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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레 파리 창립자 테오 오프레와의 인터뷰

  • bhyeom
  • 11월 6일
  • 4분 분량

견습생 시절부터 다져온 장인 정신은 오늘날 ‘오프레 파리’라는 이름으로 꽃피우고 있다.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2025 후보에 오른 그는 부흥하는 프랑스 워치메이킹의 역사 한가운데에 서 있다.

프랑스 워치메이킹의 황금기가 다시 도래하고 있다. 테오 오프레(Théo Auffret)는 그 부흥의 일환으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그는 프랑스 독립 시계 제작자 장-바티스트 비오(Jean-Baptiste Viot) 문하에서 견습 생활을 거치며 기량을 갈고닦았고, 2018년에는 ‘F.P. 주른 영 탤런트 컴피티션’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현재 파리에 공방을 세우고 ‘오프레 파리(Auffret Paris)’라는 이름 아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날에도 모든 과정을 직접 손으로 수행하는데, 이 장인적 태도는 수집가들이 그의 작업에 가장 먼저 매혹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에는 팬들이 기다려온 ‘투르비용 아 파리’의 후속작, ‘지베르니 “블루 트레인”’으로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2025 후보에 올랐다. 그는 파리에 기반을 둔 동시대의 뛰어난 시계 장인들과 역사를 새기고 오래도록 이어질 무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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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T KOREA>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파리에서 활동하는 독립 워치메이커 테오 오프레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은 파리의 새 워크숍으로, 불과 한 달 전 휴가 직전에 완성되었다. 이곳에서 나와 팀은 시계 제작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훌륭한 동료 워치메이커들과도 같은 건물을 공유하고 있다. 스페이스 원(SpaceOne Watches) 팀은 미래적인 디자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는 브랜드이고, 알렉시 프루오프(Alexis Fruhauff)가 이끄는 또 다른 회사는 세계 유수의 컬렉터들을 위해 맞춤형 클락을 제작하고 있다.


저명한 수집가들이 꼽는 워치메이커이자 ‘꼭 소장해야 할 독립 시계 브랜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러한 명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매우 큰 영광이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많은 컬렉터들이 나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현재 생산 속도는 아주 느린 편이다. 하지만 좋은 것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성장해나가고자 한다. 초기 서브스크립션 투르비용을 받은 첫 번째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 같은 반응으로 이어졌다.


시계 1점을 제작하는 데 얼마나 걸리나?

처음 14점의 투르비용 모델을 완성하는 데 4년 이상이 걸렸다. 매우 긴 시간이었고, 철저히 장인적인 방식이었다. 그래서 나는 팀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제작 프로세스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제는 더 많은 시계를 제작해 수요를 충족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첫해에는 혼자라 시계를 단 1점밖에 만들지 못했다. 다음 해에는 프랑스 워치메이커 나탕 트레미온(Nathan Trémion)이 합류해 두세 점을 함께 제작했고, 이어 이브 알바네시(Eve Albanesi)가 들어와 조금씩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초기 3~4년은 정말 험난한 과정이었다. 그 결과 새 무브먼트인 ‘크로노미터 아 파리(Chronomètre à Paris)’를 개발할 수 있었다.


올해는 ‘지베르니(Giverny)’ 모델을 처음 선보였다. 2025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후보에 올랐는데, 이 시계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나.

‘지베르니’라는 이름은 파리 근교의 모네 정원에서 따왔다. 앞으로도 우리가 사랑하는 장소의 이름을 작품에 담고 싶었다. 유니크 피스로 제작한 ‘블루 트레인(Blue Train)’ 역시 같은 맥락에서 탄생했다. 파란색 마커에서 출발했지만, 동시에 리옹역의 레스토랑 ‘르 트랭 블뢰(Le Train Bleu)’와도 관련이 있다. 스위스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전 커피 한 잔을 즐기던 곳이었다. 더불어 1930년대 벤틀리 명차 ‘블루 트레인’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나는 새로운 라인 ‘쁘띠 메주르(Petite Mesure)’를 처음 선보였고, 그 첫 번째 모델이 바로 ‘지베르니’다. 스틸 케이스에 신형 크로노미터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36mm는 아시아 컬렉터에게 이상적이면서도 미국 컬렉터에게도 잘 맞는 크기라고 생각했다. 컬렉션 최초로 솔리드 다이얼을 적용해, 오랫동안 지켜봐온 컬렉터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전 모델은 중앙 플레이트를 중심으로 양쪽에 브리지를 배치한 오픈 다이얼 구조였다. 반면 이번에는 전통적인 레핀(lépine) 스타일을 반영했다. 한쪽에는 메인 플레이트, 반대쪽에는 브리지를 두는 방식이다. 새로운 칼리버와 새로운 구조였지만 동시에 가장 클래식한 전통을 따랐다. 무엇보다 큰 배럴과 큰 밸런스를 작은 공간에 담아내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장-바티스트 비오 공방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들었다. 그에게서 어떤 영감을 받았나?

