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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선택할 때 고려 사항, 착용감

Comfort in high technology

 

리차드 밀 RM 27-04

시계는 착용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기계적인 메커니즘이나 아름다운 디자인, 선호하는 브랜드와 인기 있는 모델 등 시계를 구입하는 데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시계라는 제품은 결국 착용해야 본질에 다가설 수 있다. 누가 봐도 눈길을 끌 만한 시계라 해도 손이 가지 않으면 시계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 어떤 시계 애호가는 ‘좋은 시계는 스스로를 감춘다’고 자신의 시계 생활에 대해 전한다. 아마도 이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자주 착용하는 시계에 대한 기준이 아닐까. 착용감이 좋은 시계일수록 실제 시계 생활에 서 더 크게 활약하게 되는 셈이다. 하이엔드 모델부터 엔트리 라인의 제품까지 가격에 상관없이 시계를 즐기는 이들이 착용감을 기준으로 논한다면 무엇을 이야기할까. 누군가에게는 비교적 가벼운 무게감, 누군가에게는 두께가 얇은 모델일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스트랩만 교체해도 그 차이를 인지하고 뛰어난 착용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걸맞으면서도 착용감에 대한 기준이 세워지기 시작한 시계 애호가라면 앞으로 언급할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더욱 풍성한 시계 생활을 즐기길 바란다.



로저드뷔 엑스칼리버 모노밸런시어

가벼운 무게가 주는 가뿐한 매력


현재 시계업계 화두 중 하나라면 소재의 다변화를 제외하고 이야기할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시계 브랜드에서 앞다투어 선보여온 카본, 티타늄, 세라믹, 세라타늄, 알루미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소재의 특징으로는 강한 내구성과 견고함, 스크래치가 잘 생기지 않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소재에 대한 도전은 전통적인 기계식 매력에 여러 장점을 지닌 시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특히 카본이나 티타늄 같은 가벼운 소재는 시계의 무게를 줄여 손목의 피로감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다.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브랜드는 리차드밀이다. 리차드 밀은 물리적으로 가벼운 시계를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픈워크를 통해 보이는 수많은 무브먼트 부품이 다이얼에 모두 존재한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극강의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이를 몸소 증명하는 것이 클레이 코트 위의 황제,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이다. 지난 6월 5일 열린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하며 테니스 선수 최초 22개 대회 그랜드 슬램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을 때도 리차드 밀의 RM 27-04 투르비용이 함께했다. RM 27-04의 총 무게는 단 30g이다. RM 27-04에는 티타카브Ⓡ (TitaCarbⓇ)라는 소재가 쓰였다. 리차드 밀에서 독점으로 사용하는 소재인 카본 TPTⓇ(Carbon TPTⓇ)는 무게가 매우 가벼우면서 스크래치가 나지 않아 브랜드 내 다수 모델로 만날 수 있다. 로저드뷔 역시 다양한 소재를 선보이는데 적극적인 브랜드다. 2016년부터 카본, 세라믹, 카테크 마이크로-멜트 바이 오뒤어 CCM™(크롬-코발트계 합금) 등으로 혁신적인 행보를 보여주었다. 최근 발표한 ‘엑스칼리버 모노밸런시어’에는 항공 우주 분야에서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소재에서 영감받은 무기물 복합 섬유(MCF)를 사용했다. 이는 세라믹보다 2.5배 가볍고 카본보다 13% 가벼운 것은 물론 스크래치에 강하며, 자외선과 자연광에 대한 내구성이 뛰어나다. 최근 시계 소재의 트렌드라면 티타늄을 빼놓을 수 없다. 티타늄 소재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는 데 있어 다소 보수적이었던 전통적인 시계 브랜드에서도 올해 워치스 & 원더스를 통해 다수의 티타늄 시계를 발표했다. 그중 눈에 띄는 브랜드가 바쉐론 콘스탄틴과 랑에 운트 죄네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메종의 인기 컬렉션인 오버시즈 컬렉션에서 최초로 투르비용 스켈레톤 모델을 출시하며 시계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동일 모델의 18K 핑크 골드 버전이 217g인 데 반해 티타늄 모델은 110g이기에 시계의 중량감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랑에 운트 죄네 역시 브랜드의 주요 라인인 오디세우스에 티타늄을 적용한 모델을 발표했다. 스테인리스 스틸보다 43% 가벼운 티타늄 소재 덕에 오디세우스의 무게가 감소했다. 5년 이상의 연구 개발 끝에 티타늄처럼 가볍고 견고하며 세라믹처럼 단단하고 스크래치에 강한 세라타늄Ⓡ을 사용해 스틸에 비해 30% 가벼운 무게감을 구현한 IWC, 카본 섬유를 기초로 한 합성 소재인 카보테크™를 사용해 초경량 케이스 모델을 선보인 파네라이 등 보다 가벼운 무게를 향한 브랜드의 끝없는 열정은 계속될 전망이다.



