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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비 다르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1분 전
5분 분량

사람들은 왜 시계에 매료되고 무엇을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할까. 인간의 선택을 연구해 온 행동경제학자이자 열정적인 수집가, 라비 다르 교수에게 시계 수집의 의미를 물었다.

시계를 예술 작품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그 안에 담긴 가치를 누구보다 진지하게 탐구한다. 어린 시절부터 수집을 시작해 파텍 필립 퍼페추얼 캘린더 Ref. 3448, F.P.Journe의 옥타 칼랑드리에 ‘브라스 무브먼트’ 등 이른바 성배 중의 성배로 꼽히는 타임피스를 소유한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라비 다르(Ravi Dhar)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처음 구입할 당시만 해도 이토록 가치가 상승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지만, 그의 선구안만큼은 분명 남다르다. 이러한 희소성과 자산 가치가 높은 시계일수록 향후 재판매를 염두에 두고 금고에 보관하기 마련인데, 그는 이를 직접 일상에서 즐기는 데 더 큰 의미를 둔다. 시계를 투자 대상이 아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진정한 수집가의 면모가 드러난다. 후회 없는 컬렉팅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귀 기울여볼 만한 라비 다르의 철학과 경험을 인터뷰에 담았다.



<GMT KOREA>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반갑다.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는 라비 다르다. 강단에 선 지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그동안 줄곧 ‘사람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까?’라는 한 가지 질문을 탐구해왔다. 흔히 행동과학, 혹은 행동경제학이라 부르는 분야다. 연구와 함께 여러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 전략 자문도 맡고 있다.


시계 수집은 어떻게 시작했나?

많은 컬렉터가 그렇듯, 어린 시절에는 당시 가격이 저렴했던 스와치 시계를 착용했다. 처음으로 비교적 고가의 시계를 구입한 것은 첫 직장을 얻었을 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일하던 무렵이었는데, 평소 아끼던 브랜드인 보메 메르시에(Baume & Mercier)를 골랐다. 그 시계는 지금도 소장하고 있다. 처음부터 스스로를 컬렉터라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첫 시계는 그저 마음에 들어서 산다. 그러다 두 번째, 세 번째가 생기고,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어라, 내가 시계를 모으고 있었네?’ 미술품 수집가들도 마찬가지다. 대개 서너 번째 작품을 들이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을 컬렉터라 인식하기 시작한다. 나 역시 그렇게 여러 브랜드와 시계 제작의 세계를 하나씩 알아가며 자연스럽게 컬렉션을 넓혀왔다.


최근 가장 아끼는 시계는 무엇인가?

마침 오늘 차고 나온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다.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인데, 로열 오크 특유의 디자인을 정말 좋아한다. 유행을 타지 않는, 그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이다. 사실 내가 소장한 시계는 대부분 가죽 스트랩을 사용하기에 스틸 브레이슬릿을 착용하는 일은 드문 편이다. 화려함보다 절제된 멋을 좋아하는데, 로열 오크는 찰수록 그 대칭미와 완성도에 감탄하게 된다. 왜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는지 알 것 같다. 물론 지난 10년, 특히 팬데믹 이후로는 이런 시계를 손에 넣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지만.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574ST.OO.1220ST.02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574ST.OO.1220ST.02

제랄드 젠타(Gérald Genta)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에도 관심이 있다고.

