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인터뷰] 파네라이 최고 마케팅 & 제품 책임자 알레산드로 피카렐리

2시간 전
4분 분량

이탈리아의 감성과 군용 시계의 기능성, 스위스 워치메이킹이 어우러진 파네라이. 피렌체 부티크 개점 100주년을 맞아 알레산드로 피카렐리에게 브랜드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해 들었다.


파네라이처럼 아이덴티티가 강렬한 브랜드는 많지 않다. 1860년 시계 판매와 수리로 출발해 기계공학과 계측기 개발로 영역을 넓혔고, 이후 오랜 세월 동안 군용 장비와 시계 제작 및 관련 기술 개발에 주력해왔다. 해군이 차던 시계가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단단한 역사뿐 아니라 탁월한 실용성과 멋스러운 디자인 덕분이다. 여성이 착용해도 위화감이 없을 만큼 빼어난 곡선적 실루엣을 지녔으면서도 견고한 설계에서 우러나오는 존재감이 대단하다. 파네라이를 착용함으로써 남다른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으면서 역사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브랜드인 만큼 시계 애호가들과 언제든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올해 파네라이는 피렌체 부티크 개점 100주년을 맞아 마리노 마리니 박물관에서 9월 몰입형 전시 <Immersion>을 선보였다. 이를 위해 <GMT KOREA>는 이탈리아를 찾아 전시를 사전 관람하고 파네라이의 최고 마케팅·제품 책임자 알레산드로 피카렐리(Alessandro Ficarelli)를 만나 이번 전시의 주요 관람 포인트와 앞으로 파네라이가 정의해 나갈 이야기와 영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파네라이 최고 마케팅 & 제품 책임자 알레산드로 피카렐리
파네라이 최고 마케팅 & 제품 책임자 알레산드로 피카렐리

먼저 피렌체 부티크 개점 100주년을 축하한다. 파네라이의 이야기가 시작된 피렌체에서 이번 행사를 개최한 소감이 어떤가.

감사하다. 파네라이 가문 자체가 피렌체 출신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매우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피렌체는 더없이 아름다운 도시이고, 이런 곳에서 행사를 열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자 영광이다. 특히 어제 갈라 디너가 열린 장소는 정말 특별했다. 세계 어디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예술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피렌체에서 파네라이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브랜드로서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파네라이는 이탈리아의 헤리티지와 디자인, 그리고 스위스 워치메이킹이 공존하는 브랜드다. 이 두 요소는 오늘날의 파네라이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파네라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매뉴팩처와 피렌체, 두 곳을 모두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네라이는 이탈리아의 헤리티지와 디자인, 그리고 스위스 워치메이킹이 결합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조합이 다른 브랜드와 구별되는 파네라이만의 독창성을 만든다. 이번 <Immersion> 전시에서는 파네라이의 역사와 기능적 디자인, 그리고 이탈리아 해군과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의 요구에 따라 시계에는 높은 가독성이 필요했고, 큰 사이즈와 충격을 견디는 내구성도 갖춰야 했다. 이러한 목적에 맞춰 케이스와 장비 역시 끊임없이 진화했다. 매뉴팩처에서는 파네라이가 미래를 위해 어떻게 연구하고 혁신하며 테스트하는지를 경험할 수 있다. 피렌체와 매뉴팩처를 모두 둘러보고 나면 비로소 ‘왜 파네라이가 지금과 같은 모습인가’를 이해하게 된다. 모든 것은 역사에서 시작하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는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피렌체 부티크 오픈 100주년을 맞은 바로 지금 <Immersion> 전시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이번 100주년은 정확히 말하면 피렌체 부티크의 100주년이다. 100년 전에는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파네라이 부티크가 아니라 파네라이 가문이 운영하던 오롤로제리아 스비체라였다. 당시 마리아 파네라이(Maria Panerai)는 매장 운영을 맡았고 주세페 파네라이(Giuseppe Panerai)는 이탈리아 해군과의 관계를 담당하며 장비와 시계를 개발했다. 오늘날 이 부티크는 전 세계 컬렉터가 피렌체를 찾는 이유다. 시계를 구입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시작된 장소에서 파네라이의 이야기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따라서 100주년은 브랜드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다시 들려줄 좋은 기회였다. 전시를 <Immersion>이라 이름 붙인 것도 같은 이유다. 관람객이 단순히 파네라이의 역사 오픈를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세계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직접 경험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전시는 파네라이의 깊은 역사에서 출발한다. 과거 군사기밀이었던 시계와 문서, 장비 등 평소 공개하기 어려운 자료를 선보이고, 여기에서 수심과 방수 성능, 야광과 가독성처럼 파네라이를 정의하는 요소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하지만 과거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파네라이의 시계는 실제 삶 속의 모험을 위해 제작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한다. 바다는 파네라이의 플레이그라운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과거의 역사에서 출발해 오늘날의 기술과 미래까지 이어진다. <Immersion>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로 잇는 브랜드 전시인 셈이다.


