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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EN’S WATCHES

EVER-EVOLVING

 

20년간 다양한 수요가 생겨났고, 여성들이 원하는 시계에 대한 브랜드의 이해가 높아진 덕분에 여성 시계에 대한 인식 역시 급진적으로 진화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성 시계의 작은 버전에 다이아몬드를 더하는 것만으로는 여성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없었는데, 시계와 시계를 착용해야 하는 이유에 많은 여성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시계에 대한 이해도가 향상되면서 여성용 시계는 영향력 있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audemar piguet royal oak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프로스티드 골드 (2017)


여성에 대한 목표를 세우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기계식 시계 열풍이 불었고, 럭셔리 시계 브랜드들은 고객층을 확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남성들이 스포츠 포켓 워치를 선호하던 때, 최초의 여성 손목시계가 출시되면서 여성 시계는 몇 세기 동안 이어져왔다. 이후 지난 20년 동안 프티에서 쿼츠 온리, 그리고 기계적으로 더 복잡하고 신중하게 디자인한 시계까지,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여성 시계는 급격히 인기를 얻었다. 그러다 쿼츠 파동이 일어나면서 시계업계에서는 다양한 요소를 갖춘 여성 시계를 제작하는 데 몰두하게 되었는데, 여성들은 보다 적극 적으로 자신만의 시계를 찾기 위해 부티크를 방문했다. 이후 여성에게 경제적 자유가 생기면서 그들의 구매력도 상승했다. 럭셔리 시장을 조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성 시계라는 영역에 매우 큰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시계 제작자들은 여성을 위한 시계를 만드는 것과 시계에 대한 여성의 수요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파텍필립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은 1999년, 단순히 시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여성 시계에 사용하기 위해 트웬티 4라는 이름을 붙인 제품을 론칭했다. 이 컬렉션은 파텍필립 최초의 쿼츠 컬렉션이기도 했다. 트웬티 4는 촘촘히 연결된 브레이슬릿과 직사각 형태가 특징으로, 파텍필립에서 가장 잘 알려진 노틸러스와는 전혀 달랐다. 이 시계는 여성 컬렉션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이후 트웬티 4는 고객과 마찬가지로 진화를 거듭했다. 2019년 바젤월드에서 선보인 트웬티 4는 오토매틱 무브먼트와 함께 더 클래식한 형태가 특징인 라운드 케이스로 다시 제작되었다.


breguet rain de naple mini
브레게 레인 드 네이플 프린세스 미니 9818 (2015)

오랜 역사를 지닌 것으로 잘 알려진 브레게 또한 스와치 그룹에 조인한 지 오래 지나지 않은 2002년에 레인 드 네이플의 출시와 함께 여성 시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늘날까지 레인 드 네이플은 여성을 위해 디자인된 독특한 시계로 여겨진다. 길쭉하고 달걀처럼 생긴 케이스에 귀중한 메탈을 사용하거나 다이아몬드를 더하고, 시와 분을 나타내는 오프센터 다이얼을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브레게는 여성 시계 영역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으며, 레인 드 네이플은 2002년 GPHG에서 여성 시계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브랜드들은 여성 시계를 제작하는데 더욱 집중했고, 더 많은 여성들이 시계를 착용하도록 만드는 방법, 여성들 마음에 드는 시계를 만드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많은 브랜드들이 이 영역에서 끊임없는 도전을 했다. 2000년 샤넬은 J12를 론칭하면서 시계로 영역을 확장했다. 4년 후 지라드 페리고는 원형 캣 아이 제품을 출시했는데, 이 역시 당시 GPHG에서 여성 시계 상을 수상했다. 프랭크 뮬러는 크레이지 아워 모델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여성 고객들 사이에서 투르비용이 대중화되었다. 피아제는 라임라이트 컬렉션으로 시계에서 주얼리를 더욱 부각했고, 예거 르쿨트르는 랑데부를 소개했다.


