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의 열기와 5,000g을 견디는, 리차드 밀과 페라리의 두 번째 협업을 통해 완성한 새로운 머신
- bhyeom
- 8월 25일
- 8분 분량
Engineering the impossible
RM 43-01 TOURBILLON SPLIT-SECONDS CHRONOGRAPH FERRARI


RM 43-01 티타늄 케이스
케이스 크기 42.90 x 17.10 x 51.20 mm
무브먼트 시, 분, 초,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30분 토탈라이저, 파워 리저브, 토크 및 기능 인디케이터, 70시간의 파워 리저브
75피스 한정
F1의 드라마, 대중을 파고들다
최근 마니아 스포츠인 F1(Formula 1)의 성장세가 놀랍다. 미국 시장의 확대, 비용 상한선 도입으로 페라리, 레드불, 메르세데스-벤츠 등 톱 팀 간 성능 격차가 줄어들면서 예측이 어려워진 만큼 긴장감과 반전이 넘쳐난다. 레이싱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팀 디렉터와 드라이버의 원초적인 대화가 오가는 F1 팀 라디오로 만든 쇼츠 콘텐츠는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한다. 페라리는 이 놀라운 F1 역사의 주인공이다. 페라리의 F1 레이싱 팀인 스쿠데리아 페라리(Scuderia Ferrari)는 F1에서 가장 오래된 팀으로, 1950년 F1 창설 원년부터 단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참가한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또 F1 역사상 최다 우승 팀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창립자 엔초 페라리(Enzo Ferrari)는 레이싱을 브랜드의 정체성 중심에 두고 “우리는 자동차를 팔기 위해 레이스하는 것이 아니라, 레이스를 하기 위해 자동차를 판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2001년 탄생해 스위스 시계 업계에서 혁신의 역사를 써 내려간 리차드 밀 최초의 모델 RM 001 역시 고성능 자동차 엔지니어링의 세계에서 영감을 받았다. 자동차의 최첨단 기계 구조, 복잡한 설계와 소재의 혁신을 정밀한 오트 오롤로지의 세계에 적용했다. 이러한 위대한 브랜드 창립자들의 정신이 이어져 2022년 첫 번째 협업을 통해 RM UP-01 페라리가, 2025년에는 두 번째 모델 RM 43-01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르클레르, 레이스 주행 중 리차드 밀을 착용하다
리차드 밀과 페라리의 협업에서 드라이버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특히 페라리 소속 드라이버인 샤를 르클레르(Charles Leclerc)와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 같은 실력과 개성을 모두 갖춘 드라이버들의 라이벌 구도와 에피소드는 이미 소셜 미디어를 점령했다. 페라리의 간판스타이자 부드러운 이미지와 뛰어난 퀄리파잉(qualifying) 실력을 지닌 르클레르, 미하엘 슈마허와 함께 F1 역사상 최다 챔피언 타이 기록인 월드 챔피언 7회 우승을 차지한 해밀턴은 실력은 물론 스타일 면에서도 인기가 높다. 리차드 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두 선수가 RM 43-01 시계를 착용하는 ‘Out of The Box’ 영상(참고로 영상의 조회 수는 1,260만 회에 달한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연봉이 수천억을 넘는 두 선수를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는 브랜드는 F1 경기 외에는 리차드 밀이 유일할 것이다. 이번 모델에 담긴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는 팀마다 반드시 2인이 필요한 F1 드라이버, 두 선수의 운명을 연상시킨다. 영상에서 르클레르는 경기 중에도 실제로 리차드 밀 워치를 착용한다고 이야기한다.
