하면서 아트 피스로 거듭났다. 이는 까르띠에가 주얼리에서 발전시켜온 기술을 워치메이킹으로 확장한 결과다. 분명히 형태는 기존 베누아 뱅글과 동일하지만 실제 착용감과 시각적인 자극, 텍스처는 완전히 다르다. 미스트 드 까르띠에는 보다 극적인 표현을 보여준다. 까르띠에 메티에 다르 공방에서 블랙 래커와 골드 소재의 극명한 콘트라스트를 구현해, 시계 이전에 하이 주얼리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조형적인 구조, 그리고 다이아몬드 스노 세팅 기법을 적용해 워치스 & 원더스 2026의 중심 컬렉션으로 회자되었다. 다이얼과 케이스, 브레이슬릿이 하나의 연속된 구조로 이어져 체결 부위 없이 늘리는 방식으로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데, 기존의 다른 주얼리나 워치에서 보지 못한 사용자를 배려한 애티튜드다. 베누아의 창의적인 변화와 미스트 드 까르띠에의 장인 정신이 이루어낸 높은 완성도는 까르띠에가 오랫동안 구축해온 주얼리와 워치를 모두 진지하게 다루는 ‘메종’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똑뛰 워치 © Cartier @ Laure Sée 똑뛰 워치 사이즈 33.4 X 26.7mm, 26.1 X 20.9mm 케이스 다이아몬드 & 로듐 도금 화이트 골드, 약 30m 방수 무브먼트 쿼츠 무브먼트 기능 시, 분 스트랩 네이비 블루 앨리게이터 가죽 똑뛰, 까르띠에의 본질을 담은 창조적인 베이스 까르띠에의 똑뛰는 원형도 사각형도 아닌 독특한 균형의 미학을 이루며, 까르띠에가 추구하는 순수함과 장식성 사이의 ‘형태의 자유’를 상징한다. 물론 완벽한 비례감과 대담한 표현법이기에 더 엄격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올해 새롭게 변화한 똑뛰는 부티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피스도 함께 선보이며 집중도를 높였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기존 모델보다 더 얇아졌다는 것. 러그의 곡선을 더욱 유연하게 손목 위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고안해, 다시 한번 착용감에 집중한다. 블랙 로만 인덱스와 미닛 레일 트랙, 블루 스틸 핸즈까지 기본적으로 절제된 디자인을 통해 형태의 순수함을 강조했기에 데일리 워치 후보로 고려할 가치가 있다. 가장 클래식한 골드 모델 이외에도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케이스를 통해 풍성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완성도가 뛰어난 이 형태가 팔레트가 되어 기요셰 패턴, 에나멜, 그리고 젬스톤 세팅의 아름다움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모델은 26.1 × 20.9mm로 출시한 똑뛰 미니. 손목 위 주얼리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해 1920년대 까르띠에 빈티지 워치를 연상시킨다.
- [Watches & Wonders 2026] 닫힌 산업에서 열린 산업으로
퍼블릭 데이를 통해 대중에게 개방한 팔렉스포, 리치몬트 그룹 중심을 넘어 LVMH 워치 브랜드부터 독립 시계까지 다양한 브랜드 참여,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는 디지털 인플루언서의 등장은 이 신의 판을 바꾸고 있다. 얼마나 많은 소비자와 연결되고, 경험을 제공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장이 된 워치스 & 원더스의 새로운 챕터를 통해 시계 산업의 미래를 예측해보자. 유통을 넘어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 세계 시계 산업이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소수 컬렉터와 유통망 중심으로 움직이던 시장이, 이제는 소비자 직접 참여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시계 산업이 기존 폐쇄적 구조에서 벗어나 개방형 생태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오랫동안 시계 산업은 리테일러와 공식 딜러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유지되어왔다. 브랜드는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와 고객 접점은 유통망이 담당하는 구조. 물론 기존 유통 네트워크는 여전히 공고하지만, 일반 소비자의 직접 구매와 리세일 시장은 기존 시장 규모만큼 새로운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최근 독립 시계 브랜드들이 선입금을 받는 메이드 투 오더 시스템으로 단일 상품을 100억 이상 판매하고 약 3~5년에 걸쳐 완성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개척했다. 컬렉터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모델은 역설적으로 대형 브랜드까지 전파되고 있다. 