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순간부터 시간의 개념이 달라지는 자동차 두 대

OUT OF TIME

 
PORSCHE 911 GT3

우리가 아는 과학적 사고에 따르면 시간의 흐름은 상대적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 안에서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가고,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른다. 정확한 의미에선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사건만 존재할 뿐이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 두뇌가 시간이란 개념을 스스로 분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학이나 과학적 사고로 증명할 수 없는 일을 매일 경험할 수 있다. 예컨대 여름휴가로 보낸 일주일은 총알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반면, 하기 싫은 일로 가득한 하루는 길고 지루하다. 결국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상대성은 경험과 환경에 영향을 받는 셈이다. 수준 높은 경험, 흥미로운 사건이 시간의 가치를 변화시킨다. 비슷한 관점에서 시간의 상대성을 경험할 수 있는 자동차 두 대를 시승했다. 포르쉐 911 GT3와 메르세데스-벤츠 S 580 4매틱이 주인공이다. 두 차 모두 인생이란 시간의 흐름에 중요한 요소로 설정해도 아깝지 않을 만하다. 한쪽은 인류가 발전시켜온 내연기관 기술과 모터 스포츠 경험의 정점이 녹아 있다. 반면 다른 한쪽은 승용차란 카테고리에서 가장 진보한 기술력을 투입한 미래 그 자체다.


 


아드레날린 과다 분출, 포르쉐 911 GT3


자동차 분야에서 GT란 그랜드 투어링, 즉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고성능 차를 의미한다. 하지만 포르쉐에 GT는 그런 형태의 자동차를 이용한 모터 스포츠 DNA이고, 동시에 레이싱카 기술을 바탕에 둔 도로형 제품을 의미한다. 911 GT3는 그 중심에 있다. 이 차의 목표는 단순하다. 더 빠르게 달리고, 한층 정교하게 운전자의 요구를 실현하는 것이다.


PORSCHE 911 GT3

승객의 엉덩이가 도로에 직접 닿았다고 표현해도 될 만큼 서스펜션이 단단하다. 당연히 승차감이 좋지 않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옵션은 웬만한 경차 한 대 가격에 달한다. 커다란 리어윙이 후방 시야를 방해하고, 공기역학 개선을 이유로 차 곳곳에 구멍을 뚫었다. 거기다 원색에 가까운 보디 컬러가 눈을 시리게 한다.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릴 만큼 반항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GT3는 대중의 비난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차의 모든 단점은 최고의 달리기 성능을 원하는 운전자 입장에선 장점이 된다.


PORSCHE 911 GT3

GT3를 운전할 땐 손목 위에 놓인 시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차 꽁무니에 달린 엔진이 우렁찬 배기음으로 세상을 침묵하게 만든다. 사실 시간을 볼 여유조차 없다. 전속력으로 코너를 향해 달리는 순간 무수히 많은 정보가 운전자를 덮치기 때문이다. 앞바퀴에 남아 있는 접지력, 전자제어 장비가 개입하는 시점, 그리고 자연 흡기 엔진이 뿜어내는 출력이 발끝에서 뒷바퀴로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상대적으로 느려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최대 9,000rpm까지 회전하는 4L 자연 흡기 엔진은 최고 출력 510마력을 토한다. 엔진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게 출력을 발휘하는 동안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가 눈 깜짝할 사이 빠르게 개입해 거침없이 속도를 높인다. GT3가 코너를 대하는 자세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운전자가 머리로 생각하는 순간 현실로 이뤄낸다. 조금 강하게 밀어붙여도 요동치지 않는다. 놀라울 만큼 빠른 코너링 중에도 거동이 차분하다. 코너의 각도에 따라 뒷바퀴가 방향을 바꾸며 타이어 접지력의 한계를 깨기도 한다. 천둥과 같이 매서운 엔진 소리와 기계의 진동이 만나 어느 순간 분위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환상적이다. GT3의 운전석에선 이 시간이 영원하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PORSCHE 911 GT3

PORSCHE 911 GT3

기본 가격 2억2,000만 원 레이아웃 뒤 엔진, 뒷바퀴 굴림, 2인승, 쿠페

엔진 수평대향 4L, 510마력, 48kg·m

변속기 7단 자동 복합 연비 6.5km/L



 


최고라는 말로 부족한 공간, 메르세데스-벤츠 S 580 4매틱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진보한 순간은 언제일까? 아마도 1950년대 이후 여러 세대에 걸쳐 메르세데스-벤츠가 새로운 S 클래스를 내놨을 때일 것이다. 운전석 에어백, 브레이크 잠김 방지 시스템(ABS), 에어 서스펜션, 레이더 기반 반자율주행처럼 역사를 바꾼 혁신적인 기술을 S 클래스를 통해 선보였다. 그런 관점에서 뉴 S 클래스는 가장 진보한 자동차이자 현존하는 자동차들의 미래다.


MERCEDES-BENZ S 580 4MATIC

덩치가 크고 육중한 겉모습과 달리 S 580 4매틱의 실내는 놀랍도록 역동적이다. 차에 구현한 기능이 너무 많아 조작법을 익히는 데도 시간이 꽤 필요하다. 운전석에선 놀라운 경험이 연속된다. 신형의 계기반은 12.3인치 3D 디스플레이를 쓴다. 계기반에 달린 카메라가 운전자 눈꺼풀과 눈동자를 감지해서 보는 각도에 따라 화면을 입체적으로 구현해준다. 업그레이드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MBUX)으로 차의 다양한 기능에 쉽게 접근하고 아주 세밀한 영역까지 세팅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되면서 카메라로 보이는 전방 모습에 경로를 좀 더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다목적 카메라와 중장 거리 레이더를 더해 주변 상황에 맞춰 스스로 운전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V8 4L 터보 엔진은 특별한 진동이나 소음을 내지 않는다. 무게가 2톤에 가까운 덩치지만 500마력(71.4kg·m)이 넘는 강력한 출력으로 스포츠카 뺨 치게 날렵하게 달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에어매틱 서스펜션이 부드럽게 대응한다. 마치 구름 위를 지나가듯, 노면의 요철을 타고 넘는다. 휠 베이스가 길지만 좁은 곳에서 쉽게 운전할 수 있다. 뒷바퀴가 최대 10도까지 방향을 틀며 회전 반경을 줄여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MERCEDES-BENZ S 580 4MATIC

사실 S 580 4매틱에서 가장 달콤한 부분은 뒷좌석이다. 버튼 하나로 조수석 시트를 최대 37mm 앞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데, 이때 뒷좌석은 최대 43.5도까지 등받이를 눕힐 수 있다. 목과 어깨를 따뜻하게 하는 온열 기능에 등과 허리 마사지 기능도 제공한다. 뒷좌석 양쪽에 11.6인치 독립형 모니터가 달렸고, 내장된 태블릿 디바이스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제어한다. 덕분에 창문 밖 복잡한 세상과 다르게 아늑하다. S 580 4매틱을 타는 모든 순간에는 딱 좋은 속도로 시간이 흘러간다.



MERCEDES-BENZ S 580 4MATIC

MERCEDES-BENZ S 580 4MATIC

기본 가격 2억1,860만 원 레이아웃 앞 엔진, 네 바퀴 굴림, 4~5인승, 대형 세단

엔진 V8 4L, 503마력, 71.4kg·m 변속기 9단 자동 복합 연비 7.9k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