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게 250주년, ‘최초’가 남긴 유산
- bhyeom
- 9월 29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29일
BREGUET
A Legacy of Firsts
브레게가 창립 250주년을 맞아 현재까지 총 다섯 가지 기념비적인 시계를 출시했다. 서브스크립션부터 오라문디까지 2025년 버전의 브레게 클래식이다. 이번 커버 스토리에는 위대한 창업가로서의 브레게, 그리고 250주년 컬렉션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위대한 발명가이자 사업가,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마일스톤
올해 창립 250년을 맞은 브레게가 1775년 처음 브랜드를 창립한 계기와 그 연대기를 살펴보면, 21세기 투자자의 관점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를 최초 브랜드의 창립자라는 기준으로 본다면 현대 벤처 캐피털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능력과 실행 의지가 매우 투철한 창업자라 할 수 있다. 스위스 뇌샤텔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시계에 대한 학업을 이어갔을 뿐 아니라 파리 중심부인 시테섬에 자리 잡고 브랜드를 창립해 시계 역사에 남는 위대한 발명을 이어갔다. 사업가로서도 뛰어난 기질을 발휘했는데, 판매가의 1/4을 선금으로 받고 제작하는 방식을 도입한 서브스크립션 포켓 워치의 판매 금액을 기반으로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나갔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700여 개의 시계를 서브스크립션 방식으로 제작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는 현재까지도 시계업계와 하이엔드 자동차 브랜드는 물론 실리콘밸리의 VC까지 통용되는 매우 효과적인 자금 조달 방식이다.
브레게 고객들의 면면은 어떠한가. 1815년 프랑스 해군 공식 크로노미터 메이커라는 이력은 브랜드 신뢰도에 근간이 되었고, 나폴레옹과 나폴리 여왕까지 유명 인사들이 브레게의 시계를 원했다. 브레게에 셀러브리티 앰배서더가 필요 없는 이유는 나폴레옹과 마리 앙투아네트가 앰배서더이기 때문이라는 시계업계의 유머가 있을 정도로 브레게를 사랑한 왕족과 정치인, 유명 인사가 브레게의 장부에 촘촘히 기록되어 있다. 이렇듯 정부와 개인을 모두 아우르며 B2C와 B2B를 병행해 브랜드를 성장시킨 교과서적인 세일즈 구성은 브레게의 뛰어난 사업 감각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기술에 더해진 일관성 있는 스타일
브레게의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지게 하는 데 근간이 된 것은 그 무엇보다 기술력이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 발명의 가장 위대한 점은 한 산업을 이끄는 발명일 뿐 아니라 시계 산업의 표준화를 이루었고, 이러한 기술들이 지금까지 근본적인 구조 변경 없이 오늘날까지 브레게뿐 아니라 수많은 브랜드를 통해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1801년 취득한 투르비용 특허, 충격 보호 시스템인 파라슈트, 브레게 오버코일, 택트 워치, 내추럴 이스케이프먼트 등 브레게의 위대한 발명은 시계 역사 그 자체다. 현대사회에 이러한 기술을 개발했다면 핵심 원천 기술(IP)을 보유한 차별화된 기업으로 인정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완성도를 높인 것은 브레게 스타일이다. 시계의 기능적 특성을 감안한 브레게 핸즈, 브레게 숫자, 기요셰 다이얼 같은 시그너처 디자인을 개발해 브레게만의 일관된 디자인 시스템을 갖춘 것은 애플의 일관된 디자인 원칙을 의미하는 HIG(Human Interface Guidelines)와 유사하다. 