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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네라이 COO 제롬 카바디니와의 인터뷰

    파네라이 COO 제롬 카바디니 군용 시계에 뿌리를 둔 파네라이는 기능성과 미학을 결합하며 브랜드 특유의 정체성을 구축해 왔다. 2026년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공개된 신작들은 메종의 유산을 기반으로 빈티지한 아카이브와 현대적 기술력을 교차시키며 파네라이만의 진화된 방향성을 제시한다. 시계 제조에서 요구되는 명확성, 견고한 기능성, 그리고 예술적 감각을 완성도 높은 균형으로 구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파네라이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는 군용 시계로서의 기술적 신뢰도는 물론, ‘파네라이 쉐입’으로 대변하는 독보적인 형태적 정체성을 구축하며 시계 애호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역사 깊은 브랜드다. 2026년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파네라이는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 빈티지 무드의 감성을 자극하는 구성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군사적 유산에서 피어난 기능적 철학 파네라이는 18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군사적 기원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왕립 해군을 위한 전문 도구 시계 제작에서 출발해 브랜드의 기틀을 다졌다. 파네라이 COO 제롬 카바디니(Jérôme Cavadini)는 유산과 혁신을 하나의 흐름으로 인식하며, 가독성·방수 성능·견고함·긴 작동 시간과 같은 주요 기능을 중심으로 현대적 기술과 소재를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군용 장비에서 비롯된 ‘기능 우선(Function-first)’ 철학은 디자인과 기술 전반에 깊이 반영되어 있으며, 복잡한 컴플리케이션이나 신소재를 도입하더라도 직관적 사용성과 실전 성능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접근은 인하우스 무브먼트 개발을 통해 더욱 공고해졌으며, 구조적 혁신을 통해 구현한 긴 파워리저브와 높은 에너지 효율은 올해의 노벨티 라인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1960년대의 상징적인 레퍼런스 Ref. 6152/1에서 영감을 받아 핸드와인딩 방식의 루미노르 시리즈로 재해석된 이번 컬렉션은 PAM01731, 좌측 크라운을 적용한 데스트로(Destro) PAM01732, 8일 파워리저브를 갖춘 PAM01733, 그리고 47mm 케이스를 유지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PAM01735까지 네 가지와 네이비 실 협업 기반의 1000m 프로 다이버 툴워치 PAM01089와 이탈리아 해군 유산에서 이어진 장기 파워리저브 헤리티지 모델 PAM01631, 그리고 포지드 티타늄 신소재와 연구 기반 설계를 통해 전통을 현대 기술로 재해석한 퍼포먼스 중심 모델 PAM01629로 구성된다. 이 독보적인 정체성을 올해는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는지, 제롬 카바디니가 브랜드의 비전과 방향성을 직접 전한다. 섭머저블 네이비 씰 아프니오텍™ 익스피리언스 PAM01089 섭머저블 네이비 씰 아프니오텍™ 익스피리언스 PAM01089 파네라이는 럭셔리 워치메이킹 세계에서 독보적인 정체성을 지닌 브랜드다. 100년 이상의 유산과 지속적인 혁신 사이에서, 두 요소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키고 있나? 파네라이의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역사, 즉 독특한 시계 제작 접근 방식의 기원에 있다. 파네라이는 1993년 민간 시장에 진출하고 1997년 리치몬트 그룹에 합류했지만, 그 역사는 18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십 년간 군사 기밀 속에서 오직 이탈리아 왕립 해군에만 시계를 공급해왔다. 해군의 까다로운 요구는 오늘날 브랜드를 정의하는 핵심 요소에 깊이 반영되었다. 시계는 진정한 전문 도구로 설계되었고, 실패는 허용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낮은 조도에서의 가독성, 극한 환경을 견디는 견고한 구조, 수중 임무를 위한 방수 성능, 긴 작동 시간 등 본질적인 기능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처럼 실전에서 탄생한 독보적인 역사 덕분에 풍부한 스토리를 구축할 수 있었고, 최근 수년간의 아카이브 작업을 통해 그 뿌리를 더욱 정교하게 복원해왔다. 유산의 재해석은 단순한 향수나 트렌드가 아니라, 파네라이를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 정체성과 가치를 강화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혁신하면서도, 크라운 보호 브리지, 샌드위치 다이얼 구조, 탁월한 야광, 스몰 세컨드 등 기능적이면서 즉각적으로 인지 가능한 디자인 요소를 유지하며 전문 도구 시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는 기술적 신뢰성과 내구성을 갖춘 진정한 성능 도구로, 어떤 모험에서도 이상적인 동반자가 된다. 결국 유산과 혁신은 별개의 흐름이 아니라, 혁신이 유산을 살아 있게 만드는 방식이다. 유산은 기능에서 비롯된다. 가독성, 방수, 긴 작동 시간, 견고함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요소다. 혁신은 이러한 핵심을 현대의 연구, 소재, 제조 기술로 끊임없이 진화시키는 과정이다. 그 균형은 단순한 원칙에서 출발한다. 시계의 목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혁신하고, 유산은 그 존재 이유를 설명할 때에만 활용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영감을 주는 요소는 무엇이며, 이를 현대적으로 어떻게 재해석하고 있나? 개인적으로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요소는 군사 기기 마인드셋이다. 이는 파네라이에 드문 일관성을 부여한다. 모든 디자인 결정이 장식이 아닌 사용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왕립 이탈리아 해군에 시계를 공급했던 역사적 배경은 브랜드 정체성과 제품 개발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이 독특한 유산은 무결점 성능과 기능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고방식을 형성했다. 신뢰성, 가독성, 내구성을 우선시하는 접근이다. 복잡한 기계나 신소재를 다루더라도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모험과 임무를 위해 직관적이고, 성능이 뛰어나며, 사용이 쉬운 시계를 만드는 것이다. 고난도의 컴플리케이션에서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 파네라이는 복잡한 무브먼트를 탑재하면서도 기능적 디자인, 뛰어난 가독성,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이라는 핵심 가치를 유지한다. 예를 들어 섭머저블 이룩스 랩 아이디 PAM01800는 고급 야광 기술을 통해 즉각적인 발광을 구현하면서도 실용성과 명확성을 유지한다. 루미노르 퍼페추얼 캘린더 PAM01575는 조작의 직관성과 실용성을 강조하며, 루미노르 31 지오르니 PAM01631는 한 달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하면서도 크라운 와인딩 시스템을 직관적으로 설계해 안정성을 확보했다. 루미노르 31 지오르니 PAM01631 루미노르 31 지오르니 PAM01631 혁신적인 시계를 개발할 때,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실제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탐험 정신은 파네라이 문화의 핵심이다. 브랜드가 실제 환경의 제약에 대응하며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사내에서는 제품 개발 부서와 아이디어 워크숍(Laboratorio di Idee)가 협업해 방수, 긴 작동 시간, 소재 내구성, 인체공학 등 성능과 직결된 구체적 과제를 설정한다. 이후 프로토타이핑과 테스트, 반복 과정을 통해 해결책을 정교화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디어를 고객이 즉시 체감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하는 것이다. 손목에 자연스럽게 착용되고, 즉각적으로 읽히며, 실제 환경에서도 일관된 성능을 발휘하는 시계를 만드는 것이다. 2005년 이후 파네라이는 자체 기계식 무브먼트 개발에 주력하며 30개 이상의 인하우스 칼리버를 보유하게 되었다. 기술적 독립성은 브랜드의 창의력과 미래 혁신에 어떤 가능성을 열어주었나? 무브먼트 개발은 브랜드의 독립성을 확장한다. 시계의 성능, 설정 방식, 작동 시간, 내구성, 구조적 인지성까지 핵심 요소를 직접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창의성 역시 확장된다. 기술 플랫폼을 확보함으로써 파네라이만의 의미 있는 컴플리케이션—긴 작동 시간, 견고한 구조, 직관적인 설정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루미노르 31 지오르니 PAM01631의 P.2031/S 칼리버는 한 달의 작동 시간을 제공하면서도 직관적인 사용성을 유지한다. 개발 과정에서 초기 장기 작동 프로토타입이 예상보다 훨씬 오래 작동한다는 점이 확인되었고, 단순히 에너지를 제한하기보다 이를 시간에 따라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그 결과 4개의 배럴을 직렬로 배치해 장기 작동과 낮은 토크를 동시에 확보하고, 기계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했다. 270개 이상의 부품, 25개의 주얼, 3미터가 넘는 메인스프링을 갖추면서도 크라운 몇 번의 와인딩으로 한 달간 작동한다. 중요한 점은 단순한 최대 파워 리저브가 아니라, 특허 시스템(토크 리미터, 자동 정지 메커니즘)을 통해 안정적인 작동 구간을 유지하는 데 있다. 이는 파네라이가 성능과 에너지 관리에 접근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새로운 기술과 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인가? 가장 큰 도전은 기술적 목표 달성 자체보다, 시계가 손목 위에서 신뢰 가능하고 직관적으로 이해되도록 만드는 데 있다. 긴 작동 시간, 새로운 소재, 극한 방수, 독특한 케이스 구조는 내구성, 인체공학, 유지보수, 에너지 전달과 스트레스 분포 등 다양한 제약을 동반한다. 파네라이는 이러한 조건 속에서도 해결책이 브랜드 DNA와 일치해야 한다고 본다. 견고하고, 직관적이며, 실생활에서 유용한 시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루미노르 데스트로 PAM01732 루미노르 PAM01731 루미노르 8 지오르니 PAM01733 루미노르 8 지오르니 PAM01733 루미노르 포지드 티타늄 PAM01629 파네라이는 견고한 고급 도구 시계 제작으로 명성을 쌓았다. 극한 조건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시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 노력과 도전은 무엇인가? 견고한 시계 제작에는 엄격한 디자인 규율과 철저한 검증이 필수적이다. 신소재나 새로운 콘셉트 개발은 초기 아이디어부터 양산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특히 프로토타입에서 시리즈 생산으로 전환하는 단계에서는 공정을 완전히 이해하고 재현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티-세라미테크™(Ti-Ceramitech™)의 양산에는 7년이 소요되었다. 품질, 신뢰성, 규격 준수를 위해 기후, 기능, 착용, 충격 등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한다. 실제 사례로 섭머저블 GMT 네이버 실 아프니오텍™ 익스피리언스 에디션 PAM01089는 단 35피스 한정으로 제작되었으며, 미 해군 실과의 특별 훈련을 통해 극한 방수 성능을 검증했다. 케이스, 사파이어 크리스탈, 면 접합부 등 모든 요소는 1000m 수압을 견디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하프늄을 적용해 내식성과 내구성을 강화했다. 파네라이가 컬렉터와 감정적 연결을 형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감정적 연결은 진정성과 일관성에서 비롯된다. 컬렉터는 브랜드 스토리가 마케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제품 자체에 내재되어 있을 때 반응한다. 디자인 언어, 무브먼트의 배경, 마감과 소재는 모두 실용적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가져야 한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컬렉터의 지성을 존중하며, 각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고 시계가 파네라이 논리의 연장선에 있음을 전달해야 한다. 최근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발표된 모델들은 1950~60년대 군사 유산을 기반으로 한다. 2026년에는 루미노르, 루미노르 데스트로, 루미노르 8 지오르니 컬렉션이 확장되었는데, 이를 통해 현대에 맞게 브랜드 정체성을 어떻게 재해석했나? 목표는 Luminor를 상징적 디자인 코드가 처음 형성된 시점과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파네라이의 ‘빈티지’ 레퍼런스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기능적 청사진으로 활용된다. 이번 신제품은 1960년대의 아키텍처—쿠션형 케이스, 크라운 보호 브리지, 샌드위치 다이얼, 돔형 크리스탈—를 현대적 착용감과 제조 기준으로 재해석했다. PAM01731과 PAM01732는 44mm 케이스로 역사적 구조를 계승하며 핵심 요소를 유지한다. PAM01731은 따뜻한 빈티지 톤 다이얼, PAM01732는 좌측 크라운의 데스트로 디자인으로 아카이브를 재현했다. PAM01733은 브루니토 처리로 금속 장비의 자연스러운 색 변화를 표현했다. 세 모델 모두 30bar 방수 성능을 제공한다. 한편 루미노르 포지드 티타늄 PAM01629는 47mm 포지드 티타늄 케이스를 통해 신소재 기반의 혁신을 보여줍니다. 파네라이는 소재와 성능을 발전시키면서도 전문 도구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올해 파네라이가 집중한 기술 혁신이나 디자인 철학은 무엇이며, 이는 브랜드의 향후 방향과 어떻게 연결되나? 올해의 핵심은 목적 중심의 진화다. 역사적 케이스 아키텍처를 착용감 중심으로 재해석하고, 수동 무브먼트와 장기 작동 성능을 강화하며, 소재 연구를 지속하는 데 집중했다. 예를 들어 44mm 루미노르의 재해석, 8일에서 한 달까지 확장된 수동 칼리버, 포지드 티타늄과 하프늄 기반 아프니오텍™ 등이 그 방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선택은 견고함과 내구성, 전문 도구로서의 본질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향후 전략과 비전을 공유해 줄 수 있나? 한국은 매우 정교한 시계 문화를 지닌 시장이다. 커뮤니케이션은 명확하고 의미 있어야 하며, 고객은 진정성과 제품의 본질, 분명한 브랜드 정체성에 반응한다. 파네라이의 경우 기능적 유산—도구로서의 성격, 서비스, 견고함, 준비성—이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중요한 것은 이를 과장 없이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지역 커뮤니티와 리테일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 [인터뷰] MB&F와 프랭크 부흐발트, 빛으로 확장된 기계적 상상력

