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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란으로 498개 검색됨

  • 수집할 가치가 있는 살아 있는 유산, 안티노리

    Antinori a living legacy to be collected 와인은 오직 포도 한 가지 재료만으로 빚어진다. 그래서 그 한 잔에는 기후, 토양, 그리고 시간이 담긴다. 26대째 와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마르케시 안티노리(Marchesi Antinori)의 약 650년 여정을 음미하는 자리가 2025년 6월 12일, 서울 남산이 바라다보이는 한강 위 세빛섬 ‘무드서울’에서 열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심장 피렌체에서 시작된 안티노리는 지금도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신뢰를 받는 살아 있는 전통이다. 안티노리 넬 키안티 클라시코 와이너리 외관 안티노리는 이탈리아 전역의 16개 와이너리를 비롯해 미국, 칠레, 헝가리 등 세계 곳곳에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글로벌 와인 가문이다. 단 한 번도 가업이 끊긴 적 없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 경영 와인 회사 중 하나다. 이러한 전통과 규모를 입증하듯 ‘안티노리로의 여정’ 시음회는 30여 종의 프리미엄 와인을 한자리에 선보이며 120석 전석을 매진시켰다. 테이스팅의 시작은 이탈리아 북동부 프리울리 지역의 화이트 와인 명가 예르만(Jermann)의 피노 그리지오였다. 드라이한 특성에 벨벳 같은 부드러운 질감이 조화를 이루며, 풀보디 구조와 풍부한 과실 향이 인상 깊게 펼쳐졌다. 뒤이은 체르바로(Cervaro)는 샤르도네와 그레케토를 블렌딩한 와인으로, 산뜻한 시트러스와 달콤한 바닐라, 고소한 너트, 미네랄 향이 우아하게 펼쳐지며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의 깊이를 전했다. 중심에는 역시 안티노리 전통과 혁신을 상징하는 ‘슈퍼 투스칸(Super Tuscan)’인 티냐넬로(Tignanello)와 솔라이아(Solaia)가 자리했다. 티냐넬로는 산조베세를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과 블렌딩한 구조감 있는 와인으로, 체리와 말린 허브, 그리고 부드러운 오크 터치가 어우러져 탁월한 균형미를 보여주었다. ‘태양을 담은 언덕’이라는 뜻의 솔라이아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축으로 한 슈퍼 투스칸으로, 블랙베리, 스파이스, 다크 초콜릿 향이 입안에서 풍성하게 퍼진다. 이날 라인업에는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프랑스 보르도 그랑 크뤼를 제치고 1위에 선정, 나파밸리를 세계 무대에 올린 전설적 브랜드, 미국의 스택스 립 와인 셀라(Stag’s Leap Wine Cellars)가 함께했다. 현재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미국을 만든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을 만큼, 시대를 바꾼 상징적인 와인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시음회는 와인 테이스팅을 넘어, 한 브랜드가 품은 시간과 철학, 그리고 문화적 유산을 체감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안티노리는 어떻게 650년간 와인으로 살아남았을까? 650년 와인 가문의 뿌리와 가지 - 안티노리 가계도 르네상스 시대에서 슈퍼 투스칸까지, 살아 있는 시간의 연대기 1385년, 메디치 가문이 르네상스의 꽃을 피우던 시절, 조반니 디 피에로 안티노리(Giovanni di Piero Antinori)가 피렌체 와인 길드에 등록하며 안티노리 가문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피에로 안티노리(Piero Antinori)는 안티노리 가문의 25대 후작으로, 이탈리아 와인의 전환점을 만든 인물이다. 이탈리아 전통 품종 산조베세에 카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한 새로운 와인인 티냐넬로를 1970년에 선보인 것이다. 당시 이탈리아 와인 생산 규정을 벗어났기에 최하위 등급이 부여됐지만, 결과는 와인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슈퍼 투스칸’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열리고, 1978년의 솔라이아까지 더해지며 안티노리는 전 세계에 ‘이탈리아 와인의 재탄생’을 알렸다. 이러한 혁신적 가치는 기업가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역시 티냐넬로를 혁신의 상징으로 여겨 임원 선물로 건넸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2000년, <와인 스펙테이터>는 솔라이아 1997 빈티지를 ‘올해의 와인’으로 선정했다. 단순한 희소성을 넘어 안티노리의 와인은 시간과 전통, 그리고 혁신이 응축된 결정체다. 그리고 이러한 가문의 운영 철학은 26대째로 이어지며 현재는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의 세 딸이 경영을 승계하고 있다. 브랜드 전략과 마케팅을 맡은 장녀 알비에라, 와인 생산과 품질관리를 책임지는 차녀 알레그라, 재무와 경영 관리를 담당하는 막내 알레시아는 각기 다른 역할을 통해 안티노리의 철학을 다음 세대로 확장하고 있다. 품질과 전통에 대한 집념으로 이탈리아 와인의 위상을 새롭게 만든 아버지의 정신을 바탕으로 안티노리 가문의 가족적 리더십은 650년 동안 ‘유산의 지속 가능성’을 실현해온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탈리아 안티노리 바디아 아 파시냐노 저장고 스택스 립 와인 셀라 자연과 건축의 공존 자연 속에서 시간을 이어온 안티노리의 철학은 자연에 묻힌 와이너리의 형태로 구현된다.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주 피렌체에서 남쪽으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안티노리 넬 키안티 클라시코(Antinori nel Chianti Classico)’는 언덕의 지형을 품은 지하형 와이너리다. 이탈리아 건축 스튜디오 아르케아 아소시아티(Archea Associati)가 설계하고 2012년 완공한 이 건축물은 포도밭으로 덮인 지붕 덕분에 언덕의 일부처럼 자연에 완벽히 녹아 있다. 이곳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그 질서를 따라가는 철학 아래 설계되었다. 포도는 최상층에서 투입되어 중력만으로 아래층까지 이동하며, 이 과정에서 외부 기계 개입 없이 섬세하게 다뤄진다. 붉은 흙과 목재 등 지역 재료로 지은 건물은 자연 채광과 통풍만으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며,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을 실현하고 있다. 내부에는 와이너리 개관과 함께 시작된 현대미술 플랫폼 ‘안티노리 아트 프로젝트(Antinori Art Project)’를 비롯해 박물관, 도서관,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레스토랑까지 갖추어, 방문객은 와인뿐 아니라 토스카나의 예술과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과 철학의 조화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영국 윌리엄 리드 미디어 그룹(William Reed Media Group)이 주관하고, 전 세계 700여 명의 와인 전문가, 여행 전문 기자, 소믈리에가 투표에 참여하는 ‘월드 베스트 빈야드(World’s Best Vineyards)’ 시상식에서 2022년 세계 1위에 선정되며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듯 안티노리 와이너리는 건축 미학, 자연경관, 미식 경험, 문화 콘텐츠를 아우르며 와이너리 방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안티노리 솔라이아 마르케제 안티노리 키안티 클라시코 안티노리 티냐넬로 수집의 기준, 가치의 조건 와인을 수집하거나 자산으로 접근할 때 중요한 기준은 브랜드의 신뢰도, 희소성, 그리고 시장성이다. 이 세 요소를 고루 갖춘 브랜드는 드물지만, 안티노리는 그 대표적인 예다. 사브서울 권우 소믈리에는 와인을 “올바른 보관과 시간이 더해질수록 가치가 오르는 실물 자산”이라며, “단순한 술을 넘어 생애 주기를 지닌 문화적 수집품”이라고 말한다. 안티노리를 대표하는 티냐넬로는 슈퍼 투스칸의 상징으로, 10~20년간 숙성 가능한 구조감과 복합미를 지닌다. 빈티지에 따라 시장 가치가 급등하며, 시대적 와인 트렌드와 테루아가 함께 반영된 장기 보관형 와인이다. 솔라이아는 연간 약 3만 병만 생산되는 희소 와인으로, 낮은 생산량과 높은 평가 덕분에 수집가와 투자자의 주목을 받아왔다. 실제 경매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4년 크리스티에서는 티냐넬로 1971 빈티지가 약 1,200달러, 소더비에서는 솔라이아 2015가 4,000달러에 낙찰됐다. 이는 소매가 대비 수십 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으로, 안티노리 와인의 실질적 자산 가치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전통을 넘어, 경험으로 최근 안티노리는 글로벌 와인 시장을 향해 과감히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21년 이탈리아 프리울리의 예르만, 2023년 미국의 스택스 립 와인 셀라 완전 인수의 확장도 단순한 규모 경쟁이 아니라, ‘전통을 지닌 자만이 혁신할 수 있다’는 안티노리 가문의 철학을 그대로 실현하고 있다. 이날 시음회에서 만난 안티노리 세일즈 마케팅 엑스퍼트 귀도 바누치(Guido Vannucchi)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와인은 우아하며, 열정이며, 전설입니다. 어떤 와인이 가장 좋은지는 정해진 답이 없어요. 어떤 음식과 같이 먹는가,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다르죠. 진정한 와인은 여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 찾아옵니다.” 이러한 철학은 와인 수집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시계나 보석, 예술 작품과 달리 와인은 경험하는 순간 사라지는 컬렉션이다. 소유와 경험의 경계를 극적으로 넘나들며 누군가와 함께 나눌 때 비로소 완성된다. 좋은 와인은 존재하지만, 위대한 와인은 기억으로 남는다.

