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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쉐론 콘스탄틴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

반전 속에서 탄생한 고전

 

기울어진 다이얼의 드라이빙 워치

시계와 자동차는 여러모로 닮았다. 동력을 전달하는 엔진이 있고, 수많은 부품이 정교하게 맞물려 있으며, 시공간 어딘가를 향해 움직인다. 주로 남성들이 열광하는, 취향 기반의 기계장치라는 점도 비슷하다. 둘은 오랜 시간 함께 질주했다. 특히 모터레이싱 태동기에 기계식 크로노그래프 워치는 드라이버들의 필수품이었다. 그래서인지 ‘드라이빙 워치’라고 하면 흔히 타키미터 스케일이 새겨진 크로노그래프 워치를 떠올린다. 하지만 바쉐론 콘스탄틴의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은 이런 복잡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이 시계는 크로노그래프 기능이나 타키미터 눈금이 없는 심플한 드레스 워치다. 자동차와의 접점은 다이얼의 기울기에서 찾을 수 있다. 운전자가 핸들을 잡은 상태에서도 시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다이얼을 오른쪽으로 45도 기울였는데, 어떤 기교나 설명 없이도 ‘드라이빙 워치’임을 드러낸다. 여기에 더해 케이스는 쿠션형이고, 크라운은 케이스 모서리에 장착했다. 기능이나 실용성과는 별개로 좀처럼 볼 수 없는 독창적인 디자인이 탄생했다. 무려 100년 전에 말이다.



1919년 모델

광란의 1920년대를 담아내다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은 바쉐론 콘스탄틴이 1921년 미국 시장에 출시한 쿠션형 케이스 시계(Ref.11677)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이다. 이 시계의 출발점은 그보다 2년 전인 19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로 넘어가던 과도기였다. 메종은 다양한 케이스 형태의 손목시계를 소규모 시리즈로 구성해 실험적으로 출시했고, 이런 제품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를 형성했다. 특히 1919년 선보인 쿠션형 케이스 시계 (Ref.11032)는 45도 기울어진 다이얼에 밀리터리 워치의 인덱스와 핸즈를 접목한 모델로, 당시 극소량만 제작되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21년 바쉐론 콘스탄틴은 미국 시장을 겨냥해 새로운 디자인의 드라이빙 워치를 선보였는데, 이것이 오늘날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의 뿌리가 되었다. 역사학자들은 1920년대를 ‘광란의 시대’라고 부른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경제성 장은 최고조에 다다랐고, 문화·예술적으로는 대담하게 기존 관습을 마음껏 비틀던 시기였다. 대부분의 클럽과 댄스홀에는 찰스턴(Charleston)의 댄스 음악과 재즈가 강렬하게 울려 퍼졌으며, 초현실주의자들이 예술계를 장악했다. 메종의 워크숍에서도 이러한 시대의 창조적 에너지를 워치메이킹에 적극 반영했고, 그 결과 독창적인 쿠션형 케이스, 대각선 방향으로 배치한 비대칭 디스 플레이, 오프-센터 크라운 등을 갖춘 아메리칸 1921이 탄생했다.



1921년 모델

변주에 변주를 더한 비대칭의 균형

현행 모델은 100년 전 타임피스를 현대적으로 계승한다. 외관상 가장 큰 차이는 케이스 크기다. 지름 40mm의 쿠션형 케이스에는 별도의 베젤 없이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부착했으며, 그 때문에 전체적으로 얇은 조약돌처럼 매끈한 형태를 띤다. 케이스 크기에 비해 러그는 극단적으로 짧고 얇다. 초기 손목시계 러그 디자인의 흔적을 의도적으로 남겨뒀다. 러그 폭 역시 케이스 지름에 비해 좁은 편인데, 러그 양쪽 끝에 위치한 반구형 장식이 이를 보완하는 한편, 시계 케이스의 완만한 곡선을 스트랩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1시 30분 방향의 케이스 모서리에는 크라운이 위치한다. 회중시계 시절 12시 방향에 있던 크라운이 다이얼의 회전에 따라 함께 이동한 결과다. 크라운이 머무른 절묘한 위치는 와인딩 시 편리할 뿐만 아니라 케이스 외곽의 아름다운 곡선을 해치지 않고 멋진 비대칭 포인트가 된다. 과거 모델의 경우, 회중시계의 레이아웃을 따르기 때문에 크라운 반대편에 서브 다이얼이 위치했다. 그래서 1919 년 모델은 7시 30분 방향에서, 1921년 모델은 4시 30분 방향에서 서브 다이얼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아메리칸 1921의 경우, 크라운의 위치는 1919년 모델과 같고, 서브 다이얼의 위치는 1921년 모델과 같다. 무브먼트가 바뀌면서 크라운과 서브 다이얼의 레이아웃이 달라진 까닭이다. 비록 과거 모델의 완벽한 재현은 아니지만 크라운과 일직선상에 있던 서브 다이얼 위치 를 비틀어 비대칭의 멋을 더했다. 게다가 이렇게 옮긴 서브 다이얼의 인덱스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다시 비틀었다. 이렇듯 변주에 다시 변주를 더하면서 다이얼 위에 묘한 긴장감이 생겨났다. 결과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구성 요소가 케이스 우측에 자리 잡으면서 비대칭의 새로운 균형이 완성됐다. ‘Classic with a Twist’라는 슬로건에 부합하는 세련된 감각이다.



