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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시계 수집가의 기준 - 존 골드버거

  • bhyeom
  • 7월 4일
  • 4분 분량

THE STANDARDS OF WATCH COLLECTOR 수집의 대가들이 모였다. 시계를 모으다 보면 자연스레 목표가 생기기 마련이다. 흥미로운 점은, 서로 다른 테마와 취향으로 시작한 수집가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비슷한 방향으로 수렴해 간다는 것이다. <GMT KOREA>와 인터뷰를 나눈 존 골드버거와 알프레도 파라미코는 업계에서 세계 수집가들이 꿈꾸는 ‘성배 시계’를 다수 보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그 위대한 컬렉션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만약 당신이 오랜 시간 시계 수집의 여정을 걸어온 애호가라면, 시계 업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이들의 수집 철학과 깊이 있는 조언에 귀 기울여보는 것도 좋다.



JOHN GOLDBERGER

ON THE STANDARDS OF WATCH COLLECTOR


“수집가와의 관계를 소중히 하라. 수집은 결국 사람의 일이며, 그 안에는 윤리와 책임이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퀄리티, 퀄리티, 퀄리티’다.”


세계적인 빈티지 시계 수집가 존 골드버거
세계적인 빈티지 시계 수집가 존 골드버거 (© ZEGNA_VELLUS AUREUM SUMMER 2025 CAMPAIGN_HERO)
파텍필립 하이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 옐로 골드 블랙 다이얼 Ref. 658, 1937년 제작
파텍필립 하이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 옐로 골드 블랙 다이얼 Ref. 658, 1937년 제작

47년간 시계를 수집해왔다. 그 긴 시간 동안 시계 수집 문화는 어떻게 변화했다고 생각하는지.

1978년, 처음으로 시계를 수집하며 시작된 이 여정이 어느덧 47년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시계 수집 문화는 눈에 띄게 진화했다. 지난 20년 사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으로 시계 관련 정보 접근성이 확실히 높아졌고, 덕분에 새로운 세대의 애호가와 수집가가 생겨났다. 수집가들의 취향도 시대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빈티지 까르띠에 시계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브랜드의 철학, 디자인, 역사의 흐름까지 아우르는 총체적인 안목을 갖추고자 하는데, 1990년대 한때 열광적인 주목을 받았던 까르띠에는 오랜 시간 시장의 관심 밖에 있었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재조명되며 지금은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다. 유행은 돌고 돈다. 현재는 1970년대 스타일이 다시 떠오르고 있고, 까르띠에는 그 흐름의 중심에 있다.


까르띠에, 롤렉스, 파텍필립의 상징적인 빈티지 모델을 수집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많은 수집가가 꿈꾸는 시계들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브랜드들의 가치가 어떻게 형성되었다고 보는지.

나는 롤렉스와 파텍필립, 그리고 까르띠에를 현대 시계 수집 문화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꼽는다. 롤렉스와 파텍필립은 여전히 전 세계 경매 시장에서 선두 주자다. 이 두 브랜드는 탁월한 품질과 희소성, 그리고 역사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수많은 수집가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왔다. 그리고 최근 까르띠에의 손목시계, 포켓 워치, 탁상시계 경매 결과 역시 인상적이다. 나는 까르띠에가 현대 시계 디자인의 결정적 기점을 만든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20세기 초, 까르띠에는 손목시계 최초의 ‘모더니티’를 구현한 브랜드다. 특히 1910년대 중반 선보인 ‘탱크 노말’은 당시 대부분의 시계가 원형 케이스에 머물렀던 시절, 과감하게 직사각형 케이스와 로만 인덱스를 사용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봐도 놀라울 만큼 현대적이다.


시계라는 물건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나에게 시계란 일상의 일부이자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예술 작품이다. 한 점의 시계에는 기계공학과 조형미, 그리고 그것을 설계하고 만든 인간의 정신이 담겨 있다. 나는 시계를 ‘몸에 착용하는 예술’이라 부른다.


오랜 시간 수집가로서 지켜온 원칙이 있다면.

나는 수집가로서 몇 가지 철칙을 고수한다. 첫째, 반드시 마음에서 우러나 사랑할 수 있는 시계를 구입한다. 유행은 언제든 사라지지만 진정한 애정은 지속되기 때문이다. 둘째, 언제나 품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라. 셋째, 희소성과 출처는 반드시 이해하고 확인할 것. 넷째, 공부를 멈추지 마라. 블로그, 포럼, 서적, 그리고 스위스의 시계 박물관을 방문해라. 다섯째, 신뢰할 수 있는 딜러와 수집가와의 관계를 소중히 하라. 수집은 결국 사람의 일이며, 그 안에는 윤리와 책임이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퀄리티, 퀄리티, 퀄리티’다.

