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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매뉴팩처, 까르띠에의 본질

  • 1일 전
  • 5분 분량

간혹 기분 좋은 하루가 길게 펼쳐질 때가 있다. 라 쇼드퐁에 까르띠에를 더하고 예술과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덧붙이게 된 날을 지금 여기에 기록한다. 시계가 예술이 되는 여정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다.


완벽하게 복원한 17세기 베른 스타일의 농가에 위치한 메종 데 메티에 다르 아틀리에. 평소에는 농사를 짓고 겨울에는 워치메이킹이 이루어지던,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역사의 산실이다. 장인들의 작업에 필요한 충분한 채광을 위해 일부 리모델링이 진행되었다.
완벽하게 복원한 17세기 베른 스타일의 농가에 위치한 메종 데 메티에 다르 아틀리에. 평소에는 농사를 짓고 겨울에는 워치메이킹이 이루어지던,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역사의 산실이다. 장인들의 작업에 필요한 충분한 채광을 위해 일부 리모델링이 진행되었다.

라 쇼드퐁, 까르띠에 워치메이킹의 산실

워치스 & 원더스 페어 마지막 날, 가벼운 웃음이 끊이지 않는 기분 좋은 분위기의 일행과 함께 짧은 여행을 시작했다. 차 안을 채우는 부드러운 목소리의 대화는 마치 배경음악처럼 제네바에서 뇌샤텔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경과 제법 잘 어울렸다. 고전소설에 나올 법한 시계 마을, 라 쇼드퐁(La Chaux-de-Fonds)에 위치한 매뉴팩처와 메종 데 메티에 다르(Maison des Métiers d’Art)가 오늘의 목적지다. 전 세계에 시계의 고장으로 명성을 높인 라 쇼드퐁은 아름답고 한적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1년 개관한 까르띠에 매뉴팩처와 2014년 시작한 메종 데 메티에 다르는 한 부지에 위치한다. 과거 부유한 가문의 농가 주택 일부였던 목조 건물에 리셉션이 자리한다. 이 브랜드에서 일한 지 곧 20여 년이 된다며 활짝 웃는 투어 담당자는 오랜 경력만큼 이 장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리미티드 에디션 워치부터 트레디셔널 워치, 하이 주얼리 작품까지 까르띠에 워치메이킹의 산실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올해 페어 기간 동안 첫선을 보인 까르띠에의 새로운 컬렉션 중 무엇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에 대한 이야기(크래쉬, 산토스 뒤몽, 미스트 드 까르띠에 등이 후보에 올랐다)와 언젠가 이 컬렉션들을 소장하게 되면 얼마나 좋을지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잘 구운 페이스트리로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메종 데 메티에 다르로 향했다.


메종 데 메티에 다르 50여 명의 인원이 30여 개가 넘는 특허를 완성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다.
메종 데 메티에 다르 50여 명의 인원이 30여 개가 넘는 특허를 완성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다.

2014년부터 메종 데 메티에 다르가 이어온 까르띠에의 정신

자연광이 깊숙이 들어오는 아름다운 메티에 다르 아틀리에로 들어서자마자 운이 좋게도 올해 다시금 프리베 컬렉션으로 선보인, 단 150피스 한정인 크래쉬 워치를 작업하는 순간을 볼 수 있었다. 입체적인 케이스를 피니싱하는 모습이 마치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옛 그림처럼 아름다운 작업 풍경은 극도로 체계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보존과 공유, 혁신을 주제로 불의 예술, 금속의 예술, 구성의 예술이라는 영역 아래 장인들의 유산을 보존하는 것이 이 장소의 사명이다.


작업에 열중한 장인들의 작업대 사이로 지금까지 선보였던 까르띠에 워치 작품들이 놓여 있다. 베누아 알롱제를 세팅한 골드 글러브와 다이얼 전체에 물결처럼 흔들리는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세르티 바이브런트 블루의 익셉셔널 피스까지, 모두 역사적인 컬렉션이다. 한쪽 벽면에는 영감이 되는 오브제와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 최종 피스가 완성되기까지의 샘플까지 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펼쳐두었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크리에이션 데스크인 셈이다. 탄력이 있는 메시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다이아몬드 세팅 케이스의 형태가 변형되는 꾸쌍 워치의 초기 3D 프린터 작업본부터 원재료, 스트랩 디자인의 다양한 버전까지 하나의 아이디어가 완성작이 되는 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3D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최대한 실제 완성품에 가까운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 장인 정신의 품질과 정밀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첨단 기술과 전통적인 노하우는 까르띠에의 창의성을 위한 필수적인 연료다. 무한대에 가까운 다양한 조합 중 가장 창조적인 시계를 만들기 위한 메티에 다르 장인들의 고도의 집중력이 공기를 채운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미스트 드 까르띠에 컬렉션은 골드 브레이슬릿 워치에 탄성 구조를 접목해 체결 장치 없이도 고무줄처럼 쉽게 늘어나 착용하기 편리하다. 이 작품 역시 메티에 다르 아틀리에의 결과물이다. 분절되어 있는 개별 피스의 작업 과정을 하나하나 만져보고 그 구조의 창의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파인 워치메이킹 타임피스를 위한 과정은 워치메이커와 젬세팅 장인이 함께 팀을 이루어 완성한다. 긴밀히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간다. 에나멜 페인팅, 머더오브펄 세팅, 나무 소재의 정교한 마키트리까지 다채로운 기법으로 완성한 팬더, 플라워, 이국적인 풍경은 물론 기하학적인 패턴까지 인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결과는 훌륭하다. 메종 데 메티에 다르는 까르띠에의 메티에 다르 컬렉션이 예술품인 이유를 증명하는 장소인 것이다.


