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 프루오프와의 인터뷰
- bhyeom
- 11월 6일
- 4분 분량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며 클락메이킹의 전통을 되살리고 있다. ‘펜둘 아 세콩드(Pendule à Seconde)’로 F.P. 주른 영 탤런트 컴피티션을 수상한 그는 파리에서 새로운 아틀리에를 열고 시계와 클락 제작의 미래를 동료들과 함께 그려가고 있다.
다른 이들과 기쁨을 나누는 일, 그리고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길에 과감히 도전하는 일. 이 두 가지는 삶에서 가장 자연스러워 보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어려운 과제일지 모른다. 이 두 가지 일을 해낸 차세대 시계 제작의 주역, 알렉시 프루오프(Alexis Fruhauff)는 지난 4월 자신이 제작한 클락 ‘펜둘 아 세콩드(Pendule à Seconde)’로 ‘F.P. 주른 영 탤런트 컴피티션’의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그의 작품 ‘펜둘 아 세콩드’는 정밀한 기술력과 역사적 고증을 겸비한 예술적 시계로, 19세기 프루오프의 시계에서 영감을 얻고 프랑스 천문 시계 장인 앙티드 장비에르의 디자인적 요소를 반영해 수작업으로 완성되었다. 독창적 탈진기 구조와 말테 크로스 장치 등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수작이다. 올가을 프루오프는 프랑스의 워치메이커 테오 오프레, 스페이스원과 함께 파리 아틀리에를 열고 동료들과 시계 제작의 비전을 공유하며 앤티크 시계 복원과 클락메이킹 기술을 연마해 이 시대 가장 아름다운 클락을 완성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다. <GMT KOREA>는 최근 그의 파리 아틀리에를 찾아 ‘펜둘 아 세콩드’와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F.P. 주른과 더 아워 글라스(The Hour Glass)가 공동 주관하는 F.P. 주른 영 탤런트 컴피티션은 차세대 시계 제작자의 발굴과 지원을 목표로 2015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국제 대회다. 참가자는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제작한 시계 또는 시간 측정 관련 오롤로지컬 장치를 출품해야 하며, 심사 기준은 기술적 완성도, 복잡성의 탐구, 장인정신의 수준, 디자인 및 미적 감각 등을 포함한다. 수상자에게는 수료 과정과 함께 5만 스위스 프랑(약 8천9백만 원)의 지원금이 수여된다. 이는 향후 프로젝트 개발이나 도구 구입 등 워크숍의 프로젝트 개발에 사용된다. 2025년 수상자는 파리 출신의 젊은 시계 제작자 알렉시 프루오프로, 그의 작품 ‘펜둘 아 세콩드’는 과학적 정밀함과 예술적 창의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올해 심사위원단은 필립 듀포(Philippe Dufour), 안드레아스 스트렐러(Andreas Strehler), 줄리오 파피(Giulio Papi), 마크 제니(Marc Jenni), 마이클 테이(Michael Tay), 엘리자베스 도어(Elizabeth Doerr), 프랑수아-폴 주른(François-Paul Journe) 등 세계적인 워치메이킹 인사들로 구성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프루오프가 파리 워치메이킹 스쿨에서 공예 및 디자인의 국가 디플로마(DNMADe)를 마치던 2022년에 시작되었다. 당시 그는 19세기 말 학생들이 제작한 탁월한 시계 작품들을 접하며 깊은 영감을 받았다. 그의 시계는 18세기 프랑스 시계 장인 앙티드 장비에르(Antide Janvier)의 작품 세계에 기반을 두고, 약 3년에 걸쳐 전통적인 크로노미터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탁상시계로 완성되었다. 모든 부품과 도구를 직접 제작했으며, 프랑스 시계 제작자 폴 가르니에(Paul Garnier)의 연구에서 착안한 피벗 디텐트 이스케이프먼트, 몰타 크로스 정지 장치, 두 개의 대칭형 배럴 등 고전적 메커니즘을 정교하게 구현했다. 시계는 손줄질(hand-filing), 쇼블랭(Schaublin 102) 선반, 아시에라(Aciera F3) 밀링, 하우저(Hauser 2BA) 보링 머신 가공 등 전통적 기법과 현대적 기술을 조화시켜 완성되었다. 모든 부품은 분리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어 유지 보수와 향후 장식 작업이 용이하며, 체리우드 케이스와 인그레이빙은 과거의 장인정신을 오늘날에 되살린 상징적 결과물로 평가된다. 실버 도금된 황동 다이얼은 보이지 않는 고정 시스템으로 장착되어 있으며, 이는 고도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 정교한 구조를 지닌다.