    MB&F와 프랭크 부흐발트, 빛으로 확장된 기계적 상상력 관습을 넘어선 상상력으로 기계와 빛, 예술의 연결성을 확장해 온 MB&F와 프랭크 부흐발트가 M.A.D. 갤러리 15주년을 맞아 ‘기계적 태양’이라는 상징적 오브제로 그들의 철학을 다시 한번 드러낸다. 프랭크 부흐발트 새로운 것을 대중에게 제안하기 위해선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작가의 독보적인 열정이 있어야 한다. 기존 규칙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닌 ‘오롤로지컬 머신’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만든 MB&F와, 빛·공학·예술을 하나로 묶어 창작물을 선보이는 독일 인테리어 아티스트 프랭크 부흐발트(Frank Buchwald)는 그들만의 독특한 키네틱 아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프랭크 부흐발트는 시계와 함께 예술 작품들을 선보이는 실험적 공간이었던, 의구심이 가득했던 M.A.D. 갤러리에 참여했던 초기 아티스트 협력자 중 하나다. 이들의 작품은 주변 공간까지 변화시키는 힘이 있으며, 끊임없는 수작업으로 완성해 많은 이들이 인정하지 않았던 영역을 공감할 수 있도록 확장했고, 현재 이 콘셉트는 제네바를 넘어 두바이로 확장되어 타이베이, 싱가포르, 파리, 베벌리힐스, 멘로파크 등지에서 ‘MB&F 랩스’라는 형태로도 운영되고 있다. 올해 M.A.D. 갤러리는 15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메종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프랭크 부흐발트를 초청해 협업을 진행했다. 프랭크는 구형 전구를 감싸 빛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LED 링을 통해 ‘기계적 태양’을 구현한 조형 조명 ‘ML15 헬리오스(ML15 Helios)’를 선보였으며, 이는 그의 머신 라이트(Machine Lights) 시리즈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15점 한정 생산되며, 스테인리스 스틸과 브라스로 수작업 제작된 이 오브제는 링 라이트와 블루 디퓨저를 통해 빛을 조형 요소로 활용하고, 가변적인 각도 조절과 노출된 기계 구조를 통해 움직임과 구조미를 강조하며, 예술과 엔지니어링, 워치메이킹을 연결하는 상징적 작업으로 완성되었다. 팀은 이 특별한 협업에 대한 의미와 15주년 기념 협업작으로 그가 전하고 싶었던 상징적 철학은 무엇이었는지 직접 물어보았다. ML15 헬리오스 조명 디자인 작업은 처음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나는 평생 기계와 기계 시스템에 매료되어 왔다. 처음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시작했고 이후에는 가구 디자인 분야에서 일했지만, 나의 관심은 언제나 기계의 논리와 미학, 그 형태와 비례, 그리고 내부의 질서로 향해 있었다. 이러한 매혹은 자연스럽게 나를 조명 디자인으로 이끌었다. 그곳에서는 구조, 기계성, 그리고 시각적 존재감이 하나의 집중된 방식으로 결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오브제들에 빛을 도입하는 일 또한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기계가 단순한 물리적 형태를 넘어 소통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빛은 구조물에 생명감을 부여하고 깊이를 만들어내며, 주변 공간까지 변화시킨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실험들은 곧 ‘머신 라이트’로 발전했다. 우선적으로는 기계적 조각으로 존재하고, 그다음으로 빛을 발하는 오브제가 된 것이다. 처음 MB&F와 협업하기로 결정했을 때, 어떤 철학과 확신이 이 프로젝트에 함께하도록 이끌었나? 사실 막시밀리안 뷔서(Maximilian Büsser)로부터 처음 연락이 왔다. 그는 온라인에서 나의 작업을 발견했고, 내가 ‘머신 라이트’를 통해 하고 있던 작업과 MB&F의 철학 사이에 어떤 연결성이 있다고 느꼈다. 대화를 하면서 우리는 기계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곧 분명해졌다. 두 경우 모두에서 기계성은 단지 기능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표현과 상상력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내가 MB&F에서 특히 흥미롭게 느낀 점은 바로 이 생각이었다. 기계적 오브제를 기술 장치를 넘어서는 존재로 다루는 태도 말이다. MB&F의 오롤로지컬 머신은 엔지니어링과 조각의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것은 내가 작업을 사고하는 방식과 매우 가깝기 때문에, 이 협업은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MB&F의 어떤 면이 가장 큰 예술적 영감을 제공하나?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MB&F의 두려움 없는 호기심이다. MB&F는 기계성을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바라본다. 브랜드의 기계들은 순수하게 기계적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개성을 지니고 있다. 장인정신의 엄격함과 상상력의 자유를 결합한 그 조합은 바로 나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원동력이다. 그것은 구조물이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시적일 수 있고, 기능적이면서도 표현적일 수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M.A.D. 갤러리의 15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강조하고자 했던 핵심 요소는 무엇이었나? 이번 기념 작품인 ‘ML15 헬리오스’를 위해 나는 강렬하고도 임팩트를 지닌 오브제를 만들고자 했다. 주변 공간을 단번에 규정해 버리는 무언가를 말이다. 기계적인 태양이라는 아이디어가 중심 이미지가 되었다. 빛을 발하는 중심핵이 있고 그 주위를 구조적 요소들이 둘러싸며, 마치 구축된 에너지 장처럼 바깥으로 방사되는 형태다. 기존 ‘머신 라이트’ 작품의 원칙에 충실한 것도 중요했다. 명확하고 건축적인 구조, 그리고 드러나는 기계성이 있어야 했다. 아무것도 숨겨져 있지 않는다. 구조 그 자체가 오브제의 스토리가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ML15 헬리오스’는 조각적 오브제이자 기계이기도 하다. 구조적으로는 정밀하지만,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에서는 매우 표현적이다. 새로운 작품이 ‘태양’과 ‘응시하는 눈’을 상징한다고 이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를 설명해 줄 수 있나? ‘태양’은 아마도 우리 세계에서 가장 근원적인 에너지와 방향성의 원천일 것이다. 우리가 시간을 인식하는 방식을 구조화하는 바로 그 원리를 상징한다. ‘응시하는 눈’은 구체와 그를 둘러싼 링의 기하학에서 비롯되며, 마치 자신의 환경을 관찰하는 듯한 미묘하면서도 거의 지각 능력을 지닌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나는 이러한 모호함이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랐다. ‘ML15 헬리오스’는 하나의 우주적 상징일 수도 있고, 정밀한 기기일 수도 있으며, 혹은 관람자를 인식하고 있는 듯한 공간 속의 존재일 수도 있다. 보편적 원형과 친밀한 관찰 사이의 이러한 긴장감이 바로 이 작품의 핵심적인 성격이다. ‘빛으로 시간을 표현한다’는 개념을 어떻게 생각하나? 시계는 시간을 분할한다. 시간을 측정하고 코드화한다. 반면 빛은 시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킨다. 그것은 측정이라기보다 하나의 경험에 가깝다. 빛을 통해 순간은 분위기를 획득하고, 공간은 변화하며, 흘러가는 시간의 리듬은 보다 감성적인 방식으로 감지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ML15 헬리오스’는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시간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 담아내고 방 안에서 그것을 체감 가능하게 만들며, 순간의 흐름에 대해 성찰하도록 초대한다. 기계적 오브제를 예술 작품으로 전환할 때 어떤 해석과 조형적 노력을 추구하나? 나에게 가장 중요한 단계는 기계의 내부 논리와 구조를 드러내는 일이다. 구조의 기하학과 각 부품이 서로 맺는 관계가 곧 조형적 언어가 된다. 구조 그 자체가 표현이 되는 것이다. 구조가 가시화되고 일관성을 갖추게 되면, 기계는 비로소 조각적 존재감을 획득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 기계적 본성에 대해 보다 근원적인 무언가를 전달하기 시작한다. MB&F와의 협업 과정에서 특히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순간이나 경험이 있었나? 막시밀리안 뷔서가 처음 나의 베를린 작업실을 방문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나의 스튜디오는 세련되게 정돈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디어가 물질적 형태를 갖추게 되는 실험실과도 같은 곳이다. 그가 이 공간에 즉각적인 호기심과 열정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같은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바로 과정의 가치, 그리고 손과 기계, 상상력 사이의 대화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독립 아티스트로서 혼자 작업할 때와 MB&F와 협업할 때의 창작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사실 나의 창작 과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구조를 통해 오브제를 발전시키고 실험을 거치며 점진적으로 형태를 정제해 나가는 방식은 독립적으로 작업하든 협업 안에서 작업하든 동일하다. MB&F와의 작업이 특별한 이유는 이러한 독립성이 이해되고 존중된다는 점에 있다. 나는 나의 작업을 미리 정해진 틀에 맞추기 위해 초대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아이디어와 독창성을 가져오기 위해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로 초대된다. 물론 대화는 오간다. 나는 팀원들과 막시밀리안 뷔서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도 울림을 줄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과정의 본질은 여전히 내 것이다. 바로 그 자유가 오히려 이 협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다. 창작 작업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 영감은 정밀하면서도 숨겨진 시성을 품고 있는 기계, 기계 시스템, 그리고 산업적 형태들에서 온다. 때로는 하나의 기술적 디테일에서, 때로는 단순한 구조적 원리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이러한 파편들은 점차 공학적으로 설계된 듯하면서도 살아 있는 느낌을 지닌 하나의 오브제로 발전해 간다. 나는 정밀하고 이성적으로 보이면서도 어떤 신비로움을 불러일으키는 오브제에 매료된다. 그것들은 서서히 논리와 존재감, 엔지니어링과 예술 사이의 공간을 점유하는 작품으로 진화해 간다. MB&F와의 협업을 통해 개인적으로 일관되게 지켜오고자 한 철학이나 장기적인 비전이 있나? 협업 전반에 걸쳐 변함없이 유지된 하나의 생각이 있다. 그것은 기계가 단순한 엔지니어링의 산물을 넘어선다는 믿음이다. 기계는 인간이 기술과 맺는 관계에 대해 보다 깊은 무엇인가를 드러낼 수 있다.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기계가 인상과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호기심과 감정, 그리고 미묘한 자각의 감각마저 불러일으킬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워치메이킹과 나의 작업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둘 다 기계에 영혼을 부여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 몽블랑, 기록의 도구에서 컬렉션의 대상으로