물론 서브스크립션의 주문 방식은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실물을 보지 않은 채 중간 딜러 없이 디지털 채널의 다이렉트 메시지만을 통해 이루어지기에 꽤 놀랍다. 여기에 롤렉스 CPO 비즈니스의 확장세를 보면 기존 유통망을 벗어난 소비자 관점의 시장 잠재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워치스 & 원더스는 퍼블릭 데이와 디지털 미디어 관계자 초청을 통해 브랜드가 직접 소비자를 만나는 접점을 확대하는 중이다. 제네바에서 이야기를 나눈 시계 관계자들은 이를 단순한 유통 변화가 아닌 D2C(Direct to Consumer) 구조로의 전환으로 보고 있다. 브랜드가 더 이상 중간 채널에 의존하지 않고, 고객 데이터와 경험을 직접 관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견해다. 과거에는 신제품의 기술력과 희소성이 핵심 경쟁 요소였다면, 이제는 ‘얼마나 매력적인 경험과 콘텐츠를 제공하는가’가 중요해진 것이다. 대중 속으로, 워치스 & 원더스의 변화 워치스 & 원더스의 가장 큰 변화는 ‘접근성’이다. 과거에는 초청받은 인사만 현장을 방문할 수 있었지만, 퍼블릭 데이 참여는 물론 온라인 플랫폼과 SNS 채널을 통해 신제품 공개를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덕분에 일반 시계 애호가들도 행사에 직접 참여하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브랜드 전략 역시 대중화를 견인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롤렉스, 파텍 필립, 까르띠에 등 주요 럭셔리 브랜드들은 기존의 한정된 고객층에서 대상을 확장해 젊은 세대와 신규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공략, 제품 설명과 콘텐츠를 보다 직관적으로 선보인다. 시계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스마트 워치 확산에도 기계식 시계는 투자 자산이자 시인성이 높은 아이코닉한 아이템으로 재조명되었다. 특히 한정판 모델과 신작 발표는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끌며, 박람회 자체의 화제성을 높였고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력도 확대되었다. 인플루언서와 전문 리뷰어가 행사 현장과 신제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과거 업계 내부에 국한됐던 정보가 실시간 콘텐츠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시계 산업에 최적화된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은 물론 유튜브 채널을 통해 디지털 중계, SNS 확산, 일반 관람객 입장 허용 등을 통해 대중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개선했다. 역대 최대 65개 브랜드 참여, 경험의 장이 되다 행사 규모 확대 역시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올해는 약 65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여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파텍 필립과 롤렉스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부터 노모스, 오리스 같은 접근성이 뛰어난 다양한 시계 브랜드를 포용하며 시계 산업 전반을 관장하는 산업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한다. 참여 브랜드들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퍼블릭 데이에는 소비자가 실제로 시계를 보고, 착용하고, 브랜드 철학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시계 경험’을 강화해 고객과의 직접적인 관계 구축에 나섰다. 까르띠에와 태그호이어 같은 주요 브랜드들은 전시 공간을 단순 진열장이 아닌 ‘스토리텔링 공간’으로 구성했다. 영상, 인터랙티브 전시, 협업 프로젝트 등을 통해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은 효과적이다. 올해 다시 워치스 & 원더스에 출사표를 던진 오데마 피게의 부스는 르 브라슈의 뮤지엄을 고스란히 옮겨 실제 시계를 제작하는 장인들이 설명을 도맡았다. 이를 통해 시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부스를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하이엔드 브랜드임에도 자세한 설명과 경험, 심지어 포토 존까지 마련해 팝업 스토어의 형태를 띠도록 완성했다. 방문자가 실시간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가득한 구성이다. 과거에는 전문 매체와 바이어가 정보를 독점했지만, 이제는 일반 관람객이 직접 콘텐츠 생산자가 되기에 다양한 콘텐츠로 채운 부스 구성은 바이럴에 매우 효과적이다. SNS를 통해 현장 경험이 실시간으로 확산되면서, 브랜드 메시지가 훨씬 빠르고 넓게 퍼진다. 