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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026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 bhyeom
  • 9월 27일
  • 5분 분량

차세대 워치메이킹을 향한 찬사, 2025~2026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2023년 시작된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가 올해 두 번째 에디션을 맞아 전 세계 유망 독립 시계 제작자 20인을 준결승에 올렸다. 경쟁보다 창의성을 지닌 인재의 발굴과 지원에 초점을 맞춘 이 프로그램은 천재적인 재능을 한눈에 발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계 애호가라면 이 공모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2023년에 시작한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는 올해 두 번째를 맞았다. 루이 비통 워치 부문 디렉터 장 아르노(Jean Arnault)는 독립 시계 제작의 열렬한 팬으로, 최근 루이 비통의 다양한 협업에서도 그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저평가된 장인을 조명하고 지원하기 위해 이 상을 제정했다. ‘공모전’이라 불리지만, 사실 이곳에서는 경쟁이라는 개념이 없다. 이 행사의 목적은 독립 시계 제작자들의 창의성을 발굴하고 차세대 인재를 육성하는 데 있다. 그래서 애호가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누가 우승할까’ 기대하는 게임이 아니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신예 제작자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플랫폼에 가깝다. 우승자와 무관하게 프로그램의 운영 방식 자체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2023–2024년도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수상자 라울 파제스
2023–2024년도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수상자 라울 파제스
루이비통 워치 프라이즈 시상식 행사장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시상식 행사장
루이비통 워치 프라이즈 트로피를 제작중인 인그레이빙 마스터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트로피를 제작중인 인그레이빙 마스터
라울 파제스의 RP1 - 익스펜션 레귤레이터
라울 파제스의 RP1 - 익스펜션 레귤레이터

출품작은 ‘디자인’, ‘창의성과 대담함’, ‘디테일과 마감’, ‘복잡성’, ‘기술적 혁신’ 등 다섯 가지 기준으로 심사된다. 참가자들은 모두 기존 시계 디자인의 고정관념을 깬 신선한 주제와 기술을 통해 자신의 창의성을 마음껏 펼치며, 여기에는 떠오르는 신진 워치메이커부터 수차례 수상 경력을 지닌 실력자까지 한자리에 모인다. 따라서 최종 결승자를 손꼽아 기다리지 않더라도, 이미 20명의 준결승 진출자들이 실력을 입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발표일까지는 이들의 작품을 하나씩 음미하며 즐기면 된다. 첫 회이자 이전 대회의 우승자는 라울 파제스(Raul Pagés)로, 그의 작품 ‘RP1 - 익스펜션 레귤레이터(RP1 - Régulateur à détente)’가 선정됐다. 그는 루이 비통의 라 파브리크 뒤 텅(La Fabrique du Temps)에서 1년간의 멘토링과 상금을 받았으며, 이번 대회에서도 동일한 혜택이 제공된다. 참고로 오는 12월 15일 결승 진출자 5인과 최종 심사위원 명단이 발표되며, 최종 우승자는 2026년 3월 24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20명의 준결승 진출작 전체를 다루기보다, 특히 인상 깊었던 시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David Candaux – DC6 티타늄

David Candaux – DC6 티타늄
David Candaux – DC6 티타늄
David Candaux – DC6 티타늄
David Candaux – DC6 티타늄

스위스 발레 드 주 르 솔리에 출신의 독립 시계 제작자인 데이비드 칸도(David Candaux)는 ‘천재 워치메이커’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3세대 워치메이커인 그는 수세기 동안 이어져온 시계 제작 전통을 배우며 자랐고, 훗날 예거 르쿨트르에 입사해 울트라 컴플리케이션 시계 개발에 기여했다. 2011년 예거 르쿨트르를 떠난 뒤에는 스위스의 유수 시계 제조사에서 콘셉퇴르 오를로제(concepteur horloger)로 일하며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정교한 무브먼트를 제작했다. 비밀 유지 계약으로 이 시기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공개할 수 없지만, 널리 알려진 사례 중 하나는 MB&F의 HM6 스페이스 파이러트(Space Pirate)다. 2017년에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론칭하고, 여러 차례의 릴리즈를 거쳐 드디어 올해 출시한 DC6가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의 준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랐다. 그의 대표적인 기술 혁신은 티타늄 소재와 30도 기울어진 플라잉 투르비용이다. 티타늄은 내구성, 인체 친화성, 천연 소재로서의 장점까지 갖춰 시계의 장수성을 보장한다. 칸도는 케이스뿐 아니라 무브먼트에도 티타늄을 광범위하게 적용해 전체 무게를 50g 이하로 줄였고, 덕분에 손목에 올렸을 때 깃털처럼 가볍고 편안하다. 직접 제품을 착용해본 애호가들이 꼽은 최고의 디테일은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퐁트 드 리주(Pointe de Risoux)’ 기요셰 패턴 다이얼이다. 지난 4월 워치스 & 원더스 현장에서 만난 칸도는 “착용자가 시계와 더 깊이 교감하길 바랐다”라고 설명했다. 필자 역시 사파이어 크리스털 너머로 바라보던 정교한 수작업 장식을 손끝으로 직접 느낀 순간을 쉽게 잊을 수 없다. 시간을 표시하는 돔 형태의 서브 다이얼 옆, 9시 방향에는 30도 기울어진 투르비용이 자리한다. 시계의 기계적인 미를 향상하면서 정확도와 크로노미터 성능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케이지는 단 27개 부품으로 구성되며, 케이지와 휠 모두 티타늄으로 제작해 관성률을 최소화했다. 케이지에는 흰색 래커 마감의 작은 화살표가 달려 있어 러닝 세컨즈 기능을 겸한다. 데이비드 칸도의 또 다른 독자적 시스템인 ‘매직 크라운’은 6시 방향에 자리하며, 오른쪽에는 ‘David Candaux’, 왼쪽에는 ‘Handcrafted’라는 양각 문구를 검정 래커 처리한 초승달 모양 플랜지 위에 새겨 전체 디자인의 밸런스를 이룬다.



