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대표하는 성숙한 혁신가, 데이비드 칸도
-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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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24시간 전
많은 브랜드가 과거에서 영감받은 제품을 선보일 때면 그 모델이 사랑받게 했던 핵심 디자인이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노스탤지어적 감성으로 재해석하곤 한다. 그런데 데이비드 칸도의 시계에서는 과거 그 시절이 떠오르기보다 오히려 미래적이다. 아방가르드적 워치메이킹을 구현한다고 표방하는 칸도의 작품에는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고대의 유산과 전형적인 시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혁신적 기술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 완전히 새로운 미학을 선보인다. 인물의 성격이 또렷이 느껴지는 시계이면서도 칸도가 쌓아온 장인적 제작 노하우와 수많은 워치메이커를 향한 존경, 그리고 미래의 워치메이킹의 비전을 보여주는 듯하다.


현 시대 최고의 발명가
데이비드 칸도는 스위스 발레 드 주에서 태어나 3대째 가문의 전통을 이어온 시계 제작 장인이다. 1994년 불과 15세의 나이로 ETVJ(발레 드 주 기술학교)에 재학하며 예거 르쿨트르에서 도제 과정을 시작했다. 이 시기 당대 시계 산업의 주요 인물이던 귄터 블륌라인(Günter Blümlein)과 예거 르쿨트르의 전 CEO인 앙리-존 벨몽(Henry-John Belmont)을 만나며, 두 인물은 칸도의 시계 제작 철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1998년에는 학업을 마친 뒤 자연스럽게 예거 르쿨트르에 입사해 앤티크 시계 복원 제작을 맡았다. 2001년에는 트레이닝 부서를 이끌었고, 2004년부터는 기술 부서에서 그랑 컴플리케이션 개발에 집중하며 초정밀 시계 제작자로 명성을 쌓았다. 그리고 18년간 예거 르쿨트르에서 활동한 뒤 2011년에는 예거를 떠나 고급 시계 제작 컨셉을 개발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보베(Bovet), MB&F, 반클리프 아펠 등 저명한 브랜드의 핵심 개발을 이끌어온 숨은 설계자로 활동했다. 2019년에는 ‘살아 있는 거장’ 필립 듀포(Philippe Dufour)와 클락 복원 전문가 미키 엘레타(Miki Eleta)의 추천을 받아 AHCI(독립시계제작자협회) 정식 멤버로 선출되었다. 2017년엔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론칭해 첫 작품 ‘DC1 더 퍼스트 8 «1740»’을 선보였다. 당시 유명 매체들은 이 시계를 앞다퉈 만나보기 위해 그를 찾았고, ‘앞으로의 진화가 가장 기대되는 브랜드’라는 평가를 했다.
첫 작품부터 시계 전문가들로부터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다양한 혁신과 특허를 출원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상, 제작, 마감까지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완성하며 현대적 소재와 첨단 설계를 융합한 21세기 워치메이킹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GMT KOREA> 팀은 2025년 3월에 데이비드 칸도의 작품을 처음 다뤘으며, 지난 10월호를 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당시 그에게 미래 세대를 위해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칸도는 자신의 고향인 발레 드 주에 작은 발자취를 남겨 다음 세대가 길을 잃지 않도록 올바른 방향과 열정을 전하고 싶다고 답했다. 데이비드 칸도는 의심의 여지없이 오늘날 가장 경험 많고 성숙한 젊은 워치메이커 중 한 명이다.