    서명과 기록의 순간에 사용하는 필기구는 쓰는 사람의 습관과 흔적을 남긴다. 몽블랑은 이러한 쓰기 문화를 상징하는 브랜드다. 100년 넘게 이어진 마이스터스튁과 문화 예술계 인물을 기념하는 컬렉터 라인을 통해 몽블랑은 필기구를 수집 대상으로 확장해왔다. Blue Nude III(1952) 마티스 말년의 컷아웃 연작 ‘블루 누드’ 중 하나로, 단순한 색면과 유기적인 형태로 인체를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 bpk/ CNAC-MNAM / image Centre Pompidou, MNAM-CCI 마스터 오브 아트 오마주 투 앙리 마티스 노트 & 잉크 세트 그의 작품 세계를 반영한 레드·블루·그린, 3색 잉크 세트 마스터 오브 아트 오마주 투 앙리 마티스 리미티드 에디션 888 ‘루마니아풍의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에서 영감받은 모델. 배럴에 자수 모티브를 반영했으며, Au750 골드 닙을 ‘Large Face(Mask)’ 드로잉으로 장식했다. / 마스터 오브 아트 오마주 투 앙리 마티스 리미티드 에디션 4810 색채의 혁신가 앙리 마티스에게 헌정한 2026년 모델로 컷아웃 작품에서 때론 블루와 화이트 디자인이 특징, 4810피스 한정 제작 마스터 오브 아트 오마주 투 앙리 마티스 리미티드 에디션 161 타히티 여행에서 영감받은 모델. 스털링 실버 캡과 코코볼로 원목 배럴, 파우아 셸 엠블럼이 특징이다. 색채와 형태, 마티스를 펜으로 옮기다 1992년부터 2022년까지 30여 년 동안 이어진 문화 예술 후원자(Patron of Art) 컬렉션은 예술가의 창작을 지원하고 그 유산을 오늘까지 이어온 역사 속 후원자들을 기념해왔다. 2023년 후원자에서 창작자로의 시선을 옮기며 마스터 오브 아트(Masters of Art) 컬렉션이 탄생했다. 2023년 이후 이 컬렉션은 해마다 1명의 예술 거장에게 헌정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 고흐, 클림트, 르누아르에 이어 2026년에는 마스터 오브 아트 오마주 투 앙리 마티스 에디션이 출시되었다. 앙리 마티스는 색채와 형태의 단순화를 통해 20세기 회화의 시각 언어를 새롭게 정의한 작가다. 강렬한 색면과 유기적 형태는 야수파를 대표하는 특징이 되었고, 말년에는 종이를 오려 붙이는 컷아웃 작업으로 또 다른 조형 세계를 열었다. 몽블랑은 이러한 마티스의 작품 세계를 펜의 구조와 장식 디테일로 표현했다. 필기구의 실루엣은 마티스의 유기적인 조각 형태에서 영감을 받았고, 클립은 컷아웃 작품 ‘한 다발(The Sheaf)’의 모티브를 반영했다. 대표 모델 마스터 오브 아트 오마주 투 앙리 마티스 리미티드 에디션 4810은 ‘푸른 누드 III(Blue Nude III)’의 실루엣을 블루와 화이트 래커로 구현했고, 에디션 888은 ‘루마니아풍의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The Romanian Blouse)’의 색채와 자수 장식을 재해석했다. 에디션 161은 타히티 여행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스털링 실버 캡과 코코볼로 원목 배럴을 사용했다. 각각의 에디션은 마티스가 평생 탐구했던 질문, 색채와 형태로 감각을 어떻게 포착할 것인가에 대한 몽블랑의 해석을 필기구로 출시했다. 몽블랑 하우스, 쓰기 문화의 아카이브 몽블랑은 2022년 함부르크 본사 인근에 몽블랑 하우스(Montblanc Haus)를 개관했다. 이곳은 자필 기록과 필기 문화, 그리고 브랜드의 장인 정신을 소개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몽블랑 필기구 패키지를 오마주한 긴 직사각 형태의 건물 파사드에는 몽블랑산의 실루엣과 화이트 스타 엠블럼을 담았다. 내부는 자필 기록, 장인 정신, 희소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아우르는 상설 전시로 구성된다. 핵심 섹션인 ‘The Mark Making’에는 헤밍웨이, 아인슈타인, 프리다 칼로, 비틀스 등 인류 문화사에 흔적을 남긴 30여 명의 친필 유산이 있다. 이곳에는 유일한 한국인으로 단색화의 거장 고 박서보 화백이 아내에게 1961년 파리에서 보낸 엽서와 60년이 지난 2021년 서울에서 보낸 엽서가 나란히 놓여 있다. 그는 1970년대 알래스카 공항에서 처음 몽블랑 펜을 구입한 이후 오랫동안 몽블랑 만년필을 수집해온 컬렉터로 알려져 있다. 매일 밤 일기를 쓰고 중요한 서명에는 반드시 만년필을 사용했다. 프랑스어 écriture, 즉 ‘쓰기’로 번역되는 박서보 화백의 묘법은 선을 반복적으로 긋고 지우며 시간을 축적하는 과정이다. 그는 닙이 종이를 스치며 남기는 획에는 쓰는 사람의 성격과 태도가 드러난다고 믿었다. 수집은 그 믿음의 연장이었다. 이렇듯 몽블랑 하우스는 펜 자체가 아니라, 펜으로 남겨진 기록의 공간이다. 100년을 이어온 마이스터스튁 독일 북서부 엘베강을 따라 거대한 항만과 붉은 벽돌 창고가 이어지는 도시, 함부르크는 오랫동안 유럽 무역을 이끌어온 도시다. 한자동맹의 핵심 도시로 성장하며 상업과 금융이 발달했고, 계약과 서명의 문서가 끊임없이 오갔다. 1906년, 이곳에서 창립된 심플로 필러 펜(Simplo Filler Pen Co.)은 안정적인 내장 잉크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상업적 신뢰의 서명 문화는 항구 도시의 무역 환경과 맞물리며 몽블랑이라는 브랜드의 기반이 되었다. 잉크가 새지 않고 글씨가 끊기지 않는 기술은 필기구의 실용성을 높이는 핵심 조건이었다. 1910년 유럽 최고봉 ‘몽블랑’이라는 이름을 채택하며 브랜드는 기술적 기반 위에 상징을 더했다. 이는 최상의 품질 기준에 대한 신념이었다. 1913년 몽블랑의 설산을 형상화한 화이트 스타 엠블럼은 그 기준을 시각화한 심벌이 되었다. 1924년 등장한 마이스터스튁(Meisterstück)은 독일어로 ‘명작’을 뜻한다. 그중 149 모델은 몽블랑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닙에 새겨진 4810은 몽블랑산의 고도를, 3개의 링은 은행가, 엔지니어, 문구 상인인 3명의 창립자를 상징한다. 골드 닙은 필압과 속도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동일한 모델이라도 사용자에 따라 필기감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마이스터스튁은 표준화된 제품인 동시에 개인화된 도구다. 1990년 독일 통일 조약 서명 현장에 마이스터스튁이 있었다. 외교 협약과 주요 계약 체결의 순간에 반복적으로 사용되어온 사실은 마이스터스튁이 신뢰와 완성을 의미한다. 마이스터스튁의 시가형 실루엣은 100년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마이스터스튁을 수집한다는 것은 그 100년의 기준이 변화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일이다. 마이스터스튁 컬렉션 몽블랑 필기 문화의 상징적 모델 마이스터스튁의 역사를 보여주는 No.35 세이프티 펜(1924), No.139 피스톤 필러(1937), No.149(1952), No.14 피스톤 필러(1960) 몽블랑 1936년 광고 그래픽 작가 에디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괴테에게 헌정한 에디션 컬렉터 라인, 한 인물의 시대를 소장하다 몽블랑의 아이코닉 모델이 마이스터스튁이라면, 문화 예술을 기반으로 한 리미티드 컬렉션은 한 시대의 인물과 이야기를 해석하는 방식이다. 1992년 탄생한 작가 에디션(Writers Edition)을 선두로, 수십 개에서 수천 개까지 한정 수량으로 제작되는 컬렉터 라인은 문화, 예술, 역사적 인물을 오마주하는 시리즈이다. 생산 수량이 제한될수록 희소성은 더욱 높아진다. 작가 에디션은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시작으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제인 오스틴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필체, 대표작, 시대적 배경을 디자인에 반영한다. 각 분야의 인류사에 자취를 남긴 인물들을 기념하는 그레이트 캐릭터(Great Characters)는 2009년 마하트마 간디를 시작으로 앤디 워홀, 엔초 페라리, 무하마드 알리 등 문화, 산업, 스포츠의 아이콘을 조명한다. 뮤즈 에디션(Muses Edition)은 메릴린 먼로, 프린세스 그레이스,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여성 아이콘에 헌정된 라인으로, 젬스톤 세팅과 주얼리적 디테일을 강조하며 오브제적 가치에 집중하는 컬렉터를 겨냥한다. 몽블랑의 펜을 구입하는 것은 한 자루의 펜을 사는 일이 아니라, 한 인물의 시대를 소장하는 것이다. 박서보가 아내에게 보낸 엽서 몽블랑 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는, 2021년 서울에서 보낸 박서보의 자필 엽서 그레이트 캐릭터스 오마주 투 퀸 컬렉션 프레디 머큐리에게 헌정된 컬렉션으로, 잉크와 노트 등 라이팅 액세서리로 확장되었다. 작가 에디션 어니스트 헤밍웨이 1992년 출시된 몽블랑 컬렉터 라인의 시작점, 헤밍웨이 헌정 에디션 몽블랑 펜의 수집 가치 만년필 컬렉션은 대부분 개인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드러나지 않음이 오히려 수집의 성격을 보여준다. 과시가 아니라 기준과 취향을 축적하는 방식이다. 시계나 주얼리처럼 착용으로 드러나는 컬렉션과 달리, 만년필 수집은 개인의 안목과 지적 탐구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컬렉터들의 관심은 단순히 희소한 제품을 소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하나의 펜을 두고 클립의 형태, 배럴 장식의 출처, 닙의 문양, 컬러 조합과 소재의 의미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본다. 어떤 컬렉터는 한 자루의 펜에 대해 디자인과 제작 방식, 오마주한 인물과 시대적 배경까지 오랜 시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깊이 이해한다. 몽블랑 리미티드 에디션이 수집 대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경매 시장에서 확인된다. 영국 경매사 드루위츠(Dreweatts)의 2024년 경매에서 스켈레톤 시리즈가 높은 낙찰가에 거래됐다. 2007년 제작된 찰리 채플린 스켈레톤 88은 2만 7,700파운드(4,700만 원)에, 2004년 매지컬 블랙 위도우 스켈레톤 88은 1만 6,380파운드(2,800만 원)에 낙찰됐다. 두 모델은 88개 이하로 제작된 수작업 스켈레톤 구조로, 복잡한 메커니즘과 귀금속 세공이 결합된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작가 에디션의 초기 모델도 꾸준한 수요를 보인다. 1992년 초판 헤밍웨이 에디션과 같은 해 출시된 문화 예술 후원자 컬렉션의 로렌초 데 메디치 한정판은 각 2,016파운드(350만 원)와 2,772파운드(480만 원)에 낙찰됐다. 단순히 오래된 제품이어서가 아니라, 서사, 한정 수량, 제작 완성도라는 세 요소가 결합된 모델이라는 점이 가치 형성의 핵심이다. 이러한 컬렉션 시장은 몽블랑이 문화와 예술을 통해 필기구의 의미를 확장해온 전략과도 연결된다. 몽블랑은 작가와 예술가, 산업가와 문화 아이콘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만든 인물들을 펜이라는 형태로 기념해왔다. 그렇게 몽블랑의 컬렉션은 쓰기의 도구라는 기능에서 출발해 인류 문화의 아카이브이자 수집 대상으로 확장되어왔다.

  • 나파를 세계 무대로 올린 한 병의 와인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 (Stags Leap District)의 포도밭 나파 밸리 동쪽 팰리세이즈 절벽 아래 형성된 이 지역은 큰 일교차와 다양한 토양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의 구조와 균형을 만들어낸다. 오늘날 나파 밸리는 세계 최고가 와인이 생산되는 대표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미국 컬트 와인은 보르도 그랑 크뤼와 경쟁하거나 그 이상 가격에 거래되며 글로벌 컬렉터 시장에서도 안정적인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 한때 유럽의 전통 와인이 절대적 기준으로 여겨지던 고급 와인 시장에서 미국 프리미엄 와인 역시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나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미국 와인은 프랑스 와인과 같은 기준에서 평가받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 인식을 뒤집은 사건이 바로 1976년 파리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 이른바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이다. 1976년 5월 24일, 파리 인터컨티넨탈 호텔. 스택스 립 와인 셀러(Stag’s Leap Wine Cellars)의 1973년산 S. L. V. 카베르네 소비뇽(S. L. V. Cabernet Sauvignon)이 샤토 무통 로칠드와 샤토 오 브리옹을 앞지르며 1위를 차지했다. 심사위원들은 생산자를 모르는 상태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결과가 발표된 뒤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프랑스 와인 잡지 편집장 오데트 칸(Odette Kahn)은 자신의 점수지를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훗날 <월스트리트 저널>의 와인 칼럼니스트 바버라 엔스러드(Barbara Ensrud)는 이 사건을 ‘와인 세계를 뒤흔든 한 발의 총성’에 비유했다. 1973년산 S. L. V. 카베르네 소비뇽은 1996년 워싱턴 D. C. 스미스소니언 국립 미국사 박물관에 소장되었고, 2013년 ‘미국을 만든 역사적 유물(Objects That Made America)’로도 선정되었다. 한 병의 와인이 문화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된 것이다.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 테루아와 전설스택스 립 지역(Stags Leap District)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약 90km 떨어진 나파 밸리에 위치한다. 나파 밸리 동쪽에 자리한 이곳의 동쪽에는 ‘팰리세이즈(Palisades)’라 불리는 절벽이 솟아 있다. 전설에 따르면 사냥꾼에게 쫓기던 수사슴(stag)이 이 절벽을 뛰어넘어(leap) 도망쳤다고 전해지며, 이 이야기에서 지역명이 유래했다. 스택스 립 와인 셀러의 라벨에도 절벽 위에 선 수사슴의 실루엣이 그려져 있는데, 바로 이 전설을 표현한 이미지다. 낮에는 절벽이 태양열을 반사해 포도를 충분히 익히고, 밤에는 태평양과 연결된 샌프란시스코만에서 유입되는 서늘한 해양성 공기가 계곡을 따라 흘러 들어와 큰 일교차를 만든다. 이러한 기후 조건은 카베르네 소비뇽에 단단한 구조와 실키한 질감을 준다. 스택스 립은 지질과 기후, 그리고 전설이 함께 만든 나파 밸리의 독특한 테루아를 보여주는 구역이다. 2개의 포도밭, 하나의 철학바로 이 땅에서 1970년 워런 위니아스키(Warren Winiarski)는 스택스 립 와인 셀러를 세운다. 이탈리아에서 와인 문화를 경험한 그는 1964년 캘리포니아로 이주한다. 그리고 1970년 복숭아와 체리, 호두 등을 재배하던 부지를 매입해 S. L. V.(Stag’s Leap Vineyard)라 이름 붙이고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식재했다. 당시만 해도 나파 밸리는 세계적 기준의 와인 산지로 평가받지 못했고, 카베르네 소비뇽 역시 프랑스 보르도에 비견되는 품종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그러나 1973년산 S. L. V. 카베르네 소비뇽은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우승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다. S. L. V. 포도밭의 화산성 토양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은 단단한 골격과 긴 여운을 지녔고, 이는 이후 스택스 립 와인 셀러 스타일의 근간이 되었다. 1986년 인수한 페이(FAY) 포도밭은 또 다른 전환점이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카베르네 식재지로, 충적토 토양은 S. L. V.와는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S. L. V.가 단단한 구조와 밀도를 보여준다면, 페이는 보다 유연하고 벨벳 같은 질감을 더한다. 두 포도밭의 대비는 위니아스키가 말한 ‘벨벳 장갑을 낀 강철 주먹’을 실현하는 토대가 되었다. 스택스 립 와인 셀러의 역사는 언제나 땅의 잠재력을 믿었던 창업자의 판단에서 출발했다. 위니아스키는 2024년 별세했지만, 그가 세운 포도밭과 철학은 여전히 와이너리의 근간을 이룬다. 스택스 립 와인 셀러 대표 와인 카리아 샤르도네와 아르테미스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구성된 핵심 라인업으로, 특히 아르테미스는 나파 밸리 블렌딩을 바탕으로 균형 잡힌 구조를 보여준다. 스택스 립 와인 셀러 스타일S. L. V. 카베르네 소비뇽은 구조가 분명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블랙베리와 카시스 중심의 농축된 과실 향에 흑연과 타바코의 뉘앙스가 더해지고, 단단하지만 균형 잡힌 타닌이 와인의 골격을 만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향과 구조가 더욱 또렷해지는 스타일로, 오늘날에도 스택스 립 와인 셀러 스타일을 상징하는 와인으로 여겨진다. 페이 카베르네 소비뇽(FAY Cabernet Sauvignon)은 출발점이 다르다. 붉은 체리와 라즈베리, 바이올렛 계열의 향이 먼저 나타나며 질감 역시 보다 부드럽고 유연하다. S. L. V. 카베르네 소비뇽이 구조와 힘을 보여주는 와인이라면, 페이 카베르네 소비뇽은 보다 섬세한 향과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이다. 1974년 빈티지에서 유독 뛰어난 오크 통 하나가 발견되었고, 위니아스키는 이 와인을 따로 병입했다. 이것이 캐스크 23(Cask 23)의 시작이다. 이후 캐스크 23은 S. L. V.와 페이, 두 포도밭의 포도를 함께 사용해 완성되는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블랙 체리와 다크 초콜릿, 향신료의 복합적인 향과 깊이 있는 구조가 특징이다. 아르테미스 카베르네 소비뇽(Artemis Cabernet Sauvignon)은 나파 밸리 전역에서 엄선한 포도를 블렌딩해 만든 스택스 립 와인 셀러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이자 브랜드의 핵심 라인업이다. 블랙 체리와 블랙 커런트, 다크 초콜릿과 삼나무 계열의 향이 나타나며 실키한 타닌과 함께 균형 잡힌 구조를 보여준다. 단일 포도밭 와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의 균형 잡힌 스타일을 보여준다. 화이트 와인도 생산한다. 아베타 소비뇽 블랑(Aveta Sauvignon Blanc)은 자몽과 구아바 계열의 향과 선명한 산도가 특징이며, 카리아 샤르도네(Karia Chardonnay)는 잘 익은 멜론과 복숭아 풍미에 절제된 오크가 더해진 스타일이다. 50년 이후의 시간, 다음 세대를 설계하다한 병의 와인이 세계 와인사의 흐름을 바꾼 지 50년이 되는 해가 2026년이다. 이를 기념해 5월에는 한정 와인이 공개될 예정이다. 1973병만 생산되는 ‘파리의 심판 50주년 기념 S. L. V. 매그넘’으로, 1972년에 식재된 오리지널 블록에서 수확한 포도로 알려졌다. 이어 10월 10일에는 스택스 립 와인 셀러 에스테이트에서 시그너처 이벤트가 열리며, 1976년 역사적 테이스팅에 참여했던 나파의 개척자 와이너리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현재 스택스 립 와인 셀러는 이탈리아의 안티노리(Antinori) 가문 아래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1385년부터 26대에 걸쳐 와인을 생산해 온 안티노리는 르네상스 이후 유럽 와인사의 흐름을 함께해 온 대표적인 가족 경영 와인 가문이다. 슈퍼 투스칸을 통해 전통 규범을 넘어섰던 가문과 파리의 심판을 통해 규범을 뒤집었던 와이너리의 만남이다. 2024년 스택스 립 와인 셀러는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 최초로 재생 유기농 인증(ROC™)을 획득했다. 이는 토양 복원, 생물 다양성, 수자원 관리까지 아우른다. 동시에 안티노리 가문은 창립자 가족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아카디아 빈야드를 에스테이트로 다시 통합하며 역사적인 포도밭을 하나로 묶었다. 1976년 ‘파리의 심판’이 나파 밸리의 가능성을 세계에 알린 사건이었다면, 오늘의 스택스 립 와인 셀러는 그 이후의 시간을 이어가는 단계에 있다. 한 번의 역사적 사건에 머무르기보다, 그 유산을 다음 세대의 기준으로 이어가는 와이너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AHCI 최초 여성 워치메이커, 쇼나 텐과의 인터뷰

