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 워치의 진화 Part 1

Diver Watch

 
ROLEX
롤렉스 오이스터 케이스

1920년대에는 본격적으로 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로 이행하면서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시계 제조사는 회중시계에 비해 지름이 작은 손목시계 무브먼트를 만들어야 했다. 줄어든 무브먼트의 면적과 두께에 비례해 부품을 작고 얇게 만들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는 곧 부품의 가공 정밀성을 향상시키고 내구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줄어든 밸런스 휠의 지름은 전과 같이 정확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음을 뜻했다. 실제로 초기 손목시계는 완전히 무르익은 기술력으로 만든 회중시계에 비해 정확성에서 열세를 띠곤 했다. 시계 제조사는 작은 무브먼트, 과거에 비해 작은 시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새로운 도전을 맞이해야 했다. 시계 제조사는 작은 무브먼트, 과거에 비해 작은 시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새로운 도전을 맞이해야 했다. 회중시계는 이름 그대로 주머니 속에 넣고 있다가 시간을 확인할 때 꺼내서 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즉 특정 포지션에 고정된 회중시계와 달리 손목시계는 손목이 움직일 때마다 시시각각으로 포지션의 변화를 겪게 되므로 보다 입체적인 오차 조정이 요구되었다. 또 하나는 손목시계가 외부 환경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주머니 속에서 어느 정도 보호받는 회중시계와 달리 손목시계는 외부와 접하고 있으며, 손이라는 인체 부위의 특성상 다양한 물질을 접촉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두된 가장 큰 위협은 물이었다.



ROLEX OYSTER
롤렉스 최초의 오이스터 시계


방수 시계(waterproof watch)의 등장


손목시계 시대로의 전환기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물은 시계를 위협하는 요소로 꼽힌다. 충격과 자성은 소재와 기술의 발전 덕택에 차단 혹은 완화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물은 친해질 수 없다. 무브먼트를 구성하는 부품은 금속 소재이고, 구동 축, 부품과 부품이 접촉하는 곳곳에는 윤활을 목적으로 오일을 도포한다. 시계 케이스 내부로 물이 흘러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자명하다. 그 때문에 과거나 지금이나 시계에서 물은 차단이 원칙이다. 그렇지만 손목시계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손에 인접하게 된 시계는 물과 접촉하는 일이 빈번해졌고, 시계 제조사들은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시계가 물의 침입을 허용하는 부분은 케이스 부품 간의 결합 부위, 가동하는 부분의 틈새 등이다. 케이스와 케이스 백, 크라운, 코렉터, 크로노그래프의 푸시 버튼 등을 통해 물이 케이스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이 같은 부위를 물로부터 막아내는 것이 방수 시계의 기본 원칙이 되었고, 여러 시계 제조사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했다(회중시계 시대에도 방수 시계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손목시계의 시대에 더욱 방수 시계 기법이 활발해지고 완성형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



MIDO AQUADURA
미도 아쿠아듀라 시스템

1926년 롤렉스는 자사에 케이스를 공급하는 회사에 케이스 방수 관련 특허를 양도받도록 해 우회하는 방식으로 방수 기법을 손에 넣었다. 현재 방수 기법의 표준화로 자리 잡은 기법, 즉 스크루 다운과 고무 패킹을 이용하는 (초기 형태의) 기법을 적용하면서 오이스터(Oyster)라는 이름을 붙였다. 1930년 미도는 천연 코르크를 이용해 크라운과 케이스의 틈새에 물이 침입하는 것을 막는 기법을 도입했다. 훗날 아쿠아듀라(Aquadura)로 알려진 이것은 1950년 대 후반 싱글 셸(single shell) 케이스와 함께 성공적인 방수 시계 기법으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미도는 이 기술을 이용해 오션스타 등을 내놓는다.



MIDO OCEAN STAR
미도 오션스타

1932년 오메가가 내놓은 마린(Marine)은 방수 기법의 다른 접근을 제시한 모델이다. 물의 침입을 막기 위해 이중 케이스를 채택했다. 마린은 이너 + 아우터 케이스의 구조이며 각 케이스에 스트랩이 하나씩 달려 있었다. 즉 둘을 끼우고 클립으로 고정하지 않으면 손목에 착용할 수 없도록 디자인해 방수 성능을 확보하고자 했다. 이너 케이스는 무브먼트를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아우터 케이스는 이너 케이스에 장착되어 커버 역할을 했다. 아우터 케이스는 다이얼을 표시하기 위해 한쪽 면에 글라스를 끼워 시간을 읽는 데 지장이 없도록 했다. 아우터 케이스는 이너 케이스의 크라운을 포함한 대부분의 면적을 덮어 물 침입을 차단했다. 1936년 마린은 제네바 호수에서 73m 수심을 견디며 성능을 입증하는 한편, 방수 시계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2007년 오메가는 방수 기술이 완성된 시점에서 뮤지엄 컬렉션을 통해 마린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다시 내놓은 바 있다.