피렌체 부티크 개점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한 시계도 선보였다. 이번 에디션은 어떻게 탄생했나.

프레스 자료에는 없는 이야기를 하나 하고 싶다. 시작은 약 3년 전이다. 컬렉터이자 친구가 내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한 번도 본 적 없을 프로토타입을 꼭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 시계는 1960년대의 역사적인 파네라이 프로토타입 Ref. 6152/1이었다. 관련 문서도 모두 남아 있었고, 피렌체의 파네라이 가문 작업실에서 제작된 시계였다. 특히 손으로 직접 가공한 독특한 디테일이 있었다. 줄(file)로 깎아 만든 것으로 장갑을 낀 해군 특수부대원이 크라운을 보다 쉽게 조작하고 더 나은 그립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 첫 질문은 “이 시계를 우리가 살 수 있나”였다. 하지만 5분 만에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제도 그 컬렉터가 행사에 참석해 다시 물었지만 대답은 여전히 “아니요”였다. 나는 이 역사적인 시계에 경의를 표하는 트리뷰트 에디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그대로 복제하고 싶지는 않았고, 원작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고자 했다. 그 결과 플래티넘 모델이 탄생했다. 역사적인 시계의 특징을 이어받으면서 그린 다이얼을 적용했고, 부티크 개점 100주년에 맞춰 100피스를 제작했다. 오리지널 모델은 47mm였지만 새 모델은 44mm로 완성했다. 과거의 시계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구조와 디자인으로 만든 트리뷰트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피렌체 부티크 오픈 100주년을 위한 특별한 에디션으로 개발했지만, 이 시계를 본 다른 지역의 동료들이 하나같이 “우리도 이 시계를 원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후 스틸 버전까지 개발하게 됐다. 다만 플래티넘 모델의 특별함을 유지하기 위해 두 모델은 다이얼 컬러를 비롯한 여러 디테일에서 차이를 두었다. 특히 플래티넘 모델에는 역사적인 피렌체 부티크의 문을 모티브로 한 인그레이빙을 적용했다.


파네라이를 정의하는 여러 가치 가운데 젊은 세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젊은 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 하나가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파네라이는 강력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역사를 낡은 방식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보여주며, 오늘날 손목 위에서 살아 있는 역사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파네라이를 손목에 찬다는 것은 하나의 강렬한 스테이트먼트(statement)이기도 하다. 일상의 평범한 모험부터 극한의 모험까지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이며, 손목 위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파네라이의 모든 요소에는 이유가 있다. 어두운 환경에서 시간을 확인해야 했기에 높은 가독성과 야광 성능이 필요했고 특정한 임무와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케이스 역시 견고하게 만들었다. 디자인과 기능, 테스트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이유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진짜 이야기를 신선한 방식으로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파네라이의 이야기는 과거에 끝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도 그 이야기의 새로운 챕터를 계속 써 내려가고 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창조하고 혁신해야 하지만, 언제나 우리의 기원을 존중해야 한다. 파네라이라는 브랜드의 본질을 완전히 바꿔버린다면 더 이상 파네라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뿌리와 정체성에 충실하면서도 오늘날의 고객에게 의미 있는 브랜드로 남는 것이 앞으로도 파네라이가 이어갈 방향이다.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