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실용성으로 다시 태어난 명작 아카이브
- bhyeom
- 12시간 전
- 4분 분량
Masterpiece reborn with innovation and functionality
과거의 아카이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세 브랜드는 전통과 혁신, 그리고 실용성이 어우러진 창의적 해석으로 이번 제네바 워치 데이즈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수집가들이 브랜드에 가장 고마워하는 부분은 그 브랜드의 역사와 정체성이 담긴 시계를 오늘날에도 여전히 손목 위에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칼럼에서 소개할 세 브랜드는 바로 그 본질로 돌아가 자신들의 DNA를 되새기며, 과거의 명작 아카이브를 꺼내 미래를 향한 기술을 담았다. 그저 복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부터 기술까지 현대인들이 일상에서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해 재탄생시켰다. 이번 제네바 워치 데이즈 현장을 찾은 컬렉터들은 전통과 혁신, 그리고 실용성, 이 삼박자가 완벽히 조화를 이룬 시계 앞에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행사 기간 동안 이름난 수집가들이 직접 참여해 시계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고, 특히 이번에 소개된 세 브랜드 모두 다가오는 11월 발표될 GPHG 최종 심사의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신제품뿐 아니라 출품작까지 함께 공개해 더욱 치열한 논의를 이끌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브랜드들이 어떻게 자신들만의 개성과 미래를 풀어내며 컬렉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대표작을 함께 살펴보자.





LM101 EVO
지름 40mm
케이스 티타늄, 80m 방수
무브먼트 인하우스 칼리버 LM101, 50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서스펜션 플라잉 밸런스 휠
다이얼 피콕 그린과 새먼 오렌지
스트랩 티타늄 폴딩 버클이 있는 러버 스트랩
MB&F
LM101 EVO
2011년 MB&F는 그들이 지닌 ‘우주적 상상력’과 19세기식 전통 워치메이킹을 결합한 실험적 시리즈, LM(Legacy Machine)을 선보였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14년에는 보다 작고 얇아진 ‘LM101’을 출시했는데, MB&F 최초의 자체 제작 무브먼트와 장인 카리 부틸라이넨의 손길이 더해져 ‘대중형(volks)’ 모델이라 불리며 수집가들에게 꾸준히 회자되어왔다. 그리고 브랜드 창립 20주년을 맞은 올해, 제네바 워치 데이즈 2025에서 ‘LM101’의 진화형인 ‘LM101 EVO’가 공개되었다. ‘EVO’라는 이름은 일상에서 편안하고 견고하게 착용할 수 있는 시계를 의미하며, 강력한 방수 성능, 스크루 다운 크라운, 플렉스링(FlexRing) 충격 흡수 장치, 러버 스트랩과 일체형 케이스 등 실용적 요소를 더했다. 이번 신작은 피콕 그린과 새먼 오렌지, 두 가지 CVD 코팅 다이얼로 공개된다. 블랙 서브 다이얼과 실버 프레임은 가독성을 높이고, 야광 도료를 입힌 화살촉 핸즈는 한층 명확한 시인성을 제공한다. 파워 리저브는 기존 45시간에서 60시간으로 늘어났으며, 밸런스 휠을 지탱하는 더블 아치 브리지는 각진 모서리를 덜어내고 이전보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다듬었다. 이스케이프먼트 휠은 MB&F의 상징인 배틀 액스 모티브로 스켈레톤 처리했다. 지름 40mm, 두께 16.5mm의 티타늄 케이스는 그대로지만,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아래 펼쳐지는 색채의 향연은 새로움을 더한다. 피콕 그린은 각도와 빛에 따라 블루, 틸, 퍼플, 선명한 그린으로 변주되며, 새먼 오렌지는 오렌지와 핑크, 레드의 스펙트럼을 드러내 다이얼을 보는 재미가 있다. 수동 와인딩 무브먼트는 플렉스링 댐퍼로 보호되며, 톤 다운된 어두운 마감으로 스포티한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제네바 웨이브, 앵글 폴리싱, 골드 샤통, 블루 스크루 등 오트 오를로제리의 전통적 장식은 카리 부틸라이넨의 감독 아래 그대로 이어진다.



