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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로 빈티지 시계 컬렉터 알레산드로 치아니

2시간 전
8분 분량

시계를 사랑하는 마음과 시장의 논리 사이에서 흔들리는 컬렉터들에게 40년 가까이 빈티지 시계 시장을 지켜온 알레산드로 치아니가 자신만의 취향을 믿고 오래 수집하는 법을 들려준다.


시계를 너무 많이 구입해서 가족에게 한소리를 듣기도 하고, 투자를 목적으로 샀다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 홀로 가슴앓이를 하기도 하며, 넘쳐나는 제품들 사이에서 정작 내가 사야 할 시계가 무엇인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면, 수집가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신뢰받아온 시계업계의 인물 알레산드로 치아니를 만나보는 것이 특효약이다. 특히 웬만한 빈티지 시계 수집가라면 모두 알고 있는 프로 빈티지 시계 컬렉터인 그는 어떤 목적으로 시계를 모으든 한 사람의 수집가로서 존중하고 이해해주는 인물이다. 스스로 안정적인 수집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든든한 조언자가 되어줄 것이다.


프로 빈티지 시계 컬렉터 알레산드로 치아니(Alessandro Ciani)
프로 빈티지 시계 컬렉터 알레산드로 치아니(Alessandro Ciani)

먼저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반갑다. 내 이름은 알레산드로 치아니다. 거의 40년 가까이 빈티지 시계업계에 전업으로 몸담아왔고, 시작한 나이도 꽤 어렸다. 1990년대 초에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빈티지 시계 시장을 만들어낸 딜러와 컬렉터 세대의 일원으로 활동할 기회를 얻었다. 독자분들도 그들의 이름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길고 때로는 고된 여정이었지만, 동시에 믿을 수 없을 만큼 특별하고 보람찬 시간이기도 했다. 열정과 끝없는 호기심을 원동력 삼아 평생을 이 일에 바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지금도 나는 트레이더로서 빈티지 시계 시장에 참여하는 한편, 글을 쓰며 의견을 전하는 사람으로, 또 시계 복원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복원은 앞으로 우리가 시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놓을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시계를 사고파는 일에서 나는 스스로를 ‘딜러’보다 ‘프로페셔널 컬렉터(professional collector)’로 여기고 싶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시계만 산다. 새 시계를 들일 때마다 오랫동안 바라던 무언가를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듯한 설렘을 느낀다. 반대로 사업 자금이 필요해 아끼던 시계를 떠나보내야 할 때면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 순간에는 내 컬렉션에서 시계 한 점을 잃는 것이지만, 대신 나는 ‘수집가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이다.


30~40년 넘도록 시계를 향한 열정을 이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열정을 지속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시계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대 후반,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곳에서 내 첫 롤렉스인 코스모그래프 Ref. 6241을 구입했다. 이후 20대 초반 이탈리아로 돌아왔을 때는 고향 로마에서 가장 어린 시계 딜러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나를 움직인 것은 사업 자체가 아니었다. 오히려 사업은 내가 진심으로 갈망했지만 경제적으로는 가질 수 없었던 놀라운 시계들을, 비록 며칠일지언정 직접 소유해볼 수 있게 해주는 방편이었다. 오늘날에는 제법 규모 있는 사업을 운영하지만, 나를 움직이는 동기는 여전히 그대로다. 나는 말 그대로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다음엔 또 어떤 시계를 운 좋게 만나게 될까’ 하는 생각에 설렌다. 스스로를 시계 딜러라 부르기보다 ‘프로페셔널 컬렉터’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파텍 필립 노틸러스 Ref. 3700/1
파텍 필립 노틸러스 Ref. 3700/1

일을 하면서 한결같이 지켜온 원칙이 있나?