피아제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보다 얇게, 보다 날렵하게


시계를 얇게 제작한다는 것은 시계의 핵심 부품인 무브먼트를 극단적으로 매만져야 하는 특별한 미션이기 때문에 결코 누구나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시계를 얇게 제작하는 노하우는 피아제의 히스토리가 대표적이다. 1957년 피아제는 두께가 2mm에 불과한 칼리버 9P를 개발하며 울트라-신 무브먼트의 신기록을 이어가는 첫 번째 여정을 시작했다. 이후 1960년, 2010년, 2014년에 기념비적인 무브먼트를 출시하며 울트라-신 무브먼트에 대한 메종의 기술력을 세상에 알렸다. 이후 2018년 워치스 & 원더스를 통해 평단의 찬사와 함께 최초로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시계(AUC)를 선보인 이후 2020년 드디어 착용하기에 안정적인 제품으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해 제네바 워치메이킹 그랑프리(GPHG)에서 최고상인 애귀유 도르를 수상하며 울트라-신 시계 분야에서 피아제만의 영역을 확고히 했다. 두께가 2mm에 불과한 AUC는 일반적으로 4개 층으로 이뤄진 시계 구조를 하나의 플레이트에 모두 담아내는 새로운 구조를 적용해 얇은 두께를 구현했다. 이 구조는 다섯 가지 특허를 획득하며 울트라-신 시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울트라-신 시계 분야에서 불가리의 질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증명한다. 불가리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8년간 8개의 기록을 갱신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 기세를 이어 올해는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로 두께 1.8mm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무브먼트가 아닌 케이스 백에서 사파이어 크리스털 윗부분에 이르는 시계 전체의 두께다. 울트라 씬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능이 없는 시, 분 기능만 있는 타임 온리 시계로 귀결되는데 투르비용, 미닛 리피터 같은 기능이 있는 울트라 씬 제품의 경우 각각의 부품에

서 두께를 줄여나갔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더한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얇은 두께 덕에 손목 위에 올렸을 때 마치 착용하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가볍다. 최근 단숨에 제일 얇은 시계로 등극한 리차드 밀의 RM UP-01이 공개되어 시계업계를 놀라게 했다. 리차드 밀의 상징인 토노 형태를 유지하면서 무려 1.75mm 두께의 초박형 디자인으로 선보인 것. 절대적인 얇은 두께를 향한 브랜드들의 멈출 줄 모르는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손목에 맞는 케이스 사이즈