리차드 밀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단순 홍보대사가 아닌 파트너여야 하며, 실제 경기에서 착용해야만 진정한 시계의 성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다. 세계 최고의 드라이버와 스포츠 선수들을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진다. 리차드 밀의 파트너인 르클레르는 RM 67-02 프로토타입 모델을 테스트해 기술적인 피드백을 제공, 실제 경주 환경에서 착용할 수 있는 시계 개발에 직접 기여한 바 있다. 리차드 밀이 F1 환경에서도 성능을 발휘하는 기계식 시계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24 모나코 그랑프리의 실제 주행에서 자신의 시그너처 모델인 RM 72-01 샤를 르클레르 에디션을 착용했다. 르클레르 이전에도 리차드 밀 최초의 파트너이자 F1의 전설적인 드라이버인 펠리페 마사는 실전 주행 중에도 리차드 밀 시계를 착용했고(Felipe Massa, 2004년, RM 006 착용), 이는 기계식 시계가 F1 경기 환경을 견딘 매우 드문 사례다. 최고의 경기를 추구하는 ‘흙신’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이 2010년 리차드 밀의 파트너로 인연을 맺으며 리차드 밀을 착용하고, 극한의 테니스 경기에서 RM 027 시리즈를 착용해 다수의 우승을 거둔 것처럼, 레이싱 경기에 실제 착용했다는 스토리 역시 뛰어난 내구성을 기반으로 이룬 결과다.

RM 43-01 카본 TPTⓇ 케이스
케이스 크기 42.9 x 17.1 x 51.2 mm
무브먼트 시, 분, 초,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30분 토털라이저, 토크 및 기능 인디케이터, 70시간의 파워 리저브
75피스 한정
실제 F1 경기에서 착용할 수 있는 유일한 시계, 리차드 밀
F1 경기 중 실제 착용 가능한 기계식 시계로 사실상 유일한 브랜드가 리차드 밀인 이유는 ‘Formula 1’의 근본적인 의미에서 찾을 수 있다. ‘Formula’는 ‘공식’이라는 의미로 모든 참가 차량과 팀, 드라이버가 따라야 하는 규칙을 뜻하고, 1은 그중 가장 높은 수준을 의미한다. 이 규칙을 관장하는 기관은 주요 국제 자동차 경기를 주관하는 국제 자동차 연맹인 FIA(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로 이 규칙 아래에서 최고의 성능으로 랩 타임을 기록해야 하는 것이 F1 경기인 것. FIA는 드라이버와 참가자 안전 규정을 통해 헬멧, 방염 슈트, 장갑, 슈즈 같은 승인된 안전 장비 외 착용 제품을 제한하는데, 특히 금속 목걸이 등 주얼리를 포함한 장신구 착용을 금지해 경기 중 시계를 착용하는 것은 안전상의 이유로 거의 불가능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과 그리드 페널티, 출전 제한 등의 제재가 가해져 드라이버는 경기 중 시계를 착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리차드 밀은 초경량, 초내구성에 기반한 설계와 독자적인 소재 덕분에 예외적으로 FIA 안전 요건, 즉 ‘Formula 1’의 극한의 공식을 충족해 레이싱 경기 중 실제 착용 가능한 시계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반면 F1과 파트너십을 맺은 다른 하이엔드 공식 후원 워치를 포함해 실제 레이싱 경기에서 실전 주행에 착용한 기계식 모델은 확인된 바 없다. 이 때문에 ‘실제 F1 경기에서 착용 가능한 기계식 시계’라는 타이틀은 사실상 현재까지 리차드 밀만의 독점적인 지위다.