  •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타일 & 헤리티지 디렉터 크리스티앙 셀모니와의 인터뷰

    From tradition to tomorrow with Christian Selmoni 바쉐론 콘스탄틴 메종 1755 서울 오픈을 맞아 서울을 찾은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타일 & 헤리티지 디렉터 크리스티앙 셀모니 (Christian Selmoni)와의 인터뷰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타일 & 헤리티지 디렉터 크리스티앙 셀모니 바쉐론 콘스탄틴 프레스티지 드 라 프랑스 – 레이디 워치 바쉐론 콘스탄틴은 설립 270주년을 맞아 ‘퀘스트(The Quest)’라는 테마를 선정했다. 이 테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또 올해 워치스 & 원더스에서 발표한 노벨티 가운데 특히 강조하고 싶은 모델이 있다면 무엇인지? 270주년은 단지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여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상징적인 이정표다. ‘퀘스트(The Quest)’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설립 이후 270년 동안 지속해온 탐구, 도전, 장인 정신의 여정을 상징한다. 우리는 단지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시계 제작을 통해 미학, 정밀성, 예술성을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올해의 주요 노벨티 중 가장 강조하고 싶은 모델은 오버시즈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오픈페이스(Overseas Grand Complication Openface)다. 미닛 리피터,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이라는 전통적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갖추었으면서도 스포츠-엘레강스 디자인을 적용해 현대적 감각과 기술을 융합한 매우 독창적인 작품이다. 이 모델은 과거의 기술과 현재의 미학을 조화롭게 융합한, 오늘날 바쉐론 콘스탄틴의 비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의 명칭은 ‘메종 1755 서울(Maison 1755 Seoul)’이다. 이 이름에 담긴 의미는 무엇이며, 왜 ‘메종’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는지? ‘메종(maison)’은 프랑스어로 ‘집’을 뜻하는 단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한두 채의 집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집’이라는 개념은 매우 상징적이고 개인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우리는 플래그십을 브랜드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오롯이 담은 공간, 즉 ‘바쉐론 콘스탄틴의 집’으로 정의하고 싶기에 ‘메종’이라는 명칭을 선택했다. 메종은 단순한 시계 매장을 넘어 바쉐론 콘스탄틴의 예술성, 문화, 장인 정신을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장소이며, 건축양식부터 공간 구성, 전시 콘텐츠, 고객 경험 프로그램까지 모두 차별화된 방식으로 기획되었다. 또 바쉐론 콘스탄틴이 추구해온 문화 간의 교류라는 철학이 반영된 공간이기도 하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가장 큰 차별점은 1755년부터 한 번도 중단되지 않은 역사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서울 메종에서는 단지 시계뿐 아니라, 브랜드의 유산과 역사적 문서를 함께 전시해 보다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또 한국의 예술가, 장인과 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문화를 존중하고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단순한 리테일 공간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이 살아 숨 쉬는 문화적 앵커가 되는 공간인 것이다. 레 컬렉셔너(Les Collectionneurs)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또 서울 메종에서는 어떤 제품을 선보이는지? 메종 1755 서울에서는 맞춤 시계 제작, 즉 유니크 피스를 선보이는 캐비노티에뿐만 아니라 빈티지 시계인 레 컬렉셔너를 선보인다. 레 컬렉셔너 컬렉션은 단순한 복각이나 기념 컬렉션이 아닌, 실제로 빈티지 타임피스를 브랜드가 직접 선별·인증·복원해 고객에게 다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컬렉션은 2017년, 내가 바쉐론 콘스탄틴의 헤리티지 부서를 맡게 되었을 때 시작되었다. 당시 CEO는 ‘브랜드의 유산을 보다 강력하고 직접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고민해보라고 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컬렉션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브랜드가 직접 선별하고 인증한 빈티지 시계를 공식적으로 선보인 최초의 브랜드다. 이 두 가지 요소, 즉 유니크 피스와 빈티지 컬렉션은 서울 플래그십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핵심적인 차별화 요소다. 레 컬렉셔너 선정 기준은?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디자인적 가치가 중요한데, 해당 시대의 미학을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디자인을 갖춘 모델이어야 한다. 기술적 완성도 역시 주요한 요소다. 브랜드의 워치메이킹 노하우를 보여줄 수 있는 정교한 메커니즘을 보유했는지 여부와, 역사적 맥락에서도 바쉐론 콘스탄틴의 연대기에서 그 모델이 지니는 위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긴다. 희소성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지는데,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내러티브(이야기)를 지닌 모델인지도 검토한다. 1920년 이전 시계는 충격 방지 기능이 없어, 사용보다는 ‘박물관용 앤티크’에 가까워 실용적 컬렉션에는 적합하지 않다. 주로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생산된 시계를 중심으로 선정한다. 손목시계뿐 아니라 포켓 워치도 다루는데, 기능적으로는 단순한 시, 분, 초 기능을 갖춘 타임 온리(time-only) 모델, 캘린더 기능, 크로노그래프 등 중간 수준의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갖춘 미드 컴플리케이션(mid-complication), 미닛 리피터,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등 고급 기능을 갖춘 그랑 컴플리케이션(grand complication) 모델까지 다룬다. 마지막으로 무브먼트, 케이스, 다이얼 모두 오리지널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복원에도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에 전체적인 시계 상태가 양호한지가 선별 시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번 서울 메종에서 소개되는 레 컬렉셔너 모델 중 가장 인상 깊은 타임피스는 무엇인지? 특히 애정을 갖고 있는 모델은 1972년 출시된 ‘프레스티지 드 라 프랑스(Prestige de la France)’다. 이 시계는 비대칭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며, 바쉐론 콘스탄틴이 그 시대의 미적 코드와 흐름을 얼마나 정확하게 읽어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1970년대 초반은 전통적 규범이 깨지고, 창의성과 혁신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시기다.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이 여성용 턱시도를 발표한 것도 그 시기였고, 음악적으로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를 발표했던 해이기도 하다. 보위의 열렬한 팬인 나는 이 시계를 볼 때마다 그 시대의 반항 정신과 실험 정신이 떠오른다. 이 시계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젠더-뉴트럴(gender-neutral)한 디자인을 갖추었으며, 당시의 문화적 해방감을 상징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시계는 나에게 남겨줬으면 좋겠다”고 동료들과 농담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 시계다. 이렇듯 레 컬렉셔너는 단순히 오래된 시계의 전시가 아닌, 바쉐론 콘스탄틴의 철학과 워치메이킹 예술을 고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살아 있는 아카이브다. 서울 메종에서 이 타임피스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처음 레 컬렉셔너 컬렉션을 기획할 때는 단지 브랜드의 유산을 전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툴로 생각했고, 이 프로젝트가 이렇게 성공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컬렉션을 선보였을 때 젊은 세대의 뜨거운 반응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전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흐름이 느껴진다. 젊은 세대들이 빈티지 시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된다. 빈티지는 단순히 오래된 시계가 아니라, 하나하나 고유한 생명과 이야기를 지닌 존재다. 이런 시계들이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고 생각한다. 시대적 공감과 문화적 연결은 레 컬렉셔너가 시간을 매개로 한 유산 전달자 역할을 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레 컬렉셔너에 포함될 시계는 어떤 경로로 수집되는지? 전 세계 주요 경매 하우스를 확인한다. 가장 큰 소스이며, 꾸준히 경매 일정을 모니터링하고 참여한다. 신뢰할 수 있는 빈티지 전문가 네트워크도 핵심적 요소다. 오프라인 기반의 전문 상인들과 장기적 관계와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고 있으며, 디지털 마켓보다 전문가의 식견과 안목을 더욱 중시한다. 드물지만 개인 소장 고객의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때때로 고객들이 가업이나 유산으로 물려받은 시계를 브랜드에 판매하고 싶다고 문의해오기도 한다. 나를 포함한 헤리티지 팀 구성원들은 직접 경매 현장을 방문하고, 시계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며 구매 결정을 내린다. 빈티지 시계 생태계에서는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여러 전문가와 직접 연결되어 있고, 경매 시즌에는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긴밀히 교류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핵심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이기 때문이다.

  • 워런 버핏의 롤렉스 데이-데이트 시계, 변하지 않는 가치

    Warren Buffett’s Rolex Day-Date: A symbol of timeless values 워런 버핏이 연말을 기점으로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직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압도적인 투자 성과를 거둔 그는 시대를 초월한 상징으로 자리 잡은 롤렉스 데이-데이트와 함께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보여준다. 워런 버핏 롤렉스 데이-데이트 옐로 골드 워치 워런 버핏이 지난 5월 3일 올 연말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그는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후임으로 버크셔 비보험 부문 부회장인 그렉 아벨을 지명했다. 구체적인 사임 이유는 밝히지 않았으나, 그는 향후에도 자문 역할을 맡아 회사 경영에 관여할 예정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리더십과 성과 워런 버핏은 1965년 당시 어려움을 겪던 뉴잉글랜드의 직물 회사를 인수해 오늘날 시가총액 약 1조 2,000억 달러(약 1,646조 4,000억 원)의 복합 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그의 리더십 아래 버크셔 해서웨이는 1965∼2024년 연평균 19.9%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S&P 500 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성과를 올렸다. <포브스>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워런 버핏의 순자산은 1,682억 달러(약 235조 2,000억 원)로, 세계 갑부 순위 5위에 올랐다. 워런 버핏의 롤렉스, 변치 않는 신념의 상징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감탄한 시계가 있는데, 바로 롤렉스의 데이-데이트 모델이다. ‘대통령의 시계’라고 불릴 만큼 세계 각국의 지도자와 유명 인사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행운의 상징이라는 의미까지 담아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이 일종의 부적처럼 찾는 시계다. 버핏은 여러 롤렉스 데이-데이트 모델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거의 늘 같은 시계(Ref. 18038 또는 Ref. 18238로 추정)를 착용한다. 롤렉스는 지속적 가치와 완벽한 성능을 지향하는 브랜드로, 워런 버핏의 성공을 이끈 마인드셋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버핏의 은퇴로 그의 미래 투자의 방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그가 선택한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지닌 롤렉스 시계는 변함없는 유산으로서 앞으로도 그와 함께할 것이다. 워런 버핏의 연령별 순자산 추이