제랄드 젠타가 자기 이름을 걸고 내놓은 시계 중에도 훌륭한 디자인이 많다. 최근 작품 가운데는 내 취향과 거리가 먼 것도 있지만, 20~30년 전 모델들을 보면 지금 봐도 손색없는 클래식이 적지 않다. 다만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게 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애프터서비스다. 소규모 브랜드는 수리나 관리가 만만치 않다. 스위스까지 시계를 보내야 하고, 몇 달씩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아직 본격적으로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디자이너로서 제랄드 젠타가 남긴 유산만큼은 깊이 존경한다. 고백하자면 나는 오랫동안 노틸러스와 아쿠아넛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특히 아쿠아넛에 자꾸 눈길이 갔다. 처음엔 단순하면서도 묘하게 독특한 형태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바로 그 간결함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내가 생각하는 시계 제작의 중요한 두 요소는 엔지니어링과 미학이다. 기술적 완성도에 더 끌리는 사람이 있고, 디자인에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컬렉터는 두 요소 모두 중요하게 여긴다. 디자인 측면에서 흥미로운 것은 첫인상이 영원하지 않다는 데 있다.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디자인도 시간이 지나면 전혀 다르게 보이곤 한다. 최근 파텍 필립이 내놓은 큐비투스도 그렇다. 출시 당시엔 혹평이 쏟아졌지만, 시간이 평가를 어떻게 바꿔놓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나 역시 노틸러스보다 아쿠아넛에 마음이 가지만, 노틸러스의 담백한 디자인에도 분명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 로열 오크도 마찬가지였다. 오데마 피게 시계는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지만, 로열 오크가 아니라 전통적인 디자인의 퍼페추얼 캘린더였다. 로열 오크엔 딱히 끌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직접 손목에 올려보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뛰어난 엔지니어링을 갖고 제랄드 젠타의 디자인 유산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경험하고 나서야 그 미학을 새롭게 발견했다. 아쿠아넛도, 로열 오크도 내겐 첫눈에 반한 시계가 아니었다. 그 매력을 알아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오늘은 로열 오크를 착용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옷에 맞춰 시계를 바꿔 차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한 시계와 꽤 오래 동행하는 편이다. 로열 오크는 벌써 몇 달째 내 손목 위에 있다. 그러다 파텍 필립 퍼페추얼 캘린더로 갈아타면, 또 몇 달은 그 시계와 함께한다. 무엇보다 나는 시계를 금고에 두기보다 차고 즐기는 쪽이다. 시계는 즐기라고 있는 물건이니까. 스와치의 전 CEO가 시계를 예술 작품에 빗댄 적이 있다. 보통 예술품은 벽에 걸려 있거나 박물관에 놓여 있다. 그런데 시계는 손목에 차고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볼 때마다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시계를 ‘착용하는 예술(wearable art)’이라고 부른다. 미학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패션 액세서리로 여기진 않는다. ‘오늘 이 옷을 입었으니 저 시계를 차야지’ 하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시계는 패션보다 예술에 훨씬 가깝다.


파텍 필립 퍼페추얼 캘린더 Ref. 3448
파텍 필립 퍼페추얼 캘린더 Ref. 3448
파텍 필립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Ref. 5270G-001
파텍 필립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Ref. 5270G-001

시계를 예술로 바라보는 관점은 시계를 구입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물론이다.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상당한 금액을 지출하는 일이 한결 수월해진다. 시계가 결코 싼 물건은 아니니까 말이다. 흥미롭게도 일부 럭셔리 시계는 일반 소비재와 전혀 다른 가격 공식을 따른다. 자동차는 매장 문을 나서는 순간 가치가 30%쯤 떨어진다고들 한다. 그런데 인기 있는 시계의 특정 모델은 공식 판매가보다 2차 시장에서 더 비싸게 거래되기도 한다. 매장을 나서는 순간 오히려 30% 넘게 몸값이 뛰는 경우도 있다. 일부 브랜드의 그레이 마켓(grey market, 정식 제조업체나 상표권자가 승인하지 않은 유통 경로로 합법적인 상품을 거래하는 시장) 시세가 정가를 웃돈다는 것은 시계 산업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행동경제학자이자 컬렉터로서 시계를 투자 목적으로 구매하는 현상은 어떻게 바라보나?