시간 측정의 정밀도를 높인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리차드 밀과 페라리가 협업해 제작한 RM 43-01 투르비용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는 레이싱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극한의 내구성을 지닌 매뉴얼 와인딩 투르비용 칼리버를 장착한 타임피스다.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를 탑재한 무브먼트는 최신 V12 엔진에 버금가는 정밀한 기술의 집약체다. 랩 타임과 구간 기록을 동시에 측정하는 레이싱 경기를 상징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F1 환경에서는 기어 이탈이나 윤활제 손실, 핸즈 리셋 에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리차드 밀은 초고성능 캘리버 구현에 대한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리차드 밀은 2003년 이미 투르비용과 스플릿 세컨즈를 결합한 보기 드문 컴플리케이션인 RM 008을 APLL(오데마 피게 르 로클 연구소)과 공동 개발해 선보였다. 이후 이 무브먼트는 RM 008-V2, RM 050을 통해 진화를 거듭했고 이후 RM 056, RM 50-02, RM 50-04와 같은 주요 컬렉션의 무브먼트로 등장했다. 그리고 이 집약된 기술로 완성한 차세대 스플릿 세컨즈 메커니즘을 담은 시계가 바로 514개의 부품으로 완성한 RM 43-01인 것이다. 모든 요소를 경량화하고 레버와 해머의 디자인은 더 세련되고 정교한 형태로 변화했다. 새로운 구조의 2개의 칼럼 휠과 3N PVD 코팅 처리한 경량 스켈레톤 구조의 새로운 클램프를 탑재해 스플릿 세컨즈의 정밀도를 높였다. 기존 모델보다 마찰을 최소화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스플릿 세컨즈 핸즈를 작동하거나 해제했을 때 튀어 오르거나 일시적으로 멈추는 현상을 제거했다. 동시에 투르비용 케이지를 기존 6시 방향에서 보다 오른쪽인 5시 방향으로 옮기는 대범한 결정을 내렸다. 베이스 플레이트의 축 자체를 회전시키고 대부분의 무브먼트 구조 전반을 새롭게 배열해야 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엔진을 만든다는 집념은 열정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별 모양의 독창적인 러닝 세컨즈 인디케이터까지 더해 비대칭적 매력을 강조했다.

5,000g을 견디는, 기계식 시계의 물리적 한계를 밀어붙인 기술적 결과물
리차드 밀은 투르비용 메커니즘과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라는 정교한 기능을 정확하게 구동하기 위해 3년간의 연구를 통해 토너형 케이스에 ‘극도로 안전하게’ 담았다. 기계식 시계로는 상상하기 힘든 5,000g 이상의 순간 충격을 견디는 성능을 확보했다. 투르비용과 스플릿 세컨즈 기능을 갖춘 상태에서 이러한 내충격 성능의 시계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다. F1 드라이버가 고속 코너링이나 급제동에서 받는 5~6g의 지속 가속도와는 물리적 맥락이 다소 다르지만, 드라이버가 체감하는 극한 주행 상황을 훨씬 초과하는 내구성을 지녔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좋다. 케이스와 무브먼트 조합에 대한 기술 적용도 남다르다. 카본 TPTⓇ(Thin Ply Technology) 케이스는 티타늄 케이스에 비해 전체 무게가 가벼워져 더 높은 가속도에 노출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베이스 플레이트에 나사 하나를 더해 정밀하게 보강함으로써 강성을 극대화했다. 결과적으로 RM 43-01에 적용한 두 가지 케이스 소재 특성에 따라 무브먼트 설계를 달리하는 정밀성을 추구한 것이다. 이러한 미세 조정이 리차드 밀이 이야기하는 퍼포먼스의 완성이다.
충격을 분산하고 열에 강한 리차드 밀만의 독자 소재
레이싱 경기가 끝난 직후 선수들이 슈트를 입은 채로 몸의 열을 낮추기 위해 얼음물이 담긴 욕조에 빠르게 몸을 담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레이싱 경주 중 F1 드라이버는 머신 내부에서 50~60℃ 이상의 열에 노출되는데, 이 열은 시계의 구동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기계식 시계는 수많은 금속, 윤활제, 탄성 소재로 구성되어 있기에 고온 환경에서 주요 부품이 팽창해 마찰이 증가하고 정밀도가 저하되는 이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RM 43-01의 케이스와 무브먼트에 사용한 카본 TPTⓇ는 고온에서 고강도 레진으로 섬유층을 압착했기 때문에 열변형이 매우 적고 고온에서도 소재의 형상 안정성을 유지하는 균일한 구조다. 수백 겹의 얇은 층(최대 두께 30마이크론)을 균일한 강도와 균열 방지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45도씩 방향을 달리해 적층한다. 이 과정에서 마치 나뭇결처럼 자연스러운 레이어 패턴이 생겨나는데, 이는 고유의 시각적 개성은 물론 구조적 강성까지도 확보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열팽창 계수가 일반 금속 대비 1/4 이하로 매우 낮기에 레이싱 경주 상황에서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열에만 강한 것이 아니다. 