1932년 오메가 마린 워치

비슷한 시기에 까르띠에는 라운드 케이스 시계를 제작한다. 수영을 하면서 시간을 알고 싶어 하던 마라케시 파샤(Pasha of Marrakech)의 요청에 따라 만든 시계다. 어쩌면 까르띠에 스포츠 워치의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파샤 워치는 크라운의 방수 대책에 집중한 듯 보인다. 크라운에 커버를 씌워 방수 성능의 향상을 꾀한 파샤 워치는 카보숑 가공한 블루 사파이어를 세팅해 호사스러움을 자랑했다. 기능성뿐 아니라 미적인 부분에서도 까르띠에다운 센스를 발휘한 모델로, 크라운은 정교하게 가공한 체인을 이용해 케이스에 매달았다. 이것은 스크루 다운 크라운이 등장하기 전, 크라운 방수 기법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CARTIER
까르띠에 1943년 파샤 드 까르띠에 워치


까르띠에 파샤 드 까르띠에 워치


파샤(Pasha)는 오스만제국 시대에 군주나 고위 관료에게 붙인 호칭이자 까르띠에 워치의 모델명이기도 하다. 파샤 드 까르띠에 워치는 1930년대 초에 등장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공식적으로는 1943년에 선보인 라운드 케이스의 방수 시계라고 규정되어 있다. 1985년 본격적으로 선보인 파샤 드 까르띠에 워치는 까르띠에의 라인업에서 드물게 스포티함을 내세웠다. 방수 시계 해법을 위해 고안한 크라운 커버는 파샤 드 까르띠에 워치를 상징하는 디테일인 동시에 스포츠성을 의미했다. 실제로 파샤 드 까르띠에 워치는 스포츠 워치에 적합한 크로노그래프, GMT 같은 기능성을 포함했고, 이후에는 파샤 씨타이머로 다이버 워치의 영역을 넓혔다. 짧은 동면을 거쳐 2020년 다시 깨어난 파샤 드 까르띠에 워치는 오리지널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디테일을 다듬었다. 크라운 커버가 달린 힌지는 케이스 측면에 낸 홈에 수납되어 매끄러운 라인을 그리며, 홈에는 이니셜을 넣을 수 있다. 탱크, 산토스 워치 리뉴얼에서 예고된 사용자 편의성 제고는 파샤에도 이어져, 손쉽게 탈착할 수 있는 스트랩과 브레이슬릿을 제공한다. 브레이슬릿의 길이 조절 또한 어렵지 않다. 100m 방수와 내자성능으로 무장했으며, 까르띠에 라인업에서는 드물게 로만 인덱스가 아닌 아라빅 인덱스를 사용하는 등 디테일에서도 스포츠성을 드러낸다.



CARTIER
까르띠에 2020년 파샤 드 까르띠에 워치

파네라이의 출발점은 이탈리아 해군에 군용 정밀 기기를 납품하는 것이었다. 수중에서 사용할 시계도 그중 하나였다. 1930년대 중반 무렵 본격적인 공급을 타진한 파네라이의 수중용 시계는 다이버가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물속에서 정확한 시간을 표시하고자 했다. 이탈리아 해군의 자료에 따르면 주세페 파네라이가 1936년 몇 개의 프로토타입 시계를 제작해 테스트했고, 194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기적으로 납품하게 된다. 롤렉스의 회중시계 무브먼트를 탑재한 파네라이의 시계는 라듐을 원료로 개발한 자체적인 야광 염료 ‘라디오미르’를 사용했고, 이것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층 구조의 샌드위치 다이얼로 수중 가독성을 향상시키고자 했다. 또 다이버 슈트에 착용할 수 있도록 길이를 늘리고, 수분에 강하도록 태닝한 스트랩을 달아 수중용 시계의 요건을 구비했다. 1930년대 후반에 선보인 Ref. 3646은 라디오미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모델이다. 이는 방수 시계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툴 워치인 다이버 워치의 과도기적 형태, 혹은 다이버 워치가 갖춰야 할 요소를 선구적으로 제시한 모델로 꼽을 수 있다.



PANERAI RADIOMIR CALIFORNIA
파네라이 라디오미르 캘리포니아 PAM00931


파네라이 라디오미르 캘리포니아 PAM00931


라디오미르 Ref. 3646은 몇 가지 버전의 다이얼으로 완성되었으며, 1997년에는 오리지널에 탑재했던 롤렉스의 NOS 칼리버 618을 장착해 완벽하게 재현한 PAM00021을 발매한 바 있다. 파네라이는 Ref. 3646을 PAM00021 외에도 여러 모델을 통해 선보였는데, 라디오미르 캘리포니아 PAM00931은 그중 하나에 해당한다. 캘리포니아 다이얼로 통칭하는 형태는 다이얼 절반을 나눠 위쪽에는 로만 인덱스, 아래쪽에는 아라빅 인덱스를 배치한다. 이것은 롤렉스가 1940년대 에러 프루프(error proof) 다이얼로 부르던 것으로, 파네라이가 다이얼 자체 생산이 어려워진 시점에 사용한 바 있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의 다이얼 재생업자가 모방하면서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이 붙었다. 파네라이에서는 캘리포니아 다이얼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듯 이름에 캘리포니아를 붙였다. 라디오미르 캘리포니아 PAM00931은 파네라이가 선보인 적 있는 캘리포니아 다이얼 중 하나다. 다이얼 위아래로 로만·아라빅 인덱스를 배치했고, 셰이딩 브라운이라고 명명한 브라운 그러데이션 다이얼은 빛이 바래거나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야광 염료에 의해 변색된 모습을 재현한 디테일이다. PAM00931은 현재의 방수 기술 덕택에 100m 방수를 구현했고, 분리 가능한 와이어 러그를 이용해 어렵지 않게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