내가 이 일을 시작했을 무렵에는 지금과 비교하면 시계에 관련된 지식이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오늘날에는 인터넷 덕분에 우리 모두가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더 많은 정보를 접한다. 당시 우리는 희소성이나 소재의 가치처럼 아주 단순한 기준을 바탕으로 저마다의 감각에 의지해 이 세계를 탐색했다. 일반적인 컬렉터들은 대체로 ‘종류별로 하나씩(one of each)’ 갖추는 데 집중했다. 하나의 컬렉션이라면 적어도 롤렉스 버블백, 데이토나,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파텍 필립 칼라트라바 정도는 있어야 했고, 가능하다면 파텍 필립이나 바쉐론 콘스탄틴의 크로노그래프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여겼다. 반면 로열 오크와 노틸러스, 데이-데이트, 그리고 대부분의 롤렉스 스포츠 워치는 ‘수집하는 시계’라기보다 ‘착용하는 시계’로 취급했다. 오늘날처럼 특정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깊이 있는 컬렉션을 쌓아 올리는 엄격한 체계가 없던 시절이라 당시에는 ‘보기 좋은가(pleasing to the eye)’라는 기준이 지금보다 훨씬 중요했다. 오늘날에는 어떤 시계가 가치 있고 매력적인 대상으로 인정받으려면 특정한 컨디션과 기술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때 소비재였던 시계를 하나의 ‘상품’으로 바꿔놓았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시계를 고르는 즐거움을 앗아간 측면도 있다. 내 철학은 게임의 규칙을 존중하되 학술적 접근이 그어놓은 경계를 조금 더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시계가 지닌 매력과 시각적인 아름다움 또한 그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로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시계가 있나?

사실 여러 이유로 내 개인사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 시계가 꽤 많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첫 롤렉스에 얽힌 추억을 즐겨 이야기한다. 친구들은 벌써 수백 번은 들었다며 질색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다시 한번 풀어보겠다. 1981년, 나는 미국에서 공부하던 외국인 대학생이었다. 친구도 많지 않았고 공부 외에는 긴 오후 시간을 보낼 일이 딱히 없었다. 차를 가진 스페인 출신 친구 하나가 함께 다니자며 나를 데리고 이곳저곳 롤렉스 매장을 찾아다녔다. 매장에 갈 때마다 나는 스틸과 골드 소재의 GMT Ref. 1675를 손목에 올려보곤 했다. 그러고는 매번 판매 직원에게 ‘졸업하면 아버지가 바로 이 시계를 사주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학비에서 조금씩 아낀 돈으로 그때 형편에 살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롤렉스를 손에 넣었다. 바로 스틸 코스모그래프 Ref. 6241이었다. 71N 엔드피스 브레이슬릿이 장착된 모델이었고 가격은 390달러(약 54만 원)였다. 참고로 내가 마지막으로 판매한 동일 모델은 7만5,000달러(약 1억 원)였다. 나는 그 시계를 정말 아꼈다. 하지만 새 데이트저스트를 차고 다니는 부유한 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내 시계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당시로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시계였다. 더 ‘제대로 된’ 시계로 업그레이드하려고 트레이드인을 알아봤지만, 내 시계의 보상가는 고작 100달러(약 13만 원)에 불과했다. 그 무렵 부유한 집안의 젊은이들이 차던 롤렉스는 스틸과 골드 소재의 데이트저스트였고 가격은 약 2,400달러(약 320만 원)였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만한 손해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 전당포에서, 쿠바계 주인에게 그 시계를 300달러(약 40만 원)에 넘겼다. 당시에는 마치 잭팟이라도 터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날, 수동 와인딩 오이스터 데이트 프리시전 Ref. 6694를 550달러(약 74만 원)에 새것으로 구입했다. 그날의 선택을 나는 오래도록 후회했다. 돈을 잃어서라기보다 내 취향과 직관을 믿지 못하고 불안감에 휩쓸려 훌륭한 시계를 포기해버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보면, 그 경험과 실수를 어떻게든 만회하고 싶다는 사그라지지 않는 갈증이 결국 지금의 나로 이끄는 길이 되어주었다. 맞다. 내 인생 첫 시계 거래는 90달러(약 14만 원)의 손실로 끝났다. 그것도 하필 롤렉스 데이토나로 말이다.


