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텍 필립의 레어 핸드크래프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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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 필립의 레어 핸드크래프트는 말 그대로 희귀하고 신비로운 영역에 속한다. 전통 공예 기술을 이어가는 장인이 많지 않은 데다 제작 수량까지 극히 제한적이어서, 이를 소유할 기회 역시 그만큼 드물다. 오랜 시간과 정성,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고난도 작업인 만큼, 파텍 필립은 전시를 찾은 이들에게 장인의 시연을 직접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방문객들은 단 한 번의 붓질과 인그레이빙만으로 결점 없는 완벽한 표현을 빚어내는 솜씨를 눈앞에서 경험한다.
올해 파텍 필립은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9일까지 1853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제네바 살롱에서 연례 전시 <레어 핸드크래프트(Rare Handcrafts)>를 진행했다. 20m가 넘는 금선과 48가지 에나멜 컬러, 다이아몬드와 컬러 스톤 세팅이 어우러진 ‘마코’ 돔 테이블 클록’을 비롯해 엄선된 65점을 선보여 많은 이들이 워치스 & 원더스 기간 중 이곳을 찾았다. ‘시계업계의 루브르 박물관’으로 불리는 제네바의 또 다른 전시 공간인 파텍 필립 뮤지엄은 500년에 걸친 압도적인 수의 걸작으로 채워져 있는데, 클루아조네 에나멜과 그랑 푀 에나멜, 미니어처 페인팅, 기요셰 같은 전통 공예 작품이 보존되어 있기에 메종의 <레어 핸드크래프트>를 이해하고 싶다면 다음 살롱의 전시가 시작되기 전 이곳을 찾아보길 권한다.
장식은 파텍 필립의 역사 초창기부터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1839년 앙투안 노르베르 드 파텍(Antoine Norbert de Patek)과 프랑수아 차펙(François Czapek)이 제네바에서 파트너십을 맺었을 당시 장식이 전혀 없는 포켓 워치를 제작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초기의 장식은 폴란드 전통에서 영향받은 정교한 인그레이빙으로 시작되었고, 곧이어 에나멜 장식이 등장했다. 이후 예술 사조의 걸작을 오마주한 디자인과 미니어처 초상화까지 발전하며 왕실 고객을 위한 수많은 작품이 제작되었다. 시계의 존재 이유를 또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는 파텍 필립의 장식 기법에는 대표적으로 인그레이빙, 에나멜링, 기요셰, 마키트리, 핸드 젬세팅 등 다양한 기술이 있다. 이제 그 고귀한 기법들을 살펴보자.



MARQUETRY 마키트리
다양한 색조의 목재를 선별하고 절단해 하나씩 맞춰가며 이미지를 완성하는 장식 기법이다. 장인은 먼저 선 드로잉으로 구상을 잡은 뒤, 그 윤곽을 따라 목재를 잘라 형태를 완성한다. 파텍 필립에서는 본래 프레젠테이션 박스를 수놓던 이 기법을 과연 훨씬 작은 다이얼 위에서도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제기되면서 마키트리 시계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에 도전한 마키트리 장인이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이 바로 2008년 ‘케냐의 검은관두루미(Ref. 982/115)’다. 이후 여러 아름다운 피스에 같은 기법이 이어졌는데, 2년 뒤 공개된 두 번째 마케트리 타임 피스 ‘로열 타이거(Ref. 5077P)’ 손목시계와 ‘백로의 초상(Ref. 995/143G-001)’ 포켓 워치가 대표적인 예다.


ENAMELLING 에나멜링
수백 년이 흘러도 색이 바래지 않는 특성을 지녀, 보관만 제대로 한다면 그 시대 장인이 구사한 높은 수준의 에나멜링을 마주할 수 있다. 작품 하나를 위해 소성과 냉각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다루기 여간 까다롭지 않은 기술이지만,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미적 매력 덕에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사랑받는 기법으로 꼽힌다. 분쇄한 실리카와 금속 산화물을 섞은 페이스트를 금속 표면에 올린 뒤 약 850℃의 가마에서 여러 차례 구워 색채를 빚어내는 방식으로, 클루아조네와 샹르베, 파요네, 미니어처 페인팅 등이 대표적인 기법이다. 파텍 필립은 이 기술이 명맥을 잃지 않도록 꾸준히 생산을 이어온 명성 높은 메종 중 하나이며, 수준 또한 최고 난도에 이른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1950년대에 제작된 월드타임 Ref. 2523이다. 2026년 5월 9일부터 10일까지 제네바에서 열린 필립스(Phillips) 제네바 워치 옥션 XXIII에서 이 시계는 796만 1,000스위스프랑(한화 약 151억 원)에 낙찰되었다. 파텍 필립은 최고 수준의 에나멜 장인들과 손잡고 소수의 월드타임 시계에만 클루아조네 에나멜 다이얼을 적용해왔는데, 이 작품은 대륙의 형태와 국경, 해양을 모두 다이얼 위에 담아내야 했던 만큼 제작 난도가 한층 높았다. 한 시계 전문가는 이를 두고 ‘월드타임 메커니즘 자체도 뛰어나지만, 이 시계를 시계 제작의 예술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바로 클루아조네 에나멜 다이얼’이라고 평했다.



GEM SETTING 젬 세팅
다이얼과 케이스, 베젤, 브레이슬릿 등에 보석을 세팅해 타임피스를 장식하는 기술이다. 보석 세터는 각 스톤의 광채가 최대한 살아나도록 하나하나 배열하며, 모든 과정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워치메이킹에서는 울트라-신 무브먼트나 소재 특성 등 구조적 제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파텍 필립의 ‘아쿠아넛 루체(Ref. 5260/1455R-001)’는 이러한 젬 세팅의 정수를 보여주는 오뜨 주얼리 미닛 리피터로, 다이얼에 130개의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고 베젤과 케이스 측면, 브레이슬릿에는 779개의 멀티컬러 바게트 컷 사파이어를 어우러지게 배열해 다이얼 위에 아름다운 무지개를 그려낸다.



GUILLOCHÉ 기요셰
로즈 엔진 같은 전통 기계로 금속 표면에 미세한 직선 또는 곡선 패턴을 새겨 넣는 장식 기술이다. 깊이 약 0.03~0.04mm의 정교한 홈이 반복 패턴을 형성하며, 다이얼이나 무브먼트에 깊이와 빛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19세기에 크게 발전했으며, 한때 사라질 위기에 놓이기도 했으나 최근 부활했다. 2021년에 출시한 파텍 필립 Ref. 7040/250G는 로즈 엔진으로 새긴 기요셰 위에 반투명 블루 에나멜을 입힌 플랭케(Flinqué) 기법으로 완성되었다. 중심에서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소용돌이 형태의 기요셰로 최근 메종이 선보인 가장 인상적인 복합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ENGRAVING 인그레이빙
뷰린(burin)이라는 조각 도구를 사용해 금속 표면을 직접 조각하는 수작업 장식 기법이다. 장인은 현미경 아래에서 작업하며 빛의 반사를 이용해 입체감 있는 장식을 완성한다. 금속에 단 한 번의 터치로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수년에 걸쳐 기술을 연마한 장인만이 다룰 수 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과정에는 종종 조각가의 혼이 깃든다고들 표현한다. 파텍 필립에서 인그레이빙은 다른 장식 기법을 한층 돋보이게 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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