2021년 화이트 골드 모델 36.5mm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레트로 룩

올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버전은 케이스 재질과 스트랩에 변화를 주어 1920년대의 빈티지 분위기를 더욱 강조한다. 먼저 화이트 골드 케이스는 정교한 그레인 실버 다이얼과 조화를 이루며 깔끔하고 경쾌한 느낌을 전달한다. 여기에 블랙 컬러의 아라비아숫자와 레일로드 미닛 트랙, 블랙 컬러의 18K 골드 브레게 타입 핸즈와 바톤 타입 핸즈를 더했다. 많은 부분이 변주 되었지만 과장된 꾸밈이나 기교는 찾아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브라운 컬러의 카프 레더 스트랩이 시크한 레트로 룩을 완성한다. 스트랩은 1928년 설립된 밀라노 기반의 이탈리아 가죽 제품 회사인 세라피안(Serapian)에서 제작했다. 파티나 처리한 가죽 스트랩에서 드라이빙 글러브, 빈티지 자동차의 대시보드와 같은 거칠고 역동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기존 로즈 골드 케이스와 악어가죽 스트랩의 조합보다 훨씬 캐주얼한 느낌이며, 광란의 1920년대를 적절하게 드러낸다. 함께 출시된 지름 36.5mm 모델은 여성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해 버건디 가죽 스트랩과 다크 브라운 가죽 스트랩을 함께 제공한다. 핀버클은 메종 고유의 말테크로스 문장을 형상화했다. 쿠션형 케이스에는 칼리버 4400AS 인하우스 수동 무브먼트를 장착했다. 2008년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에 처음 적용되었고, 이후 트래디셔널, 말테 등의 매뉴얼 스몰 세컨드 모델에 널리 활용되는 무브먼트다. 제네바 홀마크가 새겨진 이 무브먼트는 시간, 분, 스몰 세컨드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며, 65시간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정확성과 신뢰성은 기본이고, 오트 오를로제리 전통을 반영한 다채로운 수공 마감 기법으로 장식해 보는 맛을 더한다.



2021년 화이트 골드 모델 40mm

Classic with a Twist


스포츠 워치의 전성시대다. 바쉐론 콘스탄틴 내에서도 많은 수요가 오버시즈 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260여 년 전통의 브랜드에는 오버시즈를 넘어서는 멋진 타임피스가 많다. 그중에서도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은 브랜드의 오랜 역사와 스토리, 상징적인 디자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모델이다. 100년 전 이 시계는 아주 소량만 제작되었고, 오랫동안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 희귀한 빈티지 워치였다. 이런 전설적인 모델을 그 모습 그대로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만약 당신이 클래식 자동차를 좋아하거나 소유하고 있다면 이것만큼 잘 어울리는 시계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을 론칭하면서 ‘Classic with a Twist’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 시계는 1920년대의 자유롭고 진취적인 시대 분위기를 디자인에 녹여냈다. 시계 곳곳에서 새로운 ‘변주’와 ‘반전’이 느껴지며, 전통적인 시계 디자인의 문법을 즐겁게 파괴한다. 하지만 보다 흥미로운 것은 그 과정에서 새로운 대칭과 균형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거듭되는 유쾌한 반전(twist) 속에서 이 시계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고전(classic)이 되었다. 무려 100년 동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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