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만 베다와의 인터뷰
- 36분 전
- 9분 분량
타협 없는 기술과 사상을 일관되게 관철해온 두 창립자는 동료 워치메이커를 비롯한 모두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고객들이 워치메이커에게 감동받는 지점이 시계 제작의 역사를 온전히 체감하게 하면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마음껏 즐기게 하는 것이라면, 이들은 이미 그 기준을 충족했다. 나아가 워치메이커들까지 감동시킨다. 여러 독립 시계 제작자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워치메이커’를 물었을 때 피터만 베다라는 이름을 반복해서 언급했는데, 워치메이커들 사이에서 이렇게 인정받는 까닭은 시계에 그 어떤 ‘과장됨’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브랜드들은 인력과 가격 측면에서 현실적 조건을 고려해 선택과 균형을 택하지만, 이들에게 이런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동료 워치메이커들조차 놀랄 만큼의 테크닉과 솔직한 사상을 지닌 두 창립자는 이제 누구의 예외도 없이 인정받고 있다. 투르비용 포켓 워치에서 영감받은 첫 작품 데드비트 세컨즈 Ref. 1967은 2020년 GPHG에서 오롤로지컬 레벨레이션 상을 받았으며,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로 이미 실력을 증명했다. 최근에는 시계 제작자 모두가 가장 어렵다고 말하는 ‘덜어내는 과정’을 거친 심플한 스리 핸즈 타임 온리 워치를 선보였다. 이 세 가지 피스는 각기 다른 기술을 담고 있지만, 모두 각 영역에서 ‘최고를 선보이자’라는 공통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워치메이커의 워치메이커, 피터만 베다의 두 창립자를 만나보자.


<GMT KOREA> 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플로리안 베다 만나서 반갑다. 플로리안 베다다. 가엘과 함께 피터만 베다를 공동 창립했고, 현재 33세다. 우리는 2007년 제네바 워치메이킹 스쿨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곳에서 4년간 정규 워치메이커 과정을 수료했다. 졸업 후에는 해리 윈스턴에서 약 2년 이상 근무했다. 이후에도 가엘과 연락을 이어가던 중, 그가 랑에 운트 죄네에서 일하며 그곳의 작업 환경과 시계 제작 수준에 대해 공유했고, 결국 나 역시 합류하게 되었다. 졸업 후 다시 만나 몇 달간 함께 랑에에서 일한 경험은 매우 인상 깊었다. 약 2년 뒤 스위스로 돌아와 여러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겨 가엘과 다시 워크숍을 열게 되었는데, 그 인연이 브랜드 창립으로 이어졌다. 2018년부터 피터만 베다를 시작했다. 포켓 워치와 빈티지 시계를 복원하는 작업에서 시작해 이후 다양한 협업을 통해 같은 해 첫 번째 모델을 제작할 수 있었다.
가엘 피터만 나는 가엘 피터만이다. 플로리안과 마찬가지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제네바 워치메이킹 스쿨에서 수학했고, 졸업 후에는 랑에 운트 죄네에서 랑에 1을 비롯한 다양한 모델을 담당했다. 이후 퍼페추얼 캘린더와 크로노그래프 부서를 거치며 다토그래프와 1815 크로노그래프 작업에도 참여했다. 2014년 스위스로 돌아온 뒤에는 앤더슨 제네브의 스벤 앤더슨 워크숍에서 활동하며 주로 복원 작업과 개인 작업을 했다. 2015년 이후 함께 일한 영국의 경매 회사 크리스티와의 경험은 가장 많은 배움을 안겨준 시간이었다. 플로리안이 스위스로 돌아왔을 때, 나만의 워크숍을 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에게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2017년 결혼을 계기로 개인과 직업의 균형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었고, 하나의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함께 워크숍을 열며 ‘피터만 베다’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처음부터 시계 제작을 위한 브랜드는 아니었고, 순수한 복원 작업실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워치메이킹 작업을 할 때 각자의 역할은 어떻게 나누나?