  • 아노마 워치 창립자, 마테오 비올레트-비아넬로

    아노마 워치는 2023년 런던에서 마테오 비올레트-비아넬로(Matteo Violet-Vianello)에 의해 탄생했으며, 그는 이듬해 6월 첫 모델 ‘아노마 A1’의 온라인 사전 주문을 시작했다. 첫 출시작부터 그의 진가를 알아본 것은 다름 아닌 존 골드버거(John Goldberger)와 로낙 마드바니(Ronak Madhvani)를 비롯한 시계 수집의 거장들이다. 초도 물량 100피스는 단 몇 시간 만에 완판되었으며, 이어진 한 달간의 사전 주문 기간 동안 추가로 100피스가 더 제작 및 판매되며 아노마는 단숨에 주목받는 신예 브랜드로 부상했다. 올해 팀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 앤 원더스 기간 중 마테오를 직접 만나, 그가 아노마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 철학과 시계 제작에 대한 비전을 심도 깊은 인터뷰로 담아낸 바 있다. 실험적 디자인과 조형적 접근으로 시계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다음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 마테오가 아노마 워치를 통해 어떤 길을 창조해 나가고 있는지 알아보자. 아노마 워치 창립자, 마테오 비올레트-비아넬로 아노마 워치는 현재 시계 업계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랜드의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동시에 놀라운 경험이었다. 아노마 워치 브랜드를 시작할 때 나는 시계 자체를 조각적 예술로 풀어내고자 했다. 최근 워치메이킹에서는 보다 대담하고 독창적인 디자인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시도한 방향이 업계 안팎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뜻깊고 고무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브랜드가 앞으로도 꾸준한 실험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브랜드를 직접 론칭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오늘날 워치메이킹 분야에서는 무브먼트의 구조나 마감, 컴플리케이션 등 기계적 요소에서 활발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디자인만큼은 여전히 반복되는 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다. 건축이나 가구, 조각에서는 시계 디자인에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그 단절된 가능성을 현실화하고자 아노마를 시작했고, 폭넓은 창작적 영향력을 하나의 착용 가능한 조형물로 구현하고자 했다. 처음 출시된 아노마 A1과 새롭게 선보인 A1 슬레이트는 어떤 점에서 기능적 및 디자인적으로 차별화되었는지. A1 슬레이트는 오리지널 A1의 핵심 디자인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구조와 시각적 흐름에서 한층 정교한 발전을 이루었다. 케이스는 착용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세하게 조정되었고, 다이얼은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했다. 메탈 베이스 위에 수직 브러시 마감을 적용한 뒤, 날카로운 삼각 패턴을 수공으로 새겼고, 마지막으로 세 겹의 블랙 래커를 입혀 깊이 있고 은은한 광택을 완성했다. 시계에 조용한 입체감과 미묘한 긴장감을 주도록 했다. 아노마 A1 아노마 A1 아노마 A1 아노마 A1과 A1 슬레이트의 비정형 케이스 구조를 구현하며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기존의 규격에서 벗어난 형태를 고안할 경우, 외형뿐 아니라 모든 부품의 구조와 결합 방식까지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했다.그래서 무브먼트와 스크루를 제외한 모든 구성 요소를 새롭게 개발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모든 부품이 완벽히 맞물려 작동했을 때, 그 완성도에서 얻은 만족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노마 A1은 샤를로트 페리앙의 1950년대 프리 폼 테이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이 디자인을 어떻게 시계로 재해석하셨으며, 그의 작업에서 어떤 점에 특히 끌렸는지. 샤를로트 페리앙의 1950년대 프리 폼 테이블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페리앙은 모더니즘과 유기적 형태를 아름답게 조화시킨 디자이너였다. 그의 테이블은 기하학의 엄격함에 도전하면서도 따뜻하고 친근한 곡선을 갖고 있었다. 나는 이 예기치 못한 요소들과 편안함 사이의 균형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고, 그 감각을 A1의 구조에 접목시키고자 했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규칙을 깨는 것'이 반드시 과격할 필요는 없다는 점, 그리고 오히려 조용하고 섬세하게 반항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바로 그것이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아노마 워치의 다이얼과 착용감은 조약돌에서 영감받았는데, 최근에는 어떤 자연의 형태나 요소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있는지. 자연은 내게 끝없는 영감의 원천이다. 아노마 워치는 언제나 시계 제작의 전통적인 범주를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추구하고 있다.조약돌의 부드러운 곡선, 침식된 표면이 지닌 유기적인 패턴, 그리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의 결처럼 순수한 자연의 형상들은 균형과 영속성에 대한 상징으로 다가온다. 앞으로도 이러한 자연의 원형적 이미지들을 더욱 깊이 탐구하며, 브랜드 철학과 연결된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A1 슬레이트에는 스위스 오토매틱 무브먼트인 Sellita SW100을 장착했다. 이 무브먼트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셀리타 SW100은 지름 17.2mm의 콤팩트한 크기를 지녀 케이스 디자인에 있어 최대한의 자유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뛰어난 안정성과 신뢰성은 물론, 무엇보다도 이 무브먼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전체 디자인을 조용히 뒷받침해주는 존재라는 점에서 이상적인 선택이었다. 기술적 구조는 노출되지는 않지만, 아노마의 미학을 근간에서 지탱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아노마 A1 슬레이트 아노마 A1 슬레이트 수집가들이 아노마 워치의 비정형 디자인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아노마 워치를 선택한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감각과 취향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이들이다. 비대칭 케이스, 러그 없는 구조, 그리고 독특한 비율은 모두 ‘남들과 다른 길을 걷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절제된 형태 속에 내재된 강한 개성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아노마가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이다. 아노마 워치의 디자인은 불규칙하지만 동시에 놀라울 만큼 단순하고 정제된 인상을 준다. 상반돼 보이는 이 두 요소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하는지. 아노마 디자인의 본질은 바로 그 ‘대조(contrast)’에 있다. 낯선 형태일수록 오히려 디자인은 더욱 절제되고 단순해야 시각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대칭은 아니지만 균형을 이루고, 불규칙하지만 직관적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구조. 이러한 미묘한 조화야말로 아노마 워치가 지닌 조용한 미학이다. 현재까지 선보인 시계는 모두 소량으로 출시되었다. 개성과 특별함을 강조하는 듯하다. 아노마 워치가 전달하고자 하는 특별함은 무엇인가. 아노마의 모든 시계는 단순한 컬러나 소재 변경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은 창의적 진화의 과정이다. 각 모델은 브랜드의 전체적인 비전에 충실하면서도 독립된 개성과 메시지를 지니고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계속 지켜나가고 싶은 아노마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있다면. 아노마는 언제나 착용할 수 있는 조각, 조형적 오브제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며, 건축, 가구, 자연의 형태처럼 시계 외부의 세계에서 영감을 얻고 그 감각을 디자인에 녹여내는 것. 이 다층적 영향들이야말로 아노마 워치의 고유한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이다. 어떤 고객들이 아노마 워치를 선택하는지. 고객층은 다양하다. 건축가, 디자이너, 컬렉터뿐 아니라 자신의 첫 번째 기계식 시계를 찾는 이들도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기존과 다른 디자인과 감성을 지닌 제품을 착용하고자 하는 호기심과 열망이다. 이번 A1 슬레이트 출시를 통해 아노마 워치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1 슬레이트는 정제와 본질의 추구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리지널 아노마 A1을 핵심만 남도록 간결하게 다듬었다.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덜어내고, 하나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순수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조용한 존재감 속에서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시계다.