<GMT KOREA>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알렉시 프루오프라고 한다. 파리 시계 학교에서 시계 제작을 공부했고, 졸업 작품으로는 ‘펜둘 아 세콩드’를 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으로 클락을 완성했다. 그 작품 덕분에 F.P. 주른 영 탤런트 컴피티션에 참가할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손목에 차는 시계도 훌륭하지만, 집 안에 두어 가족과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클락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었고, 시장에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 주고자 클락을 만들고 있다.
프랑스 시계 학교에서는 어떤 교육 과정을 밟았나?
처음 2년은 기본적인 시계 수리를 배우는 과정이다. 이후 더 전문적인 과정으로 진학해 추가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데, 이때는 밸런스나 앵커 같은 핵심 부품을 세팅하며 정밀 수리 기술을 익히게 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복원’과 ‘창작’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나는 창작을 택했다. 인턴십 과정에서는 복원 작업도 경험했는데, 오래된 시계를 다루는 일 역시 매우 흥미로웠다.
클락메이커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워치메이커 장-바티스트 비오(Jean-Baptiste Viot) 공방에서 인턴십을 하며 그의 기계를 사용해 나만의 클락을 제작할 수 있었다. 그는 베르사유 같은 프랑스 대저택을 위해 일하던 전통적인 클락 복원 장인으로, 그의 작업대 위에는 놀라운 클락이 즐비했다. 그 작품들을 보며 과거 장인들의 비범한 기술력에 깊은 감명을 받으며 나도 언젠가 그만큼 훌륭한 클락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클락 제작은 오랜 시간과 고된 노력이 요구되기에 상을 목표로 삼는 것이 끝까지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동기 부여가 된다고 생각했다.
‘펜둘 아 세콩드’는 19세기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그렇다. 이 작품은 파리 시계 학교의 고전적인 시계탑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기술적인 구성 요소에서 그 흔적이 두드러진다. 여기에 19세기 최고의 시계탑 제작자 중 한 명인 앙티드 장비에르의 작업에서 몇 가지 요소를 결합했다.
이런 역사적 영향은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나?
역사적인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것이 현대적인 케이스와 대비를 이루도록 구성했다. 옛 시계탑을 보면 파일링된 곡선이나 정교한 마감 등 작은 세부 요소가 정말 많다. 이러한 디테일은 어느 각도에서 보든 새로운 발견을 준다. 나는 그 미세한 아름다움을 작품에도 담고 싶었기에, 여러 서적과 아카이브를 탐독하며 옛 시계탑의 구조와 장식을 연구했다. 역사성과 현대성을 적절히 잘 조합하는 것이 현대 워치메이킹에서 매우 중요하다. 시계탑을 수집하는 사람들은 인테리어나 가구처럼 전체적인 조화, 즉 ‘조형적 통일성’을 중시한다. 그 때문에 제작자들에게도 창의적인 면에서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



존경하는 예술가나 시계 제작자가 있나?
현대 시계 제작자 중에서는 로저 W. 스미스(Roger W. Smith)를 존경한다. 그는 영국 시계 산업의 전통을 완벽하게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인물이다. 그리고 고전 시계 제작자 중에서는 앙티드 장비에르(Antide Janvier)를 가장 존경한다. 그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작업에도 기꺼이 몰두하며, 두려움 없는 창의성과 섬세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진정한 장인이다.
올해 가을 테오 오프레와 함께 파리 아틀리에를 세웠다.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테오와의 인연은 장-바티스트 비오 공방에서 시작됐다. 그는 내가 클락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6월 수상한 후 ‘앙티드 장비에’라는 브랜드를 인수했다며 함께 우리 시대 최고의 클락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주저 없이 수락했다. 이후 테오와 함께 일하던 이브 알바네시(Eve Albanesi)가 특별한 공간을 찾아냈는데, 한쪽은 테오가 원하던 노트르담 데 빅투아르 성당이, 다른 한쪽은 내가 일하고 싶어 했던 빅토르 광장이 보이는 곳이었다. 두 사람의 꿈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기에, 우리는 망설임 없이 그곳을 선택했다.
시계와 클락을 한 아틀리에에서 함께 다루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시계와 클락을 동시에 다룸으로써 오롤로지의 모든 면을 보여 주고자 했다. 프랑스에는 시계 제작자가 많지 않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 각 나라가 고유한 역사와 디자인을 지니듯 프랑스적인 시계 제작 또한 수집가들에게 특별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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