견습 시절의 스승을 통해 장-바티스트 비오를 처음 만났다. 당시 그는 견습생을 받을 생각이 없었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결국 그의 워크숍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후 2년 넘게 함께 일하며 그가 직접 제작하던 수제 시계 작업을 도왔다. 지금은 매우 희귀해져 컬렉터들이 찾는 작품들이다. 그는 ‘손으로 시계를 만드는 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르쳐주었다. 그때는 CAD 같은 소프트웨어를 쓰지 않았고, 모든 설계를 종이와 연필로 직접 했다. 부품도 CNC 대신 지그 보링 머신과 절삭 도구로만 제작했다. 첫 투르비용 역시 케이스와 나사까지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이런 경험 덕분에 장인 정신을 깊이 새기게 되었고, 여전히 나의 작업의 근간으로 남아 있다.


워치메이킹에서 추구하는 비전은 무엇인지?

나는 처음부터 파리에 워크숍을 세우고 싶었다. 교외의 작은 작업실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파리 중심부 17세기 건물 꼭대기에 새 워크숍을 마련했다. 약 5년간 파리에서 견습 생활을 하며 프랑스 워치메이킹의 스타일과 역사, 올로제리 전통을 배웠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와 페르디낭 베르투 같은 거장들 역시 파리에서 활동했다. 물론 스위스보다 프랑스에서 회사를 세우는 일이 나에게는 일종의 도전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젊은 워치메이커들도 발레 드 주보다 파리에서 일하기를 선호했고, 컬렉터들에게도 이곳에서 젊은 팀이 만든 핸드메이드 시계를 소장한다는 점이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우리는 프랑스적인 철학과 스타일을 작품에 담고자 한다. 사람들이 ‘아, 이건 다르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디테일 하나하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2025 후보에 오른 지베르니 “블루 트레인”(Giverny “Blue Train”)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2025 후보에 오른 지베르니 “블루 트레인”(Giverny “Blue Train”)
지베르니 “블루 트레인”(Giverny “Blue Train”)
지베르니 “블루 트레인”(Giverny “Blue Train”)
지베르니 “블루 트레인”(Giverny “Blue Train”)
지베르니 “블루 트레인”(Giverny “Blue Train”)

디자인 스펙트럼이 넓다. 이렇게 다양한 컬렉션을 전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독립 워치메이커로서는 드물게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 컬렉션을 발전시키고 있다. 컬렉터들은 점점 더 오래 이어질 무언가를 원한다. 그래서 전체 컬렉션을 연결하는 두 가지 라인을 구축했다. 첫 번째는 38mm 오픈워크 ‘그랑 메주르(Grand Mesure)’로, 초기 투르비용과 맥을 같이하는 하이 올로제리 라인이다. 앞으로 다양한 컴플리케이션과 스포츠 모델도 이 라인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두 번째는 36mm ‘쁘띠 메주르’로, 전용 무브먼트와 클로즈드 다이얼을 장착한 더 작은 시계다. 장식적이고 미학적인 요소를 강조하며, 두 라인은 서로 다른 길을 가지만 평행선을 이루며 컬렉터들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한다.


올해는 파리에 새 워크숍을 열었다.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가?

이번 워크숍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3개의 다른 회사가 하나의 개발 테이블을 놓고 협업한다는 것이다. 개발, 설계, 프로토타입, 디자인 모두 이곳에서 직접 진행한다. 각기 다른 브랜드지만 컬렉터층이 겹치기도 한다. 예컨대 앙티드 장비에르(Antide Janvier)의 클락을 수집하는 분이 나의 시계를 소장하기도 하고, 나의 고객이 스페이스원의 시계를 주문하기도 한다. 제품군과 가격대는 달라도 결국 하나의 ‘올로제리의 집’으로 여겨진다. 클래식, 모던, 퓨처리즘 테마를 한 공간에서 가격대별로 원하는 시계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앞으로 2년 동안 스페이스원에서만 3~4개의 신작이 개발될 예정이고, 클락메이킹 팀과도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머지않아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스페이스원과의 협업은 ‘입문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컴플리케이션을 제공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는데, 실제로 큰 성공을 거뒀다. 최근 선보인 월드타이머는 독립 워치메이킹의 정신을 담으면서도 4,000달러(약 570만 원) 미만이라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프랑스 출신이자 젊은 세대 워치메이커로서 업계에 어떤 기여를 하고 싶은가?

나의 차별점은 워치메이킹의 중심지인 스위스가 아니라 파리에 있다는 점이다. 파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도시지만, 공급망이나 제작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 도전적인 환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활동하는 덕분에 더 많은 컬렉터들이 파리를 찾아오고, 독립 워치메이커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나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다. 꾸준히 노력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거둘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가 바라는 건 단 하나다. 바로 컬렉터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시계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더라도, 우리의 열정과 노력을 믿고 기꺼이 기다려주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프랑스 워치메이킹의 전통을 이어가며, 동시에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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