  • 아노마 워치, 트렌드를 이끄는 선두주자

    ANOMA microbrand, leading the major trend 아노마 워치는 기계식 시계에 관심은 있지만 복잡한 분야와 정보로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입문자들, 혹은 이미 수많은 모델을 경험한 끝에 이제는 새로운 무언가를 갈망하는 이들 모두의 감성을 자극하는 브랜드다. 이 독창적인 브랜드는 2023년 런던에서 마테오 비올레트-비아넬로(Matteo Violet-Vianello)에 의해 탄생했으며, 그는 이듬해 6월 첫 모델 ‘아노마 A1’의 온라인 사전 주문을 시작했다. 첫 출시작부터 그의 진가를 알아본 것은 다름 아닌 존 골드버거(John Goldberger)와 로낙 마드바니(Ronak Madhvani)를 비롯한 시계 수집의 거장들이다. 초도 물량 100피스는 단 몇 시간 만에 완판되었으며, 이어진 한 달간의 사전 주문 기간 동안 추가로 100피스가 더 제작 및 판매되며 아노마는 단숨에 주목받는 신예 브랜드로 부상했다. 작년, 아노마 워치는 뉴욕 타임스(NYT)를 포함한 세계 유수 매체에 소개되며 국제적 영향력을 확장해왔고, 올해 팀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 앤 원더스 기간 중 마테오를 직접 만나, 그가 아노마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 철학과 시계 제작에 대한 비전을 심도 깊은 인터뷰로 담아낸 바 있다. 실험적 디자인과 조형적 접근으로 시계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다음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 마테오가 아노마 워치를 통해 어떤 길을 창조해 나가고 있는지 알아보자. A1 슽레이트 새로운 조형 언어, 아노마의 독창성 ‘Anomaly(변칙)’의 줄임말에서 유래한 ‘Anoma(아노마)’는 시계 디자인의 틀을 과감히 깨뜨리는 브랜드로, 그 이름부터 창립자 마테오 비올레트-비아넬로의 미학적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아노마 워치는 시계 제작 전통에 대한 깊은 존중과 애정을 바탕으로, 비정형적 접근을 통해 조형미와 창의성을 겸비한 시계를 선보이는 것을 지향한다. 세계적인 수집가들은 아노마 워치를 보고 “이전엔 본 적 없는 형태”, “예민한 균형감”, “절제되었지만 독보적인 창의성”이라며 이 작품의 독창적 공헌에 찬사를 보냈다. 이러한 평가는 디자인의 실험성과 섬세한 구조에서 비롯된다. 완만한 삼각형을 부드럽게 다듬은 케이스에, 다이얼에는 약간씩 비틀어진 삼각형 패턴이 정교하게 반복되어 있고, 투톤 블루 래커를 더해 입체적인 깊이감과 각도에 따라 역동적인 빛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러그를 제거하고 크라운마저 숨긴 구조는 순수한 형태미를 강조하며, 39mm × 38mm × 9.45mm의 사이즈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편안한 착용감까지 주기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시계의 영감은 자연의 오브제, ‘부드러운 조약돌’에서 시작한다. 마테오는 조각가, 건축가,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왔으며, 시계라는 물성을 손끝으로 느끼는 감각을 중요시한다. 이번 작품에는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이 1950년대 디자인한 프리 폼 테이블, 그리고 모더니즘 조각의 거장 콩스탕탱 브랑쿠시(Constantin Brâncuși)의 유려한 곡선미가 오롯이 반영되어 있다. 실제로 이 시계를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감촉은 마치 물살에 닳아 매끄럽게 다듬어진 조약돌과도 같고, 손목에 올려놓으면 하나의 예술 조각을 착용한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어린 시절부터 빈티지 시계를 분해하고 관찰하며 시작된 마테오의 여정은 소더비(Sotheby’s)에서의 경력을 거쳐, 희귀 시계를 소개하는 플랫폼 ‘어 컬렉티드 맨(A Collected Man)’의 창립 멤버로 이어졌다. 그간 독립 워치메이커들과의 협업을 통해 축적된 미적 감각과 기술이 아노마 워치에 담겨 있는 것이다. 아노마 워치의 시계는 ‘스위스 메이드(Swiss Made)’로 소개된다. 이는 스위스에서 조립되고 테스트된 제품에 부여되는 공식 명칭이며, 스위스 오토매틱 셀리타 SW100을 사용한다. 아노마 A1 아노마 A1 아노마 A1 TFA24 필립스 경매를 위한 스페셜 모델 지난해 12월, ‘필립스(Phillips)’와 협업하여 주관하는 자선 예술 경매 ‘TimeForArt’에 아노마 워치의 ‘A1 TFA24’가 출품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행사는 뉴욕 기반의 비영리 기관 ‘스위스 인스티튜트(Swiss Institute)’를 통해 동시대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유일한 시계 경매로, 참가 브랜드 25곳이 단 한 점뿐인 유니크 피스를 출품했다. 모든 시계는 장인 및 현대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되었거나, 혁신적인 장인정신이 반영된 맞춤형 예술 작품이었다. ‘A1 TFA24’는 완만한 삼각형 형태의 쿠션 케이스로 독창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메탈 다이얼에 블랙 래커를 더한 오프셋 삼각 패턴으로 미니멀리즘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브랜드 로고조차 배제한 이 시계는 ‘아노마 워치’라는 브랜드가 더욱 대중화되기 전 소장할 수 있는 희소성과 선구적인 감각이 경매의 관전 포인트였다. 이 시계는 경매에서 1만 2,700달러(한화 약 1,700만 원)에 낙찰되었으며, 모든 수익금은 자선단체에 기부되었다. A1 슽레이트 두 번째 파동, A1 슬레이트의 정교한 진화 이제 아노마는 ‘A1 슬레이트(Slate)’라는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전작과 동일한 39mm × 38mm × 9.45mm 사이즈의 조약돌을 닮은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로 제작되어 촉각적 만족감은 변함없다. 크라운은 케이스 측면의 홈을 통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으며, 가죽 스트랩 역시 얇은 개구부를 통해 케이스에 통합되어 있어 일체감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이 모델의 핵심은 ‘슬레이트’라는 이름에 걸맞은 다이얼이다. 수직 브러시 마감 위에 정교하게 새겨진 삼각형 패턴은 수공 도구를 이용해 하나하나 조각되었으며, 마감 단계에서는 블랙 래커가 세 겹 입혀져 주변 조명에 따라 미묘하게 색감이 변하는 입체적인 다이얼을 완성한다. 리프형 핸즈는 곡선과 볼륨감이 강조되어 케이스의 곡선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무브먼트는 기존과 동일하다. 스위스 셀리타의 SW100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사용하며, 4Hz의 진동수와 최대 42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케이스 백 내부에도 페를라주(perlage) 마감이 정교하게 적용되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완성되었다. A1 슬레이트는 넘버링 리미티드 에디션은 아니지만, 첫 300피스가 사전 주문을 통해 모두 판매 완료된 상태다. 아노마 워치는 대기 고객이 이미 많기 때문에, 공식 홈페이지( anomawatches.com )에서 ‘선착순 판매’ 방식으로 주문을 받는다.