    독립 시계 제작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쇼나 텐은 신속한 선택과 단단한 신념으로 AHCI 최초 여성 회원이라는 상징적 기록과 함께 자신만의 시계를 완성해가고 있다. 쇼나 텐은 독립을 향한 첫발이 다른 이들보다 빨랐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시계 제작과는 무관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스스로 신념으로 15세의 이른 나이에 시계 제작이라는 자신의 길을 발견한 그는 문학과 예술, 철학 등 포괄적인 분야에도 관심이 많은 영리한 인재다. 학생 시절 시계 제작 관련 다수의 수상을 기록했으며, 불과 22세에 자신의 브랜드를 창립했고, 몇 년 뒤 프랑스 워치메이커 존-미카엘 플로(John-Mikaël Flaux)와 스위스 워치메이커 데이비드 칸도(David Candaux)의 추천을 받아 AHCI 역사상 첫 여성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이 워치메이커의 시계는 그가 배웠고 알아가고 싶은 시간과 기술의 층위들이 단단하고도 빈틈없이 완벽하게 채워져 있다. 배움을 얻었던 선배의 투르비용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담아내며 문 페이즈, 날짜, 100시간 파워 리저브까지 더한 첫 작품은 따뜻하고도 확고한 비전을 지닌 그의 성향을 잘 드러낸다. 경력은 완성형이지만, 쇼나 텐은 앞으로 시계와 함께,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일들과 함께 더 성장하고 싶다고 말한다. AHCI 최초 여성 워치메이커 쇼나 텐 15세에 모르토(Morteau)의 시계 학교에 입학했다. 이른 나이에 시계 제작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특별히 나를 이 길로 이끈 것은 없었다. 나는 매우 우수한 학생이었고, 처음에는 파리의 명문 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런 길이 반드시 특정한 직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고, 동시에 손으로 하는 기술도 함께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때 아버지께서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시계 학교에 지원해보라고 권하셨고, 나는 그 조언을 따랐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큰 행복을 가져다준 선택이었다. 시계 제작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지 깨달았을 때 진정으로 이 세계와 사랑에 빠졌다. 역사적인 기법과 도구를 사용해 아주 오래된 시계를 복원하는 일(역사), 극도로 작고 정밀한 부품을 가공하는 일(미세 기계공학), 무브먼트를 창안하고 설계하는 일(기술 제도), 탁월한 기술과 장인 정신을 요하는 부품 장식(예술 공예), 그리고 이 세계를 둘러싼 보다 넓은 차원의 디자인, 예술, 철학까지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여행에서 처음 보았던 프라하 천문시계를 자주 언급하곤 한다. 그 시계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어쩌면 바로 그때 이미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6년간의 시계 제작 공부를 마친 뒤에도 나는 결국 원격으로 문학과 철학 공부를 이어가기로 선택했다. 결국 이 분야들은 겉으로 매우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그 사이에는 진정한 연금술 같은 조화가 존재한다. 그리고 오늘날 내가 만드는 시계에 그러한 비전을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AHCI 역사상 첫 여성 회원이 되었다. 어떤 과정을 통해 회원으로 선출되었나? AHCI(Académie Horlogère des Créateurs Indépendants, 독립시계제작자협회)의 회원이 되는 과정은 매우 길며, 오늘날 그 일원이 되었다는 것은 내게 엄청난 영광이다. 우선 회원으로 소개되기 위해서는 이미 AHCI 회원인 2명의 후원자가 기존 회원들에게 당신을 추천해야 한다. 존-미카엘 플로가 나를 후원하겠다고 먼저 제안하고 강하게 추천해주었고, 두 번째 후원자로 데이비드 칸도에게 부탁했다. 두 사람 모두 작업실을 방문해 나의 시계 제작 기술과 독립성을 확인해주었다. 이 과정에서는 창작하는 시계 제작자여야 하고, 시계 제작의 기초를 숙달하고 있어야 하며, 자신의 창작물을 직접 제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소개 절차가 완료되면 ‘지원자’의 자격으로 AHCI 살롱에 초대되어 모든 회원들이 서로를 만나고, 시계든 탁상시계든, 오토마통이든 지원자의 시계 작품을 직접 볼 수 있게 된다. 첫 번째 살롱이 끝난 후에는 ‘후보자’ 자격으로 넘어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투표가 진행된다. 이 투표를 통과하면 이후 두 번의 살롱에 더 참여하며 지속적으로 자신의 기술과 창의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 후보 기간은 최소 2년간 이어진다. 2년이 지난 뒤 회원들은 다시 한 번 투표를 통해 당신의 전문성, 태도, 그리고 시계 제작자로서의 자질을 평가한다. 투표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비로소 AHCI의 정회원이 된다. 22세에 회사를 창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나? 시계 제작 공부를 마친 뒤 곧바로 스위스의 한 작업실에 채용되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지만 매일 똑같은 종류의 무브먼트 작업만 하고 있었고, 그것은 나를 설레게 하지 않았다. 내가 열망하던 시계 제작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때 내게는 진정으로 영감을 주는 시계 제작을 구현하고 살아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바로 나만의 시계를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제작 과정의 모든 단계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고, 동시에 나의 지식을 계속 확장해나갈 수 있었다. 불과 6개월 만에 직장을 그만두었고, 스물두 번째 생일 바로 다음 날 회사 등록을 마쳤다. 나에게 시계를 만든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표현이다. 나는 ‘시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에서 강한 연결감을 느낀다. 내가 바라는 것은 각 작품이 미래의 소유자에게 착용되었을 때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금속에 새겨진 작업의 밀도와 장식, 부품의 형태에 담긴 나의 노력을 전달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사유나 특별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첫 번째 시계인 케마(Khema)는 문페이즈, 캘린더, 투르비용, 100시간 파워 리저브 등 여러 고급 컴플리케이션을 통합하고 있다. 이 기능들을 선택할 때 어떤 기준이 있었나? 이러한 컴플리케이션의 선택은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투르비용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무브먼트 개발에 관한 지식을 전해준 분, 그리고 이 컴플리케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그분에 대한 헌사이기 때문이다. 문페이즈는 그 시적인 상징성 때문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컴플리케이션 중 하나다. 다이얼 위에서 자연과 직접적인 연결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무척 매혹적이다. 여기에 디자인과 감성까지 고려한 날짜 표시는 이러한 비전을 보완한다. 달은 우리가 자연 속 어디쯤에 있는지 알려주고, 날짜는 우리가 시간 속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다. 이 두 디스플레이는 모두 독특하다. 달은 그 위치를 보여주지만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며, C자 형태의 인덱스를 통해 그것을 읽게 된다. 이는 하늘에서의 달과도 같다. 빛을 받지 않아 보이지 않을 뿐, 달은 여전히 온전한 형태로 존재한다. 반면 날짜는 숫자 없이 표시되며, 매일 이동하는 작은 야광 점을 통해 시간을 읽게 된다. 이는 시간의 흐름을 섬세하고도 시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케메아 에디션 서브스크립션(Khemea Édition Souscription) 케메아 에디션 서브스크립션(Khemea Édition Souscription) 아르케아(Arkhea) 프로토타입은 이후 케메아 에디션 서브스크립션(Khemea Édition Souscription) 시리즈로 발전했다. 그 발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무엇이었나? 회사를 세울 때부터 첫 번째 시계를 인도하기까지 5년이 걸렸다. 그 시간은 배움과 좌절, 그리고 회복력으로 가득 차 있었고, 결국 나의 첫 창작물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 기간 동안 시계 제작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보다 더 많이 나 자신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처음의 스케치가 프로토타입이 되고 다시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오트 오를로제리 시계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곧 내가 어떤 시계 제작자이며 어떤 시계 제작을 구현하고자 하는지를 발견해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것은 매우 개인적인 여정이었다. 시계는 나와 함께 진화했다. 6년간의 시계 제작 공부를 마쳤음에도 이 정도 수준의 작품을 완성하기에는 지식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경험 많은 시계 제작자들의 도움을 구했고, 때로는 그들의 지식을 배우는 대가로 무보수로 일하기도 했다. 동시에 그랑 푀 에나멜과 기요셰 다이얼을 제작하는 장인을 비롯해 내가 협업하고 싶었던 장인에게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많은 하청 작업도 맡아야 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장식의 정교화, 메티에 다르 요소의 추가, 그리고 디자인의 확립이었다. 그렇게 이 시계는 나의 비전과 기술이 함께 발전해온 과정을 반영하며 최종적인 형태에 도달하게 되었다. 직접 개발한 무브먼트를 사용해 시계를 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브먼트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줄 수 있나? 무브먼트를 창작하는 일은 언제나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며, 그 아이디어는 곧 종이 위에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최종적인 형상이 드러나기까지는 수많은 스케치가 이어진다. 그다음에는 컴퓨터 보조 설계 단계로 넘어가 기어, 브리지, 그리고 무브먼트 전체의 조화를 정의한다. 기술과 미학이 서로 맞물릴 때 그 형태가 완성되고 검증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다음 작업실에서 프로토타입 부품을 가공하고 이를 통해 무브먼트가 실제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며 필요에 따라 조정한다. 디지털 도구와 전통적인 장인 기술을 결합해 아이디어에서 현실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은 내게 엄청난 배움을 주었고, 그것이야말로 시계 제작 방식의 핵심에 놓여 있다. 시계 제작에 있어 본인만의 철학이나 신념이 있나? 창조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필요를 느낀다. 무엇보다 기술, 디자인, 그리고 그 시계를 만드는 방식 사이에 진정한 일관성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계 제작은 하나의 표현이며, 창조하는 사람에게도, 착용하는 사람에게도 예술의 한 형태다. 내가 설계하는 부품들은 작업실에 있는 기계, 그리고 선반이나 ‘정밀 좌표 가공기(pointeuse)’ 같은 전통적인 도구를 사용해 실제로 제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접근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나는 그 형태에 생명을 불어넣게 될 손의 움직임까지 함께 생각한다. 이 기계들은 대부분 나보다도 나이가 많고, 저마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들은 하나의 리듬, 하나의 작업 방식, 거의 대화에 가까운 관계를 요구한다. 이러한 제약은 오히려 강점이 된다. 그것은 내가 장인 정신의 전통적 규범에 충실하도록 만들고, 제작 수단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만들도록 이끈다. 시간을 읽는 방식의 단순함이 위대한 기술적, 예술적 복잡성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시계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감정을 환기하며, 어떤 형태로든 관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밀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시적 감각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이 탐구가 나의 모든 작업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쇼나 텐이 개발한 K10 칼리버  쇼나 텐이 개발한 K10 칼리버 케메아 에디션 서브스크립션(Khemea Édition Souscription) 자신의 시계가 다른 이들과 구별되는 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시계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 분야에는 많은 여성들이 존재하며, 다만 아직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보다도 각각의 독립 창작자를 진정으로 구별 짓는 것은 바로 그 사람만의 개인적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시계 제작은 하나의 표현 방식이며, 우리가 만드는 시계는 우리 자신을 깊이 반영한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시계 속에서 나를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시계들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성장해가는 동안 나의 삶의 여러 단계를 비추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 사실 대부분은 많은 작업의 결과일 뿐이다. 내 생각에 중요한 것은 과거에 무엇이 이루어졌는지 깊이 이해하고 오늘날의 흐름 또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다음에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러면 그것을 작업한다. 제시해보고 모든 각도에서 스케치해보며, 다른 기술과 예술적 표현 방식과도 맞부딪쳐본다. 그러면 점차 해답이 나온다. 앞으로의 시계 제작 여정에서 어떤 도전이나 목표를 추구하고 싶은가? 시계 제작자로서, 개인으로서, 그리고 나의 작업실은 시작점과 비교해 크게 변화했다. 이 길을 계속 걸어가며 이 공예가 제공하는 무한한 기술적, 기계적 가능성을 탐구해나가고 싶다. 또 음악가로서 나는 언젠가 시계 제작과 음악을 결합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 창작물은 하나의 아이처럼 내가 그것에 생명을 불어넣을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제시간에 맞추어 찾아올 것이다. 다음 세대 여성 시계 제작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메시지가 있다면? 우리는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창작물은 우리를 훨씬 넘어 오래도록 남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이 작품들에 헌신하자. 그 작품들이 평화와 조화를 함께 품고 갈 수 있도록 말이다.

