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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워치메이커 신 오노

  • 1시간 전
  • 5분 분량
워치메이커 신 오노(Shin Ohno)
일본 워치메이커 신 오노(Shin Ohno)

길을 걸으며 들리는 소리가 오케스트라처럼 들린다면, 그는 아마도 천재라 불리는 작곡가일 것이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고요한 산과 숲 속에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자연의 움직임과 소리를 예술 작품으로 옮기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바로 뛰어난 워치메이커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천재 중의 천재라 불리는 인물들이 있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브랜드를 열기 전부터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낸 이가 있는가 하면,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만의 경지를 개척하며 론칭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이도 있다. 2026년 F.P.Journe 영 탤런트 컴페티션 우승자로 선정된 일본의 워치메이커 신 오노(Shin Ohno) 는 이 두 유형을 모두 아우르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워치메이킹에 대한 남다른 감각과 확고한 소명을 발견했으며, 동시대의 뛰어난 워치메이커들을 등대 삼아 자신만의 기술을 갈고 닦아왔다. 나가노의 겨울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탁상시계로 전 세계 언론과 전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는 이제 자신의 브랜드와 함께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려 한다. 천재이자 노력형인 차세대 워치메이커 신 오노의 철학과 비전에 귀 기울여보자.


신 오노가 마이클 테이(Michael Tay)와 프랑수아-폴 주른(François-Paul Journe)으로부터 수상하는 모습.
신 오노가 마이클 테이(Michael Tay)와 프랑수아-폴 주른(François-Paul Journe)으로부터 수상하는 모습.

어릴 때부터 시계 제작에 매료되었다고 들었다. 이를 진지하게 직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시점은 언제였으며,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

시계 제작에 매료되기 시작한 것은 15세 무렵 일본의 독립 시계 제작자 마사히로 키쿠노(Masahiro Kikuno)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접하면서부터였다. 본래 일본의 전통 기계 인형인 카라쿠리(からくり)의 정교한 메커니즘에 깊은 흥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그의 작품을 본 순간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이야말로 그러한 장인정신이 궁극적으로 진화한 형태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후 같은 세대의 일본인 워치메이커 노리후미 세키(Norifumi Seki)가 2020년 영 탤런트 컴페티션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동세대가 세계적인 무대에서 인정받는 모습은 내게 깊은 충격으로 다가왔고 나 역시 같은 도전에 나서야겠다는 열망이 비로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먼저 2026 F.P.Journe 영 탤런트 컴페티션 수상을 축하한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었다고 들었는데, 지난 1년 동안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개선했는지 궁금하다.

두 번째 도전을 준비한 1년 동안 창작 콘셉트의 심화와 사용자 경험의 정교함, 두 가지에 집중했다. 이전 출품작도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특정 풍경을 재현하는 데 머물렀고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초점이 흐릿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시각적 재현을 넘어 '고요함과 평온함'이라는 주제를 탐구하고자 했으며, 그 고요한 정적을 모든 디테일에 녹여내기 위해 끊임없이 다듬었다. 그리고 이전 작품이 미적 표현을 우선시한 나머지 실제 착용자의 경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도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람이 시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디자인과 복잡한 기능들이 하나의 일관된 목적 아래 통합되어 착용자의 경험을 진정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


수상작인 '후유게시키(Fuyu-Geshiki)'에 대해 자세히 소개 부탁한다. 나가노의 겨울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어떤 생각과 의도를 표현하고자 했나?

집 근처 산길을 걷다 작은 개울 앞에 멈춰 서 이를 바라보게 되었다. 맑게 흐르는 물과 그 조용한 존재감 속에서 형용하기 어려운 평온함을 느꼈고, 마치 영원히 바라보고 싶다는 감정이 밀려왔다. 그 순간 이 풍경을 시계 안에 재현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일었다. 언제든 손에 들거나 책상 위에 두었을 때 같은 평온함을 다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눈 덮인 풍경 속 개울은 겉으로는 단순하고 정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잡한 흐름과 소리, 바람과 새소리가 공존한다. 나는 바로 이 '표면적인 단순함'과 '내면의 복잡함'이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평온함이 탄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대비를 작품 안에 구현하고자 했다. 케이스와 브리지에는 차분한 외관과 마감을 적용하되 그 내부에서 움직이는 기어와 투르비용, 소네리 메커니즘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도록 설계한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시간을 소리로 표현하는 타종 메커니즘은 워치메이킹에서도 가장 어려운 분야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러한 복잡한 기능들을 하나의 작품에 통합하게 된 개인적인 동기나 철학이 있었나?

앞서 말씀드린 이유 외에도 독립 워치메이커로서 자신의 잠재력을 시험하기 위해 이러한 큰 도전이 필요했다. 프로젝트 초반에는 대회 출품 자체가 목표였기에 기능적인 부분에서 일부 타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출품 그 자체만을 목표로 삼으면 과정이 즐거움이 아닌 고통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타협으로 만들어진 작품에는 진정한 가치가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을 택하고 끝까지 나의 비전에 충실한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었다.


