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 시계 별명 이야기
롤렉스 GMT-마스터2: 블루와 레드의 조합이 펩시콜라 로고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펩시’라는 별명이 붙었다.
톡 쏘는 색(色)다른 별명: 롤렉스
시계업계에서도 롤렉스는 유독 별명이 많은 브랜드다. 신제품을 출시할 때 롤렉스는 기존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컬러만 변경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구분 하기 위해 팬들이 자발적으로 애칭을 붙이기 시작한 것. 가장 대표적인 모델 은 GMT-마스터다. 이 시계는 밤과 낮을 구분해주는 두 가지 색상의 베젤을 사용했으며, 각 컬러의 조합에 따라 여러 별명이 있다. 1955년 출시된 첫 번째 GMT-마스터는 베젤에 블루와 레드를 적용했고, 이 조합이 펩시콜라 로고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펩시’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후 다양한 베젤 컬러에 맞춰 새로운 별명이 등장했다. 1983년에는 GMT-마스터2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블랙과 레드를 조합한 모델이 출시되었는데, 앞서 ‘펩시’와 같은 맥락에서 ‘코크 (코카콜라)’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러한 롤렉스의 음료 닉네임은 2018년 바젤월드에서 공개된 GMT-마스터2 롤레조 모델로 이어진다. 이 시계의 세라믹 베젤에는 투톤 브라운 컬러를 적용했으며, 출시된 직후 곧바로 ‘루트비어(Root Beer)’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별명 역시 동명의 음료 패키지 색상과 관련 있다. 그 밖에도 블랙과 블루 조합의 GMT-마스터2는 배트맨의 슈트 컬러와 비슷하다고 해서 ‘배트맨’으로 불린다. 혹자는 기존 음료 닉네임의 연장선상에서 ‘파워에이드’라고도 부른다. 2019년 출시된 주빌리 브레이슬릿 버전을 기존 배트맨과 구분하기 위해 ‘배트 걸’로 부르는 것도 흥미롭다. 서브마리너 컬렉션에도 컬러에 따른 별명이 있다. 그린 다이얼에 그린 세라믹 베젤을 조합한 서브마리너(Ref. 116610LV)는 녹색 슈퍼히어로 헐크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헐크’로 통용된다. 또 블랙 다이얼에 그린 세라믹 베젤을 조합한 신형 서브마리너(Ref. 126610LV)는 ‘스타벅스’로 불리며 컬러에 따른 음료 닉네임 계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롤렉스 서브마리너 데이트: 블랙 다이얼에 그린 세라믹 베젤을 조합한 신형 서브마리너 데이트 모델은 ‘스타벅스’로 불린다.
숫자보다 친근한 닉네임: 파네라이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파네라이에도 별명이 붙은 시계가 많다. 파네라이 역시 롤렉스처럼 각 모델이 비슷한 디자인을 공유하는 데다 이름 대신 ‘PAM○○ ○○○’ 형식의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부 유명 모델에는 비공식 별명이 붙었다. 타 브랜드에 비해 사용자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것도 적극적인 닉네임 생산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파네라이 PAM00127: 6시 방향에 새겨진 숫자 ‘1950(Ninety Fifty)’의 뒷부분 ‘Fifty’를 변형해 ‘피디(Fiddy)’라 부른다.
가장 잘 알려진 별명 중 하나는 ‘피디(Fiddy)’다. 파네라이는 2002년 스페셜 에디션 PAM00127을 출시했다. 이 시계는 과거 안젤루스240 무브먼트를 탑재한 군용 빈티지 파네라이(Ref. 6152/1)를 거의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오늘날 47mm 루미노르 1950 모델의 출발점이 된 성배 같은 모델이다.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제작된 거대한 돔 글라스와 빈티지 파네라이 시계를 복각한 케이스는 팬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이 시계의 별명인 피디는 6시 방향에 새겨진 숫자 ‘1950’과 관련이 있다. 파네라이 비평가인 페레즈코프(Perezcope)에 따르면, 다이얼에 새겨진 1950(Ninety Fifty)의 뒷부분인 ‘Fifty’를 속어인 ‘Fiddy’라 부른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파네라이 PAM00382: 파네라이 최초의 브론즈 케이스 모델, 이탈리아어로 ‘청동’을 뜻하는 ‘브론조’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한편 PAM00064는 파네라이 최초로 1,000m 방수 성능을 갖춘 섭머저블 모델로, 두툼한 두께와 묵직한 무게 때문에 ‘라봄바(La Bomba, 폭탄)’라는 별명이 붙었다. 컬러나 소재 때문에 붙은 별명도 있다. PAM00339는 케이스의 브라운 컬러 때문에 ‘브라우니(Brownie)’라고 불린다. 2011년 출시된 PAM00382의 별명 ‘브론조(Bronzo)’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시계는 파네라이 최초로 케이스에 브론즈 소재를 적용한 모델로, 팬들은 이 스페셜 에디션에 이탈리아어로 청동을 뜻하는 ‘브론조’라는 닉네임을 붙였다. 이 별명은 현재 파네라이 브론즈 케이스 모델의 공식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외모와 크기에서 착안한 애칭
시계 별명은 외모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다. IWC의 포르투기저 오토매틱이 대표적이다. 이 시계는 2개의 서브 다이얼이 부엉이의 동그란 눈을 닮았다는 이유로 유저들 사이에서 ‘부엉이’로 불린다. 이런 디자인은 주로 투 카운터 크로노그래프 시계에서 볼 수 있는데, IWC의 포르투기저 오토매틱은 크로노그래프 기능 없이도 2개의 서브 다이얼을 좌우로 갖춘 흔치 않은 모델이다. 왼쪽 다이얼은 스몰 세컨즈, 오른쪽 다이얼은 파워 리저브를 표시하는데, 서브 다이얼의 크기와 위치가 절묘하다. 너무 작거나 중앙 초침에 가까우면 부엉이 느낌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IWC 샤프하우젠 포르투기저 오토매틱: 2개의 서브 다이얼이 부엉이의 동그란 눈을 닮았다는 이유로 ‘부엉이’로 불린다.