감성과 지성 (Le Coeur et l’Esprit)
미래 가치가 있는 물건을 알아보려면 그것이 얼마나 새롭고 독창적이며, 시대정신을 반영한 혁신과 미학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데이비드 칸도의 시계에는 이 모든 요소가 반영되어 있다. 워치메이커라면 시계의 구상부터 완성까지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마무리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지닌 칸도는 ‘감성과 지성 (Le Coeur et l’Esprit)’이라는 슬로건 아래 예술가의 감성과 엔지니어의 지성을 결합한 워치메이킹을 이어가고 있다. 독립 워치메이킹계에서도 제작의 전 과정을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완성하는 사례는 드물다. 그래서 칸도의 시계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끼는 완성도에 있어 흠잡을 데가 없으며, 제작자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운명을 타고나 떡잎부터 남달랐던 데이비드 칸도는 고급 무브먼트 설계자이자 4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한 발명가다. 언제나 정확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기존 규칙을 넘어서는 아이디어로 작업한다. 신작을 만나기 앞서 데이비드 칸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첫 작품 ‘DC1 더 퍼스트 8 «1740»’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시계는 전형적인 시계 문법을 벗어나 새로운 공식을 만든 듯 보인다. 실제로 칸도의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모든 요소가 편안하게 읽혀 눈치채지 못했다. 자세히 보면 디테일 하나하나가 미묘하게 비대칭이거나 위치가 다르다. 다이얼은 12시 방향이 높게 설정되어 있고 계단을 내려가듯 6시 방향은 낮게 기울어져 있어 시인성을 높인다. 오프센터 시간 표시는 화이트 에나멜 서브 다이얼과 깔끔한 풍향계 모티브 및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로 이루어져 가독성이 높다. 좌우 대칭으로 놓인 30도 기울어진 플라잉 투르비용은 티타늄 구조로 세라믹 볼 베어링 위에 장착했으며, 조정 나사와 브레게 오버코일 헤어스프링을 갖춘 밸런스를 사용한다. 다이얼과 마찬가지로 수동 칼리버 H74은 무브먼트 자체를 기울여 입체감을 살렸다. 또 파워 리저브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 정지하도록 설계해 언제나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스위스 시계 신뢰성 센터(CCF SA)가 개발한 가속 노화 시험 크로노피아블(Chronofiable) 테스트를 통과했고, 플레이트와 브리지는 대부분 티타늄으로 제작했다. 표면에는 칸도가 고안한 스트라이프 패턴인 코트 뒤 솔리아(Côtes du Solliat)를 적용했다. 모든 부품의 앵글라주와 폴리싱은 최상급 수준이다.



시계와 더 가까워지다
데이비드 칸도의 시계에서 실용적이면서도 사용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 중 하나는 특허를 낸 ‘매직 크라운 시스템’이다. 크라운은 케이스 측면이 아니라 6시 방향 부근 상단에 위치하며, 총 31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이 메커니즘은 그의 모든 시계에서 드러나는 시그너처다. 칸도는 이를 프랑스어로 ‘쿠론 마지크(Couronne Magique)’라 부르며 접이식 펜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크라운을 누르면 케이스 밖으로 튀어나와 측면의 널링(knurling)이 드러나 와인딩과 시간 세팅이 가능해지는데, 작동 방식은 일반 크라운과 반대다. 끝까지 당기면 와인딩 모드, 밀어 넣으면 세팅 모드가 된다. 전통적으로 3시 혹은 9시에 위치하던 크라운을 6시 방향으로 옮김으로써 실루엣은 더욱 매끄러워졌고 착용감도 자연스러워졌다. 평소에는 케이스 안에 숨길 수 있다.
2019년에는 스스로 발명한 ‘푸앵트 뒤 리주(Pointes du Risoux)’ 기요셰 패턴을 적용한 DC6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 시계는 만질 수 있는 기요셰 다이얼로 화제를 모았다. 티타늄 베이스 위에 촉감이 느껴지는 인그레이빙을 적용한 사례는 사실상 유일하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칸도는 상공에서 내려다본 상록수 숲을 모티브로 이 패턴을 고안했으며, 금과 달리 장시간 만져도 마모가 거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데이비드 칸도의 시계 하면 티타늄을 빼놓을 수 없다. DC6 시리즈부터 전체 티타늄으로 제작한 캐스케이드 칼리버를 도입했다. 2024년 출시된 DC1 티타늄은 3N 18K 옐로 골드 다이얼을 갖추고도 무게가 단 65g에 불과하다. 오리지널 모델을 진화시킨 버전으로, 아이코닉한 요소는 유지하면서 마감과 균형을 한층 정제했다. 그에게 티타늄은 21세기 워치메이킹을 위한 이상적인 소재다. 과거 니켈 실버가 비자성, 내식성으로 혁신적이었던 반면, 티타늄은 더 가볍고 강하며 생체 친화적이다. 가공에는 전통 소재 대비 4~5배 시간이 들지만 내구성과 내식성이 뛰어나고, 온도 변화에도 안정적이며 가벼워 매일 착용해도 부담이 없다.



