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몽 브렛과의 인터뷰
- bhyeom
- 15시간 전
- 5분 분량
Interview with Simon Brette
데뷔작으로 GPHG ‘시계 혁신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시몽 브렛은 장인 정신과 차별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언어를 완성해왔다. 동료 장인들에 대한 존중과 끝없는 열정을 중시하는 그는 100년 이상 이어질 시계 제작의 미래를 그려나간다.
시계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다이얼, 기계식 시계의 심장, 무브먼트. 시몽 브렛은 자신만의 차별성과 DNA를 다이얼에 오롯이 투영하고, 시계를 뒤집었을 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지를 늘 고민하는 장인 정신을 중시하는 워치메이커다. 2023년 첫 작품인 ‘크로노미터 아티장(Chronomètre Artisans)’을 선보이자, 무브먼트와 다이얼을 하루 종일 감상해도 좋을 열정적인 수집가들이 가장 먼저 그를 찾아 나섰다. 그는 주문서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장인들과 함께 자신의 혼을 작품에 보태 시계를 더욱 깊고 인내가 스민 물건으로 만들어낸다. 데뷔작으로 곧바로 GPHG 2023에서 ‘오롤로지컬 레벨레이션(시계 혁신상, Horological Revelation Prize)’을 수상한 그는, 올해는 ‘크로노메트르 아티산 주얼리(Chronomètre Artisans Joaillerie)’로 GPHG 주얼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오픈워크 다이얼과 대칭을 중요시한 백사이드, 완벽할 정도로 정교한 피니싱을 통해 빛의 각도마다 새로운 표정을 짓게 하는 그의 시계 철학은 무엇보다 ‘함께하는 장인들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한다. 그는 자신의 열정이 10년, 나아가 100년 이상 이어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고 싶다고 말한다.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시몽 브렛의 앞날은 밝다.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해 약 15년간 시계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네 살 딸과 한 살 아들,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나의 시계 여정은 딸의 탄생이 결정적 계기였다. 4년 전 부품 공급 업체에서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출산과 육아에 전념하기로 하면서, 지금의 모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이를 얻은 건 나의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다.
야스미나 안티(Yasmina Anti)의 ‘드래곤 스케일’ 데커레이션에 특히 매료되었다고 했다. 구현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
첫 번째 원칙은 ‘다이얼에 반드시 인그레이빙을 담는다’였다. 나는 야스미나라는 인물 자체에 끌렸다. 너그럽고 자신의 일에 뜨거운 열정을 지닌 분이라 꼭 함께하고 싶었다. 내가 부탁한 건 단순했다. “이미 검증된 방식이 아니라, 머릿속에 오래 있었지만 아직 펼치지 못한 것을 보여달라.” 그러자 그녀가 여러 패턴으로 정교하게 새긴 메인 플레이트 시안을 들고 와 아이디어와 공구, 빛과 반사에 대한 설계 철학까지 세세하게 설명해주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확신을 얻었다. 내가 이 여정을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장인들은 각자의 혼을 작품에 보탠다. 그래서 시계는 더욱 깊고 인내가 깃든 물건이 된다. 가장 어려운 순간은 그 수많은 미세한 디테일을 하나의 조화로운 전체로 정확히 결합하는 일이었다. 예컨대 밸런스 3/4 브리지처럼 개성 강한 요소까지 완벽히 맞물리게 만드는 과정이다.
마감이 완벽에 가깝다고 느꼈다. 그 디자인의 이면에는 어떤 생각이 기반이 되었나?
나는 무브먼트 개발로 커리어를 시작한 엔지니어라, 디자인을 언제나 ‘메커닉’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무브먼트의 뒷면부터 그린다. 내게 시계의 매력은 뒷면을 봤을 때 판단이 서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대칭을 중시해 수평축을 기준으로 완벽한 균형이 잡히도록 설계한다. 정밀하고 직선적이며, 대칭과 순수함이 느껴져야 한다. 그것이 나를 보여주는 언어다. 반면 다이얼은 개인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도화지다. 엔지니어인 동시에 예술적 감수성을 북돋아준 부모님 밑에서 자랐기에, 뒷면은 이성과 구조, 앞면은 감성과 예술을 담는다. 오픈워크 구조인 만큼 브리지의 곡선과 라인, 피니싱까지 모든 디테일을 완벽에 가깝게 다듬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아름다움은 도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마지막 하나의 부품까지 책임지는 장인의 손길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초기에 겪은 가장 큰 과제는 나처럼 몰입해줄 ‘좋은 의미의 미친’ 장인을 찾는 일이었다. 브랜드가 알려지기 전에는 신뢰를 얻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최고의 장인들에게 다가가 함께 일할 신뢰를 쌓고,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보자고 설득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팬데믹 시기에 그분들과 일을 시작했는데, 이후 일감이 급감한 상황에서도 다행히 나를 지지해주는 고객들이 있었다. 그 덕분에 각 컴포넌트를 추진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동시에 인스타그램 등으로 장인들이 누구인지 소개하는 영상을 꾸준히 제작해 그들의 비즈니스에도 힘을 보태고자 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말자. 자신만의 최고치를 끌어올리자’는 약속으로 함께 올라섰고, 지금은 고객은 물론 공급 업체와 장인 모두와 깊은 신뢰가 쌓였다. 일요일 밤에 전화를 걸어도 도와주겠다는 답을 들을 수 있을 정도다.