플로리안 베다 대부분의 작업을 두 사람이 함께 진행하고, 항상 프로토타입을 먼저 만든다. 새로운 타임피스를 개발하는 과정에도 두 사람 모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외부 디자이너 한 분과 거의 초창기부터 계속 협업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작업 방식과 사고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고 처음부터 함께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고 있다. 목표는 수년이 지나도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먼저 프로토타입을 제작한 뒤, 소규모 생산 팀을 갖추고 시계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중요한 원칙은 여전히 작업대에 앉아 직접 제작하고, 동시에 워치메이커들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해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각 컬렉션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지 설명해줄 수 있나?
가엘 피터만 랑에 운트 죄네에서 근무한 경험은 분명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오랜 기간 이어온 복원 작업 역시 디자인과 구조 전반에 큰 요소로 작용한다. 경매 하우스를 통해 접해온 시계는 주로 빈티지 파텍 필립과 롤렉스였고, 그중에서도 파텍 필립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포켓 워치를 복원하다 보면 ‘이 마감은 정말 흥미로운데, 왜 오늘날에는 아무도 이런 방식을 사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답은 대부분 같다. 비용 때문이다. 언젠가 직접 시계를 만들게 된다면, 그런 방식들을 다시 구현하자고 마음속에 되새겼다. 복원했던 미닛 리피터 트리플 크로노그래프 포켓 워치를 보면, 당시 독일 포켓 워치들은 스틸 부품 하나하나까지 블랙 폴리싱으로 마감되어 있었다. 무브먼트를 열었을 때의 그 인상은 정말 압도적이었고,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구현하고 싶었다. 흔히 우리 시계를 ‘독일 스타일’이라 부르지만, 이는 특정한 빈티지 독일 디자인을 따랐다기보다 마감과 구조에 대한 철학에 가깝다.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무브먼트 마감에 대한 타협 없는 태도다. 부품의 형태에 있어서는 포켓 워치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시계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나?
가엘 피터만 가장 어려운 점은 두 사람이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취향이 꽤 다른 편이고, 바로 그 지점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준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레버나 스프링을 설계하면, 플로리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디자이너는 그 이유를 묻고, 다른 방향을 제안한다. 이런 논의를 반복하다 보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해답에 도달하게 된다. 자존심을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공들인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최종 결과에 대해서는 언제나 큰 만족을 느낀다.


데드비트 세컨드 Ref. 1967
지름 39mm
케이스 18K 화이트 골드 또는 로즈 골드, 30m 방수
무브먼트 칼리버 171, 36시간의 파워 리저브
다이얼 세미 오픈
기능 시, 분, 초, 점핑 세컨즈
스트랩 악어 가죽
Ref. 1967의 다이얼에 대해 ‘브랜드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상징한다’고 표현했는데, 이는 무엇을 의미하나?
