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Watches & Wonders 2026] 닫힌 산업에서 열린 산업으로

  • 4시간 전
  • 4분 분량

퍼블릭 데이를 통해 대중에게 개방한 팔렉스포, 리치몬트 그룹 중심을 넘어 LVMH 워치 브랜드부터 독립 시계까지 다양한 브랜드 참여,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는 디지털 인플루언서의 등장은 이 신의 판을 바꾸고 있다. 얼마나 많은 소비자와 연결되고, 경험을 제공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장이 된 워치스 & 원더스의 새로운 챕터를 통해 시계 산업의 미래를 예측해보자.



유통을 넘어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

세계 시계 산업이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소수 컬렉터와 유통망 중심으로 움직이던 시장이, 이제는 소비자 직접 참여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시계 산업이 기존 폐쇄적 구조에서 벗어나 개방형 생태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오랫동안 시계 산업은 리테일러와 공식 딜러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유지되어왔다. 브랜드는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와 고객 접점은 유통망이 담당하는 구조. 물론 기존 유통 네트워크는 여전히 공고하지만, 일반 소비자의 직접 구매와 리세일 시장은 기존 시장 규모만큼 새로운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최근 독립 시계 브랜드들이 선입금을 받는 메이드 투 오더 시스템으로 단일 상품을 100억 이상 판매하고 약 3~5년에 걸쳐 완성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개척했다. 컬렉터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모델은 역설적으로 대형 브랜드까지 전파되고 있다. 물론 서브스크립션의 주문 방식은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실물을 보지 않은 채 중간 딜러 없이 디지털 채널의 다이렉트 메시지만을 통해 이루어지기에 꽤 놀랍다. 여기에 롤렉스 CPO 비즈니스의 확장세를 보면 기존 유통망을 벗어난 소비자 관점의 시장 잠재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워치스 & 원더스는 퍼블릭 데이와 디지털 미디어 관계자 초청을 통해 브랜드가 직접 소비자를 만나는 접점을 확대하는 중이다. 제네바에서 이야기를 나눈 시계 관계자들은 이를 단순한 유통 변화가 아닌 D2C(Direct to Consumer) 구조로의 전환으로 보고 있다. 브랜드가 더 이상 중간 채널에 의존하지 않고, 고객 데이터와 경험을 직접 관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견해다. 과거에는 신제품의 기술력과 희소성이 핵심 경쟁 요소였다면, 이제는 ‘얼마나 매력적인 경험과 콘텐츠를 제공하는가’가 중요해진 것이다.


대중 속으로, 워치스 & 원더스의 변화

워치스 & 원더스의 가장 큰 변화는 ‘접근성’이다. 과거에는 초청받은 인사만 현장을 방문할 수 있었지만, 퍼블릭 데이 참여는 물론 온라인 플랫폼과 SNS 채널을 통해 신제품 공개를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덕분에 일반 시계 애호가들도 행사에 직접 참여하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브랜드 전략 역시 대중화를 견인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롤렉스, 파텍 필립, 까르띠에 등 주요 럭셔리 브랜드들은 기존의 한정된 고객층에서 대상을 확장해 젊은 세대와 신규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공략, 제품 설명과 콘텐츠를 보다 직관적으로 선보인다. 시계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스마트 워치 확산에도 기계식 시계는 투자 자산이자 시인성이 높은 아이코닉한 아이템으로 재조명되었다. 특히 한정판 모델과 신작 발표는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끌며, 박람회 자체의 화제성을 높였고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력도 확대되었다. 인플루언서와 전문 리뷰어가 행사 현장과 신제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과거 업계 내부에 국한됐던 정보가 실시간 콘텐츠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시계 산업에 최적화된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은 물론 유튜브 채널을 통해 디지털 중계, SNS 확산, 일반 관람객 입장 허용 등을 통해 대중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개선했다.


역대 최대 65개 브랜드 참여, 경험의 장이 되다

행사 규모 확대 역시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올해는 약 65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여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파텍 필립과 롤렉스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부터 노모스, 오리스 같은 접근성이 뛰어난 다양한 시계 브랜드를 포용하며 시계 산업 전반을 관장하는 산업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한다. 참여 브랜드들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퍼블릭 데이에는 소비자가 실제로 시계를 보고, 착용하고, 브랜드 철학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시계 경험’을 강화해 고객과의 직접적인 관계 구축에 나섰다. 까르띠에와 태그호이어 같은 주요 브랜드들은 전시 공간을 단순 진열장이 아닌 ‘스토리텔링 공간’으로 구성했다. 영상, 인터랙티브 전시, 협업 프로젝트 등을 통해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은 효과적이다.