jaeger-lecoultre rendez-vous tourbillon
예거 르쿨트르 랑데부 투르비옹 (2018)

chopard happy sports love
쇼파드 해피 스포츠 러브 (2015)

여성들 사이에서 특정 브랜드와 그들의 컬렉션이 안착하고 아이코닉한 시계가 등장했다. 쇼파드는 2018년, 1993년에 처음 선보인 해피 스포츠 중 프리 플로팅 다이아몬드가 특징인 베스트셀러 컬렉션을 회고하면서 탄생 25주년을 기념했다. 까르띠에는 2007년에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를 론칭 했는데, 급속도로 브랜드의 가장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카보숑 컷 사파이어 크라운을 더한 라운드 케이스는 메탈인데도 착용감이 뛰어나 남녀 불문하고 클래식한 워치로 널리 사랑받았고, 빠른 성공을 거뒀다. 불가리의 세르펜 티는 모든 손목 사이즈에 맞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큰 찬사를 받았다. 2010~2020년 불가리는 특별한 상황에서만 착용하는 시계가 아닌, 데일리 워치 버전의 세르펜티를 추가적으로 제작하면서 시계의 범위를 확장해나갔다. 여성을 위해 제작하고 디자인하는, 여성만을 위한 시계는 2000년대 초반에 점점 더 크게 성장했다. 그러면서 여성 시계는 브랜드 전략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다.


bvlgari serpenti
불가리 세르펜티 (2017)


여성들이 리드하다


여성 시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모르고서는 여성 시계의 진화에 대해 알 수 없다. 남성 시계(타임온리, 스포츠워치, 크로노그래프, 다이버 워치 등)는 방대한 반면, 여성 시계는 역사적으로 주얼리 워치와 원래 남성을위해 만든 작은 다이아몬드 세팅 버전 시계로 제한되었다. 즉 보석을 세팅한 쿼츠시계나 남성 컬렉션의 변형된 버전으로 여성 시계를 만나볼 수 있었다. 실제로 여성 시계의 범위는 매우 좁았다. 사실 브랜드들은 처음에 다른방식으로 여성 시계에 접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여성들은 대부분 주얼리를 선호했고, 남성들은 시계나 커프스 링크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성의 구매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여성 시계가 있었지만 당시 트렌드는 남성 시계를 구매하는 것이었다.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더 큰 시계를 착용했다(이는 특정 유럽 시장에서 더 두드러졌다). 그리고 특히 미국, 이탈리아, 유럽에서 여성들은 남성 럭셔리 시계가 지닌 상징적인 의미(여러 문화권에서 성공의 지표를 의미한다)를 받아들였으며, 구매로 이어졌다.


cartier tank louis
까르띠에 탱크 루이 까르띠에 100주년 (2017)

patek philippe nautilus
파텍필립 노틸러스 Ref. 7118/1R (2019)

몬다니 북스(Mondani Books)와 몬다니 웹(Mondani Web)의 CEO이자 열렬한 시계 컬렉터 조르지아 몬다니(Giorgia Mondani)는 “실용적인 면을 본다면 시계가 더이상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이 찾는 시계는 패셔너블한 시계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여성들은 팔찌나 반지를 좋아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시계를 갖길 원합니다. 아름다운 시계란 우아하거나 스포티하거나, 다이아몬드 유무에 관계없이 미감을 만족시키는 제품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남성 시계를 착용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지만 다이아몬드 버전 역시 좋아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녀의 말처럼 파텍필립의 노틸러스부터 롤렉스의 데이저스트 혹은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 까르띠에의 탱크까지 인기를 끌면서 여성들이 큰 시계를 원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판매는 시계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고, 결국 여러 브랜드에서 더 많은 여성 시계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오데마 피게가 이탈리아 주얼리 디자이너 카롤리나 부치(Carolina Bucci)와 협업해 탄생시킨 로열 오크 프로스티드 골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2016년, 오데마 피게의 CEO 프랑수아-앙리 베나미아스(François-Henry Bennah- mias)는 그들이 처음 파트너십을 맺은 과정을 설명했다. 부치는 항상 로열 오크를 주얼리와 함께 착용했는데, 베나미아스는 이것이 인상적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왜 이 조합이 정답인지는 단언할 수 없었다. 부치는 오데마 피게의 컬렉션에서 자신에게 맞는 시계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로열 오크는(현재도 그렇듯) 볼드한 팔각형 디자인으로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왜 이러한 디자인이 여성에게는 어필하지 못했을까? 로열 오크에 피렌체 감성을 더하면서 부치와 오데마 피게는 고유의 타피스리 다이얼 대신 미러 다이얼로 로열 오크에 아름답고도 밝고 현대적인 모습을 가미했다. 그리고 2018년에 여성스러운 36mm 프로스티드 골드를 카롤리나 부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했다.


