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업계의 개척자들
- bhyeom
- 10월 5일
- 3분 분량
Pioneers of the watchmaking industry 이 브랜드들의 시계를 바라보고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다. 창립 초기부터 시간을 읽고 표현하는 방식에 끊임 없이 도전해온 이들은 종횡무진하며 늘 예기치 못한 발상으로 시계업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는다.



H. MOSER & CIE.
Pioneer Flying Hours
모저앤씨는 2000년대 초 재탄생한 이후 다양한 하이 컴플리케이션을 선보여왔다. 그중에서도 브랜드가 보여준 가장 독창적인 시간 표시 방식 중 하나는 자매 브랜드 오틀랑스와 공동 개발한 새틀라이트 기어 시스템 기반의 모듈이다. 시각 디스크가 고정된 상태에서 분침만 회전하는 이 메커니즘은 ‘인데버 플라잉 아워즈’에 적용되었다. 올해 모저앤씨는 이 플라잉 아워즈 시스템을 발전시켜 새로운 ‘파이오니어 플라잉 아워즈’를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이 점프 방식으로 즉각 전환된다는 것. 기존처럼 대형 디스크가 회전하며 다음 시각으로 맞춰지는 방식이 아니라, 세 개의 작은 창에 숨어 있던 숫자가 정각이 되면 순간적으로 점핑하며 새로운 시간을 표시하고 직전의 시각은 사라지는 구조다.
중앙의 스켈레톤 처리된 분 디스크는 기존 시스템을 유지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눈금을 가리키며 분을 표시한다. 디스크의 테두리를 더욱 얇게 다듬어 세련된 인상을 주고, 로고가 없는 모저앤씨 특유의 미학을 유지한다. 지름 42.8mm의 케이스는 스포츠 시계다운 120m 방수 기능과 러버 스트랩을 제공하며, 인하우스 HMC 200 칼리버를 기반으로 점핑 디스플레이 구현을 위해 새롭게 개조된 HMC 240 칼리버를 탑재했다. 앤트러사이트 톤으로 마감한 스켈레톤 브리지는 보통 베이스급 HMC 200에서는 보기 힘든 디테일을 자랑한다.

HAUTLENCE
Vagabonde Tourbillon Series 4 & 5
자매 브랜드 모저앤씨와 함께 사업을 운영하는 오틀랑스도 원더링 아워즈(Wandering Hours) 디스플레이와 플라잉 투르비용을 장착한 ‘배가본드 투르비용 시리즈 4 & 5’를 공개했다. 브랜드의 상징적인 레트로 TV 모양의 대형 직사각형 케이스에 블루 톤의 3D 프린트 패턴 다이얼로 장식되었다. 케이스는 지름 50.8mm, 길이 43mm, 높이 12.1mm(사파이어 크리스털 제외 시 10.9mm)로 오틀랑스다운 위압적인 존재감을 유지한다. 러버로 감싼 대형 크라운과 크라운 가드, 그리고 좌측 범퍼 덕분에 100m 방수 성능을 자랑한다. 팔각형 베젤로 둘러싸인 다이얼에서는 원더링 아워즈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다.
세 개의 블루 회전 디스크가 중앙의 사파이어 분 표시 디스크 아래를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중앙 축 상단의 창에서 현재 시간이 드러난다. 동시에 분침의 팁이 사파이어 크리스털 디스크 위에 배치되어 분을 가리킨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분 디스크의 숫자와 링은 슈퍼루미노바Ⓡ 처리한 글로보라이트(GlobolightⓇ)로 제작되었다. 6시 방향에는 60초 플라잉 투르비용이 바 형태의 오픈 캐리지에 담겨 역동적으로 회전하며 시각적 포인트를 더한다. 케이스 백은 원형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통해 오토매틱 칼리버 D30을 감상할 수 있으며, 플라잉 투르비용에는 자회사 프리시전 엔지니어링 AG(Precision Engineering AG)가 제작한 더블 헤어스프링이 장착되었다.


URWERK
UR-150 Blue Scorpion
우르베르크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위성(새틀라이트 형식) 인디케이션과 초고속 레트로그레이드 분침의 조합은 올해 제네바 워치 데이즈에서 공개된 ‘UR-150 블루 스콜피온’에도 구현되었다. 메종이 즐겨 사용하는 맹수 모티브는 이번에는 새로운 블루 컬러의 ‘전갈의 스팅(sting, 독침)’으로 돌아왔다. UR-150은 240도 아크를 따라 움직이는 새로운 레트로그레이드 위성 디스플레이를 특징으로 한다. 현재 시간은 네온 옐로 팁을 갖춘 블루 오픈워크 레트로그레이드 핸즈에 의해 표시된다. 분침 역할을 하는 핸즈가 60분에 도달하면 다음 시각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대신, 순식간에 240도 전 구간을 역주행해 번개처럼 0으로 돌아온다. 전갈의 독침이 내리꽂히는 순간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그 순간 세 개의 시각 디스크가 동시에 270도 회전하며 리셋된 핸즈가 새로운 시간을 정확히 가리키도록 맞춰진다. 이 복잡하고도 신기한 메커니즘은 보쉐(Vaucher)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한 UR-50.01 칼리버에서 비롯된다. 랙(rack, 직선 이가 새겨진 기어)과 캠(cam, 특정 곡선을 갖춘 회전 부품) 시스템, 알루미늄 분침, 그리고 속도를 제어하는 스피드 거버너(speed governor)가 정밀하게 조율되며 구현된다. 이번 블루 스콜피온은 이전의 모노톤 기반에 색상 포인트만 더한 두 가지 모델과 달리, 다이얼과 무브먼트 전체를 화려한 블루 마감으로 물들였다. 모든 마킹은 야광 도료로 채워졌으며, 일부는 선명한 그린 컬러로 처리해 뛰어난 가독성을 확보했다.

ULYSSE NARDIN
Freak X Crystalium
2001년 첫선을 보인 프릭 컬렉션은 회전식 카루셀 구조와 실리콘 이스케이프먼트라는 선구적 발명에서 시작해, 정교한 컴플리케이션부터 예술적 실험에 가까운 창작까지 다양한 변주를 거듭하며 진화해왔다. 올해 제네바 워치 데이즈에서 메종은 오트 오를로제리와 자사가 정의하는 ‘하이테크 데코러티브 아트(High-Tech Decorative Arts)’가 공존할 수 있는지를 새로운 ‘프릭 X 크리스탈리움’을 통해 보여줬다. 이번 신작은 오토매틱 칼리버 UN-230으로 구동한다.
약 25년 전 첫 프릭에서 도입된 플라잉 카루셀 구조를 계승한 이 무브먼트에는 실리콘 밸런스 휠, 이스케이프먼트, 헤어스프링이 탑재되어 있으며, 이는 모두 율리스 나르덴의 SIGATEC 연구소에서 제작된다. 시각 디스크가 12시간에 한 바퀴 회전하며 시침의 역할을 하고, 그 위에 얹힌 진동 조율 장치를 지탱하는 브리지가 1시간에 한 바퀴 회전해 분침의 역할을 수행한다. 즉, 별도의 시 및 분침이 없는 대신 무브먼트의 부품 자체가 시간을 가리킨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이름 그대로 크리스탈리움(Crystalium) 다이얼이다. 백금보다 10배나 희귀한 루테늄(Ruthenium)을 기반으로, 수일에 걸친 증기 증착 결정화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그 표면에는 마치 겨울 창문 위 서리처럼 형성되는 자연스러운 프랙탈 패턴이 새겨지며, 이는 인위적으로 재현할 수 없어 각 디스크가 하나의 유일무이한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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