튜더의 헤리티지 크로노는 1971년 출시된 제2세대 오이스터데이트 크로노그래프 워치의 복각판이다. 이 모델은 다이얼이 카지노 룰렛을 닮았다고 해서 당시 ‘몬테카를로(Montecarlo)’라 불렸다. 참고로 몬테카를로는 카지노와 자동차 경주로 유명한 모나코의 휴양도시다. 하지만 튜더에서 가장 널리 알려 진 별명은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일 것이다. 튜더는 1969년 자사의 제 2세대 다이버 워치(Ref. 7016)를 출시했다. 이 시계의 핸즈에는 가독성을 최적화하기 위해 야광 도료를 입힌 사각형을 더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눈송이를 닮았다고 해서 이런 애칭이 붙었다. 이 핸즈 디자인은 오늘날 튜더의 펠라고스 및 블랙베이 컬렉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튜더 펠라고스 FXD: 핸즈의 형태가 눈송이를 닮았다고 해서 ‘스노우플레이크’라는 애칭이 붙었다.
한편 오데마 피게의 로열오크는 형태가 아닌 크기 때문에 ‘점보’라는 별 명이 붙었다. 1972년 공개된 최초의 로열오크는 케이스 지름이 39mm로 당 시 기준으로는 매우 큰 시계였다. 그래서 애호가들은 오리지널 로열오크(Ref. 5402)를 ‘점보’라고 불렀다. 현재 오데마 피게는 해당 모델을 기념하기 위해 39mm 모델을 ‘점보 엑스트라-신(Jumbo Extra-thin)’으로 표기한다.
오데마 피게 로열오크 셀프 와인딩: 최초의 로열오크는 지름 39mm로 당시 매우 큰 시계였기 때문에 ‘점보’라고 불렸다.
유명인들의 시계와 닉네임
셀럽들이 착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별명이 붙은 시계도 있다. 태그호이어의 모나코는 1969년 그레이 다이얼(Ref. 1133G)과 블루 다이얼(Ref. 1133B) 버전이 함께 출시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이 기억하는 최초의 모나코는 블루 다이얼 버전이다. 1971년 영화 <르망>에서 배우 스티브 맥퀸이 블루 다이얼 모나코를 선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래서 여러 모나코 중에서도 블루 다이얼을 적용한 모델을 흔히 ‘맥퀸 모나코’라 부른다. 현행 모델 중 칼리버11을 탑재한 모나코는 1969년 최초의 디자인을 재현한 것으로, 여러 블루 다이얼 모나코 중에서도 맥퀸 모나코의 원형에 가장 가깝다.
태그호이어 모나코 칼리버11: 배우 스티브 맥퀸이 영화 <르망>에서 착용한 블루 다이얼 모나코. ‘맥퀸 모나코’라고 불린다.
롤렉스에도 동시대의 배우가 착용했던 전설적인 모델이 있다. 영화배우이자 레이서이던 폴 뉴먼은 평소 롤렉스 데이토나를 즐겨 착용했는데, 시계 애호가들은 그가 착용했던 팬더 다이얼 데이토나(Ref. 6239)를 ‘폴 뉴먼 데이토나’ 라고 부른다. 실제로 폴 뉴먼이 착용했던 롤렉스 데이토나는 2017년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해 필립스 경매에서 무려 200억 원의 낙찰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는 원래 레이싱 경주를 위한 시계였으나 1969년 인류가 달에 착륙한 역사적 순간과 함께하면서 ‘문워치’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리고 이 별명이 원래 이름보다 유명해지면서 현재는 공식 명칭으로도 사용되 고 있다. 한편 스피드마스터 CK2998 모델은 1962년 수성 탐사 프로그램 ‘시그마 7’ 미션이 진행될 당시 우주 비행사 월터 시라와 함께 최초로 우주로 나간 오메가 시계다. 이 시계는 우주에서 사용한 첫 번째 오메가 시계라는 의미로 ‘퍼스트 오메가 인 스페이스(First Omega in Space)’라고 표기하며, 줄여서 ‘포이스(FOIS)’라 부른다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프로페셔널: 1969년 인류가 달에 착륙한 역사적 순간과 함께하면서 ‘문워치’라는 별명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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