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ETAPHOR WATCH

시계는 보이는 것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토리텔러다.

 
쇼파드 L.U.C 엔진 원 H(2013)
쇼파드 L.U.C 엔진 원 H(2013)


은유적인 표현을 담은 시계


기호학은 기본적으로 ‘모든 것이 메시지(기호)’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시계도 이야기, 설명, 주장, 암시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기호학의 스토리텔링 방식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우회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때 은유보다 더 강력하고 적절한 수사적 장치가 또 있을까? 예컨대 스위스 워치 브랜드 퐁데리 47(Fonderie 47)은 교전 지역에서 가져온 AK-47 소총의 스틸 부분을 사용해 시계를 제작하면서 총기 사용에 대한 이슈를 다루었다. 독립 시계 브랜드 RJ(Romain Jerome) 또한 달의 먼지 또는 타이태닉호의 잔해에서 얻은 스틸로 다이얼을 제작하며, 고유의 역사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매번 기발한 아이디어로 놀라움을 주는 MB & F의 오를로지컬 머신 시리즈에는 무수한 해석이 담겨 있다. 그랜다이저, 람보르기니 미우라, 전투기 엔진, 인공위성, 우주선, 로켓, 해파리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영감을 얻은 이국적, 몽환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독립 시계 브랜드 위르베르크(Urwerk)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계를 집중적으로 선보이며 자신들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그라함 크로노파이터 빈티지 GMT(2017)
그라함 크로노파이터 빈티지 GMT(2017)

앙투안 프레지우소 투르비용 메테오라이트(2001)
앙투안 프레지우소 투르비용 메테오라이트(2001)


말 그대로 은유적인 디자인이라는 것


워치 디자인을 할 때 영감의 근원을 명확히 드러내면서 대중의 열광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면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클레르(Clerc)의 하이드로스캐프와 오메가의 플로프로프는 다이빙 장비의 디자인과 매우 닮았다. 스위스 독립 시계 제조사 그라함(Graham)은 크로노파이터 크로노그래프를 제작하기 위해 전투기 조종간의 실제 방아쇠를 장착했다. 스위스 독립 시계 브랜드 아지무스(Azimuth)의 로봇 시계처럼 몇몇 브랜드는 아주 독특한 것에 집중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동차만큼 영감을 얻기 좋은 분야도 없을 것이다. 자동차 림 형태의 로터, 엔진 회전속도계나 레이싱 깃발을 차용한 다이얼 등 자동차 관련 요소는 시계 디자인에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한다. 심지어 이탈리아 시계 브랜드 줄리아노 마주올리(Giuliano Mazzuoli)는 타이어 압력계를 본뜨기까지 했다.


위르베르크 EMC(2013)
위르베르크 EMC(2013)

위블로는 테크프레임 시리즈의 케이스를 위해 페라리 조종석 모양을 활용했다. 람보르기니와 파트너십을 맺고 시계를 제작한 로저드뷔, 레이싱카 조종석이 연상되는 쇼파드의 엔진 원과 리차드 밀의 몇몇 모델처럼 자동차 엔진의 외형이 시계 디자인에 적극 반영되기도 한다. 때로는 ‘은유’를 말 그대로 은유적인 방식으로 표현할 때도 있다. 최근 급증하는 운석 다이얼은 하늘을 향한 욕망을 나타내는데, 천문학적인 암시를 동반할 때 효과가 더욱 극대화된다. 스위스 시계 명장 앙투안 프레지우소(Antoine Preziuso)는 은유적인 방식으로 행성 여행에 관련된 작품을 만들고자 운석을 사용해 특별한 케이스를 제작했다. 몇 년 후 드 베튠 역시 극도로 간소화된 소재를 활용해 드림 워치 5 메테오라이트를 선보였다. 이러한 디자인, 콘셉트, 스토리텔링은 2000년대 중반 이전만 해도 좀처럼 상상할 수 없었다.


위블로 테크프레임 페라리 70주년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2017)
위블로 테크프레임 페라리 70주년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