한동안 시계업계에서는 케이스 사이즈를 어디까지 키울지 내기라도 하는 양 파격적인 대형 사이즈가 대세였던 적이 있다. 물론 현재도 사이즈 큰 사이즈의 인기는 유효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사용자의 손목 사이즈에 맞는, 특히 동양인의 손목 사이즈에 잘 어울리는 크기를 선호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남성적이고 대담한 매력을 드러내는 큰 사이즈의 시계는 그 자체로 존재감을 발휘하지만, 한편으로는 크기에 비례한 무게 때문에 손목에 다소 피로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각 브랜드에서는 기존 컬렉션에 작은 사이즈로 베리에이션한 모델을 다수 내놓았으니 눈여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실 케이스 사이즈를 줄인다는 것은 단 몇 밀리미터일지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케이스 사이즈를 줄인다는 것은 그에 맞춰 부품을 모두 조정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줄어든 사이즈에 맞게 두께도 조정해야 하며, 러그나 브레이슬릿의 폭도 매만져야 하는 매우 예민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올해 LVMH 워치 위크를 통해 선보인 위블로의 빅뱅 인테그랄 타임 온리도 그러한 모델 중 하나다. 새롭게 선보인 40mm 모델은 이전 42mm 모델에 비해 지름은 2mm, 두께는 3.2mm 얇아졌다. 보다 콤팩트한 빅뱅 인테그랄 모델을 원했던 이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파네라이의 사이즈 변화가 인상적이다. ‘큰 사이즈 시계’이라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인 파네라이는 지난해 루미노르 컬렉션에 40mm 모델을 추가하며 시계 애호가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47mm 같은 큰 사이즈가 주를 이루는 파네라이에서 40mm 제품을 출시한 것은 큰 변화였다.



위블로 빅뱅 인테그랄 타임 온리

브레이슬릿의 변화


신소재를 사용한 시계나 울트라-신 모델의 경우 개발 과정에 비례해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착용감이 보다 좋은 시계를 구매하고자 할 때 반드시 앞서 말한 시계들이 위시 리스트 1순위에 반드시 자리하진 않는다. 이럴 때 근사한 대안이 되는 것이 브레이슬릿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제품이다. 기본적으로 대다수의 시계는 케이스와 베젤, 무브먼트 등에 금속 소재를 사용하다 보니 다이얼 무게를 줄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기 마련. 이럴 경우 평소 사용하는 시계에 스트랩만 바꿔도 한결 편안하고 가벼운 착용감으로 즐길 수있다. 또 기존에 가지고 있는 워치에 다른 스트랩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대표적으로 브레이슬릿을 러버나 패브릭 스트랩으로 교체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무브먼트 같은 시계의 주요 파트가 달라져야 무게도 달라질 테지만 스트랩을 교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착용감의 변화, 기존 모델과 비교되는 무게에 따라서도 체감상 한층 산뜻하고 가볍게 느낄 수 있다. 많은 시계 브랜드에서 별도의 도구 없이 손쉽게 스트랩을 바꿀 수 있는 교체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다양한 스트랩으로 스타일에 변화를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스트랩에 따라 무게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 유용하다.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IWC, 까르띠에, 로저드뷔 등 많은 브랜드에서 이러한 방식을 만나볼 수 있다.


야외 활동이 많을 때는 러버 스트랩 모델에 주목할 만하다. 까르띠에 산토스 드 까르띠에처럼 레더 스트랩으로 출시하던 모델에 러버 스트랩 버전을 출시해 비교적 가볍고 스포티하게 즐길 수 있다. 브레이슬릿을 주로 즐긴다면 폭이나 두께, 구조에 변화를 주어 착용감과 이전보다 가벼운 무게감으로 업그레이드된 모델도 있다. 태그호이어의 아쿠아레이서 프로페셔널 200은 브랜드의 오랜 인체 공학적 브레이슬릿 디자인 설계를 통해 완성된 우아한 브레이슬릿을 장착했다. 브레이슬릿의 링크는 착용자 손목의 자연스러운 곡선에 따라 매우 유연하고 튼튼하게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또 푸시다운-풀 메커니즘을 통해 손쉽게 조정할 수 있는 7mm 익스텐션 기능도 갖추었다. 브라이틀링의 경우 1984년 모델을 그대로 복각한 뉴 크로노맷 B01 42 컬렉션은 원통형 디자인의 링크까지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대적으로 매만져 착용감과 마감 모두 향상시켰다.



파네라이 루미노르 마리나 4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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