  • 훌륭한 시계 수집가의 기준 - 존 골드버거

    THE STANDARDS OF WATCH COLLECTOR 수집의 대가들이 모였다. 시계를 모으다 보면 자연스레 목표가 생기기 마련이다. 흥미로운 점은, 서로 다른 테마와 취향으로 시작한 수집가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비슷한 방향으로 수렴해 간다는 것이다. 와 인터뷰를 나눈 존 골드버거와 알프레도 파라미코는 업계에서 세계 수집가들이 꿈꾸는 ‘성배 시계’를 다수 보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그 위대한 컬렉션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만약 당신이 오랜 시간 시계 수집의 여정을 걸어온 애호가라면, 시계 업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이들의 수집 철학과 깊이 있는 조언에 귀 기울여보는 것도 좋다. JOHN GOLDBERGER ON THE STANDARDS OF WATCH COLLECTOR “수집가와의 관계를 소중히 하라. 수집은 결국 사람의 일이며, 그 안에는 윤리와 책임이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퀄리티, 퀄리티, 퀄리티’다.” 세계적인 빈티지 시계 수집가 존 골드버거 (© ZEGNA_VELLUS AUREUM SUMMER 2025 CAMPAIGN_HERO) 파텍필립 하이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 옐로 골드 블랙 다이얼 Ref. 658, 1937년 제작 47년간 시계를 수집해왔다. 그 긴 시간 동안 시계 수집 문화는 어떻게 변화했다고 생각하는지. 1978년, 처음으로 시계를 수집하며 시작된 이 여정이 어느덧 47년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시계 수집 문화는 눈에 띄게 진화했다. 지난 20년 사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으로 시계 관련 정보 접근성이 확실히 높아졌고, 덕분에 새로운 세대의 애호가와 수집가가 생겨났다. 수집가들의 취향도 시대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빈티지 까르띠에 시계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브랜드의 철학, 디자인, 역사의 흐름까지 아우르는 총체적인 안목을 갖추고자 하는데, 1990년대 한때 열광적인 주목을 받았던 까르띠에는 오랜 시간 시장의 관심 밖에 있었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재조명되며 지금은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다. 유행은 돌고 돈다. 현재는 1970년대 스타일이 다시 떠오르고 있고, 까르띠에는 그 흐름의 중심에 있다. 까르띠에, 롤렉스, 파텍필립의 상징적인 빈티지 모델을 수집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많은 수집가가 꿈꾸는 시계들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브랜드들의 가치가 어떻게 형성되었다고 보는지. 나는 롤렉스와 파텍필립, 그리고 까르띠에를 현대 시계 수집 문화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꼽는다. 롤렉스와 파텍필립은 여전히 전 세계 경매 시장에서 선두 주자다. 이 두 브랜드는 탁월한 품질과 희소성, 그리고 역사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수많은 수집가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왔다. 그리고 최근 까르띠에의 손목시계, 포켓 워치, 탁상시계 경매 결과 역시 인상적이다. 나는 까르띠에가 현대 시계 디자인의 결정적 기점을 만든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20세기 초, 까르띠에는 손목시계 최초의 ‘모더니티’를 구현한 브랜드다. 특히 1910년대 중반 선보인 ‘탱크 노말’은 당시 대부분의 시계가 원형 케이스에 머물렀던 시절, 과감하게 직사각형 케이스와 로만 인덱스를 사용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봐도 놀라울 만큼 현대적이다. 시계라는 물건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나에게 시계란 일상의 일부이자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예술 작품이다. 한 점의 시계에는 기계공학과 조형미, 그리고 그것을 설계하고 만든 인간의 정신이 담겨 있다. 나는 시계를 ‘몸에 착용하는 예술’이라 부른다. 오랜 시간 수집가로서 지켜온 원칙이 있다면. 나는 수집가로서 몇 가지 철칙을 고수한다. 첫째, 반드시 마음에서 우러나 사랑할 수 있는 시계를 구입한다. 유행은 언제든 사라지지만 진정한 애정은 지속되기 때문이다. 둘째, 언제나 품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라. 셋째, 희소성과 출처는 반드시 이해하고 확인할 것. 넷째, 공부를 멈추지 마라. 블로그, 포럼, 서적, 그리고 스위스의 시계 박물관을 방문해라. 다섯째, 신뢰할 수 있는 딜러와 수집가와의 관계를 소중히 하라. 수집은 결국 사람의 일이며, 그 안에는 윤리와 책임이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퀄리티, 퀄리티, 퀄리티’다. 파텍필립 퍼페추얼 캘린더 문페이즈 Ref. 1526 체인이 달린 파텍필립 포켓 워치 Ref. 844 퍼페추얼 캘린더 미닛 리피팅 화이트 골드 시계를 막 수집하기 시작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참고서가 있다면. 입문자들에게는 몇 가지 훌륭한 참고서를 소개하고 싶다. 까르띠에에 대해 알고 싶다면, 1990년대 초, 내 친구인 네그레티 지암피에로(Negretti Giampiero)와 바라카 제이더(Baracc Jader)가 공동 저술한 『르 땅 드 까르띠에(Le Temps de Cartier)』를 추천한다. 오리지널 아카이브 이미지와 도면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 마르코 리숑(Marco Richon)의 『오메가, 시간을 따라가는 여정(Omega, A Journey Through Time)』은 오메가의 역사를 조망하는 훌륭한 자료다. 푸치 파파레오(Pucci Papaleo)의 『얼티메이트 롤렉스 데이토나(Ultimate Rolex Daytona)』와 기스버트 L. 브루너(Gisbert L. Brunner)의 『더 워치 북 롤렉스(The Watch Book Rolex)』도 각각의 브랜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책들이고,니콜라스 폴크스(Nicholas Foulkes)가 쓴 『파텍필립, 공식 전기(Patek Philippe, Authorized Biography)』도 읽어볼 만하다. 웹사이트로는 호딩키(Hodinkee), SJX, 레볼루션(Revolution), 어 컬렉티드 맨(A Collected Man)이 시계 문화 콘텐츠를 다루는 뛰어난 플랫폼이다. 인스타그램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디지털 시계 문화와 오프라인 시계 문화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는지. 나는 사진을 좋아해서 인스타그램 초창기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요즘은 나의 컬렉션 중 특별한 시계를 소개하거나, 내가 집필한 빈티지 워치 관련 서적을 알리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웹은 가상 공간이다. 시계의 진짜 매력은 손으로 직접 만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에서 비롯된 이야기에 있다. 진짜 수집은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다. 독립 시계 브랜드에 대한 평가도 궁금하다. 최근에는 아노마 워치 같은 신생 브랜드의 시계도 구입했다고 들었다. 독립 브랜드는 시계 시장에 신선한 공기와 창의성을 불어넣는 존재다. 무엇보다 수집가는 직접 창립자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공방을 방문해 자신이 주문한 시계의 제작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그 감각은 현대미술 수집과 매우 유사하다. 작가와의 관계를 통해 작품을 이해하고, 그 문맥까지 몸소 품게 되는 것이다. 이 밀도 높은 관계야말로 오늘날 수집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다. 2018년 필립스 경매에서 화이트 골드 ‘유니콘’ 데이토나 Ref. 6265를 전액 자선 목적으로 출품한 일이 화제가 되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그 시계는 오래전 한 경매 하우스를 통해 개인적으로 구입한 후 직접 복원한 작품이다. 오직 자선이라는 목적만으로 경매에 출품했다. 어떤 시계는 평생 간직하는 반면, 어떤 시계는 언젠가 되팔기도 한다. 그 기준은 무엇인지. 나의 컬렉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나의 수집 방식도 점점 발전해 이제는 ‘세트, 유형, 테마’별로 수집을 이어가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소장한 시계 대부분은 한 번도 착용해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요즘은 아르데코 시대의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파텍필립, 오데마 피게,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 까르띠에 같은 브랜드의 포켓 워치들이다. 포켓 워치는 결코 구시대 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현대 수집가들 사이에서 기계식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대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시계들은 창조적 움직임의 산물이고, 역사적 예술품이다. 촉각적으로 시계학을 탐험할 수 있는 대상이다. 일상에서 포켓 워치를 사용하는 수집가는 많지 않지만, 수집 여부와 관계없이 그 정교한 구조와 심미적 감각 덕분에 새로운 세대들에게 ‘기계식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훌륭한 수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수집은 직업이 될 수도 있고, 취미가 될 수도 있다.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어떤 수집가가 되고 싶은지 물어보는 일이다. 나는 시계를 돈벌이 수단으로 사지 않는다.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흔하지 않고 진정한 가치를 지닌 시계들로 컬렉션을 완성하는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위대한 수집가’란 어떤 사람인지. 위대한 수집가는 뛰어난 절제력과 집중력을 지닌 사람이다. 희소성과 출처가 뚜렷한 시계에만 집중해야 한다. 지식과 취향은 물론 중요하지만, 학문적으로 진정한 권위자가 되기 위해서는 체계성과 자기 관리도 필수다. 진정한 수집가의 사명은 다음 세대의 시계 애호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일이다. 내가 역사 속에서 존경하는 수집가로는 존 피어폰트 모건(John Pierpont Morgan)과 헨리 그레이브스 주니어(Henry Graves Jr.)다.