실제로 제네바 역사 박물관, 파리 루브르 뮤지엄 등 유럽의 주요 박물관은 물론 파텍필립 뮤지엄 같은 특정 브랜드의 뮤지엄에서도 각 브랜드와 영향을 주고받은 브레게의 시계를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브레게 심퍼티크 No.1(Sympathique No.1, 1991)의 낙찰가가 한화 100억 원을 기록하며 경매 시장의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갔다. 이는 브레게의 시계 원리와 작품이 위대함을 넘어 현대 시계의 역사를 다시 쓰는 시계의 교과서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CHAPTER 5
마린 오라문디 5555
이러한 브레게의 세계관을 집대성한 작품들이 2025년 선보이는 250주년 컬렉션이다. ‘챕터(chapter)’ 형식으로 순차 공개하는 이 컬렉션의 공통점은 250주년을 맞아 첫선을 보인 ‘브레게 골드(75% 금 + 은·구리·팔라듐)’ 소재에 새로운 기요셰 패턴인 퀘드올로지(Quai de l’Horloge) 디테일을 더했다는 점이다. 그중 가장 최근 선보인 다섯 번째 챕터는 ‘마린 오라문디 5555’다. 43.9mm 브레게 골드 케이스와 칼리버 77F1을 기반으로 듀얼 타임을 제공한다. 이 무브먼트는 설계될 당시 4건의 특허 출원이 이루어진 바 있다. 듀얼 타임존 메커니즘으로 구성된 시계, 두 번째는 메인 포인터를 통해 필요에 따라 시간대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 세 번째는 시계용 프로그래밍 및 재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기계식 메모리 휠, 마지막으로 트레일링 핸드를 통해 시간 차원을 표시하는 장치와 관련된 특허다. 이번 컬렉션도 또 하나의 특허를 출원 중이다. 새롭게 개발한 인광 에나멜을 적용해 어둠 속에서 도시의 불빛이 살아나듯 발광해 더욱 입체적이다. NASA ‘블랙 마블’에서 영감받은, 우주에서 바라본 한밤의 지구 모습을 기요셰 바탕에 사파이어층을 더한 이중 구조로 완성했다. 전 세계 50피스 한정으로 선보인다.

CHAPTER 1
클래식 서브스크립션 2025
250주년 기념작 중 가장 특별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지난 4월 파리에서 첫선을 보인 서브스크립션 워치는 250주년을 위한 브랜드의 특별한 선택으로 평가받는다. 투르비용으로 대표되는 브레게의 이미지에 서브스크립션 철학을 더해 역사성을 더 공고히 했기 때문이다. 사실 브레게 250주년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최근 최고의 경매가를 기록한 심퍼티크 클락의 재현이나 새로운 형태의 투르비용을 선보일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신임 CEO 그레고리 키슬링(Grégory Kissling)은 외관은 단순하지만 브레게의 비범한 접근이 빚어낸 의외의 시계를 250주년의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브레게에 기대하는 일반적인 시계 애호가들과 시계 업계의 기대를 뒤로하고 클래식 서브스크립션 2025라는 고전미로 가득한 손목시계를 선보인 것이다. 사실 대중적인 요소보다 진정한 브레게 애호가를 위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이 시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계 역사에 아로새겨진 브레게의 이야기에 한걸음 더 깊이 발을 들어야 한다. 바늘이 단 하나뿐인 극도로 단순한 시계를 위기 극복의 핵심 제품으로 선택한 브레게의 이례적인 선택을 이해해야 250년간 이어져 온 퍼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워치메이커로서 자리 잡은 브레게는 1793년 파리의 공포 정치와 혁명을 피해 공방을 뒤로한 채 잠시 자리를 떠난 바 있다. 2년이 지난 1795년에는 파리로 돌아왔고 퀘드올로지 공방을 위해 자금을 만들어야 했다. 이 시기 떠올린 것이 서브스크립션 모델이다. 즉 선금을 일부 미리 받고 납품 시 잔금을 받는 방식이다.
