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창조의 여정을 품은 롤스로이스

  • bhyeom
  • 9월 29일
  • 5분 분량

From Goodwood TO SEOUL


최근 럭셔리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단순한 판매 공간에서 ‘경험의 장소’로 재정의하고 있다. 고객과 깊이 있는 유대감을 형성하고, VVIP만을 위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교류하는 ‘공간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다. 팬데믹 시기 소비의 중심이 주거 공간으로 옮겨 갔지만, 사회 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된 지금은 외부에서 누리는 프라이빗하고 럭셔리한 공간에 대한 욕구가 더욱 커졌다. ‘공간의 힘이 럭셔리 시장을 이끈다’는 명제를 입증하며, 브랜드들이 공간 경험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2024년 리뉴얼을 거쳐 브랜드의 아이텐티티가 반영된 롤스로이스 모터카 청담 쇼룸 외부
2024년 리뉴얼을 거쳐 브랜드의 아이텐티티가 반영된 롤스로이스 모터카 청담 쇼룸 외부
롤스로이스 맞춤 제작의 심장, ‘아틀리에(Atelier)’. 수십 가지 가죽 컬러와 무한한 소재 조합으로 고객의 상상을 현실로 바꾼다.
롤스로이스 맞춤 제작의 심장, ‘아틀리에(Atelier)’. 수십 가지 가죽 컬러와 무한한 소재 조합으로 고객의 상상을 현실로 바꾼다.

영국 굿우드에 본사를 둔 롤스로이스는 공간 브랜딩과 고객 경험 제공의 선두주자다. 청담 쇼룸과 잠실 프라이빗 오피스를 동시 취재하며, 두 공간에서 구현되는 롤스로이스만의 특별한 서비스와 비스포크 철학을 직접 확인했다. 청담 한복판, 럭셔리 브랜드와 갤러리, 미식이 모여 있는 거리에 ‘롤스로이스 청담 쇼룸’이 자리한다. 이곳은 오직 한 팀의 고객을 위한 프라이빗 서비스를 제공한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고객의 진정한 취향을 발견하는 것이 롤스로이스 고객 경험의 핵심이다. 이 철학은 비스포크 제작 과정에서 극대화된다. 고객의 개인적인 스토리와 취향을 차량에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 롤스로이스 비스포크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한 고객이 오랫동안 집 앞에서 키워온 나무는 차량의 인테리어 패널로 새롭게 태어났고, 이 모든 과정은 자동차를 넘어 개인의 이야기를 예술 작품으로 완성하는 창작의 여정에 가깝다.



롤스로이스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의 제임스 베이준(James Bazun) 롤스로이스모터카 리저널 디자이너(좌), 최원근 고객 경험 매니저(우)
롤스로이스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의 제임스 베이준(James Bazun) 롤스로이스모터카 리저널 디자이너(좌), 최원근 고객 경험 매니저(우)
한국 문화에서 영감 얻은 인테리어 요소와 고요한 분위기의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
한국 문화에서 영감 얻은 인테리어 요소와 고요한 분위기의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
ree

창조의 공간, 청담 쇼룸

2004년 한국 최초로 ‘롤스로이스모터카 서울’로 문을 연 청담 쇼룸은 2024년 리뉴얼을 거쳐 고객의 상상력을 구현하는 ‘창조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입구는 판테온 신전을 모티브로 한 판테온 그릴로 장식되어 있고, 환희의 여신상(Spirit of Ecstasy)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쇼룸에 들어서면 만나는 웰컴 존 ‘캐비닛 오브 큐리어시티(Cabinet of Curiosity)’는 한국 아티스트 양유완의 작품과 난초, 달항아리 등 한국적 디자인 요소가 현대적 감각과 어우러져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서울만의 롤스로이스 경험’을 선사한다. 총 2층 규모의 청담 쇼룸은 리뉴얼을 거치며 2층 전시 공간이 확장되었다.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면 자동차를 마치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공간이 펼쳐진다. 롤스로이스 최초의 SUV 컬리넌(Cullinan)부터 상징적 디자인에 현대적 편의성을 더한 고스트 시리즈 II(Ghost Series II), 더 넓은 실내 공간의 고스트 익스텐디드(Ghost Series II Extended), 그리고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스펙터(Spectre)까지, 4대의 모델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또 프라이빗 이벤트가 열리기도 하는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는 방문객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휴식을 취하고 상담 전후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경험의 장소’라는 콘셉트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소재에서 코치라인까지, 모두 비스포크