그걸 ‘투자’라고 불러도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가치가 유지되거나 오를 거라는 기대가 구매를 쉽게 만든다는 점은 분명하다. 언젠가 팔아야 할 상황이 오더라도 원금을 회수하거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는 데 따르는 심리적 부담이 줄어든다. 에르메스 버킨 백을 떠올려보자. 구하기 어려운 버킨을 매장에서 사서 되팔면 훨씬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이런 인식이 소비자가 큰돈을 지출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교수로서 시계를 순수한 투자 수단으로 권하진 않겠다. 시계를 좋아하고, 차는 것 자체가 즐겁다면 사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주식을 갖고 있거나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진 않는다. 반면 시계를 곁에 두고 차는 일엔 분명한 기쁨이 있다. 그러니 시계의 가치 상승은 케이크 위 아이싱(the icing on the cake) 같은 것이다. 있으면 좋지만, 그것이 구매의 본질적인 이유는 아니다. F.P.Journe 시계를 샀을 때도 그랬다.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후 가치가 상당히 상승했다. 내게는 기분 좋은 보너스였던 셈이다. 물론 명목 가격과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가치는 구분해야 한다. 일부 브랜드의 시계는 명목상 가격을 잘 유지하더라도 실질 가치는 하락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소유하는 동안 충분히 즐길 수 있고, 필요하면 되팔 수 있는 선택지도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컬렉터는 시계를 쉽게 팔지 않는다. 그래도 ‘언제든 팔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만으로 구매 결정은 훨씬 쉬워진다.


F.P.Journe 옥타 칼랑드리에 ‘브라스 무브먼트’ Ref. Q, 칼리버 1300
F.P.Journe 옥타 칼랑드리에 ‘브라스 무브먼트’ Ref. Q, 칼리버 1300

시계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역사와 유산, 그리고 브랜드의 뿌리다. 시계는 패션 하우스들이 다른 럭셔리 분야에서 거둔 성공을 쉽게 재현하지 못하는, 몇 안 되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샤넬, 에르메스, 루이 비통 같은 브랜드는 핸드백과 의류, 안경, 향수까지 거침없이 영역을 넓혔고 시계 시장에도 들어왔다. 컬렉터들은 브랜드의 명성만큼이나 제작의 역사와 유산을 중요하게 여긴다. 오데마 피게, 롤렉스, 브레게, 바쉐론 콘스탄틴은 긴 세월에 걸쳐 그 정체성을 다듬어 왔다. 역사의 굴곡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다시 일어선 브랜드도 있지만, 그 뿌리와 유산은 여전히 묵직한 의미를 지닌다. 예전에 한 패션 브랜드 CEO와 이야기를 나누다, 시계가 가장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 중 하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패션 브랜드들도 뛰어난 디자이너와 시계 장인을 영입하고, 전통 워치메이킹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샤넬이 F.P.Journe의 지분을 인수한 것도 같은 흐름에서 읽을 수 있다. 물론 그들도 훌륭한 시계를 만든다. 투르비용 같은 컴플리케이션도 고품격으로 제작한다. 하지만 정통 컬렉터들이 보는 건 기술적 완성도만이 아니다. 그 브랜드가 어디서 시작됐고, 어떤 시간을 건너 지금에 이르렀는지가 중요하다. 독일의 랑에 운트 죄네가 부활했을 때도 그랬다. 동독이라는 굴곡진 역사를 지나왔지만, 글라슈테 지역의 시계 제작 전통이라는 단단한 유산이 있다. 글라슈테 오리지날 역시 독일 시계 제작의 긴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시계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기능이나 외형 너머, 그 안에 켜켜이 쌓인 역사와 명성, 그리고 기원이라고 생각한다.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574ST.OO.1220ST.02, MB&F 레거시 머신 스플릿 이스케이프먼트 '프로파일' WG 블루, 파텍 필립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Ref. 5270G-001, F.P.Journe 옥타 칼랑드리에 ‘브라스 무브먼트’ Ref. Q, 칼리버 1300, 파텍 필립 퍼페추얼 캘린더 Ref. 3448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 순으로]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574ST.OO.1220ST.02, MB&F 레거시 머신 스플릿 이스케이프먼트 '프로파일' WG 블루, 파텍 필립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Ref. 5270G-001, F.P.Journe 옥타 칼랑드리에 ‘브라스 무브먼트’ Ref. Q, 칼리버 1300, 파텍 필립 퍼페추얼 캘린더 Ref. 3448

현재 관심을 두고 있거나 앞으로 컬렉션에 추가하고 싶은 시계가 있나?

독립 브랜드 중에선 그뢰벨 포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기술적으로 정말 흥미로운 시계를 만들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또 하나는 파텍 필립 아쿠아넛이다. 아직 없지만 마음에 둔 모델이 하나 있다. 아마 아쿠아넛을 먼저 구입하게 될 것 같다. 아쿠아넛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끌린다. 시계 수집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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