크로노미터 아티장 서브스크립션
지름 39mm
케이스 지르코늄, 30m 방수
무브먼트 칼리버 SBCA, 72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스몰 세컨즈
다이얼 5N 레드 골드
스트랩 송아지 가죽
‘크로노미터 아티장’이 GPHG 2023년 시계 혁신상 부문에서 수상했다. 출품 동기와 소감이 궁금하다.
사실 상을 크게 의식하진 않았다. 과거에도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가 상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그 영예는 내가 몸담았던 ‘브랜드’의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2023년 론칭 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인정을 받으며, 무엇보다 우리를 몰랐던 컬렉터들이 관심을 가져주었다는 점이 가장 기뻤다. 우리는 생산량이 매우 적어 많은 분들께 시계를 배정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서 찾아와서 팀과 열정을 나누고, 그 순간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게 내겐 가장 큰 보람이다. 우리는 시계를 만들고 당연히 사업도 하지만, 결국 사람을 만나 열정을 공유하는 일이 전부라고 믿는다. 특히 아직 잘 모르는 곳에서 독립 시계 제작을 사랑하는 분들을 만나는 일은 무척 설렌다. 그 만남이 누군가에게 시계 제작을 꿈꾸고 배워 새로운 독립 워치메이커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이다.
다가올 신제품에 대해 조금만 공유해줄 수 있나?
‘크로노미터 아티장’ 라인의 새로운 변주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지르코늄 케이스로 제작한 서브스크립션 첫 모델을 선보였고, 2023년 말에는 티타늄 버전에 로즈 골드 다이얼을 매칭하고 ‘배틀(battle)’ 모티브를 더한 야스미나의 에디션을 공개했다. 이어 2024년에는 로즈 골드 케이스 버전을 출시했다. 매번 신작을 낼 때마다 직전의 기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도전이다. 올해 말에는 현장에서 봤던 바로 그 스틸 버전을 공식 출시한다. 다양한 스트랩 조합과 서로 다른 세팅을 통해 착용 경험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내년에는 플래티넘 버전도 선보일 예정이고, 이와 별개로 완전히 새로운 컴플리케이션 개발도 진행 중이다.
<GMT KOREA> 팀이 도쿄를 방문했을 때 컬렉터 다케시(Takesi)를 만났다. 일본 최초의 시몽 브렛 고객이라고 하던데, 특별한 사연이 있나?
그렇다. 현지에 사는 내 절친이 여러 차례 연락해 소개를 주선했고, 내가 모든 문의에 일일이 신속하게 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그 친구가 통역을 도와줬다. 그 과정에서 일본 문화가 장인 정신을 얼마나 깊이 존중하는지 새삼 체감했고, 나 역시 그러한 가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일본은 언젠가 시간을 넉넉히 들여 머물며 문화와 공예를 더 배우고 싶은 나라이기도 하다. 그 친구의 도움으로 다케시 씨와 직접 대화하며 그의 여정, 소장 시계, 취향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우리 브랜드를 진심으로 아끼며 어렵게 연락을 이어왔고, 그 만남이 첫 접점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짧은 안부를 주고받고, 우리가 올리는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자주 리포스트해 줄 만큼 꾸준히 응원해주고 있다. 매우 친절하고 든든한 지지자다. 조만간 일본에서 그분의 시계를 직접 전달하고 싶다. 일정이 맞는다면 <GMT KOREA> 팀과 함께하는 촬영도 멋질 것 같다.


GPHG 2025 주얼리 부문 후보에 오른 크로노미터 아티장 주얼리
지름 39mm
케이스 플래티넘, 30m 방수
무브먼트 핸드 와인딩 기계식 무브먼트, 72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초
다이얼 에메랄드 및 다이아몬드
스트랩 그린 가죽
다른 독립 시계와 차별화되는, 시몽 브렛만의 ‘고유한 스타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디테일 중심의 오픈워크 미학’이다. 나는 엔지니어 출신이라 메커닉을 사랑하고, 그래서 다이얼은 오픈워크를 기본으로 한다. 서로 다른 표면 질감과 완벽한 마감을 결합해, 빛에 따라 매일 다른 표정을 드러내도록 설계한다. 또 나는 작은 사이즈만 고집한다. 손목 위에서 존재감이 사라질 만큼 편안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신 시계를 벗지 않고도 기계적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게, 다이얼 위에서 무브먼트를 곧바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내 바람은 착용자가 날마다 새로운 반짝임과 새로운 면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정신은 ‘장인 중심’이라는 철학에서 비롯된다. 국경을 넘어 자신의 일에 삶을 바치는 사람들이 있고, 그 헌신이 오늘의 시계를 만든다. 나는 그분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싶다. 이 브랜드가 언젠가 내가 가장 차고 싶어 하는 최고의 시계를 만들기 위한 무대인 동시에, 장인들의 이름과 기술이 정당하게 드러나는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오늘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전승’이다. 지식과 기술이 다음 세대에 온전히 이어져야 우리의 열정과 업계가 10년, 10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 우리가 장인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돌본다면 미래는 밝다. 재능 있는 젊은 제작자들이 계속 등장해야 시계업계가 더 발전할 것이다. 함께 만들고 알리며, 생태계의 비즈니스가 더 단단해지도록 돕는 일도 나의 몫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집중하는 것도 바로 그 연속성과 전승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