더 자유로워진 시간
데이비드 칸도는 네 번째 신작 ‘DC12 매버릭’에서 자신이 개발한 듀얼리티를 ‘자유로운 더블 밸런스’라 부른다. 17년간의 사색 끝에 완성한 이 시계는 워치메이킹의 대가 필립 듀포가 발명한 2개의 이스케이프먼트를 장착한 독창적인 시계 ‘듀얼리티’에서 영감받아, 그의 더블 밸런스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이 시계는 네 번째 휠에 장착한 디퍼렌셜로 연결된 트윈 이스케이프먼트를 갖춘다. 이 개념은 1930년대 발레 드 주의 EPVJ(폴리테크닉 학교)와 르 상티에 시계학교에서 탄생했으며, 필립 듀포는 1996년 이를 손목시계에 최초로 적용했다. 2개의 밸런스가 독립적으로 호흡하며 헤어스프링 쇼크 업소버 위에 자리한 디퍼렌셜 기어가 2개의 다른 입력값을 하나의 출력으로 계산한다. 실제 착용 환경에서 매우 효과적인 정밀성을 제공하는데, 보기보다 다루기 복잡하고 까다로운 구조다.
C30이라 명명된 이 신형 무브먼트는 주로 티타늄으로 제작한 부품과 브리지를 사용한다. 새틴 및 폴리싱 처리한 티타늄 케이스는 유려한 곡면을 강조하며, 지름은 매우 착용하기 좋은 39.5mm다. 두께 11.9mm로 손목에 잘 밀착되고, 필립 듀포의 34mm 듀얼리티 이후 가장 콤팩트한 디퍼렌셜 시계다. 무게는 47.8g에 불과하다. 그레이드 5 티타늄으로 제작해 가볍고 견고하며, 50m 방수 성능을 지원한다. 티타늄 케이스 자체는 46개 부품으로 조립했고 새로운 디자인임에도 기존 DC1, DC6, DC7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프리스프렁 밸런스는 3Hz로 작동하며, 파워 리저브는 96시간이다. 디퍼렌셜을 12시 방향에 배치해 오픈워크 다이얼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이는 투르비용만큼이나 정면에서 시각적 움직임을 제공한다. 도금된 저먼 실버 다이얼에 화이트 오팔 챕터 링을 결합했고 볼 형태의 다이얼 플랜지에는 32개의 티타늄 인덱스를 적용했다.
데이비드 칸도의 여러 작품은 다양한 경매 플랫폼에 출품된 바 있으며, DC12 프로토타입은 필립스 경매에서 낙찰되며 그의 발명품을 향한 시장의 열정을 분명히 증명했다. 수집가들이 흔히 프로토타입을 원하는 이유는 작품이 완성되기 이전 창작자의 가장 순수한 오리지낼리티와 초기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시계 제작의 본고장 스위스에서는 데이비드 칸도를 ‘워치메이커’라고 표현하기도 부족해 ‘콘셉퇴르 오를로제(concepteur horloger, 시계 설계자)’라 부른다.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아우르며 구조 자체를 설계하는 인물을 뜻한다. 그의 작품은 흔히 ‘영혼이 담긴 예술품’으로 평가되며, 모든 시계가 유니크 피스로 동일한 작품이 존재하지 않는다. 30년 이상 거장 필립 듀포를 비롯한 최고의 제작자들에게 배움을 얻고 21세기 최고의 혁신가로 인정받아 온 데이비드 칸도의 작품은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가치는 충분하다.
문의 02-401-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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