  • 훌륭한 시계 수집가의 기준 - 알프레도 파라미코

    THE STANDARDS OF WATCH COLLECTOR 수집의 대가들이 모였다. 시계를 모으다 보면 자연스레 목표가 생기기 마련이다. 흥미로운 점은, 서로 다른 테마와 취향으로 시작한 수집가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비슷한 방향으로 수렴해 간다는 것이다. 와 인터뷰를 나눈 존 골드버거와 알프레도 파라미코는 업계에서 세계 수집가들이 꿈꾸는 ‘성배 시계’를 다수 보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그 위대한 컬렉션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만약 당신이 오랜 시간 시계 수집의 여정을 걸어온 애호가라면, 시계 업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이들의 수집 철학과 깊이 있는 조언에 귀 기울여보는 것도 좋다. ALFREDO PARAMICO ON THE STANDARDS OF WATCH COLLECTOR “유행이나 일시적인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시계가 시장에 나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태도가 구매자와 수집가를 구분 짓는 기준이라 생각한다.” 시계 수집가 알프레도 파라미코 테오 오프레 투르비용 어 파리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현재는 미국 마이애미에 거주하고 있는 시계 수집가이자 투자자 알프레도 파라미코(Alfredo Paramico)다. 수십 년간 희귀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계를 수집해왔는데, 특히 빈티지와 네오 빈티지 시계에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다. 장인들의 손길이 깃든 제작 기법, 시계가 담고 있는 역사, 그리고 시장 트렌드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왔고, 이 열정을 전 세계 애호가들과 나누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투자은행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고 들었다. 이러한 경력이 시계 수집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투자은행가로서의 경험은 시계 수집에 대한 나의 관점을 더욱 넓혀주었다. 희소성과 가치,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의미를 평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시계에 대한 열정은 어릴 때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작고 묵직한 물건을 좋아했다. 나에게는 그런 물건이 주는 안정감과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다는 감정적 연결이 중요했다. 금융 분야에서의 전문성은 시장과 가치에 대한 이해를 키워주었지만, 그보다 앞선 것은 시계를 향한 순수한 감정과 개인적 애정이었다. 자신만의 시계 취향이 있다면. 나는 선명한 컬러와 젬스톤 세팅이 어우러진 시계를 좋아한다. 내가 소장한 시계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시계사에서 가장 희귀하고 수요가 높은 작품이다. 물론 젬스톤은 시계의 유일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지만, 그보다 더 중시하는 것은 시계가 지닌 이야기와 희소가치다. 롤렉스 Ref. 6270, 화려한 젬세팅을 갖춘 파텍필립 화이트 골드 노틸러스와 Ref. 3974, 1931년에 제작한 까르띠에 플래티넘 점프 아워, 브레게 Ref. 3350 등 수많은 전설적인 시계를 소장하고 있다. 그 외에도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시계가 있다면. 언급한 시계들은 내 컬렉션 중 일부에 불과하다. 그 외에 소개하고 싶은 분야는 미닛 리피터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기술 중 하나면서도, 시계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는 놀라운 업적이다. 기술적 완성도와 영속적인 우아함 사이 균형을 보여준다. 내가 가장 아끼는 시계 중 하나는 파텍필립 Ref. 3974 플래티넘 모델이다. 착용 가능한 이상적인 사이즈에 복잡한 메커니즘을 담고 있고, 브랜드의 기계적 창의성과 비례감이 느껴진다. 파텍필립의 역사적 전환점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이런 시계야말로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본질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론진의 희귀한 스위스에어 시계를 소장하고 있는데, 이 시계를 어떻게 구입하게 되었는지. 나는 오래전부터 론진 시계 수집에 열정을 쏟아왔다. 덕분에 수집가들 사이에서 ‘미스터 론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스위스에어는 나에게 정말 특별한 시계다. 1950년대에 극소량 생산되어 론진의 항공 역사와 정밀한 타임키핑 기술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이 시계를 손에 넣기까지 수년간의 인내, 연구, 그리고 빈티지 론진 수집 커뮤니티 내에서 꾸준한 네트워킹이 필요했다. 단 1점의 시계를 통해 항공 산업의 황금기와 브랜드 유산을 직접 손목에 얹는 듯한 감동을 느낀다. 파텍필립 Ref. 3974 핑크 골드 브레게 숫자 (왼쪽부터) 까르띠에 점프 아워 플래티넘 워치1913년, 파텍필립 Ref. 1518 핑크 골드, 롤렉스 데이토나 Ref. 6270 제랄드 젠타 컴플리케이션 컬렉션 시계를 수집하며 겪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약 20년 전, 오랜 시간의 협상 끝에 마침내 꿈에 그리던 시계를 손에 넣은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바로 파텍필립의 스테인리스 스틸 Ref. 1518이다. 수많은 수집가들이 ‘성배 중의 성배’로 여기는 작품이다. 제네바 호숫가를 걷던 5월의 어느 저녁, 마침내 거래가 성사된 직후 느낀 설렘과 순수한 기쁨은 결코 잊을 수 없다. 오랜 시간 동안 인내하며 기다린 결정이 결실을 맺은 날이었기에 더욱 특별했다. 빈티지 시계를 구입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오리지낼리티’, 즉 시계가 원형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다. 무브먼트, 케이스, 다이얼까지 모든 부품이 중요하며, 특히 케이스의 상태는 자주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다. 과도하게 폴리싱한 케이스는 본래의 라인과 비율을 훼손해 시계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다이얼이 핵심이다. 이는 시계의 정체성과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며, 손대지 않은 오리지널 다이얼은 빈티지 시계의 ‘영혼’과도 같다. 복원된 다이얼은 경우에 따라 수집가 기준에서 무가치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빈티지 시계를 처음 구입한다면 충분한 공부와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시계의 컨디션과 희소성을 평가할 때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 케이스와 다이얼을 최우선으로 확인한다. 케이스가 골드나 플래티넘일 경우, 홀마크가 선명하게 남아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홀마크가 지워졌거나 희미해졌다면 과도한 폴리싱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구매를 피한다. 희소성에 대한 가치 판단 능력은 단기간에 익힐 수 없다. 오랜 시간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며, 생산 이력, 한정 수량, 고유한 디테일 등을 철저히 분석하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탐구 과정이야말로 빈티지 수집의 진정한 매력이기도 하다. 빈티지 시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시계 수집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매년 증가하는 반면, 상태가 좋은 빈티지 시계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손상되었거나 개인 컬렉션에 보관되어 시장에 나오지 않는 시계가 많아지면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이다.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제한되니 자연스럽게 가치가 상승한다. 특히 보존 상태가 우수하고 역사적 의미가 깊은 시계일수록 상승 폭은 더욱 크다. 시계의 소유자와 구매 이력을 디지털 시스템으로 기록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빈티지 시계 수집가로서 이런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예술 작품과 마찬가지로, 시계의 ‘프로비넌스(소장 이력)’는 그 자체로 가치의 중요한 축이다. 누가 소유했는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구입되었는지 아는 것은 물건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적 연결감을 형성한다. 디지털 기록 시스템은 다음 세대 수집가들에게 신뢰와 투명성을 제공하는 도구로, 시계의 가치 평가와 보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유명 수집가의 손을 거친 시계는 그 사람의 철학과 안목, 열정을 함께 간직하고 있기에, 이런 시스템은 시계업계에 긍정적인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수집가’와 ‘구매자’의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투자은행에 다니던 시절, 상사에게 가장 자주 들은 조언은 ‘성공의 열쇠는 집중력’이라는 것이었다. 이 조언은 시계 수집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진정한 수집가는 자신의 뚜렷한 목표나 테마에 집중하며, 이를 오랜 시간 동안 인내심 있게 추구하는 사람이다. 유행이나 일시적인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시계가 시장에 나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태도가 구매자와 수집가를 구분 짓는 기준이라 생각한다. ‘훌륭한 수집가’란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는지. 탁월한 시계 수집가는 여러 자질을 갖추고 있다. 우선 시계의 희소성과 중요성을 진심으로 감상할 수 있는 안목과 감성이 필요하며, 그 시계가 왜 특별한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시계의 상태와 희소성을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지식이 요구되고, 이는 오랜 시간에 걸친 연구와 경험을 통해서만 쌓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컬렉션을 구축할 때는 확고한 철학과 집중력, 그리고 인내심이 필요하다. 유행을 좇기보다는 자신만의 기준과 미학에 따라 긴 시간에 걸쳐 진정한 작품을 기다릴 줄 아는 자세가 탁월한 수집가를 정의할 때 핵심이 된다.

  • 미래를 재정의하는 시계

    Where innovation meets THE FUTURE OF WATCHMAKING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 소재의 혁신, 그리고 상상력에서 비롯된 자유로운 유희. 오늘날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진보는 신기술의 개발을 넘어 시계라는 오브제를 통해 삶과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올해 워치스 & 원더스에서 샤넬, 불가리, 에르메스는 각기 다른 전통과 미학을 간직한 채 ‘시계’라는 매개체를 통해 혁신의 본질을 다시 정의했다. 샤넬은 J12의 아이코닉한 하이테크 세라믹을 다크 블루 컬러로 완성해 소재에 감성을 더하는 샤넬만의 색채 공학적 미감을 더했고, 불가리는 단 1.85mm의 케이스 두께에 투르비용이라는 정밀 컴플리케이션을 융합해 울트라-신 워치메이킹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의했다. 에르메스는 ‘정지된 시간’이라는 철학적 통찰을 담아내 메종만의 유쾌한 시학으로 풀어낸 ‘르 땅 서스팡뒤’ 컬렉션을 다시금 선보였다. 이 세 브랜드가 보여주는 혁신은 오랜 시간 축적해온 기술적 진보를 기반으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질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응답하며 오늘날의 워치메이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 Ref. 103834 샤넬 J12 블루 사파이어 J12 블루 사파이어 42mm J12 블루 사파이어 42mm 지름 42mm 케이스 46개의 바게트 컷 블루 사파이어를 세팅한 매트 블루 세라믹 및 블랙 코팅 스틸, 50m 방수 무브먼트 오토매틱 와인딩 칼리버 12.1, 70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초 다이얼 바게트 컷 블루 사파이어 12개를 세팅한 매트 블루 바니시 스트랩 110개의 바게트 컷 블루 사파이어를 세팅한 매트 블루 세라믹 CHANEL 색채로 구현한 감성의 기술, 샤넬의 J12 블루 사파이어 에디션 세라믹은 샤넬 J12의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 근간 중 하나다. 2000년 첫선을 보인 이 모델은 블랙 하이테크 세라믹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그로부터 3년 뒤 화이트 세라믹 버전으로 출시되며 컬렉션의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이후 수많은 소재와 조합을 실험해 왔지만, 유색 세라믹 컬렉션을 공식적으로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J12 블루는 매트하면서도 벨벳처럼 부드러운 깊은 아름다움을 지녔다. 빛이 닿는 순간 은은한 다크 네이비 컬러가 드러나며 섬세하게 반짝인다. 샤넬은 G & F 샤틀랭(G & F Châtelain)을 자회사로 보유하며 세라믹 연구 개발 기술력을 축적해 왔으며, 이번에 구상한 진한 블루 컬러를 구현하기까지는 무려 5년의 연구 개발이 필요했다. 2025년 워치스 & 원더스에서 샤넬은 이 ‘J12 블루 사파이어 에디션’을 세 가지 사이즈로 공개했다. 그중 42mm와 28mm 듀오 스타일은 감각적인 커플을 위한 또 하나의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두 모델 모두 매트 블루 세라믹 케이스에 천연 바게트 컷 블루 사파이어를 베젤과 브레이슬릿 중앙 링크에 세팅했다. 샤넬 워치메이킹 스튜디오는 이 세팅을 위해 총 110시간 이상의 공정을 투입했다. 42mm 모델에는 170개, 28mm 모델에는 196개의 사파이어가 사용되었다. 무브먼트 구성 역시 차별화되어, 42mm 모델에는 COSC 인증을 획득한 케니시 제작 칼리버 12.1을 장착했으며, 28mm 모델은 쿼츠 무브먼트를 장착해 간결한 실용성을 강조했다. 샤넬은 이 새로운 블루 세라믹 소재를 활용한 9개의 레퍼런스를 선보이며, 블랙 PVD 마감 디테일을 더해 시각적 임팩트를 극대화했다. 그중에는 블루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 투르비용을 장착한 오트 오를로제리 모델과 투명 블루 사파이어 소재로 제작한 극소량의 리미티드 에디션이 컬렉터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000년대 샤넬의 J12가 하이엔드 액세서리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다면, 오늘날의 J12 워치는 제작 난도가 높은 세라믹 소재를 영속적인 색채로 재해석하며 그 상징성을 또 한 번 새롭게 정의했다.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 Ref. 103834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 Ref. 103834 지름 40mm 케이스 티타늄 무브먼트 수동 와인딩 칼리버 BVF 900, 42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중앙 초침, 날짜 다이얼 텅스텐 카바이드 소재의 메인 플레이트 스트랩 티타늄 BVLGARI 기록을 넘어 개념을 다시 쓰다,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 2014년 선보인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은 단 1.95mm 두께의 매뉴얼 무브먼트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기술적 극한의 경지를 넘은 불가리의 첨단 워치메이킹을 상징했다. 그리고 2025년, 불가리는 기존의 기준을 초월하며 다시 한 번 더 얇고 복잡한 시계,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을 선보였다. 두께 단 1.85mm. 이는 시계의 영역이라기보다 마이크로 엔지니어링과 조형 예술이 교차하는 경계선에서 태어난 결정체다. 불가리는 기존 시계 구조를 해체하고, 무브먼트와 케이스의 경계를 완전히 없앤 ‘구조적 통합’ 설계를 실현했다. 케이스, 다이얼, 무브먼트를 하나의 플랫 유닛으로 융합한 이 방식은 시계의 존재 방식 자체를 바꾸는 도전이었다. 이 혁신을 가능케 한 칼리버 BVF 900은 2만 8,800회 진동(4Hz)이라는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42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단순히 ‘얇다’는 기술적 수치에 머무르지 않고, 내구성, 실제 착용성, 지속 가능성까지 아우르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여기에 적용된 기술적 특허는 총 8개에 달하며, 그중에는 통합형 케이스 보디와 플레이트 설계, 이중 소재 케이스 백, 독창적인 배럴 구조, 오실레이터 모듈 등이 포함된다. 불가리는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을 통해 극도로 얇은 두께라는 물리적 한계에 투르비용이라는 컴플리케이션을 결합해 기존 기록을 넘어선 개념적 혁신을 제시했다. 이 시계는 더 이상 ‘얼마나 얇은가’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는 기계식 시계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며, 불가리가 내놓은 하나의 대답이다. 에르메스 아쏘 르 땅 서스팡뒤 에르메스 아쏘 르 땅 서스팡뒤 에르메스 아쏘 르 땅 서스팡뒤 아쏘 르 땅 서스팡뒤 지름 42mm 케이스 로즈 골드 또는 화이트 골드 무브먼트 오토매틱 와인딩 칼리버 H1837, 45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360도 레트로그레이드 시 및 분, 레트로그레이드 날짜, 시간 정지 및 시간 기능 다이얼 브랭 데저트, 루즈 셀리에, 선버스트 블루 스트랩 악어 가죽 및 송아지 가죽 HERMÈS 찰나의 가치를 되새기는 에르메스 아쏘 르 땅 서스팡뒤 2025년, 에르메스는 시간을 재정의하는 철학적 컴플리케이션 ‘르 땅 서스팡뒤’를 워치스 & 원더스 2025를 빌려 다시금 무대에 올렸다. 2011년 탄생한 이 혁신적인 타임피스는 ‘정지된 시간’이라는 뜻의 이름 그대로, 시간의 흐름을 유예하며 시계가 줄 수 있는 감성적 경험의 지평을 넓혔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쏘’와 ‘에르메스 컷’이라는 서로 다른 성격의 컬렉션에 걸쳐 선보였다. ‘르 땅 서스팡뒤’는 프랑스어로 ‘멈춘 시간’을 의미하며,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시간 철학을 담고 있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시침과 분침은 시간을 가리키는 자리에서 물러나며 시간이 잠시 정지한 듯한 환상을 연출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계 내부의 무브먼트가 정확하게 시간을 측정하며, 다시 버튼을 누르면 그 즉시 현재 시각으로 복귀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당연하게 흘려보내는 시간 속에 진정한 의미가 존재한다는 역설적이면서도 시적인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이 정교한 기계적 연출은 2개의 특허로 보호되는 메커니즘에 기반하며,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 백을 통해 인하우스 오토매틱 무브먼트 H1837의 섬세한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화이트 골드 또는 로즈 골드 케이스에 선버스트 효과를 가미한 브랭 데저트, 루즈 셀리에, 선버스트 블루 등 세 가지 컬러의 다이얼로 구성된다. 에르메스 워치 공방이 정제한 아쏘 특유의 비대칭 러그 디자인은 이 컬렉션의 타임리스한 매력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에르메스에게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닌 머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현재를 경험할 수 있다. ‘아쏘 르 땅 서스팡뒤’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기억하게 해주는 시계다.