올해 다시 워치스 & 원더스에 출사표를 던진 오데마 피게의 부스는 르 브라슈의 뮤지엄을 고스란히 옮겨 실제 시계를 제작하는 장인들이 설명을 도맡았다. 이를 통해 시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부스를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하이엔드 브랜드임에도 자세한 설명과 경험, 심지어 포토 존까지 마련해 팝업 스토어의 형태를 띠도록 완성했다. 방문자가 실시간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가득한 구성이다. 과거에는 전문 매체와 바이어가 정보를 독점했지만, 이제는 일반 관람객이 직접 콘텐츠 생산자가 되기에 다양한 콘텐츠로 채운 부스 구성은 바이럴에 매우 효과적이다. SNS를 통해 현장 경험이 실시간으로 확산되면서, 브랜드 메시지가 훨씬 빠르고 넓게 퍼진다. 퍼블릭 데이는 사실상 ‘관람객을 미디어로 활용하는 구조’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셈이다.




리치몬트 중심에서 ‘다자 경쟁 구도’로, 판이 바뀌다

이제 워치스 & 원더스는 럭셔리 대기업과 독립 브랜드가 동시에 경쟁하는 ‘글로벌 격전지’로 변모했다. 오데마 피게가 올해 다시 부스에 진입한 것이 이 경향에 확증을 준다.


워치스 & 원더스의 전신은 SIHH(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로, 리치몬트(Richemont) 그룹이 주도해온 행사다. 초기 구조는 매우 명확했다.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등 리치몬트 산하 브랜드들이 중심이었고, 초청받은 바이어와 미디어만 입장할 수 있는 살롱형 이벤트였다. 국내에서도 소수의 미디어만 초청되었고, 실제 현장에서도 바이어 중심의 행사라는 명확한 기조가 느껴졌다. 이후 바젤월드의 종료, 워치스 & 원더스의 규모 확장에 따라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LVMH의 본격적인 참여다. 태그호이어, 위블로, 제니스, 불가리 등 주요 시계 브랜드가 큰 규모의 부스를 공개하며 존재감을 빠르게 확대했다(물론 해당 브랜드들은 바젤월드 시기에도 LVMH 산하에서 대형 부스를 유지했으나, 이 시기에는 리치몬트 브랜드들과 함께 부스를 운영한 것이 아니기에 지금 워치스 & 원더스에 참여해 완벽히 럭셔리 존으로 진입한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특히 LVMH가 럭셔리 비즈니스에 권위를 지닌 기업이라는 점은 많은 변화를 시사한다. LVMH는 해를 거듭하며 단순 참가를 넘어 행사 운영 구조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며 워치스 & 원더스는 글로벌 럭셔리 기업 간 전략 경쟁의 무대로 발전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 구조 변화 못지않게 중요한 흐름은 독립 시계 브랜드의 유입이다. 레페 1839, 아르민 스톰, 모저앤씨 등이 기술력과 디자인 차별화를 앞세워 규모와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대형 그룹 중심 산업’이라는 인식을 깨고, 독립 브랜드와 니치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혁신 브랜드가 경쟁하는, 창의성과 기술 중심의 경쟁 구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계 종주국의 위상을 바로 세우다

브랜드와 미디어, 소비자가 함께하는 워치스 & 원더스. 바이어 위주의 시장에서 글로벌 마케팅 캠페인 중심 허브로 변화하는 이 박람회를 통해 시계 산업의 향방을 알 수 있다. 현재 시계 산업이 마주한 변화의 본질은 명확하다. ‘권위를 넘어 관계의 시대로’. 폐쇄적이던 럭셔리 산업이 디지털 전환과 함께 개방성을 강화하면서, 워치스 & 원더스는 글로벌 소비자 이벤트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이 산업이 다양한 변화 속에서 ‘열린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다시 한번 살아남을 것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가까운 날 스와치 그룹의 참여까지 이루어진다면 시계 종주국으로서 스위스의 위상을 다시 한번 바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