  • [English Version] Berneron Questions the definition of the 21st-century watch

    How can a watch that dismantles convention resonate so deeply with contemporary taste and sensibility? Sylvain Berneron revisits the very definition of a watch, expanding its boundaries across disciplines. Mirage 38mm Sienna Caliber 233 Mirage 38mm Sienna Diameter: 38mm Case: 18K yellow gold Water Resistance: 30m Movement: Caliber 233 Power Reserve: 72 hours Dial: 18K yellow gold Functions: Hours, minutes, seconds Strap: Barenia leather Is it art, a timepiece, or fashion? Those who encounter Berneron’s creations for the first time often describe them as “something never seen before.” Yet it is precisely this resistance to clear definition that forms their allure. Remarkably, his watches are embraced and understood by a wide spectrum—from newcomers to seasoned collectors, experts, artists, and fashion enthusiasts—more so than those of many established brands. History has seen artists such as Pablo Picasso, Salvador Dalí, Andy Warhol, Henri Matisse, and Marc Chagall achieve both critical acclaim and public recognition during their lifetimes. Through unconventional visual languages, they drew audiences into art, secured the support of patrons, and established international reputations. By challenging institutional norms, they redefined artistic paradigms and left an enduring mark on art history. In a similar vein, Sylvain Berneron is a CEO of Berneron who transformed elements once deemed impractical within the watch industry into a singular, cohesive work. With his debut creation, Mirage , he made a powerful impact, earning the Audacity Prize at the 2024 GPHG. Just two years after founding his brand, Berneron received formal recognition for his capabilities. He is a founder who persistently asks, “What should a watch for the 21st century be?”—a creator who proposes new directions for the industry while demonstrating an acute understanding of both the market and the times, earning him the distinction of a “successful” contemporary artist. Before establishing his own brand in 2022, Sylvain Berneron spent 15 years working as a product designer for major companies. He began his career in the automotive industry with BMW and Porsche, before moving into watchmaking with IWC and later Breitling. Over the past five years, he served as Breitling’s Creative Director, eventually becoming the youngest Chief Product Officer (CPO), solidifying his presence within the industry. With the trust of Breitling CEO Georges Kern, he embarked on an unusual path—launching his independent brand while retaining a partial creative role within Breitling. This flexible arrangement, allowing him to pursue an independent project with the CEO’s approval, remains exceptionally rare in the industry. Today, from his atelier in Neuchâtel, Switzerland, Sylvain Berneron presents a new creation each September under the motto “Derestricted Horology,” continuously challenging conventions and redefining the art of watchmaking. Mirage 38mm Prussian Blue Caliber 233 Mirage 38mm Prussian Blue The entire Mirage 38mm collection is currently sold out for new orders through 2029. Mirage 38mm Prussian Blue Diameter: 38mm Case: 18K white gold Water Resistance: 30m Movement: Caliber 233 Power Reserve: 72 hours Dial: 18K white gold Functions: Hours, minutes, seconds Strap: Barenia leather A closer look at Berneron’s watches reveals several layers of bold ambition. First, he presents a new movement every year. He has consistently upheld the principle of developing an entirely different movement for each new release, and all three collections unveiled to date embody distinct architectures and innovative technologies. Second is his use of gold for the movement itself. The main plates and bridges of every collection are crafted in 18K gold, with the Mirage collection in particular regarded as among the thinnest gold movements currently in production. Third, while actively reflecting the voice of the market, he continuously pushes the boundaries of his own limitations. Through his watches, one can clearly read what contemporary collectors desire, as well as the creative experiments he seeks to pursue. Sylvain Berneron remains a distinctly 21st-century watchmaker, with a wealth of messages he wishes to convey through his creations. Gold, According to Sylvain Berneron While each person may hold a different view of what constitutes the most valuable material, those who favor gold will find themselves in the right place. The oldest known gold artifacts date back approximately 6,500 years, discovered at the Varna Necropolis in present-day Bulgaria. In ancient Egypt, as early as 3000 BCE, gold was regarded as the flesh of the sun god—a belief confirmed through hieroglyphs and archaeological remains. Across millennia, gold has transcended time, culture, and geography to retain its value. Even in today’s volatile digital era, gold continues to symbolize stability, beauty, and enduring worth. Whether worn on the skin or stored in vaults, it functions as a living legacy passed down through generations. Sylvain Berneron is a watchmaker who rigorously studies the use of gold as a material. The Mirage 38mm , which delivered a shock comparable to that of the Cartier Crash upon its debut, drew widespread attention for its organically twisted case and movement, as if caught in a perpetual swirl. What truly shook the industry, however, was that every single component—from the case and hands to the buckle, spring bars, and movement—was crafted in 18K gold. The reasons behind his deep appreciation for gold will be further explored in the upcoming GMT KOREA April issue interview dedicated to the theme of gold. Convincing the Radical Before founding his brand, Sylvain Berneron carried around stacks of sketches and concepts, seeking advice on his future direction—but was discouraged by people around him. The primary concern was the sheer scale of investment required. Creating an asymmetrical movement like that of the Mirage  demands immense cost, and the idea of producing it entirely in gold was so radical that even the movement manufacture Le Cercle des Horlogers initially found it difficult to accept. What followed was a process of persuasion. While gold has traditionally been used in movements, its inherent softness makes it extremely challenging to maintain structural stability while reducing thickness. This difficulty becomes exponentially greater in ultra-thin constructions. Moreover, machining gold requires meticulous cleaning of CNC equipment, as any residual brass can severely compromise quality. Errors during production necessitate reclaiming and recycling the entire material, further increasing costs. At this critical juncture, support came from prominent collectors such as Ronak Madhvani and Auro Montanari (also known as John Goldberger). With their backing, the project regained momentum, and after extensive persuasion, Le Cercle des Horlogers joined the endeavor. The result was the Mirage 38mm , whose movement—crafted in 18K gold, including the base plate and bridges—achieved an astonishing thickness of just 2.3mm. The gear train is made of brass to manage friction, the winding wheel of steel to withstand torque, and the balance wheel of titanium. It is equipped with four gold regulating weights for precise fine adjustment. The manually wound movement operates at a frequency of 3Hz and delivers a power reserve of approximately 72 hours. The Collector’s Choice In a November 2025 interview with GMT KOREA , titled “Two Timepieces I Collected This Year,” Ronak Madhvani and Auro Montanari shared their perspectives on Sylvain Berneron’s Mirage  collection. Auro Montanari selected the Mirage 38mm Prussian Blue , emphasizing his special connection with Sylvain Berneron. He had pre-ordered the watch roughly ten months in advance and received it in August 2025, praising its stability on the wrist as well as its uncompromising anti-magnetic performance and technical refinement. Ronak Madhvani, on the other hand, chose the Mirage 38mm Sienna . He recalled first encountering the watch in London in 2022, when it existed only as a simple sketch and demonstration prototype, yet it immediately captivated him. He added that, within his collection largely composed of vintage pieces, this watch has secured its place as a contemporary work of significance. Mirage 34mm Lapis Lazuli and Tiger Eye Mirage 34mm Lapis Lazuli Calibre 215 Mirage 34mm Diameter: 30 × 34 mm Case: 18K white or yellow gold Water Resistance: 30 m Movement: In-house manual-winding Calibre 215 Power Reserve: 72 hours Functions: Hours, minutes, seconds Dial: Tiger Eye or Lapis Lazuli Strap: Calf leather We Still Have More to Show Berneron unveils a new creation and movement every September. Judging by his trajectory so far, he appears to be a maker who relentlessly pushes himself toward ever more extreme challenges. One of the most striking aspects of the Mirage collection is that its case form originates from the movement design itself. Mirage  is a design born from rigorous mathematical thinking based on the Fibonacci sequence. While many watches merely reference the golden ratio, Berneron translates it into tangible form, realizing a truly original structure. The Fibonacci sequence begins with 0 and 1, with each subsequent number formed by the sum of the two preceding ones, and its ratios gradually converge toward the golden ratio (approximately 1.618). The design process starts from a basic circular case—chosen to preserve wearability and familiarity—into which a Fibonacci spiral is introduced at the center. From there, specific points along the spiral (c1, c2, c3) define a scalene triangle, while circles with diameters of 5, 8, and 13 establish the core structure of the case. The form is further developed through tangents, additional centers (c4, c6), and even a secondary Fibonacci spiral that determines the placement of the small seconds. The final shape emerges within a clearly defined mathematical framework. Another noteworthy feature is the “inverted hand stack.” Typically, the minute hand sits on top, but in this watch the hour hand is positioned above the minute hand. By leveraging the shorter length of the hour hand, the sapphire crystal can be placed closer to the bezel’s edge, effectively reducing the overall case thickness. To achieve this, the motion works were relocated toward the bridge side. In conventional construction, the cannon pinion is mounted on the center wheel shaft to drive the minute hand before transferring motion to the hour hand. In the Mirage 38mm , however, the cannon pinion is positioned ahead of the hour wheel, completely reversing the architecture. Though it may appear simple, the solution reflects a considerable depth of thought. The subsequent Mirage 34mm  is a compact dress watch—measuring 34mm in height, 30mm in width, and approximately 7mm in thickness—designed for greater versatility across different settings. The use of natural stone dials, inherently unpredictable and demanding in craftsmanship, posed a significant technical challenge. At the same time, the caliber 215, with a thickness of just 2.15mm, had to maintain reliable performance within an ultra-thin structure—presenting yet another hurdle. In a configuration where the case, movement, and dial function as an integrated whole, reducing thickness directly impacts durability and precision. The newly developed dedicated caliber, tailored to the case geometry, delivers a 72-hour power reserve at a frequency of 3.5Hz—an exceptional achievement for a movement of such compact dimensions. Caliber 595 Quantième Annuel Black and Silver Quantième Annuel Silver Quantième Annuel Silver Quantième Annuel Silver Diameter: 30 × 34 mm Case: 18K white or yellow gold Water Resistance: 30 m Movement: In-house manual-winding Calibre 215 Power Reserve: 72 hours Functions: Hours, minutes, seconds Dial: Tiger’s eye or lapis lazuli Strap: Calf leather An Intuitive Annual Calendar: Quantième Annuel What, then, of the Quantième Annuel ? With this recent release, Berneron introduces a model that contrasts with his established style, expanding his spectrum from artistic objects for daily wear to high-precision complication watchmaking. The first model in this collection is an annual calendar, designed to reduce the complexity and inconvenience typically associated with setting and maintaining such complications. The in-house caliber 595 adopts what Berneron calls a “cross architecture,” featuring two regulators—one dedicated to timekeeping and the other to calendar functions. Time (hours, minutes, seconds) is read vertically from top to bottom, while calendar information is displayed horizontally from left to right. The dial is offered in silver or black, set upon a lacquered 18K gold base plate. Although annual calendars are often considered simpler than perpetual calendars, they can still be cumbersome in daily use. Most require adjustment via pushers using a separate tool, and resetting day, date, and month after the watch has stopped can be tedious. Additionally, so-called “dead zones” pose a risk of damaging the mechanism if adjustments are made at certain times, requiring careful attention from the wearer. The Quantième Annuel was conceived to overcome these limitations with a more intuitive and practical approach. Time and date are adjusted via the crown, as with a standard watch, while the day and month are set using two pushers integrated into the case band. Unlike conventional annual calendars—which require adjustment for three days in common years and two in leap years—this model only requires correction in common years, automatically accounting for leap years. Most notably, it features no “dead zone,” allowing safe adjustment at any time. A protective mechanism ensures that if an error occurs during setting, the date automatically resets the date to the first day of the following month. Caliber 595, named after its 5.95mm thickness, is a manually wound movement with a radically unconventional layout. The gear train is concealed, while the winding train dominates the caseback, echoing the cross-shaped architecture of the dial. Energy management was a central challenge: at the end of each month, four jumping and retrograde indications are activated simultaneously. To handle this, energy is individually accumulated via snail cams for each display, avoiding direct draw from the mainspring at the moment of transition. Two barrels are connected in series, providing a power reserve of 100 hours. A New Watch to Be Unveiled This September The main plate and bridges are crafted entirely from solid 18K gold. The plate features a subtle frosted finish, while the barrel bridge is adorned with a guilloché pattern reminiscent of Geneva stripes, creating a refined visual contrast. Bridge edges are meticulously hand-finished with anglage, and all screws are black-polished to achieve mirror-like surfaces that reflect light only at specific angles. The large barrel jewel is set within polished countersinks, adding to the overall level of finishing. The platinum case presents its own challenges, being both highly prone to scratches and difficult to finish. To address this, a modular steel layer has been introduced, allowing six key components—including the bezel, four lug steps, and the hunter-case pusher—to be replaced. Looking ahead to September, Berneron continues to pursue yet another ambitious challenge with a new collection. The name “Berneron” engraved on each watch reflects the conviction of Sylvain Berneron—a man who makes choices without regret and stands firmly by them.