  • 에릭 쿠의 손에서 이어지는 헤리티지, 까르띠에의 탱크 아 기쉐 워치

    Cartier’s Tank à Guichets, a legacy preserved by Renowned Collector Eric Ku 1930년대 까르띠에가 탄생시킨 실험적 명작 ‘탱크 아 기쉐’가 다시 무대에 올라 수집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빈티지 모델은 이제 모두가 꿈꾸는 전설로 남아 있으며, 그중 1점은 저명한 시계 수집가인 에릭 쿠의 컬렉션에 속해 있다. 는 이 모델을 소장한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계에 깃든 진정한 미학과 수집의 본질을 함께 들여다보았다. 1928년, 모더니즘과 아르데코 미학이 절정에 이르던 시기에 까르띠에는 기존의 시계 디자인 틀을 과감하게 깬 독창적인 모델 ‘탱크 아 기쉐’를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 이 오리지널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에디션이 공개되며 많은 수집가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전 세계 시계 애호가들이 모이는 제네바의 워치스 & 원더스에서 처음 공개된 이번 신작은 총 세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며, 메종의 상징적인 모델의 귀환을 알렸다.‘탱크 아 기쉐 워치’는 초판 출시 이후에도 몇 차례 한정판으로 재등장했다. 1996년에는 세 가지 에디션으로, 1997년에는 메종 창립 150주년을 기념하는 에디션으로, 2005년에는 CPCP의 일환으로 선보였으며 모두 한정판으로만 제작되었다. 이 모델은 까르띠에 컬렉션 중에서도 희소성이 높고,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흔히 ‘수집의 마지막 단계’라 불린다.특히 1996년에 제작된 플래티넘 모델은 단 3점만 제작되어 희소성이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번 행사에서는 이 3점 중 2점을 각각 소유한 인물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바로 세계적인 시계 컬렉터 존 골드버거와 ‘슈퍼 딜러’, ‘큰손’으로 불리는 에릭 쿠다. 두 사람 모두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하지만, 이들의 공통된 수집 철학은 하나다. 미학적 완성도, 역사적 맥락, 기술적 탁월함, 희소성과 상징성까지 모든 요소를 아우르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가치 있는 시계를 수집한다는 것. 지난 호에서는 존 골드버거와의 만남을 통해 그의 ‘탱크 아 기쉐’ 컬렉션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에릭 쿠와의 특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그가 소장하고 있는 또 다른 ‘탱크 아 기쉐 워치’를 조명한다. 시계 수집가 에릭 쿠 1996년에 제작된 까르띠에 탱크 아 기쉐 플래티넘 워치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에릭 쿠라고 한다. 시계 수집가이자 딜러로, 지난 25년간 오롯이 시계의 세계를 탐구하고 수집해왔다.오랜 시간의 수집 여정 속에서 수많은 브랜드와 모델을 경험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까르띠에 시계가 지닌 유산과 철학에 깊이 빠져 그 세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수집에 전념하고 있다. 시계 수집에 빠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아주 어린 시절부터 기계식 시계의 정밀함과 메커니즘에 호기심을 품어왔다.어느 날 아버지께서 전기나 배터리 없이 오직 기계적인 구조만으로 작동하는 시계의 원리에 대해 설명해주신 적이 있는데, 그것이 나로 하여금 수집 여정을 시작하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그렇게 작은 물체가 순수하게 인간의 손길로 완성되어 자율적으로 시간을 기록한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느꼈고, 그날 이후 나는 기계식 시계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현재 소유한 ‘탱크 아 기쉐’ 시계는 어떤 시계인지 소개해줄 수 있나. 내가 소장한 ‘탱크 아 기쉐 워치’는 1928년에 처음 탄생한 오리지널 모델을 기반으로, 약 70년 후 단 3점만 제작된 극히 희귀한 한정판이다.시계 수집가로서 까르띠에의 대표적인 아이코닉 모델을 1점씩 모아가는 것이 나만의 오랜 목표였는데, 그중에서도 이 모델은 반드시 갖춰야 할 상징적인 시계였다. 1930년대 아르데코 감성과 현대적인 디자인이 잘 결합된 형태다. 다이얼도, 브랜드 로고도 없는 케이스를 장착했지만, 시계 하나만으로 단번에 까르띠에임을 인지하게 만드는 독보적 디자인 언어가 담겨 있다.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탱크 아 기쉐 워치’에 대한 인상은 어떠했는지. 이번 신제품은 오리지널 디자인에 대한 진심 어린 존중을 바탕으로 시대적 감각을 더해 완성된 매우 훌륭한 재해석 피스라고 생각한다.순수주의자라면 특히 반가울 만한 요소가 많은데, 예를 들어 크라운이 12시 방향에 위치한 점은 초기 빈티지 모델과 1996년형 한정판의 설계를 충실히 계승한 디테일이다. 또 각 케이스 소재에 따라 날짜 휠의 색상이 달라지는데, 다크 그린, 버건디, 다크 그레이의 조화는 전통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아우르는 세련된 감각으로 다가왔다.시와 분 창이 사선으로 배치된 시계 구조는 ‘탱크 아시메트리크’, ‘드라이버’, 그리고 ‘크래쉬’ 워치와도 미학적으로 연결되어 묘한 입체감을 준다. 다카르 랠리 우승자에게 수여된 희귀한 까르띠에 셰이크 워치 에릭 쿠가 소유한 다양한 까르띠에 크래쉬 워치 시와 분 창을 수직으로 배치한 세 가지 모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모델은? 모두 특유의 매력을 지니고 있어 하나만 고르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결국 세 가지 모두 수집할 계획이다.그럼에도 굳이 하나를 꼽자면, 옐로 골드 모델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린 컬러 스트랩과 인디케이터가 따뜻한 옐로 골드 케이스와 조화를 이루며, 시계 전체에 고전적인 우아함을 더해준다.클래식함과 컨템퍼러리한 감각이 아름답게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훌륭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개인 컬렉션 중 이 시계가 차지하는 위치는 어떠한지. 물론 ‘탱크 아 기쉐’는 내가 아끼는 시계 중 하나지만, ‘가장 소중한’ 시계를 고르자면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나의 까르띠에 컬렉션 중에서는 아마 1970년대 제작된 ‘까르띠에 런던 탱크’가 가장 특별한 존재일 것이다.그 시계는 시대성과 희소성, 디자인의 완성도 측면에서 매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까르띠에 시계가 높은 수집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까르띠에는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계 제작의 전통을 지켜온 메종으로, 일관된 디자인 철학과 미학적 정체성을 견고히 구축해왔다.특히 20세기 중반까지는 극히 제한된 수량만 제작했기 때문에 이 시기의 시계들은 훌륭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수집품으로 여겨진다. 시계 애호가는 물론 주얼리 수집가 사이에서도 까르띠에의 빈티지 워치는 매우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 국립현대미술관 ×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론 뮤익>전