신 오노가 직접 설계한 후유-게시키(Fuyu-Geshiki)
신 오노가 직접 설계한 후유-게시키(Fuyu-Geshiki)
총 395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후유게시키(Fuyu-Geshiki)는 그랑드 소네리, 프티트 소네리) 쿼터 리피터, 그리고 투르비용 기능을 갖추고 있다.
총 395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후유게시키(Fuyu-Geshiki)는 그랑드 소네리, 프티트 소네리) 쿼터 리피터, 그리고 투르비용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작품의 제작 과정 전체가 일본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68개의 루비, 11개의 볼 베어링, 크리스털, 3개의 메인스프링, 그리고 헤어스프링을 제외한 모든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으며, 베이스 무브먼트 역시 사용하지 않았다. 현재 넓은 아파트의 가장 큰 방을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으며, 아래층 주민을 배려해 작업 중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주로 데스크톱 CNC 머신과 워치메이커용 선반을 활용한다. 설계부터 제작, 최종 조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완성하는 것이 나만의 방식이다. 그렇게 해야만 "이것은 내가 만든 작품이다"라고 진심을 담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무브먼트나 부품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나의 철학에 맞지 않으며, 모든 부품에 내 나름의 해석과 디자인을 담아 독창성을 추구하고자 한다.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가장 큰 어려움은 가공 정밀도와 차임, 두 가지였다. 센터 휠에는 아워 스네일, 쿼터 스네일, 서프라이즈 피스, 스타 휠 등 10개가 넘는 부품이 하나의 축 위에 적층되는 구조를 사용했는데, 처음에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각 부품에서 발생한 미세한 오차들이 누적되며 큰 문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부품의 제조 공정을 처음부터 재검토했고, 수많은 개선 끝에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작동을 구현할 수 있었다. 차임의 경우, 해머의 움직임과 공(gong)의 장착 방식, 형상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다. 책상 위에서 완벽하다고 느낀 소리가 실제로 손에 쥐는 순간 전혀 다르게 들리는 경우도 많았다. 다양한 소재와 형상, 장착 방식을 조합하며 끝없는 시행착오를 반복했고 지금도 이상적인 음향을 위한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회중시계이자 소형 데스크 클록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특별히 이러한 형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나의 목표는 이 시계가 놓이는 모든 공간을 평온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집 안의 사적인 공간이든, 바쁜 사무실 책상 위든, 이 시계가 나가노의 고요한 풍경을 함께 데려가기를 바랐다. 어디든 휴대할 수 있고 스스로 세워지는 순간 그 공간의 풍경 일부가 된다. 손목시계가 가진 극단적인 제약에서 벗어난 덕분에 완벽한 소형화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졌고 그 결과 각 부품의 형태와 배치를 훨씬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었다. 모든 부품이 하나의 표현 수단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자유로움 덕분이다.


68개의 루비, 11개의 볼 베어링, 크리스털, 3개의 메인스프링, 그리고 헤어스프링을 제외한 모든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으며, 베이스 무브먼트 역시 사용하지 않았다.
68개의 루비, 11개의 볼 베어링, 크리스털, 3개의 메인스프링, 그리고 헤어스프링을 제외한 모든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으며, 베이스 무브먼트 역시 사용하지 않았다.
나가노의 겨울 풍경
나가노의 겨울 풍경

평소에도 주변 환경에서 많은 영감을 얻나?

그렇다. 산을 걷거나 하이킹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가노에는 가미코치(Kamikochi)를 비롯해 풍부한 자연환경이 펼쳐져 있으며, 계절마다 변화하는 풍경 덕분에 아무리 탐험해도 질리지 않다. 자연 속을 걸으며 마주하는 깊은 평온함은 종종 새로운 창작의 영감으로 이어지며, 실제로 이번 작품의 콘셉트 역시 신슈(Shinshu)의 겨울 풍경 속을 걷던 중 떠오른 것이었다. 내게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삶의 필수적인 일부이자 워치메이킹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특별히 존경하거나 영향을 받은 워치메이커 혹은 예술가가 있나?

솔직히 말하면 나의 작품이 특정 워치메이커나 예술 작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은 언제나 자연, 특히 나가노의 풍경이다. 눈 덮인 산의 정적이나 개울의 복잡한 흐름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창작 에너지를 얻는다. 굳이 영향을 꼽자면 카라쿠리 인형과 같은 전통 기계장치에서 볼 수 있는 기계공학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일 것이다. 또한 마사히로 키쿠노는 특정 스타일을 모방하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라, 독립 워치메이커라는 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내게 처음으로 보여준 인물이다. 그의 작품 자체보다도 타협 없는 장인정신에 자신의 영혼을 쏟아붓는 철학을 깊이 존경한다.


현재의 직장을 떠나 독립 워치메이커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고 들었다. 앞으로 어떤 방향의 워치메이킹을 추구하고 싶은가?

앞으로도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시계를 계속 만들어 가고 싶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추구했던 '단순함과 복잡함의 공존'이라는 철학을 중심에 두고 작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후유게시키는 그 비전을 표현한 하나의 방식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빛의 움직임, 시간의 흐름, 나가노 풍경 속에 존재하는 깊은 정적과 같은 자연의 다양한 요소들을 탐구하며, 그 순간들을 기계 예술로 번역해 나가고자 한다.


당신처럼 워치메이커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나는 아직도 워치메이커로서 여정을 이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전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다. 절대 타협하지 마라. 타협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고통스럽고, 결국 작품에서 즐거움을 빼앗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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