퍼블릭 데이는 사실상 ‘관람객을 미디어로 활용하는 구조’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셈이다. 리치몬트 중심에서 ‘다자 경쟁 구도’로, 판이 바뀌다 이제 워치스 & 원더스는 럭셔리 대기업과 독립 브랜드가 동시에 경쟁하는 ‘글로벌 격전지’로 변모했다. 오데마 피게가 올해 다시 부스에 진입한 것이 이 경향에 확증을 준다. 워치스 & 원더스의 전신은 SIHH(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로, 리치몬트(Richemont) 그룹이 주도해온 행사다. 초기 구조는 매우 명확했다.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등 리치몬트 산하 브랜드들이 중심이었고, 초청받은 바이어와 미디어만 입장할 수 있는 살롱형 이벤트였다. 국내에서도 소수의 미디어만 초청되었고, 실제 현장에서도 바이어 중심의 행사라는 명확한 기조가 느껴졌다. 이후 바젤월드의 종료, 워치스 & 원더스의 규모 확장에 따라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LVMH의 본격적인 참여다. 태그호이어, 위블로, 제니스, 불가리 등 주요 시계 브랜드가 큰 규모의 부스를 공개하며 존재감을 빠르게 확대했다(물론 해당 브랜드들은 바젤월드 시기에도 LVMH 산하에서 대형 부스를 유지했으나, 이 시기에는 리치몬트 브랜드들과 함께 부스를 운영한 것이 아니기에 지금 워치스 & 원더스에 참여해 완벽히 럭셔리 존으로 진입한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특히 LVMH가 럭셔리 비즈니스에 권위를 지닌 기업이라는 점은 많은 변화를 시사한다. LVMH는 해를 거듭하며 단순 참가를 넘어 행사 운영 구조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며 워치스 & 원더스는 글로벌 럭셔리 기업 간 전략 경쟁의 무대로 발전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 구조 변화 못지않게 중요한 흐름은 독립 시계 브랜드의 유입이다. 레페 1839, 아르민 스톰, 모저앤씨 등이 기술력과 디자인 차별화를 앞세워 규모와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대형 그룹 중심 산업’이라는 인식을 깨고, 독립 브랜드와 니치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혁신 브랜드가 경쟁하는, 창의성과 기술 중심의 경쟁 구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계 종주국의 위상을 바로 세우다 브랜드와 미디어, 소비자가 함께하는 워치스 & 원더스. 바이어 위주의 시장에서 글로벌 마케팅 캠페인 중심 허브로 변화하는 이 박람회를 통해 시계 산업의 향방을 알 수 있다. 현재 시계 산업이 마주한 변화의 본질은 명확하다. ‘권위를 넘어 관계의 시대로’. 폐쇄적이던 럭셔리 산업이 디지털 전환과 함께 개방성을 강화하면서, 워치스 & 원더스는 글로벌 소비자 이벤트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이 산업이 다양한 변화 속에서 ‘열린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다시 한번 살아남을 것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가까운 날 스와치 그룹의 참여까지 이루어진다면 시계 종주국으로서 스위스의 위상을 다시 한번 바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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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워치메이커 신 오노](https://static.wixstatic.com/media/bd93d4_0fa49060700145bd85b32ec074711cc9~mv2.jpg/v1/fit/w_176,h_124,q_80,usm_0.66_1.00_0.01,blur_3,enc_auto/bd93d4_0fa49060700145bd85b32ec074711cc9~mv2.jpg)
![[인터뷰] 워치메이커 레미 쿨스](https://static.wixstatic.com/media/bd93d4_17ee85dc7d554d21bce103ddd4c5c3a9~mv2.jpg/v1/fit/w_176,h_124,q_80,usm_0.66_1.00_0.01,blur_3,enc_auto/bd93d4_17ee85dc7d554d21bce103ddd4c5c3a9~mv2.jpg)



![[Watches & Wonders 2026] 닫힌 산업에서 열린 산업으로](https://static.wixstatic.com/media/bd93d4_741cdbf576a944269d297139fe580571~mv2.jpg/v1/fit/w_176,h_124,q_80,usm_0.66_1.00_0.01,blur_3,enc_auto/bd93d4_741cdbf576a944269d297139fe580571~mv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