카본 TPTⓇ는 탄성계수(E)가 높고 무게가 극단적으로 가벼운 초경량 소재로 관성(=질량×가속도) 작용 자체가 적기에 충격과 고속 회전이 난무하는 레이싱이라는 극한의 상황을 견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더욱 의미 깊은 부분은 이번 협업을 위해 소재를 개발한 것이 아닌, 이미 높은 기준으로 지속적으로 사용하던 안정성 높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소재로 페라리와의 협업을 완성했다는 점이다. 카본 TPTⓇ는 우주 항공 분야에서 사용하는 특수 소재를 리차드 밀이 시계 제작을 위해 스위스 NTPT(North Thin Ply Technology)와 공동으로 개발한 독자적인 소재다. 그중 다양한 원재료를 적용한 TPTⓇ는 리차드 밀이 최초로 케이스 개발에 성공한 바 있고, 내열과 내충격에 동시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소재이기에 리차드 밀의 전 모델에 전방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브랜드 창립 이래로 언제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결과를 제품의 기능에 효과적으로 적용해 협업이 위대함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페라리의 V12 엔진의 기술적 시각적 임팩트를 손목 위로
RM 43-01 투르비용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페라리는 성능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레이싱 머신을 손목에 구현한 기계식 시계’다. 이 파트너십의 첫 상징적 결과물인 2022년 공개된 RM UP-01 페라리 모델을 통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두께 1.75mm라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 기록을 세웠다. 5등급 티타늄 케이스와 평면적으로 설계된 무브먼트를 적용해 무게는 약 30g, 단 150피스 한정 출시했다. 얇기, 경량, 내구성, 정밀도 등 각 분야의 한계를 극복한 시계는 페라리 레이싱 팀의 철학과 완벽하게 맞물리며 ‘불가능을 실현한다’는 두 브랜드의 공통 비전을 완성했다. 그리고 2025년 3월 중순 F1 시즌 개막과 맞물려 협업의 새로운 이정표라 할 수 있는 RM 43-01 투르비용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페라리를 공개했다. 카본 TPTⓇ 케이스 모델 75피스, 5등급 티타늄 케이스 모델 75피스 총 150피스 한정 에디션이다.
이번 RM 43-01 모델을 위해 리차드 밀 팀에서 가장 큰 영감의 원천으로 삼은 것은 최신형 페라리의 V12 엔진 구조다. 알루미늄 원료의 용해부터 부품의 제작은 물론 최종 엔진 조립까지 모두 페라리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리차드 밀의 워치메이킹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기계공학적 요소에서 영감을 받는 것 역시 동일하다. 페라리는 F1 제작자 경쟁 부문인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에서도 총 16회 우승을 기록했을 만큼 제작에도 극강의 노력을 기울인다. 2021년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리차드 밀과 페라리는 단순한 브랜드 협업을 넘어 기술 혁신과 모터 스포츠 실전 검증을 병행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리차드 밀 팀은 페라리의 근거지인 마라넬로를, 페라리 주요 인사들 역시 리차드 밀 본사를 찾았다. 이러한 만남을 거듭하며 서로가 엔지니어링과 미학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동일한 목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두 브랜드의 긴장감 넘치는 협업 속에서 마침내 아름다운 디자인이 완성되었다. 페라리 애호가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페라리에 대한 오마주가 넘쳐난다. 페라리의 디자인 센터인 센트로 스틸 페라리(Centro Stile Ferrari)의 손길로 크라운, 핸즈, 스트랩까지 모두 페라리 스타일을 담았다. 페라리 812 슈퍼 패스트를 연상케 하는 홈이 새겨진 독특한 베젤, 대시보드 정중앙에 위치한 페라리 타코미터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스켈레톤 구조의 30분 카운터는 상징적이다. 마치 자동차의 섀시 번호처럼 무브먼트에 제품 넘버를 새긴 것도 리차드 밀 최초의 시도다. 티타늄 플레이트에 페라리의 도약하는 말(Prancing Horse)을 레이저로 각인해 페라리 디자인 정신을 시계에 담았다. 페라리 엔진 커버에서 볼 수 있는 골드빛 육각 스크루를 적용해 고성능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페라리 크랭크 케이스에 사용하는 격자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X 모티브를 적용한 브리지 디테일은 역동적인 디자인은 물론 강성까지 높이는 효과가 있다. RM 43-01 다이얼은 자동차의 대시보드처럼 한눈에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제공한다. 1시 방향의 토크 인디케이터, 11시 방향의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자동차 기어박스를 연상케 하는 리차드 밀의 상징과도 같은 4시 방향의 기능 인디케이터까지 마치 스포츠카처럼 시계를 조작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시계의 상태를 한눈에 체크할 수 있는 리차드 밀 고유의 인디케이터 기능을 다이얼에 모두 담기 위해서는 고성능 자동차처럼 초정밀 설계가 수반되어야 한다.