Kudoke – 쿠도케 5

Kudoke – 쿠도케 5
Kudoke – 쿠도케 5
Kudoke – 쿠도케 5
Kudoke – 쿠도케 5
Kudoke – 쿠도케 5
Kudoke – 쿠도케 5

현재 살아 있는 위대한 독립 시계 제작자 중 스테판 쿠도케(Stefan Kudoke)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을 경우는 없다. 22세에 우등으로 졸업한 스테판은 글라슈테 오리지널, 브레게, 블랑팡, 오메가의 컴플리케이션 부서 및 서비스 부서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고, 2005년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창립했다. 그의 모토는 전통 시계 제작 기술을 유지하되 한눈에 ‘쿠도케 시계’임을 알아볼 수 있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번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수상 후보에 오른 모델은 ‘HANDwerk’ 라인의 ‘쿠도케 5’다. 눈치챘겠지만 이 시계의 가장 큰 특징은 24시간 회전 천체 디스크다. 지난 <GMT KOREA>와의 인터뷰에서 스테판은 “이 시계는 2019년 GPHG에서 수상한 쿠도케 2를 계승한 버전이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시간 읽기를 구현하고 싶어 회전식 디스크 아이디어를 구상했다”라고 말했다. 직접 손으로 인그레이빙한 돔 천체 디스크를 통해 풍부한 감수성을 전하고, 야간 구역에는 황금빛 포인터가 새겨져 있다. 15분 단위로 나뉜 인덱스와 짝수로 이룬 시간 인덱스를 통해 시간을 읽을 수 있다. 시스루 백을 통해 드러나는 무브먼트는 오스트리아의 독립 시계 제작사 하브링²(Habring²)와 공동 개발한 독자 칼리버 1이다. 대형 천체 디스크와 그에 통합된 볼 베어링 시스템을 지원하도록 개조한 이 무브먼트는 프로스트 처리한 브리지, 쿠도케의 무한대 심벌을 새긴 밸런스 콕 등 세심한 수공 마감이 돋보인다. 28,800vph로 진동하며, 파워 리저브는 46시간이다.




Auffret Paris – 지르베니 “블루 트레인”

Auffret Paris – 지르베니 “블루 트레인”
Auffret Paris – 지르베니 “블루 트레인”
Auffret Paris – 지르베니 “블루 트레인”
Auffret Paris – 지르베니 “블루 트레인”
Auffret Paris – 지르베니 “블루 트레인”
Auffret Paris – 지르베니 “블루 트레인”

테오 오프레(Theo Auffret)는 저명한 수집가들이 꼽는 재능 있는 프랑스 워치메이커로, 독립 시계 브랜드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꼭 소장해야 할 시계'로 추천받는다. 그는 파리에 자리한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프로토타입의 거의 모든 부품을 직접 손으로 제작한다. 사려 깊은 디테일 덕분에 시계를 마주한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감탄과 대화를 이끌어낸다. 오프레는 2018년 F.P. 주른이 주관한 '영 탤런트 컴피티션(Young Talent Competition)'에서 수상한 젊은 워치메이커 중 한 명으로, 일찌감치 탁월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그는 오프레 파리(Auffret Paris)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올 4월에 선보인 '지르베니 "블루 트레인"'으로 이번 공모전의 준결승 진출자로 선정되었다. 이 모델은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투르비용 아 파리(Tourbillon a Paris)'의 후속작으로, 기존의 스켈레톤 스타일 대신 미니멀한 쓰리 핸즈를 강조한 솔리드 형태의 다이얼로 출시되었다. 참고로 '투르비용 아 파리’ 컬렉션 중 2019년에 탄생한 그의 첫 데뷔작은 18세기 정밀 시계에서 영감을 받았다. 레귤레이터 디스플레이, 7시 방향에 배치된 14mm 투르비용 케이지, 저먼 실버와 스틸 브리지, 브레게 헤어스프링, 실린드리컬(cylindrical, 원통형) 추를 사용해 밸런스의 안정성과 세밀한 전통 요소를 담았다. 해당 모델은 세계적인 수집가이자 투자자인 알프레도 파라미코(Alfredo Paramico)가 ‘반드시 수집해야 할 독립 시계 컬렉션’ 중 하나로 꼽은 시계이기도 하다. 2025년의 '지르베니 "블루 트레인"' 모델은 단 5점만 생산되며, 2026년에는 10점이 생산될 예정이다.