다양한 수집 철학을 어떻게 바라보나? 그리고 시계를 수집하는 진정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시계를 향한 열정을 경험하는 길이 여러 가지이며, 그 모든 방식이 저마다 동등하게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그 기준이 훨씬 엄격했다. 기본적으로 제조 역사와 브랜드 인지도, 기계적 정교함, 그리고 희소성 같은 요소를 잣대로 수집할 시계를 판단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다행스럽게도 그 기준이 한결 폭넓게 확장했다. 특정 시대의 문화와 스타일, 디자인을 상징할 수 있다면 쿼츠 시계 역시 충분히 수집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시계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지나치게 현대적이고 세련미가 부족해 보였더라도 미래에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시계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특히 시계 디자인의 예술적 측면에 관심이 많다. 시계 디자인에는 고전적인 시각적 조화의 개념과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이 공존한다. 이는 내가 근현대미술에서 느끼는 감상과도 닮았다. 실제로 나는 시계와 예술에 아주 비슷한 방식으로 감정적 끌림을 느낀다.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그 기계적인 부분조차 100년 넘게 이어져온 장식 예술의 역사를 담고 있다. 그 안에는 뛰어난 감각과 재능을 지닌 장인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이른바 ‘툴 워치’라면 예술적 의도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디자인 역시 당시 사람들이 생각한 품격과 스타일, 우아함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다. 여기에 세월이 흐르며 생긴 흔적, 즉 시계가 살아온 지난 시간을 보여주는 크고 작은 흔적이 더해지면서 각각의 시계는 고유한 개성을 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은 걸작이 될 가능성을 품게 된다. 그래서 시계는 내게 예술이자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시계를 계속 소장할지, 아니면 떠나보낼지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우리는 사람뿐 아니라 무생물인 물건과도 특별한 유대감을 맺는다고 생각한다.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로 어떤 물건은 어느 순간 우리 자신의 일부이자 연장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계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꼭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면 그림이든 자동차든, 물론 시계든 무엇 하나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물건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반면, 우리는 변한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한때 깊이 빠져 있던 특정 시대나 라이프스타일에 더 이상 공감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과거에는 ‘이것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여겼던 시계가 더 이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오히려 예전에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던 다른 시계가 마음에 들어온다. 나 역시 물건을 쌓아두는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 수집한 것을 하나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행복을 경험할 가능성을 최대한 넓히기 위해 우리의 인생이 안전한 한곳에 묶여 있기보다 조금 더 유동적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것들의 목록을 이따금 새롭게 하는 것은 건강한 습관이다. 우리가 때때로 어떤 물건을 떠나보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으며, 나는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며 변화해가는 과정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파텍 필립 Ref. 1579
파텍 필립 Ref. 1579
파텍 필립 Ref. 570 "칼라트라본"
파텍 필립 Ref. 570 "칼라트라본"

오늘날 이토록 많은 사람이 빈티지 시계에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질문에는 두 가지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귀중한 유물과 물건을 수집해온 이유에도 그대로 적용한다. 하나는 개인의 교양과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소속감과 지위다. 제2차 산업혁명 이후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는 모든 사회 계층에 걸쳐 역사상 가장 빠른 수준의 경제성장을 경험했다. 부가 늘면서 과거에는 부유층이나 성직자 같은 일부 계층의 특권이던 높은 수준의 교육 역시 훨씬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부와 지식이 함께 자라나면서 한때 경제적 여유가 있는 소수의 호기심을 자극하던 예술과 정교한 장인 기술을 향한 취향이 이제는 전 세계가 공유하는 문화적 자산이 됐다. 앞으로도 우리는 각 지역 고유의 대중문화와 역사적 전통을 지키고 이어가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과 지금보다 훨씬 많은 것을 나누게 될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 세계의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공통점을 지니게 되고,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점차 하나의 거대한 부족(tribe)처럼 연결되어가는 셈이다. 일부 전통은 여전히 특정 지역에 머물겠지만, 많은 문화는 서로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에게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주는 것만큼 강력한 것은 바로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일이다.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고, 같은 브랜드의 가방을 들고, 같은 차를 몰고, 같은 빈티지 시계를 손목에 차는 것 역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거기에 속해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