파텍필립 퍼페추얼 캘린더 문페이즈 Ref. 1526
파텍필립 퍼페추얼 캘린더 문페이즈 Ref. 1526
체인이 달린 파텍필립 포켓 워치 Ref. 844 퍼페추얼 캘린더 미닛 리피팅 화이트 골드
체인이 달린 파텍필립 포켓 워치 Ref. 844 퍼페추얼 캘린더 미닛 리피팅 화이트 골드

시계를 막 수집하기 시작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참고서가 있다면.

입문자들에게는 몇 가지 훌륭한 참고서를 소개하고 싶다. 까르띠에에 대해 알고 싶다면, 1990년대 초, 내 친구인 네그레티 지암피에로(Negretti Giampiero)와 바라카 제이더(Baracc Jader)가 공동 저술한 『르 땅 드 까르띠에(Le Temps de Cartier)』를 추천한다. 오리지널 아카이브 이미지와 도면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 마르코 리숑(Marco Richon)의 『오메가, 시간을 따라가는 여정(Omega, A Journey Through Time)』은 오메가의 역사를 조망하는 훌륭한 자료다. 푸치 파파레오(Pucci Papaleo)의 『얼티메이트 롤렉스 데이토나(Ultimate Rolex Daytona)』와 기스버트 L. 브루너(Gisbert L. Brunner)의 『더 워치 북 롤렉스(The Watch Book Rolex)』도 각각의 브랜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책들이고,니콜라스 폴크스(Nicholas Foulkes)가 쓴 『파텍필립, 공식 전기(Patek Philippe, Authorized Biography)』도 읽어볼 만하다. 웹사이트로는 호딩키(Hodinkee), SJX, 레볼루션(Revolution), 어 컬렉티드 맨(A Collected Man)이 시계 문화 콘텐츠를 다루는 뛰어난 플랫폼이다.


인스타그램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디지털 시계 문화와 오프라인 시계 문화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는지.

나는 사진을 좋아해서 인스타그램 초창기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요즘은 나의 컬렉션 중 특별한 시계를 소개하거나, 내가 집필한 빈티지 워치 관련 서적을 알리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웹은 가상 공간이다. 시계의 진짜 매력은 손으로 직접 만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에서 비롯된 이야기에 있다. 진짜 수집은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다.


독립 시계 브랜드에 대한 평가도 궁금하다. 최근에는 아노마 워치 같은 신생 브랜드의 시계도 구입했다고 들었다.

독립 브랜드는 시계 시장에 신선한 공기와 창의성을 불어넣는 존재다. 무엇보다 수집가는 직접 창립자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공방을 방문해 자신이 주문한 시계의 제작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그 감각은 현대미술 수집과 매우 유사하다. 작가와의 관계를 통해 작품을 이해하고, 그 문맥까지 몸소 품게 되는 것이다. 이 밀도 높은 관계야말로 오늘날 수집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다.


2018년 필립스 경매에서 화이트 골드 ‘유니콘’ 데이토나 Ref. 6265를 전액 자선 목적으로 출품한 일이 화제가 되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그 시계는 오래전 한 경매 하우스를 통해 개인적으로 구입한 후 직접 복원한 작품이다. 오직 자선이라는 목적만으로 경매에 출품했다.


어떤 시계는 평생 간직하는 반면, 어떤 시계는 언젠가 되팔기도 한다. 그 기준은 무엇인지.

나의 컬렉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나의 수집 방식도 점점 발전해 이제는 ‘세트, 유형, 테마’별로 수집을 이어가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소장한 시계 대부분은 한 번도 착용해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요즘은 아르데코 시대의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파텍필립, 오데마 피게,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 까르띠에 같은 브랜드의 포켓 워치들이다. 포켓 워치는 결코 구시대 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현대 수집가들 사이에서 기계식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대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시계들은 창조적 움직임의 산물이고, 역사적 예술품이다. 촉각적으로 시계학을 탐험할 수 있는 대상이다. 일상에서 포켓 워치를 사용하는 수집가는 많지 않지만, 수집 여부와 관계없이 그 정교한 구조와 심미적 감각 덕분에 새로운 세대들에게 ‘기계식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훌륭한 수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수집은 직업이 될 수도 있고, 취미가 될 수도 있다.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어떤 수집가가 되고 싶은지 물어보는 일이다. 나는 시계를 돈벌이 수단으로 사지 않는다.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흔하지 않고 진정한 가치를 지닌 시계들로 컬렉션을 완성하는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위대한 수집가’란 어떤 사람인지.

위대한 수집가는 뛰어난 절제력과 집중력을 지닌 사람이다. 희소성과 출처가 뚜렷한 시계에만 집중해야 한다. 지식과 취향은 물론 중요하지만, 학문적으로 진정한 권위자가 되기 위해서는 체계성과 자기 관리도 필수다. 진정한 수집가의 사명은 다음 세대의 시계 애호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일이다. 내가 역사 속에서 존경하는 수집가로는 존 피어폰트 모건(John Pierpont Morgan)과 헨리 그레이브스 주니어(Henry Graves J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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