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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시계 수집가의 기준 - 알프레도 파라미코

  • bhyeom
  • 1일 전
  • 4분 분량

THE STANDARDS OF WATCH COLLECTOR 수집의 대가들이 모였다. 시계를 모으다 보면 자연스레 목표가 생기기 마련이다. 흥미로운 점은, 서로 다른 테마와 취향으로 시작한 수집가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비슷한 방향으로 수렴해 간다는 것이다. <GMT KOREA>와 인터뷰를 나눈 존 골드버거와 알프레도 파라미코는 업계에서 세계 수집가들이 꿈꾸는 ‘성배 시계’를 다수 보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그 위대한 컬렉션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만약 당신이 오랜 시간 시계 수집의 여정을 걸어온 애호가라면, 시계 업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이들의 수집 철학과 깊이 있는 조언에 귀 기울여보는 것도 좋다.



ALFREDO PARAMICO

ON THE STANDARDS OF WATCH COLLECTOR


“유행이나 일시적인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시계가 시장에 나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태도가 구매자와 수집가를 구분 짓는 기준이라 생각한다.”


시계 수집가 알프레도 파라미코
시계 수집가 알프레도 파라미코
테오 오프레 투르비용 어 파리
테오 오프레 투르비용 어 파리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현재는 미국 마이애미에 거주하고 있는 시계 수집가이자 투자자 알프레도 파라미코(Alfredo Paramico)다. 수십 년간 희귀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계를 수집해왔는데, 특히 빈티지와 네오 빈티지 시계에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다. 장인들의 손길이 깃든 제작 기법, 시계가 담고 있는 역사, 그리고 시장 트렌드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왔고, 이 열정을 전 세계 애호가들과 나누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투자은행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고 들었다. 이러한 경력이 시계 수집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투자은행가로서의 경험은 시계 수집에 대한 나의 관점을 더욱 넓혀주었다. 희소성과 가치,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의미를 평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시계에 대한 열정은 어릴 때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작고 묵직한 물건을 좋아했다. 나에게는 그런 물건이 주는 안정감과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다는 감정적 연결이 중요했다. 금융 분야에서의 전문성은 시장과 가치에 대한 이해를 키워주었지만, 그보다 앞선 것은 시계를 향한 순수한 감정과 개인적 애정이었다.


자신만의 시계 취향이 있다면.

나는 선명한 컬러와 젬스톤 세팅이 어우러진 시계를 좋아한다. 내가 소장한 시계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시계사에서 가장 희귀하고 수요가 높은 작품이다. 물론 젬스톤은 시계의 유일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지만, 그보다 더 중시하는 것은 시계가 지닌 이야기와 희소가치다. 롤렉스 Ref. 6270, 화려한 젬세팅을 갖춘 파텍필립 화이트 골드 노틸러스와 Ref. 3974, 1931년에 제작한 까르띠에 플래티넘 점프 아워, 브레게 Ref. 3350 등 수많은 전설적인 시계를 소장하고 있다.


그 외에도 <GMT KOREA>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시계가 있다면.

언급한 시계들은 내 컬렉션 중 일부에 불과하다. 그 외에 소개하고 싶은 분야는 미닛 리피터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기술 중 하나면서도, 시계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는 놀라운 업적이다. 기술적 완성도와 영속적인 우아함 사이 균형을 보여준다. 내가 가장 아끼는 시계 중 하나는 파텍필립 Ref. 3974 플래티넘 모델이다. 착용 가능한 이상적인 사이즈에 복잡한 메커니즘을 담고 있고, 브랜드의 기계적 창의성과 비례감이 느껴진다. 파텍필립의 역사적 전환점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이런 시계야말로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본질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론진의 희귀한 스위스에어 시계를 소장하고 있는데, 이 시계를 어떻게 구입하게 되었는지.

나는 오래전부터 론진 시계 수집에 열정을 쏟아왔다. 덕분에 수집가들 사이에서 ‘미스터 론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스위스에어는 나에게 정말 특별한 시계다. 1950년대에 극소량 생산되어 론진의 항공 역사와 정밀한 타임키핑 기술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이 시계를 손에 넣기까지 수년간의 인내, 연구, 그리고 빈티지 론진 수집 커뮤니티 내에서 꾸준한 네트워킹이 필요했다. 단 1점의 시계를 통해 항공 산업의 황금기와 브랜드 유산을 직접 손목에 얹는 듯한 감동을 느낀다.