페라리와 리차드 밀의 공통점, 대체 불가능의 아이콘
까다롭고 특별한 소재를 다룬다는 점은 두 브랜드가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리차드 밀은 티타늄, 카본 TPTⓇ, 쿼츠 TPTⓇ 등 항공 및 모터 스포츠 소재를 사용하고, 페라리는 탄소섬유, 알루미늄 합금, 티타늄을 활용해 차체와 부품을 제작한다. 두 브랜드 모두 원재료부터 초정밀 가공해 무게 대비 강성을 극대화하는 목표를 지녔다. 타 브랜드가 동일 수준의 소재로 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기술 결합에 도전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극한의 조건을 목표로 설정한 후 실사용 환경에서 테스트해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결과를 만들어간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한정 생산한다는 점도 닮은 점이다. 리차드 밀은 연간 약 6000점 내외로 제작해 모델별 수량이 한정되어 있다. 페라리 역시 연간 1만 대 내외, 일부 한정판은 수십 대 혹은 단 1대만 제작하기도 한다. (최근 마지막 자연 흡기 V12 미드십 엔진을 탑재한 페라리 테일러 메이드 데이토나 SP3 599+1 모델이 경매를 통해 2,600만 달러(한화 약 360억 원)에 낙찰되었을 정도로 소장 가치가 높다.) 수량이 적지만 더 까다로운 공정을 갖춘다. 이번 RM 43-01 모델은 단 150피스 출시하지만, 무브먼트 프로토타입은 10가지를 제작했을 정도다.
창립자 리차드 밀은 페라리를 포함한 F1 및 클래식 레이싱 카 컬렉션을 보유한 열렬한 자동차 애호가다. 이러한 열정을 바탕으로 리차드 밀과 페라리는 ‘투자가치’를 지닌 작품을 완성했기에 르클레르와 펠리페 마사와 같은 선수들이 단순 모델이 아닌 개발에 참여하고 실제로 착용하는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두 브랜드는 문화적 아이콘으로서 이름 자체가 곧 카테고리의 상징이 되었다. 슈퍼 럭셔리, 모터 스포츠, 기술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두 브랜드의 협업이 페라리 창립 75주년을 넘어 100주년까지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리차드 밀과 페라리가 협업한 이번 컬렉션은 초고가 모델이지만 시계를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생각하고 이러한 각 산업의 거장이 만난 결과물을 감상한다는 관점을 갖는다면 어떨까. 얼마든지 이 특별한 오브제를 통해 자신만의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리차드 밀은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영상으로 친절하게 전달하고 있다. 영화감독 출신으로 2016년부터 리차드 밀에 합류해 브랜드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는 리차드 밀의 아들이자 리차드 밀의 대표인 알렉산드르 밀(Alexandre Mille)의 영향이다. 국내에서는 청담 플래그십의 문을 편안하게 열어두었을 뿐 아니라 리차드 밀의 최신 소식을 전하는 카카오톡 채널을 오픈하기도 했다. 리차드 밀이 선보이는 현대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가 준비되어 있으니 시계 애호가라면 리차드 밀의 오트 오롤로지의 세계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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