  • 21세기 시계의 정의를 묻는 베르네롱

    규범을 해체한 시계가 어떻게 동시대의 취향과 감각을 관통할 수 있을까. 실뱅 베르네롱은 시계의 정의를 다시 묻고 그 틀을 모든 영역으로 확장한다. 미라지 38mm 시에나 칼리버 233 미라지 38mm 시에나 지름 38mm 케이스 18K 옐로 골드, 30m 방수 무브먼트 칼리버 233, 72시간의 파워 리저브 다이얼 18K 옐로 골드 기능 시, 분, 초 스트랩 바레니아 가죽 예술인가, 시계인가, 패션인가. 베르네롱의 시계를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 ‘지금껏 본 적 없는 시계’라는 말을 하지만, 정작 이 시계를 명확히 정의할 수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동시에 입문자부터 저명한 컬렉터, 전문가, 아티스트, 패션 피플에 이르기까지 이 시계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이들이 여느 브랜드보다 많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앤디 워홀, 앙리 마티스, 마르크 샤갈 등 생전에 동시대의 인정을 받으며 성공과 명성을 거머쥔 예술가들이 있다. 관습을 깬 조형 언어로 대중을 예술로 끌어들여 사랑을 얻고, 후원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창작의 자유를 누리며 국제적 명성을 확립했다. 기존 제도권에 새로운 정의를 제시하며 미술사적 영향력을 남긴 인물들이다. 당시 시계 시장에서 무모하게 여겨졌던 요소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해 업계에 강렬한 충격을 안긴 이가 바로 실뱅 베르네롱이다. 그는 첫 작품 ‘미라지’로 GPHG 2024 오대시티(Audacity) 부문에서 당당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브랜드 창립 후 불과 2년 만에 실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실뱅은 ‘21세기 사람들이 착용할 수 있는 시계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제작자이자, 업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창작자이면서 시장과 시대를 정확히 읽는 ‘성공형’ 아티스트로도 평가된다. 실뱅 베르네롱은 2022년 자신의 브랜드를 창립하기 전, 15년간 대형 브랜드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활동해왔다. BMW와 포르쉐 등 자동차 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이후 IWC를 거쳐 브라이틀링에 합류했다. 지난 5년간 브라이틀링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한 그는 최연소 최고 제품 책임자(CPO)에 오르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브라이틀링 CEO 조지 컨(Georges Kern)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브랜드 내 크리에이티브 역할을 일부 유지한 채 독립 브랜드를 출범시키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CEO의 승인 아래 개인적인 독립 프로젝트를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는 업계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다. 현재 실뱅 베르네롱은 스위스 뇌샤텔의 아틀리에에서 ‘규범을 해체한 오를로제리(Derestricted Horology)’라는 모토 아래, 매년 9월 새로운 도전작을 선보이고 있다. 미라지 38mm 프러시안 블루 칼리버 233 미라지 38mm 프러시안 블루 미라지 38mm의 전 컬렉션은 현재 신규 주문 기준으로 2029년까지 모두 판매된 상태다. 미라지 38mm 프러시안 블루 지름 38mm 케이스 18K 화이트 골드, 30m 방수 무브먼트 칼리버 233, 72시간의 파워 리저브 다이얼 18K 화이트 골드 기능 시, 분, 초 스트랩 바레니아 가죽 베르네롱의 시계를 살펴보면 몇 가지 도전 정신을 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매년 새로운 무브먼트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그는 신제품마다 전혀 다른 무브먼트를 개발하겠다는 신념을 고수해왔으며, 지금까지 공개한 세 가지 컬렉션 모두 각기 다른 구조와 혁신적 기술을 담고 있다. 두 번째는 골드 소재 무브먼트다. 모든 컬렉션의 메인 플레이트와 브리지는 18K 골드로 제작하며, 특히 ‘미라지’ 컬렉션은 현재 생산되는 골드 무브먼트 중에서도 가장 얇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세 번째는 시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면서도 스스로의 한계를 끊임없이 확장해 나간다는 점이다. 그의 시계를 통해 현시대 컬렉터들이 원하는 바를 읽을 수 있으며, 자신이 어떤 창작적 실험에 도전하고자 하는지 또한 명확히 드러난다. 실뱅 베르네롱은 여전히 시계를 통해 전하고 싶은 자신만의 메시지가 많은 21세기형 크리에이터다. 실뱅 베르네롱이 생각하는 골드 각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소재가 있겠지만, 만약 골드를 선호한다면 이곳에 잘 찾아왔다. 가장 오래된 금 유물은 약 6500년 전, 동유럽 불가리아 바르나 네크로폴리스에서 발견되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3000년경부터 금을 태양신의 살로 여겼다는 사실이 상형문자와 유물을 통해 확인된다. 이처럼 금은 수천 년 동안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가치를 인정받아온 소재다. 금은 변동성 높은 디지털 시대인 오늘날에도 안정성과 아름다움, 그리고 영속적 가치를 상징하는 존재로 남아 있다. 피부 위에 착용되거나 금고에 보관되며,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살아 있는 유산 역할을 한다. 실뱅 베르네롱은 골드 소재를 치열하게 연구하는 디렉터다. 까르띠에 크래쉬가 등장했을 때만큼의 충격을 안겨준 ‘미라지 38mm’는 소용돌이치듯 유기적으로 뒤틀린 형상의 케이스와 무브먼트로 화제를 모았는데, 케이스부터 핸즈, 버클, 스프링 바, 무브먼트에 이르기까지 전 부품을 18K 골드로 제작했다는 점에서 업계를 뒤흔들었다. 그가 이처럼 골드 소재의 사용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이어질 4월호 ‘골드 소재’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파격을 설득하다 사실 브랜드를 창립하기 전 실뱅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담긴 종이 더미를 들고 다니며 주변인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조언을 구했지만, 극구 만류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유는 투자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었다. 베르네롱의 미라지처럼 비대칭 무브먼트를 제작하는 일은 막대한 비용을 요구할 뿐 아니라, 이를 골드로 만든다는 구상은 무브먼트 협력 제조사 르 세르클 데 오를로제(Le Cercle des Horlogers)조차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이제부터는 설득의 시간이었다. 골드는 전통적으로 무브먼트에 사용되어 온 소재지만, 특유의 부드러움 때문에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두께를 줄이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특성은 얇은 구조일수록 더욱 까다로운 난제로 작용한다. 더불어 골드 가공 시에는 CNC 장비를 철저히 세척해야 하며, 황동 잔여물이 남을 경우 품질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가공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소재를 전량 회수해 재활용해야 하므로 비용 역시 크게 증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에게 손을 내민 인물들은 로낙 마드바니(Ronak Madhvani)와 아우로 몬타나리(필명 존 골드버거 John Goldberger) 같은 저명한 컬렉터들이었다. 그들의 지지 속에서 프로젝트는 다시 동력을 얻었고, 르 세르클 데 오를로제 역시 오랜 설득 끝에 이 대담한 시도에 동참했다. 그 결과 ‘미라지 38mm’는 베이스 플레이트와 브리지를 포함한 모든 부품을 18K 골드로 제작하면서도, 무브먼트 두께를 단 2.3mm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기어 트레인은 마찰을 고려해 황동으로, 와인딩 휠은 토크의 강도를 견디기 위해 스틸로 제작했으며, 밸런스 휠은 티타늄으로 완성했다. 여기에 4개의 골드 조정 웨이트를 더해 정밀한 미세 조정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수동 와인딩 방식으로 3Hz의 진동수와 약 72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컬렉터의 초이스 로낙 마드바니와 아우로 몬타나리는 2025년 11월 와 진행한 ‘올해 내가 수집한 2개의 타임피스’ 인터뷰에서 실뱅 베르네롱의 미라지 컬렉션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먼저 아우로 몬타나리는 ‘미라지 38mm 프러시안 블루’를 선택하며, 실뱅과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약 10개월 전 선주문해 기다렸으며, 2025년 8월에 구입한 이 시계에 대해 손목 위에서의 안정감은 물론, 항자성과 기술적 완성도에서도 타협이 없다고 평가했다. 로낙 마드바니는 ‘미라지 38mm 시에나’ 모델을 선택했다. 그는 2022년 런던에서 처음 이 시계를 접했고, 단순한 스케치와 시연용 프로토타입에 불과했음에도 한눈에 반했다고 회상했다. 대부분 빈티지로 구성된 자신의 컬렉션 속에서도 이 시계가 현대 작품으로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미라지 34mm 라피스 라줄리와 타이거 아이 미라지 34mm 라피스 라줄리 칼리버 215 미라지 34mm 지름 30 × 34mm 케이스 18K 화이트 또는 옐로 골드, 30m 방수 무브먼트 자체 개발 수동 칼리버 215, 72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초 다이얼 타이거 아이, 라피스 라줄리 스트랩 송아지 가죽 우리는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 베르네롱은 매년 9월 새로운 작품과 무브먼트를 선보인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스스로를 끊임없이 밀어붙이며 극한의 도전을 이어가는 제작자처럼 보인다. 미라지 컬렉션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무브먼트 설계에서 출발해 완성한 케이스 형태다. 미라지는 피보나치 수열을 기반으로 한 정교한 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탄생한 디자인이다. 많은 시계가 황금 비율을 언급하는 데 그치는 것과 달리 이를 실제 형태로 치환해 독창적인 구조를 구현한다. 피보나치 수열은 0과 1에서 시작해 이전 두 수의 합으로 이어지며, 그 비율이 점차 황금비(약 1.618)에 수렴한다. 디자인은 착용성과 익숙함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원형 케이스에서 출발해 중심에 피보나치 나선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전개했다. 이어 나선 위 특정 지점(c1, c2, c3)을 기반으로 부등변 삼각형을 형성하고, 지름 5, 8, 13의 원을 정의하며 케이스의 주요 구조를 구축한다. 여기에 접선과 추가 중심점(c4, c6)을 활용한 확장, 그리고 두 번째 피보나치 나선을 통한 스몰 세컨즈 위치 설정까지 더해지며 최종 형태는 명확한 수학적 규칙 속에서 완성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역전형 핸드 스택’이다. 일반적으로 분침이 상단에 위치하지만 이 시계에서는 시침이 분침 위에 놓인다. 시침이 더 짧다는 점을 활용해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베젤 가장자리 가까이 배치할 수 있고, 그 결과 케이스 두께를 효과적으로 줄였다. 이를 위해 모션 워크는 브리지 쪽으로 재배치했다. 통상적으로 캐논 피니언을 센터 휠 샤프트에 결합해 분침을 구동한 뒤 시침으로 이어지지만, ‘미라지 38mm’에서는 캐논 피니언이 시침 휠보다 먼저 위치하며 구조가 완전히 반전된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해법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고민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어 등장한 ‘미라지 34mm’는 세로 34mm, 가로 30mm, 두께 약 7mm 내외의 콤팩트한 드레스 워치로, 보다 다양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천연 스톤 다이얼을 다루며 까다로운 수공예 공정을 요구하는 제작 과정 역시 큰 기술적 도전이었지만, 두께가 단 2.15mm에 불과한 칼리버 215는 얇은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과제로 작용했다. 케이스, 무브먼트, 다이얼이 하나의 구조처럼 맞물리는 환경에서 두께를 줄이는 일은 곧 내구성과 정밀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케이스 형태에 맞춰 새롭게 개발한 전용 칼리버는 72시간의 파워 리저브와 3.5Hz의 진동수를 확보했으며, 이처럼 얇고 작은 형태의 무브먼트에서 이 정도 성능을 구현하는 사례는 드물다. 칼리버 595 꽁띠엠 안뉴엘 블랙과 실버 꽁띠엠 안뉴엘 실버 꽁띠엠 안뉴엘 실버 꽁띠엠 안뉴엘 실버 지름 38mm 케이스 904L 스틸 보호층(15%)이 있는 Pt950 플래티넘 케이스(85%), 30m 방수 무브먼트 칼리버 595, 100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스몰 세컨즈, 요일, 날짜, 월, 낮/밤 인디케이터 다이얼 18K 골드 베이스 플레이트, 실버 스트랩 바레니아 가죽 직관적인 애뉴얼 캘린더, 꽁띠엠 안뉴엘 그렇다면 ‘꽁띠엠 안뉴엘’은 어떨까. 최근 베르네롱은 기존 스타일과 대비되는 모델을 선보이며, 일상 속 예술적 오브제에서 정밀성을 추구하는 컴플리케이션 기술까지 아우르는 확장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컬렉션의 첫 번째 모델은 애뉴얼 캘린더로, 복잡한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사용할 때 흔히 겪는 설정과 유지의 어려움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체 제작 칼리버 595는 ‘십자형 아키텍처(cross architecture)’라 명명한 구조를 채택했으며, 캘린더 기능과 시간 표시를 각각 담당하는 2개의 레귤레이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시간(시, 분, 초)은 위에서 아래로, 날짜 정보는 좌에서 우로 읽도록 설계했으며, 다이얼은 래커 처리한 18K 골드 베이스 플레이트 위에 실버와 블랙 두 가지 버전으로 제공한다. 애뉴얼 캘린더는 퍼페추얼 캘린더보다 단순한 구조로 여겨지지만, 실제 사용에서는 불편함이 따른다. 대부분 별도의 도구로 푸셔를 눌러야 하는 조정 방식과 시계를 멈춘 뒤 다시 착용할 때마다 요일·날짜·월을 하나씩 맞춰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요구한다. 여기에 ‘데드 존’이라 불리는 시간대에는 조정 시 메커니즘이 손상될 위험이 있어 사용자는 시간대까지 신경 써야 한다. 이러한 한계를 개선하고 보다 직관적이고 실용적인 캘린더 기능을 구현하고자 탄생시킨 것이 ‘꽁띠엠 안뉴엘’이다. 시간과 날짜는 일반 시계처럼 크라운으로 조정하며, 요일과 월은 케이스 밴드의 2개 푸셔로 설정한다. 기존 애뉴얼 캘린더가 평년에는 3일, 윤년에는 2일을 조정해야 하는 것과 달리 이 모델은 평년에만 조정이 필요하며, 윤년은 자동으로 반영한다. 무엇보다 ‘데드 존’이 없어 언제든 안전하게 조정할 수 있다. 특히 보호 장치를 장착해 설정 중 오류가 발생하면 날짜가 자동으로 다음 달 1일로 리셋된다. 칼리버 595는 두께 5.95mm에서 이름을 따온 수동 무브먼트로, 전통적 배치와는 전혀 다른 구조를 지닌다. 기어 트레인은 드러나지 않고 와인딩 트레인이 후면을 지배하는데, 이는 다이얼의 십자형 구조를 반영한 것이다. 에너지 관리 역시 핵심 과제였다. 월말 자정에는 4개의 점핑과 레트로그레이드 동작이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에너지는 스네일 캠을 통해 각 표시 장치에 개별적으로 축적되고 점핑 순간 메인 스프링에서 직접 끌어오는 방식을 피한다. 2개의 배럴은 직렬로 연결해 100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9월, 새롭게 선보일 뉴 워치 메인 플레이트와 브리지는 모두 솔리드 18K 골드로 제작했다. 플레이트에는 은은한 프로스트 마감을, 배럴 브리지에는 제네바 스트라이프를 연상시키는 기요셰 패턴을 적용해 시각적 대비를 이룬다. 브리지 모서리는 수작업 앵글라주로 정교하게 다듬었고, 모든 스크루는 블랙 폴리싱 처리해 특정 각도에서만 빛을 반사하는 거울 같은 표면을 지닌다. 큰 배럴 주얼은 폴리싱 처리한 카운터싱크에 안착되어 세밀한 완성도를 더했다. 케이스에 사용한 플래티넘은 스크래치가 쉽게 발생하고, 마감 또한 까다로운 소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모듈형 스틸 레이어를 더했으며, 베젤과 4개의 러그 스텝, 헌터 케이스 푸셔 등 총 6개의 주요 부품을 교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베르네롱은 오는 9월 새로운 컬렉션을 위해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시계에 새겨진 베르네롱의 이름은 일생에서 후회 없는 선택과 확신을 증명하는 실뱅 베르네롱이라는 인물의 신념을 드러낸다.