오랜 연구를 통해 완성한 2018년 레벨라씨옹 뒨 팬더 워치
오랜 연구를 통해 완성한 2018년 레벨라씨옹 뒨 팬더 워치
다이아몬드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트렘블링 세팅 기법을 극대화한 2023 세르티 바이브런트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워치
다이아몬드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트렘블링 세팅 기법을 극대화한 2023 세르티 바이브런트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워치
꾸쌍 드 까르띠에 워치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모습
꾸쌍 드 까르띠에 워치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모습

완성도 높은 디테일을 위한 까르띠에 매뉴팩처

건너편 빌딩으로 자리를 옮긴다. 워치 매뉴팩처다. 링크와 글라스, 핸즈 생산에 특화된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거대한 기계들이 오일을 내뿜으며 쉬지 않고 무엇인가를 가공하고 있다. 바로 탱크 프랑세즈 컬렉션에 사용하는 링크다. 이를 가공하는 기계에 ‘Made in Swiss’ 각인이 선명하다. 새로운 공법의 기계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뿌리부터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근간을 발전시키는 토대라는 것을 살펴보면, 까르띠에 시계 비즈니스의 성장이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발전과 한 궤를 이루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투자를 통해 까르띠에는 스위스 워치메이킹 신에 어두운 곳 없이 불을 밝히고 시계 산업 곳곳에 단비를 내려주는 것이다.

이어서 탱크 프랑세즈 컬렉션의 조립, 케이스 제작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작은 요소까지 장인들의 손을 거쳐 완성되고 있었다. 케이스를 하나하나 광택이 나도록 연마하고, 브레이슬릿을 위한 작은 링크들은 작업대 위에 조립되길 기다리고 있다. 최근 시계업계 전반에 자동화 과정이 많아지는 것에 반해 까르띠에는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을 고집하는 분위기다. 골드 워치가 아닌 스틸 소재 워치 제작 과정임에도 그 공정에는 정성스러움이 깃들어 있다. 이어 독특한 형태의 크래쉬 케이스에 장착할 미네랄 크리스털 다이얼을 만들기 위해 유리 장인이 통제된 공간 안에서 뜨거운 불과 사투하고 있다. 마치 베네치아에서 무라노 글라스를 불에 연마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설명에 따르면 이 미네랄 크리스털 글라스가 잘 완성되었는지는 이를 제작하는 장인의 판단과 노하우가 절대적이라고 한다. 작업에 열중해 글라스를 다양한 각도로 불 위에서 연마하는 여성 장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크래쉬는 물론 똑뛰와 같은 까르띠에만의 독창성이 드러나는 케이스를 위한 글라스는 이러한 수작업을 통해서 완성하는 것이다. 다른 매뉴팩처에서는 보기 힘든, 형태의 마술사라는 브랜드 모토에 어울리는 장면이다. 첨단의 매뉴팩처에서 목격한 고전적인 작업 방식은 창의성이라는 재료가 까르띠에의 시공간 안에서 불에 달구어져 예술이 되어가는 과정을 행위예술로 구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브랜드의 역사가 이어지는 복원 아틀리에이어서 복원 아틀리에를 방문했다. 복원 전문 장인이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메인 테이블에서는 18K 골드 소재 말 여러 마리가 앞발로 어벤추린 소재의 지구본을 들어 올리는 드라마틱한 구조의 탁상시계를 복원 중이었다. 두께감이 느껴지는 터쿼이즈와 머더오브펄 소재 베이스는 이 작품이 얼마나 진귀한 작품인지 일깨워준다. 지구본 상단을 누르면 지구본의 정중앙이 위아래로 열리며 로마자로 시간을 표시한다. 다양한 소재와 제작 방식을 사용한 시크릿 워치이기에 복원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누군가 지금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소요된 복원 과정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장인은 화재로 불탄 회중시계를 3년에 걸쳐 거의 모든 요소를 재현한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대를 거쳐 물려받은 작품부터 다양한 사연을 담은 시계들이 이 복원 아틀리에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고 이야기한다. 부품이 없더라도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고증을 거쳐 최선을 다해 복원하는 것이 이 일의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메종 데 메티에 다르와 워치 매뉴팩처 투어를 마치고 나니 매뉴팩처 내부의 밝은 레스토랑에 특별한 점심이 준비되어 있었다. 완벽한 차림새로 정성스럽게 서빙하는 까르띠에 샴페인과 아스파라거스 풍미의 애피타이저, 라 쇼드퐁 지역색이 담긴 메인 디시, 파티시에의 창의력이 느껴지는 초콜릿 디저트까지. 매뉴팩처 내부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미슐랭에 버금가는 수준의 코스다. 까르띠에 샴페인과 함께하는 식사까지가 이 여정의 완성이라는 투어 담당자의 미소 띤 설명을 들으니 까르띠에의 수준 높은 호스피탤리티는 스위스의 이 깊은 산골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커피 한 잔으로 점심을 마무리하며 이 아름다운 여정에 참여한 모든 분들과 감사함을 나누고 다시 일행과 함께 제네바로 향한다. 매뉴팩처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르 코르뷔지에가 부모님을 위해 지은 초기 건축물에 들러보자는 아이디어를 건축에 조예가 깊은 일행이 제안했고, 모두 흔쾌히 그곳에 들러 아름다운 건축물을 감상했다. 프랑스와 가까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 고장의 창조적인 분위기가 전해진다. 까르띠에의 아름다운 메종 데 메티에 다르를 방문한 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여정이다. 조형미에 대한 집착, 이를 완성하기 위한 기술적인 새로운 접근, 전통의 지속을 담보로 하는 미래지향적인 예술 정신까지 담겨 있는 라 쇼드퐁에서의 하루. 까르띠에의 시계에 장인 정신을 더해 예술품으로 만드는 마법이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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