    사람보다 더 생생한 조각, 론 뮤익이 서울에 오다 “두 눈으로 마주한 순간, ‘죽음을 상징한 대형 해골’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천장 가까이까지 수직으로 쌓인 뼈 더미 아래, 우리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2025년 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6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론 뮤익(Ron Mueck)의 대형 설치작 ‘매스(Mass)’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단순히 ‘극사실주의 조각가’의 회고전이라고 정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감각이었다. 1.2m 크기의 해골 조각 100개가 천장을 향해 수직으로 쌓인 풍경은 관람자를 비일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치킨/맨’, 2019, 혼합 재료, 86 × 140 × 80cm. 크라이스트처치 아트 갤러리 테 푸나 오 와이웨투 컬렉션,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 photo © Marcus Leith 프레스 콘퍼런스가 열린 현장은 일찍부터 만석이었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공동 주최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실질적으로는 브랜드 로고조차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동반자’로서의 기여가 더욱 깊이 각인된다. “두 달에 걸쳐 선박으로 운송되었고, 설치에도 몇 주가 소요됐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홍이지 학예연구사의 말처럼, 이 전시의 실현은 전례없는 협업의 산물이었다. 2023년 파리에서 전시 논의가 시작됐고, 작품 투어 일정, 운송 경로, 설치 환경 등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져야만 가능했던 프로젝트다. 1984년 설립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브랜드가 창설했지만 상업성과는 거리를 두고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온 사립 문화 기관이다. 동시대 예술을 중심으로 전시, 출판, 다양한 분야가 교차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실험적 창작을 지원해왔고, 이번 서울 전시 역시 그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브랜드와 재단은 이름을 공유하지만, 직접적으로 맞닿기보다는 서로 다른 결이 교차하는 접점에서 조우한다. <론 뮤익> 전시는 호주 출신의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으로, 4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서울관의 5전시실, 6전시실 걸쳐 이루어지며, 총 24점의 조각, 사진, 영상을 통해 뮤익의 30여 년 작업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전시 전반은 인체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탐구와 조각적 실험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대표작 ‘매스(Mass)’다. 각각 1.2m 높이에 60kg이 넘는 해골 100개로 구성된 이 대형 설치물은 단지 죽음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아니다. 파리의 지하 묘지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전시 공간에 따라 배치와 구성이 달라지는 설치 조각이다. 작품은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미술관(Victoria National Gallery, Melbourne)의 의뢰로 제작되었으며, 2017년 첫 전시에서는 18세기풍 갤러리를 가득 메운 수평적 배치로 선보였다. 2023년 파리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전시에서는 보다 흩어진 형태로 재구성되어 심리적 긴장감을 부각했다. 세 번째 공개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에서는 14m에 달하는 천장 높이와 천창으로 쏟아지는 자연광을 활용해 해골을 수직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지하 묘지를 연상시키는 이 연출은 관람객에게 강렬한 몰입감과 함께 공간 전체를 압도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그뿐 아니라 과거 보안사 건물을 리모델링해 2013년 개관한 현대미술관의 공간적 맥락까지 고려한 연출을 통해 작품과 장소가 함께 호흡하게 만든다. ‘론 뮤익’ 전시 모습. 전시장 중앙에는 침대에 누운 여성 조각(‘침대에서’)이, 전면에는 닭과 마주 앉은 중년 남성의 조각(‘치킨/맨’)이 배치되어, 작가의 대표작들이 하나의 시선 안에서 공존한다. 100개의 두개골을 설치한 작품 '매스', 550 x 1487 x 5081.8 cm ‘매스’의 경우 호주에서 제작된 각 60kg에 달하는 100개의 해골을 개별 나무 상자에 담아 2개월 동안 선박으로 운송했으며, 한국에 도착한 후에도 구성과 설치에만 몇 주가 소요되었다. 이 작품은 고정된 형태를 갖춘 조각이 아닌, 공간의 구조와 큐레이터의 해석에 따라 매번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되는 설치 작품이다. 각 공간에 맞춰 새롭게 구성되는 과정은 단순한 설치를 넘어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현장에서 완성되는 작품임을 보여준다. ‘매스’는 전시를 통해 공간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하고, 관람객의 신체적 체험을 유도하는 대표적 사례다. 론 뮤익은 1958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장난감 공방을 운영하던 독일계 부모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손 기술과 사물에 대한 감각을 체득했다. 영화와 텔레비전 특수분장사로 활동하던 그는 1996년 화가 폴라 레고(Paula Rego)와의 협업을 계기로 조각에 입문했고, 이듬해 영국 왕립예술아카데미에서 선보인 ‘죽은 아빠(Dead Dad)’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의 조각은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묘사로 유명하지만, 단순한 재현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과 정서를 탐구한다. 너무 작거나 커서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그의 조각은 관람자의 시선과 감정을 의도적으로 흔들며 몰입을 유도한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초의 회고전이자, 작가의 시대별 대표작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한 기회로, 평면 회화보다 이동과 설치가 훨씬 까다로운 조각 전시의 특성상 실현 자체가 드물다. ‘마스크 II’, 2002, 혼합 재료, 77 × 118 × 85cm. 개인 소장. 작가의 얼굴을 4배 크기로 재현한 자화상. 텅 빈 뒷면은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유령’, 1998/2014, 혼합 재료, 202 × 65 × 99cm, 야게오 재단 컬렉션. photo © Alex Delfanne 전시에는 뮤익의 시기별 주요 조각 작품과 스튜디오 사진 연작, 다큐멘터리 필름 등 24점 소개된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마스크 II(Mask II)’는 작가 본인의 얼굴을 4배 크기로 확대 재현한 작품이다. 실감 나는 피부와 수염 자국, 눈꺼풀의 섬세한 표현이 돋보이는 이 조각은 뒷면이 텅빈 채 남겨져 있어 관람객에게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침대에서(In Bed)’는 멍한 눈빛으로 침대에 누운 여성의 모습을 통해 고독과 피로의 감정을 극대화하며, ‘쇼핑하는 여인(Woman with Shopping Bags)’은 육아에 지친 엄마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조각 속 비닐봉지에는 실제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들이 묘사되어 있어 현실감을 더한다. ‘젊은 연인(Young Couple)’은 정면에서는 다정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뒷모습을 통해 관계의 긴장감과 복잡한 감정을 암시한다. 특히 ‘치킨/맨(Chicken/Man)’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아트 갤러리(Christchurch Art Gallery)의 의뢰로 제작되어 처음으로 해외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으로, 중년 남성이 식탁 위 닭과 대치하는 모습은 긴장과 침묵 속의 감정을 생생히 전한다. 이외에도 대만 야게오 재단(Yageo Foundation)에서 대여한 ‘유령(Ghost)’, 유럽 주요 미술관과 개인 소장품이 포함되어 작가의 시대별 대표작들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론 뮤익의 작업실’, 디본드 패널에 컬러 사진, 79.5 × 100cm. © 고티에 드블롱드 photo © Gautier Deblonde 전시 후반에는 뮤익의 창작 과정을 담은 사진과 고티에 드블롱드(Gautier Deblonde)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상 두 편이 상영된다. 특히 ‘스틸 라이프: 작업하는 론 뮤익(Still Life: Ron Mueck at Work)’은 작가의 조용한 작업실 풍경과 반복되는 손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조각이 생명을 얻는 과정을 밀도 높게 보여준다. <론 뮤익>전은 단순한 조각 감상을 넘어, 관람객 스스로가 작품과 공간 사이를 걸으며 존재와 시간, 감정과 기억을 사유하는 드문 경험을 선사한다. 조각이라는 장르 특유의 물성과 중량감, 거대한 크기와 고요한 감정이 공존하는 이 전시는, 단 한 사람의 손끝에서 시작된 긴 시간의 기록이며 동시에 그것을 체감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예술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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