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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ASTEST MAN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주차를 타고 우승하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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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콘텐츠가 폭발하듯 쏟아져 나오는 요즘에는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다. 올림픽, 월드컵, 포뮬러1(이하 F1)처럼 수억 명의 시청자를 확보한 세계 정상급 스포츠가 디지털 플랫폼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이유다. 시청 시간에 상관없이 데이터에 접속하는 세계에선 실시간 중계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건과 사고 자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뒷이야기로 흥미를 유발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F1, 본능의 질주>가 대성공을 거둔 이유가 여기에 있다. F1이란 모터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시청자를 자동차 경주의 세계로 끌어들여 시즌 3까지 집중시키는 이야기 전달 능력이 대단하다. 드라마에서 다루는 것은 단순한 드라이버의 경쟁이 아니다. 팀의 운영과 자금력, 기술 개발, 브랜딩, 정치와 신경전까지 복잡하게 연결된 이야기다.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 10개 팀에 소속된 20명의 드라이버와 팀을 이끄는 감독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TV 중계로는 몰랐던 무대 뒤의 이야기가 욕설과 섞여 생생하게 펼쳐진다.


물론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드라이버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어린 시절 고카트로 시작해 치열한 경쟁을 거쳐 F1 무대에 진출한 커리어. 그래서 실패할 수 없다는 각오. 하지만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경기. 감독이나 팀과 겪는 갈등. 어깨를 누르는 압박감. 그리고 찾아온 한 번의 기회. 이 모든 것이 시속 350km로 달리는 경주차처럼 쏜살같이 흘러간 다. F1에선 단 한 번의 기회로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지만,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빠르게 바뀌는 상황 속에서 어깨를 짓누르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건 드라이버뿐만이 아니다. 스폰서를 끌어들이고 실적을 내야 하는 감독도 필사적이다. 사비를 들여 팀을 운영하는 억만장자 입장에서는 팔짱을 끼고 문제를 지켜볼 수만은 없다. 피트에서 F1 경주차 타이어를 교체해야하는 피트 크루도 단 2초를 위해 하루에 수 시간을 연습한다. 이렇게 많은 이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F1이라는 냉혹한 세계에 적응한다. 알면 알수록 F1이라는 세계가 얼마나 복잡한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는지 실감할 수 있다. 올해 시즌도 그 어느때보다 다양한 사건, 사고로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12월 마지막으로 열리는 아부다비 경기까지 아직 한창인 지금, 앞으로 레이스를 더 흥미롭게 관람하기 위해 올해 일어난 사건 다섯 가지를 정리해봤다.




팀과 언론으로 번진 치열한 선두권 싸움


치열한 F1 레이스에서 경주차끼리 접촉하는 것은 일상다반사다. 하지만 그것이 선두를 달리는 드라이버이고, 누군가의 생명이 걸릴 만큼 큰 사고라면 문제가 된다. 올해 선두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싸움 중인 막스 베르스타펜과 루이스 해밀턴이 이런 접촉 사고에 지속적으로 휘말리고 있다. 영국 그랑프리에선 스타트 이후 9번 코너에서 해밀턴이 베르스타펜의 뒤 타이어와 접촉하며 레드불 경주차가 시속 290km에서 미끄러져 51G의 강력한 중력가속도로 방호벽과 추돌했다. 이탈리아 그랑프리에선 25랩에서 두 드라이버가 서로 주행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격렬하게 달리다가 충돌했다. 레드불 경주차가 공중으로 튀어올라 뒷바퀴로 해밀턴의 머리 쪽을 가격했지만, 운전자 머리 위에 달린 헤일로라는 안전장치 덕분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양쪽 모두 사고 직후 각자의 의견을 내놓고, 경기를 주최하는 FIA가 최대한 공정하게 조치하고 있음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 중이다.




세 바퀴 레이스

벨기에 그랑프리에선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경기 전부터 폭우가 예상 되었지만 경기를 취소하지 않고 강행한 것이 문제였다. 실제로 경주가 열린 일요일 아침,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많은 비가 내렸다. 그렇게 시작된 경주에서 1위는 막스 베르스타펜(레드불), 2위는 조지 러셀(윌리엄스), 3위는 루이스 해밀턴(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순으로 정렬해 세이프티카를 따라 세 바퀴를 천천히 달렸다. 이후 비가 너무 많이 내려 경기를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잠깐 경기를 멈추었고, 1시간 타이머가 작동했다. 1시간이 지난 시 점의 순위로 경기를 종료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강수량이 줄어들지 않아, 결국 오후 7시 벨기에 그랑프리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통산 100번째 우승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의 루이스 해밀턴이 2021 러시아 그랑프리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F1 그랑프리 역사상 최초로 100승을 기록한 드라이버가 됐다. 해밀턴은 레이싱의 명가 맥라렌이 발굴해서 육성한 선수로 데뷔해 시즌 종합 2위에 오르며 최정상 선수 대열에 들어섰다. 이듬해인 2008 시즌에는 곧장 정상에 오르며 역대 최연소 챔피언이라는 기록도 달성했다. 해밀턴이 세운 100승 기록은 F1의 황제라 불리는 마이클 슈마허의 기록(91번 우승)을 뛰어넘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월드 챔피언 타이틀 보유 횟수는 해밀턴과 슈마허 모두 7승인 상황. 8승을 거두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레드불 레이싱 팀의 막스 베르스타펜이 시즌 챔피언 포인트에서 앞서 쉽게 정상의 자리를 내줄 것 같지 않다.




피렐리 타이어 성능에 대한 의구심

F1 공식 타이어 피렐리가 일부 경기에서 잇따라 펑크가 나면서 성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타이어 펑크로 실격당한 팀과 드라이버는 “피렐리의 지침에 따라 공기압과 온도를 정확하게 맞추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선두권을 달리는 일부 드라이버는 이번 타이어 이슈와 관련해 “더욱 신중한 세팅과 사용법 숙지가 필요하다”는 반론을 제기하면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여주었다. 이에 피렐리 측은 펑크가 난 타이어를 모두 조사한 결과 타이어 내벽에서 대미지를 받은 원주형 손상을 발견했다고 밝히며, 제조 시 생긴 결함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피렐리는 2023년까지 F1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팀과 지속적으로 이런 문제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2022년 F1 경주차


완전히 바뀐 2022년 F1 머신

2021년 시즌이 한창이었던 7월, 2022년 F1 레퍼런스카가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다.이를 통해 이슈가 된 것은 예산과 에너지의 분배다. 내년엔 완전히 다른 레이스카 규정이 적용되기에 그만큼 기술 개발에 공을 들여야 한다. 실제로 일부팀들은 올해 남은 레이스를 위해 기술 개발을 하는 대신 내년 경주차에 사용할 예산과 에너지를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2022년 F1 머신은 ‘새로운 시대’라는 설명처럼 한눈에도 지금과 다르다. 리어윙의 비중을 줄였지만 전체적 인보디 형상을 입체적으로 바꿔 다운포스를 개선한다. 더불어 18인치 휠을 달아 이전과 완전히 다른 주행 감각을 실현했다. 당연히 드라이버와 팀이 얼마나 유연하게 신형 경주차에 적응할 것인지가 현재 F1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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