파텍필립 Ref. 3974 핑크 골드 브레게 숫자
파텍필립 Ref. 3974 핑크 골드 브레게 숫자
(왼쪽부터) 까르띠에 점프 아워 플래티넘 워치1913년, 파텍필립 Ref. 1518 핑크 골드, 롤렉스 데이토나 Ref. 6270
(왼쪽부터) 까르띠에 점프 아워 플래티넘 워치1913년, 파텍필립 Ref. 1518 핑크 골드, 롤렉스 데이토나 Ref. 6270
제랄드 젠타 컴플리케이션 컬렉션
제랄드 젠타 컴플리케이션 컬렉션

시계를 수집하며 겪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약 20년 전, 오랜 시간의 협상 끝에 마침내 꿈에 그리던 시계를 손에 넣은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바로 파텍필립의 스테인리스 스틸 Ref. 1518이다. 수많은 수집가들이 ‘성배 중의 성배’로 여기는 작품이다. 제네바 호숫가를 걷던 5월의 어느 저녁, 마침내 거래가 성사된 직후 느낀 설렘과 순수한 기쁨은 결코 잊을 수 없다. 오랜 시간 동안 인내하며 기다린 결정이 결실을 맺은 날이었기에 더욱 특별했다.


빈티지 시계를 구입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오리지낼리티’, 즉 시계가 원형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다. 무브먼트, 케이스, 다이얼까지 모든 부품이 중요하며, 특히 케이스의 상태는 자주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다. 과도하게 폴리싱한 케이스는 본래의 라인과 비율을 훼손해 시계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다이얼이 핵심이다. 이는 시계의 정체성과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며, 손대지 않은 오리지널 다이얼은 빈티지 시계의 ‘영혼’과도 같다. 복원된 다이얼은 경우에 따라 수집가 기준에서 무가치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빈티지 시계를 처음 구입한다면 충분한 공부와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시계의 컨디션과 희소성을 평가할 때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

케이스와 다이얼을 최우선으로 확인한다. 케이스가 골드나 플래티넘일 경우, 홀마크가 선명하게 남아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홀마크가 지워졌거나 희미해졌다면 과도한 폴리싱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구매를 피한다. 희소성에 대한 가치 판단 능력은 단기간에 익힐 수 없다. 오랜 시간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며, 생산 이력, 한정 수량, 고유한 디테일 등을 철저히 분석하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탐구 과정이야말로 빈티지 수집의 진정한 매력이기도 하다.


빈티지 시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시계 수집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매년 증가하는 반면, 상태가 좋은 빈티지 시계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손상되었거나 개인 컬렉션에 보관되어 시장에 나오지 않는 시계가 많아지면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이다.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제한되니 자연스럽게 가치가 상승한다.

특히 보존 상태가 우수하고 역사적 의미가 깊은 시계일수록 상승 폭은 더욱 크다.


시계의 소유자와 구매 이력을 디지털 시스템으로 기록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빈티지 시계 수집가로서 이런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예술 작품과 마찬가지로, 시계의 ‘프로비넌스(소장 이력)’는 그 자체로 가치의 중요한 축이다. 누가 소유했는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구입되었는지 아는 것은 물건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적 연결감을 형성한다. 디지털 기록 시스템은 다음 세대 수집가들에게 신뢰와 투명성을 제공하는 도구로, 시계의 가치 평가와 보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유명 수집가의 손을 거친 시계는 그 사람의 철학과 안목, 열정을 함께 간직하고 있기에, 이런 시스템은 시계업계에 긍정적인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수집가’와 ‘구매자’의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투자은행에 다니던 시절, 상사에게 가장 자주 들은 조언은 ‘성공의 열쇠는 집중력’이라는 것이었다. 이 조언은 시계 수집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진정한 수집가는 자신의 뚜렷한 목표나 테마에 집중하며, 이를 오랜 시간 동안 인내심 있게 추구하는 사람이다. 유행이나 일시적인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시계가 시장에 나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태도가 구매자와 수집가를 구분 짓는 기준이라 생각한다.


‘훌륭한 수집가’란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는지.

탁월한 시계 수집가는 여러 자질을 갖추고 있다. 우선 시계의 희소성과 중요성을 진심으로 감상할 수 있는 안목과 감성이 필요하며, 그 시계가 왜 특별한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시계의 상태와 희소성을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지식이 요구되고, 이는 오랜 시간에 걸친 연구와 경험을 통해서만 쌓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컬렉션을 구축할 때는 확고한 철학과 집중력, 그리고 인내심이 필요하다. 유행을 좇기보다는 자신만의 기준과 미학에 따라 긴 시간에 걸쳐 진정한 작품을 기다릴 줄 아는 자세가 탁월한 수집가를 정의할 때 핵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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