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축적된 시간, 바카라
-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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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 명품 업계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도산대로에 자리하고 있는 메종 바카라. 이곳에서 전 세계의 명사가 수집하고 사랑한 바카라의 샹들리에와 아트피스를 만나볼 수 있다. 2세기가 넘도록 가장 뛰어난 감각을 지닌 예술가들이 찬사를 보낸 이 크리스털의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시계나 주얼리가 한 사람의 사용에서 다음 세대의 사용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라면, 또 다른 형태의 전승도 존재한다. 식탁을 둘러싼 바웨어(barware)나 다이닝 오브제, 공간의 중심에 놓인 샹들리에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며 시간을 쌓아가는 기물이다. 이 오브제들은 한 사람의 소유를 넘어 가족의 생활과 일상의 흔적을 품은 채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26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크리스털 메종 바카라(Baccarat)는 이러한 시간의 축적 방식을 다뤄온 브랜드다. 테이블웨어에서 홈 데코, 그리고 조명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확장해온 바카라의 크리스털은 소유자의 시간과 공간의 기억을 담아낸다.



1841년에 탄생한 아이콘과 확장된 컬렉션 3 아코어글라스, 아코어 1841, 아코어 플루트
테이블에서 공간으로, 빛으로 공간을 재편하다
바카라는 파리와 뉴욕, 도쿄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레스토랑과 호텔, 바를 통해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해왔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허브로 자리 잡은 서울 도산대로에는 바카라 바 서울(Baccarat Bar Seoul)이 자리한다. 모든 주류는 바카라 크리스털 글라스에 담겨 제공되고, 전통 옻칠 장식과 핸드메이드 백동 나비 경첩 등 한국적 수공예 디테일을 더했다. 프랑스식 아르 드 비브르(art de vivre,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문화)는 이곳에서 한국적 미감과 조화를 이룬다. 바카라의 진화는 테이블웨어에서 조명으로의 확장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테이블 위에서 손으로 감싸던 오브제는 이제 공간을 구성하는 빛의 구조로 확장됐다. 바카라 바 서울 중앙 홀에 설치된 대형 제니스(Zénith) 샹들리에는 공간을 자연스럽게 이 빛을 중심으로 재편시킨다.
왕들의 크리스털, 메종의 시작
바카라의 역사는 1764년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의 인가로 시작된다. 독일 국경과 맞닿은 프랑스 동북부 로렌 지방의 작은 마을 바카라에서 설립된 크리스털 제작소는 이후 유럽 왕실과 제국의 연회, 국가적 행사에 등장하며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구축해왔다. 루이 18세, 나폴레옹 3세,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에 이르는 당대 권력자들의 주문은 제작 기록과 도면으로 남아 오늘날까지 바카라의 역사적 자산으로 이어진다. 그중 1841년 탄생한 아코어(Harcourt)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대표 컬렉션이다. 1896년 니콜라이 2세를 위해 제작된 차르(Tsar) 컬렉션은 황실 권위를 구현한 사례로 평가된다. 크리스털은 규사와 산화납을 혼합해 고온에서 녹인 뒤, 액체 상태의 크리스털을 장인의 입으로 불어 형태를 잡아 만든다. 바카라 크리스털의 본질은 이 소재와 공정에 있다. 30%에 달하는 산화납 함유량은 독보적인 선명도와 굴절률을 만들어낸다. 크리스털 특유의 맑고 긴 울림 역시 이 물성에서 비롯된다. 프랑스 정부 공인 최우수 장인(Meilleur Ouvrier de France)들이 도제식으로 기술을 계승하며, 제작 공정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사람의 손을 거친다. 자동화는 균질한 품질을 만들 수 있지만, 바카라가 쌓아온 장인 정신을 대체하기 어렵다.
바카라의 시그니처 레드는 24K 금 가루를 크리스털 용액에 섞어 1,000℃ 이상의 고온에서 가열해 얻는 루비 레드 색상이다. 모든 바카라 샹들리에에 적용되는 레드 옥타곤 장식은 이 공정을 거친 정품임을 증명한다.
살바도르 달리에서 필립 스탁까지, 예술적 실험과 전통
필립 스탁, 마르셀 반더르스, 하이메 아욘 등 동시대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은 크리스털을 실험의 대상으로 확장시켰다. 특히 20년 넘게 협업을 이어온 필립 스탁은 고전적인 아코어 글라스를 블랙 크리스털로 재해석한 아코어 아워 파이어 캔들스틱(Harcourt our fire candlestick)을 비롯해 아코어 실링 램프 힉!(Harcourt ceiling lamp hic!) 등의 제품을 선보였다. 비율과 구조는 유지하되, 색과 광택만으로 오브제의 인상을 바꾼 작업들이다.