청담 쇼룸을 특별한 이유는 맞춤 제작의 심장, ‘아틀리에(Atelier)’가 있기 때문이다. 목재 비니어, 가죽, 양털, 자수, 금속 인레이, 직물 샘플 등 차량 내·외관을 구성하는 수백 가지 소재와 색상이 진열돼 있다. 전담 비스포크 컨설턴트와 함께 고객은 샘플을 직접 보고 만지며 라이프스타일, 취향, 차량의 용도에 맞춘 색상과 소재 조합을 설계한다. 고객 의뢰에 따라 모노그램, 패턴, 희귀 소재까지 반영해 단 하나뿐인 차량을 완성한다. 굿우드를 떠나는 롤스로이스 중 똑같은 차가 한 대도 없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롤스로이스의 고급 비스포크 옵션인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의 뒷면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차량 실내 천장에 800~1600개의 광섬유를 한 땀 한 땀 심어 밤하늘의 별자리를 재현하는 이 작업은 기본 제작에만 약 9시간, 고객의 실제 별자리를 반영할 경우 17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장인의 정밀한 손길이 만들어내는 예술 작품 그 자체다. 차량 외관을 완성하는 ‘코치라인(Coachline)’ 역시 롤스로이스만의 독보적 장인 정신을 보여준다. 숙련된 장인이 차량 측면에 1mm 두께의 선을 직접 붓으로 그려 넣는 이 마지막 터치는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비스포크를 말하지만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완성도의 상징이다. 청담 쇼룸은 전시장을 넘어선다. 롤스로이스 서울만의 경험을 완성하며, 브랜드가 ‘고객의 상상력을 구현하는 곳’임을 체감하게 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

더 세밀하고 개인화된 맞춤 제작을 원한다면, 다음 목적지는 2024년 11월 서울 잠실에 문을 열고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Private Office Seoul)’이다. 비스포크를 넘어 ‘하이 비스포크’를 다루는 핵심 거점이자, 세계 네 번째 프라이빗 오피스다. 하이 비스포크는 옵션 조합을 넘어 차체 형태, 소재, 디테일을 구조 차원에서 새로 설계하는 최상위 맞춤 단계다. 영국 본사를 제외하면 두바이, 상하이, 뉴욕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서울이 선택된 이유는 명확하다. 롤스로이스는 한국을 ‘상방이 열린 시장’, 즉 큰 가능성이 있는 시장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K-컬처와 K-팝의 글로벌 영향력, 그리고 컬리넌의 등장 이후 가속화된 ‘오너드리븐(owner-driven)’ 라이프스타일 전환이 그 배경이다. 과거 아시아 럭셔리 중심지가 일본 긴자와 중국 상하이에 머물렀다면, 이제 그 축은 하이엔드 맞춤 제작의 새로운 허브, 서울로 이동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비스포크의 정점, 아르카디아 드롭테일
롤스로이스 비스포크의 정점, 아르카디아 드롭테일
롤스로이스 비스포크의 정점, 아르카디아 드롭테일
아르카디아 드롭테일
아르카디아 드롭테일
아르카디아 드롭테일