플로리안 베다 첫 번째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쳤다. 초기 다이얼은 거의 닫힌 형태의 매우 클래식한 디자인이었지만, 디자이너가 블랙 폴리싱과 마감 수준을 드러내기 위해 다이얼을 부분적으로 오픈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다. 스켈레톤이나 오픈 다이얼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끝까지 지켜보기로 했고, 그 결과 세미 오픈 다이얼이 탄생했다. 여기에 가엘이 섹터 스타일 다이얼을 제안하면서, 점차 ‘지금까지 보지 못한 무언가’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 세미 오픈 다이얼은 이후 브랜드 디자인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또 하나의 예로 스완 넥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제네바 워치메이킹 스쿨에서 포켓 워치를 통해 접했던 요소로, 장식적 성격이 강한 디테일이다. 최신 Ref. 1825에서는 더 이상 기능적인 역할을 하지 않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그대로 유지했다. 포켓 워치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그레이 매트 마감 역시 우리가 지속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다. 무브먼트를 설계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각 부품 간의 조화다. 레버 하나를 보더라도 직선이 아닌 곡선을 통해 주변 부품과 시각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크로노그래프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다이얼에서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후, 케이스에서도 정체성을 찾고자 했다. Ref. 1967은 클래식한 케이스를 기반으로 하지만, 크로노그래프 개발 과정에서 기계 가공 방식에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며 브랜드만의 케이스 디자인을 확립했다. 이후의 신작들은 이 케이스와 다이얼의 미학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다만 최근 선보인 최신 모델에서는 다시 다이얼을 닫는 선택을 했다. 세미 오픈 다이얼만이 브랜드의 정체성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벗어났다기보다 동일한 선상에서 또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모노푸셔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Ref. 2941
지름 38.6 × 13.7mm
케이스 플래티넘
무브먼트 자체 제작 수동 칼리버 202
다이얼 무광 마감 및 수작업으로 광택 처리한 플래티넘
기능 시, 분, 초, 순간 분 표시 기능이 있는 라트라팡테 크로노그래프
스트랩 악어가죽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Ref. 2941은 특히 인상적이다. 이 모델을 제작하기로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가엘 피터만 Ref. 1967이 성공을 거두면서, 무브먼트 개발을 전담할 엔지니어를 새로 채용할 수 있었다. 그 시점에서 크로노그래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컴플리케이션 중 하나이자 우리의 역량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를 제안했고, 그 출발점은 세미 오픈 다이얼이었다. 다이얼 일부를 열어두고 그 아래에 메커니즘을 배치해 2개의 기계적 층이 공존하는 구조를 보여주는 것이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더 복잡한 컴플리케이션으로 나아가기로 결정했다. 특히 젊은 독립 시계 브랜드들이 빠르게 등장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비교적 빠르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Ref. 2941은 바로 그 의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시계라고 생각한다.
최근 티모시 샬라메가 피터만 베다의 시계를 착용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대중적 관심의 확산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가엘 피터만 이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누군가가 우리 시계를 착용해주는 모습 자체가 언제나 기쁜 일이다. 물론 조용히 우리를 지지해주는 훌륭한 고객들이 있다는 사실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그 순간을 보았을 때의 기쁨은 분명 특별했다.
플로리안 베다 나는 이 일이 피터만 베다뿐만 아니라 독립 워치메이킹 전체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무엇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독립 시계의 매력을 알릴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 워치메이킹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고객층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 바깥으로 시야를 넓히는 일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티모시가 하고 있는 역할은 정말 훌륭하다. 이 시계를 만든 2020년에는 티모시의 손목 위에 이 시계가 올라갈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믿기지 않지만, 진심으로 행복하다.
모든 컬렉션에 걸쳐 탁월한 마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노하우는 어떻게 구축해왔나?
가엘 피터만 마감은 언제나 중요한 요소였다. 제네바 워치메이킹 스쿨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이 모든 것은 플로리안과 함께 학교를 다녔을 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당시에는 일종의 경쟁심이 있었다. 학생들은 각자 시계를 제작하면서, 스프링 하나를 완성해도 현미경 아래에서 서로의 작업을 들여다보며 아주 작은 흠까지 지적하곤 했다. 그렇게 늘 서로보다 더 잘하려 애썼다. 그 과정이 이상하게도 무척 즐거웠고, 자연스럽게 마감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되었다. 지금도 최상의 마감을 추구하지만, 단순히 복잡해 보이기 위한 마감은 지향하지 않는다. 구현이 어렵다거나 기술적으로 까다롭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요소가 아름답고,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지다. 예를 들어 제네바 스트라이프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더 쉬워서가 아니다. 스틸 브리지를 그레이 매트 마감으로 처리했는데, 기술적으로 보면 전혀 어렵지 않다. 그래서 누군가는 “왜 제네바 스트라이프를 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블랙 폴리싱 처리한 반짝이는 부품이 많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조금 차분한 매트 질감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한다. 나는 이것을 재즈 음악에 비유하곤 한다. 재즈는 매우 복잡하고 인상적으로 연주할 수 있지만, 때로는 그저 소음처럼 들릴 수도 있다. 마감에 대한 사고방식도 이와 비슷하다.