파텍 필립 칼라트라바 Ref. 565
파텍 필립 칼라트라바 Ref. 565

빈티지 시계 시장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단연코 인터넷의 등장이다. 빈티지 시계 세계를 이보다 극적으로 바꿔놓은 사건은 없다고 본다. 현대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시간과 지리적 장벽을 허문 방식은 인류 문명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여러 언어를 넘나들며 서로의 문화와 트렌드, 전통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서구의 젊은 세대는 한국의 최신 K-팝에 대해서라면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고, 가장 정통적인 미국식 블루진이 일본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이엔드 시계 문화도 마찬가지였다. 시계 수집 문화를 처음 개척한 사람들과 동등하거나 오히려 그 이상의 부와 교육 수준, 취향을 지닌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하이엔드 시계 문화를 접하게 되자 이 현상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 변화는 말 그대로 순식간에 일어났다. 내가 빈티지 시계 전문가로 처음 일을 시작하던 무렵만 해도 주로 골동품 시장이나 거리의 장터에서 거래되던 빈티지 시계가 이제는 연간 105억 달러(약 14조 805억 원) 규모의 시장이 됐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진정으로 훌륭한 시계’를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 하나의 시계를 훌륭하게 만드는 요소는 여러 가지다. 결국은 지극히 주관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빈티지 시계에 관한 한, 커스터마이징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모든 부품이 출고 당시의 오리지낼리티와 시대적 정합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거의 모든 수집 철학이 공유하는 기본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사람은 브랜드와 모델을 중시한다. 역사적으로는 기계적인 정교함과 어떤 컴플리케이션을 적용했는지가 중요한 잣대였다. 또 어떤 사람은 오래된 연식이나 희소성을 중시하고, 특정 시계가 지닌 내력, 특히 유명인이나 역사적 인물이 한때 소유했던 시계인지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아마도 컨디션이 가장 중요한 기준일 것이다. 반면 소수이기는 하지만, 다른 조건에는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고 그저 자신이 좋아하고 직접 착용하며 바라볼 때 느끼는 즐거움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내게 훌륭한 시계란 이러한 요소 가운데 일부, 혹은 전부가 결합된 결과다.


마지막으로 수집가들에게 어떤 조언을 전하고 싶나?

반드시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 충분히 조사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시계를 사랑하는가’다. 그리고 그것은 오직 자기 자신만이 판단할 수 있다. 돈이라는 요소가 시계를 경험하는 즐거움을 망치게 두어서는 안 된다. 훗날 그 시계의 시장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어떤 시계를 단지 ‘좋은 거래’라고 여겨 구입했는데, 이후 시장이 내 판단과 반대로 움직이면 스스로 바보처럼 느껴지고 결국 하루라도 빨리 그 시계를 처분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 정말 끔찍한 기분이다. 이상적으로는 시계든 자동차든 예술품이든 내가 사랑하면서 동시에 훌륭한 투자 대상이 되는 것만 사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늘 가능한 일은 아니다. 때로는 운이 따라야 한다. 결국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바로 그 시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좋은 기회를 붙잡을 수 있는 순간은 아주 짧게 스쳐 간다. 그래서 정말 갖고 싶은 것을 발견했고, 그것을 원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 가격이 터무니없는 수준만 아니라면 나는 그냥 산다. 내게 유일한 한계는 그 돈이 있느냐 없느냐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마저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당장 돈이 넉넉하지 않아도 나는 산다. 나중에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스스로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소비에 대한 것이다. 사업상의 투자에는 절대 이 조언을 따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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