jaeger-lecoultre reverso one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원 (2020)

여성들이 남성 시계를 받아들이면서 여성 컬렉션이 탄생했고, 젠더 중립적인 시계가 나왔다. 샤넬의 J12는 처음에는 여성 시계로 론칭했지만 점점 유니섹스 워치로 거듭났다. 제니스도 데피 클래식(Defy Classic)을 남녀 공용으로 제작했다. 예거 르쿨트르의 클래식한 리베르소도 마찬가지다.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롤렉스와 오데마 피게는 갈수록 남성적인 시계로 여겨지지만, 특정 젠더 시계 디자인의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 여성들이 스스로 시계를 선택하게 되면서 브랜드들이 여성을 위한 시계를 디자인할 기회가 늘어났고, 전통적인 접근방식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점점 복잡해지다


시계에 대한 여성들의 높아진 관심은 쿼츠 무브먼트 외의 무브먼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브랜드들은 점점 시계의 미학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시계 내부의 메커니즘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1990년대 초반에 하트 모양 다이얼을 통해 시계 안 무브먼트를 볼 수 있고 가격도 적당한 하트 비트(Heart Beat) 시계를 출시했다. 브레게의 레인 드 네이플 컬렉션은 길쭉한 케이스를 사용하면서 낮/밤 인디케이터가 있는 문페이즈부터 매력적인 시간 메커니즘까지 수 년간 다양한 컴플리케이션을 자체 제작했다. 몇몇 워치메이킹 브랜드는 여성 시계에 메커니즘을 강조하면서 그들만의 컴플리케이션을 제작하기도 했다.


파텍필립은 여성 시계 컴플리케이션에서 가장 큰 도전을 했다. 2005년에는 문페이즈가 있는 애뉴얼 캘린더, 2009년에는 레이디 퍼스트 크로노그래프, 2011년에는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그리고 2012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퍼페추얼 캘린더를 소개했다. 레이디 퍼스트 크로노그래프는 트웬티 4처럼 다이아몬드 세팅 다이얼을 장착한 쿠션 모양 케이스에서 원형 다이아몬드 세팅 케이스로 변화했다. 2009년에 처음 소 개된 레이디 퍼스트 크로노그래프의 경우 파텍필립은 5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개발한 후 CH29-535PS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론칭할 기회를 얻으면서 이를 여성 시계에 접목했다. 그 후 여성 시계 제작에 매진했다. 이처럼 파텍필립같은 워치메이킹 리더를 통해 여성들도 기계식 시계나 복잡한 시계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다만 브랜드들이 어떤 시계를 제작해야 하는지 몰랐을 뿐이었다.


patek philippe
파텍필립 Ref. 7150/ 250R-001 (2009)

van cleef & arpels pont des amoureux
반클리프 아펠 퐁 데 자모르 프렝땅 (2019)

