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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워치에 스며든 영원한 시간

Piaget Polo Perpetual Calendar Ultra-Thin


 

영원한 시간의 흐름이 스포츠 워치, 폴로 컬렉션에 스며들었다. 당신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얇은 두께로.





울트라-신 무브먼트의 명가


피아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울트라-신 워치에 집중해온 브랜드다. 1957년 피아제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2mm 두께의 기계식 수동 무브먼트 9P를 선보이면서 울트라-신 무브먼트 제작의 시작을 알렸다. 보다 얇은 무브먼트를 향한 피아제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3년 뒤인 1960년에는 마이크로 로터를 활용해 세계에서 가장 얇은 오토매틱 무브먼트인 12P를 선보인 것이다. 이후 피아제는 해당 무브먼트를 발전시키면서 오랫동안 울트라-신 워치의 강자로 군림했다. 무브먼트 두께를 줄이는 것은 하이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를 제작하는 것만큼이나 까다로운 작업이다. 시계를 안정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하며, 그 한계에 가까워질수록 무브먼트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기계식 시계가 정확성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라면, 울트라-신은 거기에 더해 두께라는 물리적 한계도 극복해야만 구현할 수있다. 피아제는 이 어려운 분야에서 많은 성취를 이뤄냈다. 2010년부터는 보다 현대적인 울트라-신 무브먼트가 등장한다. 그해 피아제는 12P 무브먼트를 계승하는 칼리버 1200P를 개발했다. 이 무브먼트는 2.35mm의 얇은 두께를 자랑하며, 피아제는 여기에 얇은 퍼페추얼 캘린더 모듈을 더해 두께가 4mm에 불과한 새로운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 1255P를 완성했다. 이것이 바로 피아제 폴로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워치에 탑재하는 무브먼트다.



1979년 탄생한 첫 번째 폴로 워치

2016년 론칭한 폴로 S 워치

폴로 컬렉션의 탄생과 부활


폴로는 창립자 조르주 에두아르 피아제의 후손인 이브 피아제가 1979년 론칭한 럭셔리 스포츠 워치다. 이름처럼 ‘폴로’ 스포츠에서 영감받은 이 타임피스는 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한 멋을 드러내는 시계로 개발되었다. 1970년대 등장한 일체형 브레이슬릿 스포츠 워치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었으나 피아제는 그들과 다른 접근법을 선택했다. 최초의 오리지널 폴로는 슬림한 골드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에 쿼츠 무브먼트를 조합해 화려한 주얼리 스타일의 스포츠 워치를 지향했다. 브레이슬릿의 수평 가드룬이 케이스, 다이얼, 브레이슬릿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이 수평 라인은 오늘날 폴로 컬렉션의 디자인 코드로 계승되고 있다. 현재 3세대 폴로는 지난 2016년에 등장했다. 당시 피아제는 브랜드 최초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컬렉션을 구성했고(이름도 ‘폴로 S’로 명명했다), 3핸즈 데이트 모델과 크로노그래프 모델, 두 가지 라인업으로 선보였다. 3세대 폴로의 새로운 디자인은 피아제의 플래그십 스포츠 워치인 엠퍼라도 쿠썽의 셰이프-인-셰이프(shape-in-shape) 콘셉트를 가져온 것으로, 원형 케이스에 쿠션 형태 다이얼을 조합해 독특한 멋을 구현했다. 이후 피아제는 소재, 사이즈, 컬러 등을 차별화하며 폴로 컬렉션을 점차 확대해나갔다. 2021년에는 두께 6.5mm의 스켈레톤 모델을 출시해 인하우스 울트라-신 무브먼트의 기술력을 폴로 컬렉션에 접목하기도 했다. 그리고 2023년 마침내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모델까지 선보이면서 폴로 컬렉션의 다채로운 라인업을 완성했다.





원형 케이스 안 쿠션 다이얼


폴로는 여러 럭셔리 스포츠 워치 중에서도 부드럽고 진중한 스타일이다. 케이스 전체에 곡선 디자인 언어가 가득하며, 그 안에 쿠션 형태의 다이얼이 자칫 평범해질 수 있는 실루엣을 변주한다. 완벽하게 평면으로 깎아낸 베젤은 볼트나 나사 같은 요소 없이 담백하다. 그렇다고 해서 무난하거나 지루한 것은 결코 아니다. 베젤의 무광 피니싱과 유광 피니싱 경계에는 무척 예리하게 날이서 있다. 마치 장인이 만든 일본도처럼 쳐다만 봐도 손이 베일 것 같은 느낌이다. 원형 케이스 안에는 쿠션 형태의 다이얼을 매칭했는데, 서로 다른 두 형태가 미묘하게 착시를 일으킨다.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서 원형처럼 느껴지기도하고 쿠션 형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서로 다른 디자인이 어우러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느낌을 준다. 혹자는 이 시계에서 파텍필립의 노틸러스나 아쿠아넛이 연상된다고 하지만 이런 착시의 감각은 분명 피아제 폴로만의 오리 지낼리티다. 케이스 피니싱도 훌륭하다. 화이트 골드라고 착각할 만큼 폴리싱 영역의 광택이 뛰어나며, 베젤이나 케이스 측면의 새틴 브러싱 처리한 영역도결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촘촘하다. 케이스 지름이 42mm임에도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가로 길이와 세로 길이가 다르기 때문. 가로 길이는 42mm지만 세로 길이는 그보다 짧은 40mm 정도다. 물론 베젤 영역이 넓고 러그가 짧다는 점도 체감 사이즈를 작게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 전체 두께는 8.65mm다.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갖추었음에도 9.4mm의 폴로 데이트 모델보다 0.75mm 얇다. 다만 30m의 방수 성능은 스포츠 워치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쉬운 수준이다. 본격적인 스포츠 워치라기보다는 스포티한 분위기를 즐기는 시계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직관적인 퍼페추얼 캘린더 다이얼