보통 마감 작업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나?
플로리안 베다 정확한 비율로 말하긴 어렵지만, 전체 작업의 약 40% 정도를 할애한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점점 ‘장식’에 특화된 인력을 찾고 있다. 이제 마감은 하나의 독립된 직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정규 교육과정은 아직 많지 않지만, 스위스를 중심으로 관련 레슨과 교육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워치메이커와는 또 다른 영역이며, 매우 고무적인 흐름이다.
컬렉션의 진화 과정을 설명해줄 수 있나?
플로리안 베다 먼저 타임 온리, 즉 스리 핸즈 워치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고 싶다. 데드비트 세컨드 기능을 갖춘 첫 번째 모델, Ref. 1967을 완성한 이후 생산의 흐름을 이어갈 또 하나의 모델이 필요했다. 또 다른 이유는 보다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존 모델에 대한 많은 관심과 요청이 있었지만, 제작 난도가 워낙 높아 늘 한정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더 많은 컬렉터들이 피터만 베다의 시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스리 핸즈 모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모델은 총 4년간 생산될 예정이다. 현재 생산 구조는 세 가지 라인으로 나뉜다. 첫째는 Ref. 1825와 같은 단순한 시계 라인, 둘째는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와 같은 고난도 컴플리케이션 라인, 셋째는 포켓 워치나 유니크 피스로 구성되는 소규모 프로젝트다. 그중 세 번째 라인은 한정된 수량으로 제작한다. Ref. 1825는 ‘심플한 시계’ 라인에 속하지만, 향후 소형 컴플리케이션을 더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구체적인 형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브랜드의 중요한 축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타임 온리 Ref. 1825
지름 38 × 10.15mm
케이스 18K 로즈 골드,
무브먼트 칼리버 233, 56시간의 파워 리저브
다이얼 그린
기능 시, 분, 초
스트랩 송아지 가죽
Ref. 1825의 무브먼트 디테일은 어떻게 탄생했나?
가엘 피터만 예를 들어 오버사이즈 루비는 포켓 워치에서 받은 인상에서 시작했다. 손목시계에서는 작은 루비를 많이 사용하지만, 포켓 워치의 S자 형태 루비와 정교한 베벨링은 훨씬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래서 데드비트 세컨드 무브먼트를 설계할 당시 루비 공급 업체에 가장 큰 루비를 요청했고, 시간이 지나며 우리의 시그너처로 자리 잡았다. 이 디테일은 크로노그래프를 거쳐 Ref. 1825까지 이어졌다. 스완 넥 레귤레이터 역시 포켓 워치를 다뤄온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날 프리 스프렁 밸런스에서는 기능적으로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무브먼트에 긴장감과 완성도를 더해준다고 생각했다. 기능보다 미학을 선택했다고 보면 된다.타임 온리 워치의 경우, 무브먼트 전체를 제네바 스트라이프로 덮으면 단조로워질 수 있다. 스틸 파츠를 더하고 블랙 폴리싱으로 마감해 깊이와 대비를 만들고자 했다. 이는 시계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 벨 형태의 브리지는 의도해 만든 것은 아니다. 특정 휠을 지지하기 위한 구조를 생각하다 만들었고, 설계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제안으로 형태가 다듬어졌다. 제네바 스트라이프와 스틸 브리지의 조합을 염두에 두었는데, 최종적으로 블랙 폴리싱이 가장 조화롭다고 판단했다. 모든 결정은 대비와 조화에 대한 고민에서 나왔다.