  • 2026년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수상자, 아즈망 & 모냉

    The Winner of the 2026 Louis Vuitton Watch Prize 최근 몇 년간 속출하고 있는 젊은 독립 시계 제작자들의 작품 속에서 창의적인 재능과 장인 정신, 기발함으로 수집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일은 갈수록 치열한 과제가 되었을 것이다. 사실 마케팅에 힘쓰기보다 작업에 몰두하는 장인형 워치메이커가 많아 대중이 쉽게 알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독립 시계 브랜드를 직접 론칭한 워치메이커가 주목받는 이유는 대형 브랜드가 따라가기 힘든 독자적 기술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시대를 상징하는 혁신이 담긴 시계는 투자가치를 미리 판단해 선결제 방식으로 구입하기도 하며, 상당한 비용을 들여 비스포크 디자인을 의뢰하기도 한다. 이는 훗날 희소성을 높여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루이 비통 워치 부문 디렉터 장 아르노(Jean Arnault)가 제정한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는 독립 시계 제작자의 창의성을 발굴하고 차세대 인재를 육성하는 데 목적을 둔다. 입문자나 대중이 접하기 어려운 뛰어난 젊은 워치메이커를 소개하는 장이자, 시계를 바라보는 기준점이 되어준다. 떠오르는 신진 인재부터 다수의 수상 경력을 지닌 실력자까지 한자리에 모인다. 루이 비통은 2026년 3월 24일 공식 시상식에는 아즈망 & 모냉 '스쿨 워치'가 수상 받았다. 우승자는 루이 비통의 라 파브리크 뒤 떵(La Fabrique du Temps)에서 1년간 멘토링과 상금을 제공받는다. 아즈망 & 모냉 '스쿨 워치'를 포함해 제2회 에디션의 후보에 올라 큰 주목을 받은 최종 5인 파이널리스트와 최종 심사위원 5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2023~2024년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수상자 라울 파제스와 2025~2026년을 위한 새로운 트로피 2025~2026년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수상자 아즈망 & 모냉 아즈망 & 모냉 스쿨 워치 아즈망 & 모냉 스쿨 워치 Hazemann & Monnin 2025~2026년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수상자 아즈망 & 모냉 '스쿨 워치' 2024년부터 활동 중인 젊은 워치메이커 듀오, 알렉상드르 아즈망(Alexandre Hazemann)과 빅토르 모냉(Victor Monnin)은 시계 학교의 전통에 헌정하는 작품을 출품했다. 이 학교는 테오 오프레(Théo Auffret), 레미 쿨스(Rémy Cools), 존-미카엘 플로(John-Mikaël Flaux) 등 유능한 워치메이커를 배출했다. 두 사람은 전통 공구와 일부 CNC 기계를 병행해 무브먼트 부품, 다이얼, 핸즈 대부분을 자체 제작한다. 이 시계는 100% 인하우스 HM01 칼리버를 장착했으며, 매시 정각을 소리로 알려주는 오 파사주 기능과 즉각 점프하는 점핑 아워가 어우러진 정교하고 시적인 기계적 연출이 돋보인다. 측면에 있는 약 0.6mm 폭의 넓고 우아한 챔퍼와 메인 스프링 브리지의 대형 루비도 인상적이다. 지름 13mm의 대형 가변 관성 밸런스는 시간당 1만 8000회 진동하며, 파워 리저브는 50시간이다. 케이스 백을 통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다. 마키하라 다이조 마키하라 다이조 워치크래프트 뷰티스 오브 네이처 마키하라 다이조 워치크래프트 뷰티스 오브 네이처 Daizoh Makihara Watchcraft Japan 마키하라 다이조 워치크래프트 뷰티스 오브 네이처 2017년부터 활동한 마키하라 다이조는 AHCI의 정식 멤버 중 한 명으로 시계 디자인과 제작의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드문 워치메이커다. 이 작품은 일본 전통 유리 공예 기법인 ‘에도 기리코(Edo Kiriko)’를 세계 최초로 접목한 그의 두 번째 피스다. 원래 유리잔이나 텀블러에 적용하던 이 기법은 장인이 다이얼을 다이아몬드 연마기의 날카로운 가장자리에 대고 극도로 안정적인 손놀림으로 한 줄씩 정교하게 문양을 새기는 방식이다. 24시간 주기로 꽃잎이 열리고 닫히는 입체적인 오토매틱 메커니즘과 122년에 하루 오차만 발생하는 퍼페추얼 문 페이즈, 시간당 1만 8000회 진동으로 작동하는 25개 주얼의 무브먼트를 갖췄다. 무브먼트의 앞면과 뒷면 모두 전통적인 삼베 잎(아사노하) 문양으로 장식했다. 현재 그는 연간 단 한 점의 시계를 생산한다. 신얀 다이 팜 알 헛 뫼비우스 팜 알 헛 뫼비우스 Fam Al Hut 팜 알 헛 뫼비우스 2024년부터 독립 워치메이커로 활동 중인 신얀 다이(Xinyan Dai)가 공동으로 이끄는 브랜드다. 첫 작품이 공개되자마자 ‘최근 본 시계 중 가장 독창적’이라는 찬사가 쏟아졌고, 2025년 GPHG 시상식에서는 창의적이고 대담한 시도에 수여하는 오대시티 상을 수상했다. 현재까지 가장 콤팩트한 구조의 바이-액시스 투르비용을 장착한 수동 시계다. 이중 축 투르비용, 레트로그레이드 분침, 점핑 아워 등 복합 기능을 담아 데뷔작부터 강렬하다. 전통적인 케이스가 아닌 타원형 모양을 적용해 더 새롭다는 평을 받았다. 케이스 백은 손목 곡선에 맞게 완만하게 휘어 있으며, 길이 42.2mm, 너비 24.3mm, 두께 12.9mm다. 다이얼 상단에는 브랜드의 시그너처가 될 이중 축 투르비용을 배치해 시선을 압도하고, 하단에는 두 쌍의 레트로그레이드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무브먼트는 50시간의 파워 리저브와 시간당 2만 1600회의 진동수를 갖췄다. 베른하르트 레더러 레더러 CIC 39mm 레이싱 그린 레더러 CIC 39mm 레이싱 그린 Lederer 레더러 CIC 39mm 레이싱 그린 베른하르트 레더러(Bernhard Lederer)는 손목시계 최초로 작동하는 듀얼 디텐트 이스케이프먼트를 구현했다. 트윈 이스케이프먼트와 듀얼 레몽투아 데갈리테로 일정한 에너지 전달을 보장하며, 212개 부품의 COSC 인증 무브먼트는 더블 기어 트레인과 콘스턴트 포스 메커니즘을 투명한 케이스 백으로 드러낸다. 각 부품은 모두 인하우스에서 제작했고, 가능한 한 가볍게 만들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한 케이스는 지름 39mm, 두께는 단 10.75mm다. 오목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아래 레이싱 그린 톤의 매트한 다이얼에는 특허받은 이스케이프먼트와 역행 세컨즈 서브 다이얼을 배치했다. 숫자 ‘8’을 형상화한 상단부의 컷아웃 디자인이 내부의 이스케이프먼트를 부분적으로 드러낸다. 2개의 원에는 각각 독립된 스몰 세컨즈 핸드가 있으며, 두 핸드는 완벽하게 동기화된 상태로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세키 노리후미 콰이어트 클럽 페이딩 아워스 콰이어트 클럽 페이딩 아워스 Quiet Club 콰이어트 클럽 페이딩 아워스 2024년 활동을 시작한 도쿄 기반 워치메이커 세키 노리후미(Norifumi Seki)의 작품이다. 푸셔도 없고, 화려한 장식도 없으며, 심지어 브랜드 로고조차 없다. 깊이감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미니멀한 디자인은 강한 오리지널리티가 있다. 다이얼 자체를 타격해 소리를 내는 수직 해머 구조의 알람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모든 알람 기능을 단 하나의 푸셔로 조작하고 회전 베젤로 알람 시간을 설정한다. 저먼 실버의 중앙 다이얼을 사용해 광택 및 샌드 블라스트 마감 처리를 했다. 마커는 그랑 푀 에나멜 인레이로 완성했고, 12시에서 6시로 이어지는 선은 외부 링까지 확장된다. 외부 링에는 알림이 활성화되었는지 보여주는 작은 홈이 있다. 9시와 3시의 마커가 각각 Q와 C를 나타내는 모스 부호를 새겨 ‘콰이어트 클럽’이라는 브랜드 이름을 암시하는 디테일이 있다. 알람 설정 방식 또한 다른데, 별도의 푸셔나 슬라이더 대신 크라운과 베젤을 활용한다. 크라운 푸셔를 누른 뒤 베젤을 돌리면, 다이얼 아래 숨겨진 두 번째 핸드 세트를 설정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누르면 알람이 활성화된다. 세 번째로 누르면 알람이 완전히 해제되어 일반 시계로 복귀한다. 새롭게 개발한 무브먼트는 대부분 도쿄에 있는 자신의 워크숍에서 직접 설계하고 수작업으로 마무리했다. 진동수 2.5Hz와 약 50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전문가 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최종 심사위원은 다음과 같다. Carole Forestier-Kasapi 캐롤 포레스티에-카사피 태그호이어 오트 오를로제리 & 무브먼트 전략 디렉터 Frank Geelen 프랭크 기렌 <모노크롬 워치스> 창립자겸 편집장 Matthieu Hegi 마티유 에지 라 파브리크 뒤 떵 루이 비통 아티스틱 디렉터 François-Xavier Overstake 프랑수아-그자비에 오베르스타크 컬렉터, 에콰시옹 뒤떵(©quationdu Temps) 창립자 Kari Voutilainen 카리 부틸라이넨 마스터 워치메이커, 부틸라이넨 워크숍 오너

  • 시몽 브렛과의 인터뷰

    Interview with Simon Brette 데뷔작으로 GPHG ‘시계 혁신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시몽 브렛은 장인 정신과 차별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언어를 완성해왔다. 동료 장인들에 대한 존중과 끝없는 열정을 중시하는 그는 100년 이상 이어질 시계 제작의 미래를 그려나간다. 시계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다이얼, 기계식 시계의 심장, 무브먼트. 시몽 브렛은 자신만의 차별성과 DNA를 다이얼에 오롯이 투영하고, 시계를 뒤집었을 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지를 늘 고민하는 장인 정신을 중시하는 워치메이커다. 2023년 첫 작품인 ‘크로노미터 아티장(Chronomètre Artisans)’을 선보이자, 무브먼트와 다이얼을 하루 종일 감상해도 좋을 열정적인 수집가들이 가장 먼저 그를 찾아 나섰다. 그는 주문서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장인들과 함께 자신의 혼을 작품에 보태 시계를 더욱 깊고 인내가 스민 물건으로 만들어낸다. 데뷔작으로 곧바로 GPHG 2023에서 ‘오롤로지컬 레벨레이션(시계 혁신상, Horological Revelation Prize)’을 수상한 그는, 올해는 ‘크로노미터 아티장 주얼리(Chronomètre Artisans Joaillerie)’로 GPHG 주얼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오픈워크 다이얼과 대칭을 중요시한 백사이드, 완벽할 정도로 정교한 피니싱을 통해 빛의 각도마다 새로운 표정을 짓게 하는 그의 시계 철학은 무엇보다 ‘함께하는 장인들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한다. 그는 자신의 열정이 10년, 나아가 100년 이상 이어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고 싶다고 말한다.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시몽 브렛의 앞날은 밝다.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해 약 15년간 시계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네 살 딸과 한 살 아들,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나의 시계 여정은 딸의 탄생이 결정적 계기였다. 4년 전 부품 공급 업체에서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출산과 육아에 전념하기로 하면서, 지금의 모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이를 얻은 건 나의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다. 야스미나 안티(Yasmina Anti)의 ‘드래곤 스케일’ 데커레이션에 특히 매료되었다고 했다. 구현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 첫 번째 원칙은 ‘다이얼에 반드시 인그레이빙을 담는다’였다. 나는 야스미나라는 인물 자체에 끌렸다. 너그럽고 자신의 일에 뜨거운 열정을 지닌 분이라 꼭 함께하고 싶었다. 내가 부탁한 건 단순했다. “이미 검증된 방식이 아니라, 머릿속에 오래 있었지만 아직 펼치지 못한 것을 보여달라.” 그러자 그녀가 여러 패턴으로 정교하게 새긴 메인 플레이트 시안을 들고 와 아이디어와 공구, 빛과 반사에 대한 설계 철학까지 세세하게 설명해주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확신을 얻었다. 내가 이 여정을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장인들은 각자의 혼을 작품에 보탠다. 그래서 시계는 더욱 깊고 인내가 깃든 물건이 된다. 가장 어려운 순간은 그 수많은 미세한 디테일을 하나의 조화로운 전체로 정확히 결합하는 일이었다. 예컨대 밸런스 3/4 브리지처럼 개성 강한 요소까지 완벽히 맞물리게 만드는 과정이다. 마감이 완벽에 가깝다고 느꼈다. 그 디자인의 이면에는 어떤 생각이 기반이 되었나? 나는 무브먼트 개발로 커리어를 시작한 엔지니어라, 디자인을 언제나 ‘메커닉’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무브먼트의 뒷면부터 그린다. 내게 시계의 매력은 뒷면을 봤을 때 판단이 서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대칭을 중시해 수평축을 기준으로 완벽한 균형이 잡히도록 설계한다. 정밀하고 직선적이며, 대칭과 순수함이 느껴져야 한다. 그것이 나를 보여주는 언어다. 반면 다이얼은 개인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도화지다. 엔지니어인 동시에 예술적 감수성을 북돋아준 부모님 밑에서 자랐기에, 뒷면은 이성과 구조, 앞면은 감성과 예술을 담는다. 오픈워크 구조인 만큼 브리지의 곡선과 라인, 피니싱까지 모든 디테일을 완벽에 가깝게 다듬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아름다움은 도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마지막 하나의 부품까지 책임지는 장인의 손길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초기에 겪은 가장 큰 과제는 나처럼 몰입해줄 ‘좋은 의미의 미친’ 장인을 찾는 일이었다. 브랜드가 알려지기 전에는 신뢰를 얻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최고의 장인들에게 다가가 함께 일할 신뢰를 쌓고,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보자고 설득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팬데믹 시기에 그분들과 일을 시작했는데, 이후 일감이 급감한 상황에서도 다행히 나를 지지해주는 고객들이 있었다. 그 덕분에 각 컴포넌트를 추진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동시에 인스타그램 등으로 장인들이 누구인지 소개하는 영상을 꾸준히 제작해 그들의 비즈니스에도 힘을 보태고자 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말자. 자신만의 최고치를 끌어올리자’는 약속으로 함께 올라섰고, 지금은 고객은 물론 공급 업체와 장인 모두와 깊은 신뢰가 쌓였다. 일요일 밤에 전화를 걸어도 도와주겠다는 답을 들을 수 있을 정도다. GPHG 2023년 시계 혁신상을 받은 크로노미터 아티장 서브스크립션 GPHG 2023년 시계 혁신상을 받은 크로노미터 아티장 서브스크립션 크로노미터 아티장 서브스크립션 지름 39mm 케이스 지르코늄, 30m 방수 무브먼트 칼리버 SBCA, 72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스몰 세컨즈 다이얼 5N 레드 골드 스트랩 송아지 가죽 ‘크로노미터 아티장’이 GPHG 2023년 시계 혁신상 부문에서 수상했다. 출품 동기와 소감이 궁금하다. 사실 상을 크게 의식하진 않았다. 과거에도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가 상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그 영예는 내가 몸담았던 ‘브랜드’의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2023년 론칭 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인정을 받으며, 무엇보다 우리를 몰랐던 컬렉터들이 관심을 가져주었다는 점이 가장 기뻤다. 우리는 생산량이 매우 적어 많은 분들께 시계를 배정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서 찾아와서 팀과 열정을 나누고, 그 순간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게 내겐 가장 큰 보람이다. 우리는 시계를 만들고 당연히 사업도 하지만, 결국 사람을 만나 열정을 공유하는 일이 전부라고 믿는다. 특히 아직 잘 모르는 곳에서 독립 시계 제작을 사랑하는 분들을 만나는 일은 무척 설렌다. 그 만남이 누군가에게 시계 제작을 꿈꾸고 배워 새로운 독립 워치메이커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이다. 다가올 신제품에 대해 조금만 공유해줄 수 있나? ‘크로노미터 아티장’ 라인의 새로운 변주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지르코늄 케이스로 제작한 서브스크립션 첫 모델을 선보였고, 2023년 말에는 티타늄 버전에 로즈 골드 다이얼을 매칭하고 ‘배틀(battle)’ 모티브를 더한 야스미나의 에디션을 공개했다. 이어 2024년에는 로즈 골드 케이스 버전을 출시했다. 매번 신작을 낼 때마다 직전의 기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도전이다. 올해 말에는 현장에서 봤던 바로 그 스틸 버전을 공식 출시한다. 다양한 스트랩 조합과 서로 다른 세팅을 통해 착용 경험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내년에는 플래티넘 버전도 선보일 예정이고, 이와 별개로 완전히 새로운 컴플리케이션 개발도 진행 중이다. 팀이 도쿄를 방문했을 때 컬렉터 다케시(Takesi)를 만났다. 일본 최초의 시몽 브렛 고객이라고 하던데, 특별한 사연이 있나? 그렇다. 현지에 사는 내 절친이 여러 차례 연락해 소개를 주선했고, 내가 모든 문의에 일일이 신속하게 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그 친구가 통역을 도와줬다. 그 과정에서 일본 문화가 장인 정신을 얼마나 깊이 존중하는지 새삼 체감했고, 나 역시 그러한 가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일본은 언젠가 시간을 넉넉히 들여 머물며 문화와 공예를 더 배우고 싶은 나라이기도 하다. 그 친구의 도움으로 다케시 씨와 직접 대화하며 그의 여정, 소장 시계, 취향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우리 브랜드를 진심으로 아끼며 어렵게 연락을 이어왔고, 그 만남이 첫 접점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짧은 안부를 주고받고, 우리가 올리는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자주 리포스트해 줄 만큼 꾸준히 응원해주고 있다. 매우 친절하고 든든한 지지자다. 조만간 일본에서 그분의 시계를 직접 전달하고 싶다. 일정이 맞는다면 팀과 함께하는 촬영도 멋질 것 같다. GPHG 2025 주얼리 부문 후보에 오른 크로노미터 아티장 주얼리 GPHG 2025 주얼리 부문 후보에 오른 크로노미터 아티장 주얼리 GPHG 2025 주얼리 부문 후보에 오른 크로노미터 아티장 주얼리 지름 39mm 케이스 플래티넘, 30m 방수 무브먼트 핸드 와인딩 기계식 무브먼트, 72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초 다이얼 에메랄드 및 다이아몬드 스트랩 그린 가죽 다른 독립 시계와 차별화되는, 시몽 브렛만의 ‘고유한 스타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디테일 중심의 오픈워크 미학’이다. 나는 엔지니어 출신이라 메커닉을 사랑하고, 그래서 다이얼은 오픈워크를 기본으로 한다. 서로 다른 표면 질감과 완벽한 마감을 결합해, 빛에 따라 매일 다른 표정을 드러내도록 설계한다. 또 나는 작은 사이즈만 고집한다. 손목 위에서 존재감이 사라질 만큼 편안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신 시계를 벗지 않고도 기계적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게, 다이얼 위에서 무브먼트를 곧바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내 바람은 착용자가 날마다 새로운 반짝임과 새로운 면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정신은 ‘장인 중심’이라는 철학에서 비롯된다. 국경을 넘어 자신의 일에 삶을 바치는 사람들이 있고, 그 헌신이 오늘의 시계를 만든다. 나는 그분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싶다. 이 브랜드가 언젠가 내가 가장 차고 싶어 하는 최고의 시계를 만들기 위한 무대인 동시에, 장인들의 이름과 기술이 정당하게 드러나는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오늘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전승’이다. 지식과 기술이 다음 세대에 온전히 이어져야 우리의 열정과 업계가 10년, 10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 우리가 장인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돌본다면 미래는 밝다. 재능 있는 젊은 제작자들이 계속 등장해야 시계업계가 더 발전할 것이다. 함께 만들고 알리며, 생태계의 비즈니스가 더 단단해지도록 돕는 일도 나의 몫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집중하는 것도 바로 그 연속성과 전승이다.