브레게는 1790년대 싱글 핸드 시계에 대한 연구는 물론 판매 방식에 대해서도 다양한 고민을 했고, 마침내 1796년 서브스크립션 워치를 판매하게 된다. 이러한 판매 방식을 홍보하기 위해 지름 61mm에 달하는 화이트 에나멜 다이얼, 심플한 구조의 무브먼트를 갖춘 포켓 워치를 위해 이례적으로 브로슈어를 만들기까지 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20여 년 동안 700피스를 판매했는데 이는 퀘드올로지 공방의 안정적인 운영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안전한 수요를 만들고 제작비의 안정성을 기반으로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며 영구적인 수리를 보장한다는 고유한 제조 방식을 만드는 기틀이 되었다.
방돔 광장의 브레게 뮤지엄에서는 서로 다른 시대와 다양한 지름의 서브스크립션 워치를 볼 수 있으며 때때로 경매 시장에 등장하기도 한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클래식 서브스크립션 2025 워치는 18K ‘브레게 골드’ 케이스(40mm, 두께 10.8mm)에 화이트 그랑 푀 에나멜과 싱글 핸드를 더해 1790년대 서브스크립션 철학을 현대적으로 복원했다. 독특한 점은 아브라함-루이 브레게 시대에 사용했던 것처럼 에나멜 다이얼에 다이아몬드 포인트 팬터그래프를 사용해 진품 보증 문구를 섬세하게 새긴 것이다. 시계의 다이얼을 빛에 비추어 보면 마치 투명 잉크로 비밀스럽게 그린 듯한 브레게 문구와 시리얼 넘버를 확인할 수 있다.

CHAPTER 2
트래디션 7035
클래식 서브스크립션 2025 워치를 발표한 이후 다음 모델이 트래디션이 될 것을 예측한 시계 포럼과 애호가들의 바람처럼 상하이에서 5월 공개한 두 번째 챕터는 트래디션 7035다. 38mm(두께 12.6mm) 브레게 골드 케이스에 특별한 도금 처리를 활용해 메인 플레이트와 브리지까지 케이스와 동일한 색감을 입혔다. 마치 하나의 덩어리를 조각한 것과 같은 느낌이다. 12시 방향에 위치한 브레게 블루의 광채가 돋보이는 정교한 엔진 터닝 다이얼은 클래식함의 상징이다. 퀘드올로지 기요셰를 입은 다이얼에 투명한 블루 그랑 푀 에나멜을 더해 우아하게 완성했다. 레트로그레이드 초침, 블루 스틸 스크루도 동일한 블루 컬러다. 클래식한 초승달 형태의 로터는 플래티넘 소재를 활용했다. 전 세계 250피스 한정으로 선보인다.

CHAPTER 3
타입 XX 크로노그래프 2075
뉴욕에서 첫선을 보인 ‘타입 XX 크로노그래프 2075’. 1955년 민간용 골드 모델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38.3mm 브레게 골드 케이스에 5Hz 수동 칼리버 7279(블랙), 7278(실버)을 장착한 두 가지 버전으로 선보인다. 4시 방향에 위치한 푸시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시계를 0으로 리셋해 플라이백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케이스 백에는 1930년 파리-뉴욕 횡단 비행의 정확한 경로, 대서양을 비행하는 브레게 19 항공기, 유럽과 미주의 해안선을 인그레이빙했다. 실버는 250피스 한정으로 선보인다.

CHAPTER 4
클래식 투르비용 시데랄 7255
6월에 공개한 250주년의 네 번째 챕터는 ‘클래식 투르비용 시데랄 7255’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직접 발명한 투르비용 특허권 획득일인 1801년 6월 26일을 기념해 2025년 같은 날 공개했다. 38mm 브레게 골드 케이스에 그랑 푀 어벤추린 에나멜 다이얼을 더했고, 수동 칼리버 187M1(2.5Hz, 50시간)으로 구동한다. 하부 브리지에 크리스털 사파이어를 사용해 지지 구조를 숨긴 ‘미스터리’ 설계로 완성한 브랜드 최초의 플라잉 투르비용이다. 전 세계 50피스 한정으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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