Fam al Hut – 뫼비우스

Fam al Hut – 뫼비우스
Fam al Hut – 뫼비우스
Fam al Hut – 뫼비우스
Fam al Hut – 뫼비우스
Fam al Hut – 뫼비우스
Fam al Hut – 뫼비우스

오랫동안 수집가로 활동하던 팜 알 헛의 공동 창립자 다이(Dai)와 루카스(Lukas)는 언젠가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했고, 그 결실이 바로 ‘뫼비우스’다. 데뷔작임에도 조심스럽게 시장에 발을 들이기보다 이중 축 투르비용, 레트로그레이드 분침, 점핑 아워라는 강력한 복합 기능을 담아 거침없이 등장했다. 케이스 역시 평범하지 않다. 타원형 모양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원형 케이스나 러그가 있는 전통적 형태를 고수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케이스 백은 손목 곡선에 맞게 살짝 휘어 있으며, 길이 42.2mm, 너비 24.3mm, 두께 12.9mm다. 버블 모양의 사파이어 크리스털 덮개 덕분에 가장 두꺼운 부분은 17.4mm에 이른다. 다이얼은 상하로 구분된다. 윗부분에는 이중 축 투르비용이, 아랫부분에는 두 쌍의 레트로그레이드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분침은 부드럽게 움직이며, 시침은 점프한 뒤 원위치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특히 투르비용 케이지의 형태는 뫼비우스의 무한대 기호를 닮아, 시간의 순환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작은 케이스에 이처럼 복잡한 무브먼트를 담아낸 점은 경이롭다. 무브먼트는 50시간의 파워 리저브와 시간당 2만1600회의 진동수를 갖췄다. 메커니즘을 과감히 드러낸 이 첫 야심작에 ‘최근 본 시계 중 가장 독창적’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Hazemann & Monnin – 스쿨 워치

Hazemann & Monnin – 스쿨 워치
Hazemann & Monnin – 스쿨 워치
Hazemann & Monnin – 스쿨 워치
Hazemann & Monnin – 스쿨 워치

알렉상드르 아제망(Alexandre Hazemann)과 빅토르 모닌(Victor Monnin). 이 두 이름이 낯설다면, 서둘러 ‘눈여겨볼 젊은 독립 시계 제작자’ 리스트에 업데이트하길 권한다. 두 사람은 2023년 ‘F.P. 주른 영 탤런트 컴피티션’ 수상자로, 프랑스 모르토에 위치한 리세 에드가르 포르(Edgar Faure)에서 시계 제작을 전공한 오랜 동급생이다. 이들은 7학년 과정에서 지금까지 배운 기술을 실현한 두 가지 ‘스쿨 워치(School Watch)’ 컬렉션을 선보였다. 경연 대회에서는 아제망의 ‘AH.02 시그너처’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올해는 모닌의 ‘더 이모털 스쿨 워치’가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후보에 올랐다. 두 사람은 ‘점핑 아워 기능이 있는 차임 무브먼트’를 제작한다는 목표로 무려 8개월에 걸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빅토르 모닌의 작품은 말라카이트 다이얼이 돋보이는 예술적이고 정돈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라 주-페레(La Joux-Perret)의 LJP 6900 칼리버를 기반으로 수작업 마감과 수정 작업을 거쳤으며, 직접 설계 및 제작한 차임 점핑 아워 메커니즘을 장착했다. 해머와 공, 점핑 아워 장치는 다이얼 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케이스는 42mm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이며, 박스 형태의 맞춤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사용했다. 케이스 브러싱, 폴리싱, 블랙 폴리싱 나사 등 모든 마감을 직접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그들의 경력을 상징하는 기념비적 작품으로 시작되었다. 빅토르는 프로토타입 제작자로서 장인적 경로를 걷고 있고, 알렉상드르 아제망은 스위스에서 학업을 이어가며 에마뉘엘 부셰(Emmanuel Bouchet) 공방에서 컴플리케이션 설계자로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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