여성 컴플리케이션에 있어 또 다른 리더는 바로 반클리프 아펠이다. 2006년에 레이디 아펠 상트네르(Lady Arpels Centenaire)를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컬렉션을 위한 론칭 패드로 활용했다. 자연의 로맨틱함과 스토리텔링에서 영감을 받는 반클리프 아펠은 컬러와 열정으로 가득한 전통적인 에나멜 기법을 사용한 작품과 메커니즘을 결합해 신비함을 더한 여성 시계를 제작했다. 상트네르에 이어 반클리프 아펠은 2009년에는 주르네 아 파리(Journée à Paris), 2010년에는 퐁 데 자모르(Pont des Amoureux), 2012년에는 포에틱 위시(Poetic Wish), 2013년에는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앙샹떼(Lady Arpels Ballerine Enchantée) 같은 시계 와 함께 컴플리케이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GPHG 여성 컴플리케이션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는 신설된 부문으로, 여성 컴플리케이션 시계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독립 워치메이커들도 여성용 컴플리케이션에 집중했다. 크리스토프 클라레(Christophe Claret)는 2014년 마고(Margot)를 소개했고, 파베르제 (Fabergé)는 레이디 컴플리크 피콕(Lady Compliquée Peacock)으로 2015년에 GPHG 레이디 컴플리케이션 상을 수상했다. MB & F는 2019년에 브랜드 최초의 여성 시계 레거시 머신 플라잉 T(Legacy Machine Flying T)으로 시계업계를 놀라게 했다. MB & F의 설립자 막시밀리안 뷔서 (Maximilian Büs- ser)는 GPHG에서 다이얼 센터에 오토매틱 플라잉 투르비용을 장착하고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이루어진 플라잉 T로 레이디 컴플리케이션 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그는 연설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돋보일 수 있는 우아함과 복잡함을 지닌, 여성들에게 잘 어울리는 시계를 제작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christophe claret margot
크리스토프 클라레 마고의 무브먼트 (2014)


제안할 것은 무궁무진하다


21세기에 들어 10년 동안 여성 시계는 이전보다도 더 창조적이면서 안정적인 기반을 다졌다. 처음에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던 성장이 지금은 확장하는 단계다. 이를 지속시킬 필요가 있다. 프랑스 파리 부티크 크로노파시용(Chronopas- sion)의 저명한 리테일러 로랑 피치오토(Laurent Picciot- to)는 “여성 시계 시장은 성장하기 좋은 거대한 시장입니다. 저는 이 시장이 미래에 더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계도 여성들이 바라보면서 즐기는 주얼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에르메스는 2019 SIHH 에서 갤롭 데르메스(Galop d’Hermès)를 출시했는데, 이 제품은 마구인 등자에서 영감받은 케이스가 특징이며, 여성을 위해 다이내믹한 움직임에 적합한 시계를 제작하고 싶어 하던 디자이너 이니 아치봉(Ini Archibong)이 디자인했다.


Galop d’Hermès
에르메스 갤롭 데르메스 (2019)

다음 해에는 토노형 스포츠 시계의 왕이라 불리는 리차드 밀이 캔디와 과일에서 받은 영감을 브랜드의 전문성을 집약한 10개 모델에 불어넣은 여성용 봉봉 컬렉션을 선보였다. 까르띠에는팬더 드 까르띠에 컬렉션을 변화시킨지 1년만에 다이얼을 타고 내려오는 골드 비즈의 팬더 얼굴이 인상적인 레 벨 라씨옹 뒨 팬더(Révélation d’une Panthère)를 출시했다. 그리고 J12이 2020년에 탄생 20주년을 맞이했을 때 샤넬은 J12 파라독스와 J12 파라독스 다이아몬드를 선보였다. 파리 브랜드인 샤넬은 같은 해에 아이코닉 패브릭과 옷에서 영감을 받은 트위드 컬렉션을 론칭했고, 이를 통해 패션과 시계의 결합을 보여주었다. 지난 20년간 잠재력을 지닌 여성 시계의 영역은 시간이 갈수록 더 넓어졌고, 고객층이 다양해 지면서 창조성과 디자인의 복잡성도 확장되었다.


Richard Mille bonbon
리차드 밀 봉봉 컬렉션 (2019)
chanel tweed
샤넬 트위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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