제랄드 젠타 미닛 리피터
지름 40mm
케이스 3N 옐로 골드 쿠션형 케이스
무브먼트 수동 와인딩 칼리버 GG-002, 80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다이얼 블랙 오닉스 다이얼
스트랩 블랙 양가죽 스트랩
Gérald Genta
제랄드 젠타 미닛 리피터
‘시계 제작의 피카소’라 불린 전설적 디자이너 제랄드 젠타(1931~2011)는 그랑 소네리를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복잡한 차임 시계를 제작했다. 현재 브랜드는 루이 비통 산하의 라 파브리크 뒤 떵에서 미셸 나바스와 엔리코 바르바시니가 이끄는 아틀리에를 통해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의 대담한 디자인 세계를 오마주한 지난 작품들에 이어 성숙해진 이들은 올해 젠타가 사랑했던 미닛 리피터에 헌정하는 정제된 신작을 선보였다. 차임 워치는 젠타의 상상력을 강하게 자극한 영역이었다. 그는 1980년대 쿼츠 위기로 잊혀가던 미닛 리피터를 손목시계로 되살린 소수의 워치메이커 중 한 명이다. 2025년 공개된 ‘제랄드 젠타 미닛 리피터’는 1980~1990년대 젠타가 추구했던 컴플리케이션 정신을 계승하면서 라 파브리크 뒤 떵 루이 비통에서 새롭게 설계한 케이스를 적용했다. 바로크적 장식과 팔각형 미학에 매료되었던 젠타의 화려한 디자인은 지름 40mm와 두께 9.6mm의 18K 옐로 골드 쿠션형의 절제된 케이스로 진화했다. 노골적인 장식이나 각진 모서리 없이 미니멀한 인상이며, 젠타가 즐겨 사용했던 ‘중앙 러그 모듈’을 통해 케이스와 스트랩을 연결한다. 블랙 오닉스 다이얼은 옐로 골드 케이스와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외곽에는 화이트 레일로드 미닛 트랙이 자리하고, 인덱스는 케이스 형태를 반영한 외곽을 따라 배열되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소리’다. 라 파브리크 뒤 떵에서 자체 개발한 수동 미닛 리피터 칼리버는 2023년 ‘온리 워치(Only Watch)’ 경매에 출품된 미키마우스 테마 모델의 베이스를 사용한다. 옐로 골드는 풍부한 울림을 증폭하기에 최적화된 소재다. 0.6mm까지 얇게 다듬은 케이스 백과 0.8mm로 줄인 사파이어 크리스털은 맑고 투명한 음향을 제공한다. 거울처럼 광택 처리한 해머와 공은 장인이 직접 조율했으며, 각 부품은 공명과 진동을 최적화하도록 세밀히 조정되었다. 완성된 음색은 수정처럼 청아하다. 무브먼트를 완성하는 데만 4주 이상이 소요되며, 앵글 베벨링, 스네일링, 코트 드 제네브 등 오트 오를로제리 전통의 마감 기법을 더한다. 레귤레이터는 팔각형으로 제작해 젠타의 시그니처를 기리며, 3Hz 진동수와 80시간 파워 리저브로 작동한다.



엑스트라 플랫 로즈 골드
지름 38.6mm
케이스 18K 로즈 골드 5N, 30m 방수
무브먼트 칼리버 DR002, 65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다이얼 핀스트라이프 기요셰 패턴이 있는 화이트 골드 베이스, 로즈 골드 5N 챕터 링
스트랩 베이지 송아지 가죽
Daniel Roth
엑스트라 플랫 로즈 골드
완벽에 가까운 비율과 정교한 마감, 손에 닿는 무게감, 그리고 안정적인 성능까지 모두가 놀라움을 자아낸다. 다니엘 로스의 부활은 2023년 옐로 골드 투르비용 서브스크립션 모델로 시작되었다. 루이 비통 산하 라 파브리크 뒤 떵에서 제작된 이 첫 모델은 단 20피스 한정으로 출시되었으며, 같은 해 8월에는 로즈 골드 버전이 뒤를 이었다. 엑스트라 플랫 역시 같은 전략을 따랐는데, 올해 1월 공개된 옐로 골드 서브스크립션 모델에 이어 약 3개월 뒤 로즈 골드 버전이 새롭게 등장했다. 디자인은 대체로 동일하지만, 이번 모델은 구독형이 아닌 엄선된 리테일러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표준형’으로 출시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케이스는 38.6×35.5mm의 더블 엘립스 형태와 두께 7.7mm라는 슬림한 비율로 다니엘 로스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며, 5N 합금 특유의 따뜻한 색조는 케이스 라인을 한층 부드럽고 우아하게 강조한다. 여기에 오픈 케이스 백을 더했으며, 은은한 투톤 다이얼은 수작업 기요셰로 장식했다. 화이트 골드 베이스에는 선형 기요셰를 정교하게 새겼고, 5N 로즈 골드 챕터링이 다이얼을 감싸며 블랙 로마숫자를 프레임처럼 둘러싼다. 핸즈는 블랙 코팅한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해 선명한 대비를 이뤄 높은 가독성을 확보한다. 전체적으로 층위감 있고 세련된 완성도다. 2025년 모델의 또 다른 매력은 오픈 케이스 백을 통해 직접 감상할 수 있는 무브먼트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수동 칼리버 DR002가 모습을 드러내며, 엑스트라 플랫 구조와 이중 타원형 케이스를 위해 특별히 고안되었다. 라운드 앵글라주, 블랙 폴리싱 처리한 크라운 휠과 래칫 휠, 바 타입 클릭 등 섬세한 디테일을 보여준다. 프리스프렁 밸런스, 제네바 스타일의 스터드 고정 방식, 4Hz 진동, 65시간 파워 리저브를 갖춰 기술적 완성도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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