이번 폴로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에 적용된 다이얼 컬러는 에메랄드 톤의 짙은 그린이다. 기존에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되었던 데이트 모델의 그린 컬러보다 어두운 톤인데, 직접 보면 초록색보다는 청록색에 더 가깝다. 복장에 매칭하거나 데일리로 활용하기에는 일반적인 그린보다 훨씬 좋은 구성이다. 그린 다이얼에는 가로 방향으로 수평 가드룬이 연상되는 디테일이 들어갔다. 이는 1세대 폴로 디자인을 계승하는 요소이기도 한데, 입체적인 가공 덕분에 빛의 각도에 따라 다채로운 다이얼 색감을 보여준다.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은 3개의 서브 다이얼로 표시하며, 하단에는 문페이즈 창을 두었다. 12시 방향에 연도와 윤년을 함께 표시하고 3시 방향에 날짜, 9시 방향에 요일을 표기하기 때문에 매우 직관적이다.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월, 일, 요일을 순차적으로 읽으면 된다. 3개의 서브 다이얼은 인덱스 영역과 핸즈 영역의 피니싱을 다르게 했고, 아우트라인에 로듐 도금 프레임을 배치해 가독성을 높였다. 6시 방향의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는 피아제를 상징하는 고급스러운 다크 블루를 배경으로 심플하게 표현했다. 원형 윈도 안에 반짝이는 은빛 달 하나만 서서히 지나가는데, 시크한 스포츠 워치라는 콘셉트에 꽤 잘 어울린다. 아워 마커는 쿠션 형태에 맞춰 방향마다 미세하게 형태를 조율했고, 각 모서리를 정교하게 가공해 빛 반사를 유도했다.





새로운 무브먼트와 브레이슬릿


칼리버 1255P는 피아제의 울트라-신 무브먼트인 칼리버 1200P에 퍼페추얼 캘린더 모듈을 올린 두께 4mm의 새로운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다.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의 고전인 파텍필립의 칼리버 240Q가 3.75mm인 것을 감안하면 그에 거의 필적하는 수준의 슬림함을 자랑한다. 이처럼 얇은 두께는 마이크로 로터를 적용한 두께 2.35mm의 1200P를 베이스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파워 리저브는 1200P와 동일한 42시간으로 일반적인 수준이다. 새로운 무브먼트를 탑재한 만큼 브레이슬릿도 새롭게 바뀌었다. 기존 폴로 브레이슬릿에서 아쉬웠던 점을 대거 개선했는데, 피아제에 따르면 무려 일곱 가지나 변경되었다고 한다. 가장 반가운 변화는 ‘싱글 터치’라고 명명한 스트랩 교체 시스템이다. 버튼을 눌러서 간편하게 러버나 가죽 스트랩으로 교체할 수 있으며, 구매 시 러버 스트랩도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즉시 활용해볼 수 있다. 미세 조정이 가능한 ‘이지=업’ 시스템도 적용해 최적의 핏을 제공하며, 하루 중 손목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브레이슬릿의 디자인도 확 달라졌다. 중앙 파츠에 2개의 가드룬으로 입체감을 더했고, 전체적인 실루엣 라인도 클래스프로 내려갈수록 서서히 좁아지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렇듯 많은 부분이 업그레이드되었지만 이는 오직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만이 지닌 특권이다. 새로운 교체 시스템이 적용되면서 기존 데이트 모델이나 스켈레톤 모델과는 호환이 불가능해졌기 때문. 새 브레이슬릿의 온기가 하위 모델에도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폴로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폴로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Ref. G0A48005


지름 42mm

케이스 스틸, 30m 방수

무브먼트 기계식 오토매틱 칼리버 1255P, 약 42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퍼페추얼 캘린더, 문페이즈

다이얼 그린

스트랩 스틸 브레이슬릿, 그린 러버 스트랩 추가 제공



스포츠 워치에서 즐기는 퍼페추얼 캘린더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홍수 속에서 피아제 폴로는 분명 차별화된 포지션을 갖추고 있다. 알티플라노로 대표되는 피아제의 심플하고 정제된 디자인이 투영되어 다른 스포츠 워치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우아함을 맛볼 수 있는 것. 전통적으로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은 주로 드레스 워치에 적용되는 컴플리케이션이다. 가독성을 중시하는 스포츠 워치와는 상성이 맞지 않기 때문. 그런 점에서 이번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은 폴로 컬렉션에 가장 잘 어울리는 컴플리케이션이 아닐까 싶다. 이 시계는 영원한 시간의 흐름을 주말이든 주중이든 일상속 어디서나 느껴볼 수 있는 스포츠 워치다. 그동안 정장과 인연이 없어 퍼페추얼 캘린더 워치 구입을 망설였다면 이제 그만 그 고민을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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