코치빌드까지 가능한 롤스로이스 하이 비스포크

벽과 일체화된 패널 문이 열리면 한옥의 창살 프레임 너머로 석촌호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곳에는 영국 본사에서 파견된 비스포크 디자이너 제임스 베이준(James Bazun)과 최원근 고객 경험 매니저가 상주하며 고객의 상상을 세밀하게 구체화하고 제작 전 과정을 함께한다. 외관 색상과 소재, 실내 마감, 장식 디테일까지 모든 결정은 본사와 긴밀히 공유·조율하며, 단 한 대의 롤스로이스를 완성하기 위한 협업이 이어진다. 롤스로이스의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통해 외장 도장은 4만4000가지를 구현할 수 있다. 여기에 고객의 스토리와 취향이 더해지면 선택의 폭은 상상을 초월한다. 고객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이 롤스로이스 비스포크의 철학이며, 이러한 제작 과정은 ‘공동 창작’에 가깝다. 고객의 영감을 바탕으로 본사 엔지니어, 소재 전문가, 목공 장인, 컬러리스트가 구현 방법을 찾아낸다. 마키트리(목재 상감), 가죽 자수와 페인팅 등 섬세한 디테일은 모두 본사 굿우드 장인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 때로는 단 하나의 컬러를 위해 3000시간 이상의 실험이 이어지기도 한다. 하이 비스포크의 정점은 ‘코치빌드(Coachbuild)’다. 보디 형태 자체를 새롭게 설계하는 이 단계는 자동차가 아닌 ‘움직이는 예술품’을 만드는 일에 가깝다. 기준은 명확하다. 국가별 안전·규제 요건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고객이 원하는 모든 조건을 구현한다. 대표적인 사례인 ‘아르카디아 드롭테일(Arcadia Droptail)’은 4년에 걸쳐 233개의 목재 조각과 8000시간의 수작업으로 완성되었다. 실제로 고객들은 언제나 롤스로이스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그들의 요청은 늘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하고, 브랜드는 이러한 도전을 함께 해결해 나가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비스포크로 완성된 단 하나의 롤스로이스를 소유한 고객이 곧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앰배서더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프라이빗 오피스는 롤스로이스를 4~5번째로 구매하는 고객처럼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각별하다. 기존에 없는 것을 만드는 창의적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단순히 차를 소유하는 이유를 넘어 롤스로이스를 소유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고객 환대의 철학

서울 ‘프라이빗 오피스’는 고객이 상상한 롤스로이스를 구현하는 제작 스튜디오이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어디든 움직이는 맞춤 제작 거점이기도 하다. 같은 타임존에서 신속히 대응하고, 필요하면 직접 찾아가는 것이 운영 철학이다. 실제로 이곳의 비스포크 디자이너와 고객 경험 매니저는 작년 11월 오픈한 이후 약 3개월간 일본, 동남아시아, 뉴질랜드, 인도 등 10여 개국을 오가며 고객을 만났다. 이렇게 ‘모바일 비스포크 스튜디오’로 확장된 서울 오피스는 원하는 장소 어디서든 하이 비스포크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서울을 찾은 해외 고객에게는 차량 상담을 넘어 호텔 예약과 엔터테인먼트, 프라이빗 액티비티까지 아우르는 ‘럭셔리 풀 패키지’를 큐레이션한다. 이는 롤스로이스가 제품 그 자체보다 ‘경험’에서 경쟁력을 찾는 브랜드임을 잘 보여준다. 또 환대의 중심에는 언제나 ‘가족’이 있다. 프라이빗 오피스에는 전용 키즈룸을 마련해, 자녀와 함께 방문한 고객도 편안하게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롤스로이스는 한 사람의 선택이 아닌, 가족 모두의 시간을 함께 만든다. 차량 선택과 제작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가족 전체가 함께하는 긴 여정임을 존중하는 접근이다. 이처럼 롤스로이스의 환대는 한 대의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작해, 고객의 일상과 여행, 가족의 시간까지 확장된다. 프라이빗 오피스는 이러한 특별한 경험이 시작되는 공간이자, 전 세계 고객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Made in UK, 굿우드의 정신을 세계로

청담 쇼룸과 프라이빗 오피스에서 시작된 고객의 비스포크 여정은 더 이상 단순히 ‘차를 구매하는 것’을 넘어선다. 롤스로이스의 모든 차량은 반드시 비스포크로 완성되며, 이 과정에서 고객은 기획자가 되고, 브랜드는 그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창조자가 된다. 영국 굿우드로 전달된 비스포크 비전은 외장 패널부터 실내 마감재, 장식 요소까지 각 분야 장인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 예외 없이 모든 과정은 영국 굿우드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생산지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단순 조립하는 럭셔리 브랜드가 늘어난 오늘날, 여전히 원산지와 장인 정신을 지키는 ‘진정한 럭셔리’의 상징이다. 이러한 일관성은 롤스로이스가 자동차라는 상품을 명품의 반열로 끌어올린 최초의 브랜드이자, 지금까지 건재한 이유다.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