예술적 협업의 역사는 더 거슬러 올라간다. 1946년, 살바도르 달리는 엘사 스키아파렐리의 향수를 위해 르 루아 솔레이유(Le Roy Soleil) 향수병을 디자인했다. 루이 14세를 오마주한 이 태양 형상의 병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하는 시대적 상징물이었고, 바카라는 향수병을 크리스털로 구현했다. 이 작업은 크리스털이 장식품을 넘어 예술 작품임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빛의 오브제, 메종의 아카이브로
오늘날 시장에서 이어지는 바카라 컬렉션 중 제니스 샹들리에는 소장 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손꼽는다. 옥타곤 컷과 다이아몬드 프리즘, 중심에서 가지처럼 퍼져나가는 크리스털 구조의 입체적 반사는 공간을 무대로 전환한다. 실제로 프라이빗 레지던스나 컬렉터의 세컨드 하우스, 하이엔드 프로젝트 공간에서는 규모에 맞춰 6구 모델부터 대형 샹들리에까지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한다.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수집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높인다. 이러한 주문 제작 방식이 가능한 덕분에 천정고가 높은 국내 하이엔드 주거지에서는 바카라 샹들리에는 필수품이 되기도 했다. 이는 인테리어를 위한 조명이 아닌 건축적 단계에서 필요한 필수 오브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테이블을 위한 아코어 컬렉션은 바카라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라인으로, 육각형 베이스와 건축적 스템 구조는 브랜드의 역사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하나의 글라스에서 출발해 플루트, 텀블러, 디캔터, 캔들스틱, 베이스, 램프로 확장되는 구조는 자연스럽게 컬렉션이 된다. 일부 컬렉터들은 특정 라인을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확장하며 테이블웨어에서 조명까지 범위를 넓힌다.



아코어 아워 파이어 캔들스틱 (Harcourt Our Fire Candlestick) 고전적 아코어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필립 스탁 협업 모델
바카라의 희소성
글로벌 경매 시장에서도 바카라 크리스털은 장식 예술과 디자인 아카이브의 영역에서 거래된다. 1880년경 제작된 코끼리 형상의 리큐어 캐디(Elephant Liqueur Caddy)는 약 60cm 높이, 36kg에 달한다. 이 작품은 4개의 디캔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상단부는 바카라 화병으로 교체할 수 있다. 미국의 발명가이자 사업가 조지 웨스팅하우스의 소장품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2022년 런즈 옥셔니어스 앤드 어프레이절스(Lund’s Auctioneers and Appraisals) 경매에서 약 12만 달러(약 1억 7,000만 원)에 낙찰됐다.
퍼퓸 보틀 역시 바카라의 위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살바도르 달리의 르 루아 솔레이유 향수병은 크리스털이 예술적 매체로 기능했음을 시장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여준다. 이 오리지널 바카라 크리스털 병은 이후 여러 차례 경매에 등장했으며, 2023년 퍼퓸 보틀 경매(Perfume Bottles Auction) 기록에 따르면, 보존 상태가 우수한 1946년 오리지널 버전은 1만 2,500달러(약 1,800만 원)에 거래되었다.
경매장에서 바카라 크리스털은 미술 작품이나 빈티지 시계와 동일한 기준으로 다뤄진다.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기반으로 언제, 누구와,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하다. 빈티지 시계 시장에서 무브먼트의 연식과 초기 생산분, 소유 이력이 가치를 좌우하는 구조와 다르지 않다. 바카라 크리스털은 이미 같은 기준으로 평가된다.
고전 명사와 현대 셀러브리티의 품위를 상징하는 예술품
세계적인 디자이너 코코 샤넬과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 위대한 여배우인 메릴린 먼로는 바카라를 사랑했다. 세계적인 팝 스타 레니 크라비츠, 힙합 뮤지션 드레이크 같은 현대의 아이콘까지 작품과 제품의 차이를 아는 이들이라면 바카라를 과거가 아닌 현재의 예술품, 라이프스타일에 품격을 드리우는 작품으로 생각하고 이를 수집한다. 프랑스의 위대한 유산인 바카라의 아름다움의 역사는 삶의 모든 순간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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