플로리안 베다 이 무브먼트는 설계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 수많은 스리 핸즈 무브먼트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분명히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최종 형태에 이르기까지 20여 가지 버전을 거쳤다. 단순해 보이는 것이 오히려 가장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번이 바로 그랬다. 결과적으로 이전 작업들에서 새롭게 진화한 무브먼트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플로리안 베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아카이브 노트를 펼쳐 과거에 무엇이 존재했는지 먼저 살펴본다. 특히 빈티지 포켓 워치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영감이 된다. 그 안에서 구현하기에 흥미로운 새로운 형태를 찾고, 곡선과 구조에 따라 어떤 마감이 가능한지도 함께 고려한다. 이 두 가지가 기본적인 기준이다. 가장 어려운 단계는 각 프로젝트마다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것을 더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떠올린 아이디어가 이미 과거에 존재했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지금은 일종의 레퍼런스 북을 만들어두고 Ref. 1967에서 확립한 디자인 라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고 있다. Ref. 1825의 이스케이프 휠 주얼 역시 처음에는 매우 직선적인 형태였지만, 아주 작은 핀 하나를 더하며 인상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이런 작은 차이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감의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가엘 피터만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지만, 너무 멀리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중요한 과제다. 지금까지의 작업과 단절되지 않으면서 프로젝트를 자연스럽게 진화시키는 것이 늘 고민하는 지점이다.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나 워치메이커가 있다면?
가엘 피터만 영화를 포함해 예술 전반에서 많은 영감을 받지만, 워치메이커 역시 마찬가지다. 단 한 사람을 꼽기는 어렵지만, 마감의 기준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필립 듀포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가 구현한 마감의 수준뿐 아니라, 회사를 운영하고 디자인을 완성해나간 방식과 철학까지 모두 큰 영감을 준다. 그리고 정말 좋아하는 영화감독이 많은데, 그중 한 명을 꼽자면 데이미언 셔젤이다. <라라랜드>, <위플래시>를 연출한 감독이다. 그가 작품에서 다루는 주제의 폭과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정말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창작자다.
플로리안 베다 특정 인물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여러 워치메이커들의 작업 가운데 ‘완벽하게 구현된 부분’을 각자 자기 방식으로 소화하려 한다. 독일 포켓 워치들은 부품 간의 곡선과 조화라는 측면에서 정말 인상적이다. 랑에 운트 죄네 역시 큰 영감의 원천이다. 매년 두 차례 열리는 주요 경매 프리뷰도 중요한 연구의 장이기도 하다. 그곳에서는 과거에 얼마나 많은 시도가 있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항상 프리뷰에 참석해,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는 케이스의 형태나 손목 위에서의 비례감 등을 직접 확인한다. 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덧붙이자면, 파리에서 방문한 베르사유 궁전에서 거대한 역사화를 마주했을 때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작품들을 보며 그것을 완성해낸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 감각은 어쩌면 시계에서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워치메이커의 손길과 시간, 고민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특정 작품을 직접적으로 차용하기보다는 예술을 마주할 때 생겨나는 그 감정 자체가 가장 중요한 영감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수많은 장인과 화가, 노동자를 떠올리면 그 자체로 경외심이 든다. 정말 믿기 어려울 만큼 대단한 작업이었고 큰 영감을 주었다.
앞으로 브랜드에서 어떤 방향의 진화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가엘 피터만 구체적으로는 스플릿 세컨드 메커니즘을 제외한 보다 단순한 크로노그래프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본적인 구조는 유지하되 보다 슬림하고 균형 잡힌 크로노그래프를 연말쯤 공개할 계획이다. 전반적인 비전 역시 분명하다. 워치메이킹의 ‘혁명’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사랑하는 전통적인 컴플리케이션, 혹은 흔치 않은 컴플리케이션의 조합을 선택해 이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자 한다. 각 레버와 스프링을 새롭게 설계함으로써, 같은 기능이라도 전혀 다른 인상을 주는 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