  • 빛으로 축적된 시간, 바카라

    최근 전 세계 명품 업계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도산대로에 자리하고 있는 메종 바카라. 이곳에서 전 세계의 명사가 수집하고 사랑한 바카라의 샹들리에와 아트피스를 만나볼 수 있다. 2세기가 넘도록 가장 뛰어난 감각을 지닌 예술가들이 찬사를 보낸 이 크리스털의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제니스(Zénith)’ 샹들리에 제니스 샹들리에로 장식된 바카라 바 서울 반사와 중첩을 통해 확장된 제니스 샹들리에의 빛 시계나 주얼리가 한 사람의 사용에서 다음 세대의 사용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라면, 또 다른 형태의 전승도 존재한다. 식탁을 둘러싼 바웨어(barware)나 다이닝 오브제, 공간의 중심에 놓인 샹들리에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며 시간을 쌓아가는 기물이다. 이 오브제들은 한 사람의 소유를 넘어 가족의 생활과 일상의 흔적을 품은 채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26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크리스털 메종 바카라(Baccarat)는 이러한 시간의 축적 방식을 다뤄온 브랜드다. 테이블웨어에서 홈 데코, 그리고 조명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확장해온 바카라의 크리스털은 소유자의 시간과 공간의 기억을 담아낸다. 하이메 아욘과의 협업으로 재해석된 제니스 샹들리에 1841년에 탄생한 아이콘과 확장된 컬렉션 3 아코어글라스, 아코어 1841, 아코어 플루트 테이블에서 공간으로, 빛으로 공간을 재편하다 바카라는 파리와 뉴욕, 도쿄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레스토랑과 호텔, 바를 통해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해왔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허브로 자리 잡은 서울 도산대로에는 바카라 바 서울(Baccarat Bar Seoul)이 자리한다. 모든 주류는 바카라 크리스털 글라스에 담겨 제공되고, 전통 옻칠 장식과 핸드메이드 백동 나비 경첩 등 한국적 수공예 디테일을 더했다. 프랑스식 아르 드 비브르(art de vivre,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문화)는 이곳에서 한국적 미감과 조화를 이룬다. 바카라의 진화는 테이블웨어에서 조명으로의 확장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테이블 위에서 손으로 감싸던 오브제는 이제 공간을 구성하는 빛의 구조로 확장됐다. 바카라 바 서울 중앙 홀에 설치된 대형 제니스(Zénith) 샹들리에는 공간을 자연스럽게 이 빛을 중심으로 재편시킨다. 왕들의 크리스털, 메종의 시작 바카라의 역사는 1764년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의 인가로 시작된다. 독일 국경과 맞닿은 프랑스 동북부 로렌 지방의 작은 마을 바카라에서 설립된 크리스털 제작소는 이후 유럽 왕실과 제국의 연회, 국가적 행사에 등장하며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구축해왔다. 루이 18세, 나폴레옹 3세,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에 이르는 당대 권력자들의 주문은 제작 기록과 도면으로 남아 오늘날까지 바카라의 역사적 자산으로 이어진다. 그중 1841년 탄생한 아코어(Harcourt)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대표 컬렉션이다. 1896년 니콜라이 2세를 위해 제작된 차르(Tsar) 컬렉션은 황실 권위를 구현한 사례로 평가된다. 크리스털은 규사와 산화납을 혼합해 고온에서 녹인 뒤, 액체 상태의 크리스털을 장인의 입으로 불어 형태를 잡아 만든다. 바카라 크리스털의 본질은 이 소재와 공정에 있다. 30%에 달하는 산화납 함유량은 독보적인 선명도와 굴절률을 만들어낸다. 크리스털 특유의 맑고 긴 울림 역시 이 물성에서 비롯된다. 프랑스 정부 공인 최우수 장인(Meilleur Ouvrier de France)들이 도제식으로 기술을 계승하며, 제작 공정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사람의 손을 거친다. 자동화는 균질한 품질을 만들 수 있지만, 바카라가 쌓아온 장인 정신을 대체하기 어렵다. 바카라의 시그니처 레드는 24K 금 가루를 크리스털 용액에 섞어 1,000℃ 이상의 고온에서 가열해 얻는 루비 레드 색상이다. 모든 바카라 샹들리에에 적용되는 레드 옥타곤 장식은 이 공정을 거친 정품임을 증명한다. 살바도르 달리에서 필립 스탁까지, 예술적 실험과 전통 필립 스탁, 마르셀 반더르스, 하이메 아욘 등 동시대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은 크리스털을 실험의 대상으로 확장시켰다. 특히 20년 넘게 협업을 이어온 필립 스탁은 고전적인 아코어 글라스를 블랙 크리스털로 재해석한 아코어 아워 파이어 캔들스틱(Harcourt our fire candlestick)을 비롯해 아코어 실링 램프 힉!(Harcourt ceiling lamp hic!) 등의 제품을 선보였다. 비율과 구조는 유지하되, 색과 광택만으로 오브제의 인상을 바꾼 작업들이다. 예술적 협업의 역사는 더 거슬러 올라간다. 1946년, 살바도르 달리는 엘사 스키아파렐리의 향수를 위해 르 루아 솔레이유(Le Roy Soleil) 향수병을 디자인했다. 루이 14세를 오마주한 이 태양 형상의 병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하는 시대적 상징물이었고, 바카라는 향수병을 크리스털로 구현했다. 이 작업은 크리스털이 장식품을 넘어 예술 작품임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차르(Tsar) 러시아 황실을 위해 제작된 컬렉션의 현대적 컬러 해석 빛의 오브제, 메종의 아카이브로 오늘날 시장에서 이어지는 바카라 컬렉션 중 제니스 샹들리에는 소장 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손꼽는다. 옥타곤 컷과 다이아몬드 프리즘, 중심에서 가지처럼 퍼져나가는 크리스털 구조의 입체적 반사는 공간을 무대로 전환한다. 실제로 프라이빗 레지던스나 컬렉터의 세컨드 하우스, 하이엔드 프로젝트 공간에서는 규모에 맞춰 6구 모델부터 대형 샹들리에까지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한다.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수집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높인다. 이러한 주문 제작 방식이 가능한 덕분에 천정고가 높은 국내 하이엔드 주거지에서는 바카라 샹들리에는 필수품이 되기도 했다. 이는 인테리어를 위한 조명이 아닌 건축적 단계에서 필요한 필수 오브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테이블을 위한 아코어 컬렉션은 바카라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라인으로, 육각형 베이스와 건축적 스템 구조는 브랜드의 역사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하나의 글라스에서 출발해 플루트, 텀블러, 디캔터, 캔들스틱, 베이스, 램프로 확장되는 구조는 자연스럽게 컬렉션이 된다. 일부 컬렉터들은 특정 라인을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확장하며 테이블웨어에서 조명까지 범위를 넓힌다. 코끼리 형상의 리큐어 캐디 (Elephant Liqueur Caddy) 아코어 아워 파이어 캔들스틱 (Harcourt Our Fire Candlestick) 고전적 아코어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필립 스탁 협업 모델 바카라의 희소성 글로벌 경매 시장에서도 바카라 크리스털은 장식 예술과 디자인 아카이브의 영역에서 거래된다. 1880년경 제작된 코끼리 형상의 리큐어 캐디(Elephant Liqueur Caddy)는 약 60cm 높이, 36kg에 달한다. 이 작품은 4개의 디캔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상단부는 바카라 화병으로 교체할 수 있다. 미국의 발명가이자 사업가 조지 웨스팅하우스의 소장품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2022년 런즈 옥셔니어스 앤드 어프레이절스(Lund’s Auctioneers and Appraisals) 경매에서 약 12만 달러(약 1억 7,000만 원)에 낙찰됐다. 퍼퓸 보틀 역시 바카라의 위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살바도르 달리의 르 루아 솔레이유 향수병은 크리스털이 예술적 매체로 기능했음을 시장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여준다. 이 오리지널 바카라 크리스털 병은 이후 여러 차례 경매에 등장했으며, 2023년 퍼퓸 보틀 경매(Perfume Bottles Auction) 기록에 따르면, 보존 상태가 우수한 1946년 오리지널 버전은 1만 2,500달러(약 1,800만 원)에 거래되었다. 경매장에서 바카라 크리스털은 미술 작품이나 빈티지 시계와 동일한 기준으로 다뤄진다.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기반으로 언제, 누구와,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하다. 빈티지 시계 시장에서 무브먼트의 연식과 초기 생산분, 소유 이력이 가치를 좌우하는 구조와 다르지 않다. 바카라 크리스털은 이미 같은 기준으로 평가된다. 고전 명사와 현대 셀러브리티의 품위를 상징하는 예술품 세계적인 디자이너 코코 샤넬과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 위대한 여배우인 메릴린 먼로는 바카라를 사랑했다. 세계적인 팝 스타 레니 크라비츠, 힙합 뮤지션 드레이크 같은 현대의 아이콘까지 작품과 제품의 차이를 아는 이들이라면 바카라를 과거가 아닌 현재의 예술품, 라이프스타일에 품격을 드리우는 작품으로 생각하고 이를 수집한다. 프랑스의 위대한 유산인 바카라의 아름다움의 역사는 삶의 모든 순간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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