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VACHERON CONSTANTIN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One of Not Many


다수가 아닌 하나, 흔하지 않은 것 중 하나. 바쉐론 콘스탄틴의 시계들을 보고 있으면 메종이 내세우는 ‘One of Not Many’ 정신의 의미를 즉각적으로 알아챌 수 있다. 긴 부연 설명을 더하지 않아도 말이다. ‘유일무이한’, ‘독보적인’ 같은 형용사로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결과물로 증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전에 없던 마스터피스 워치를 꾸준히, 그리고 담담하게 소개해온 브랜드로, 지난해에는 루브르 박물관의 걸작을 축소해 시계로 옮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판매 수익금 전액을 루브르 박물 관 교육 연대 프로그램에 기부했다). 전 세계 단 하나뿐인 맞춤형 ‘캐비노티에’ 타임피스 서비스를 진행한 것인데, 바쉐론 콘스탄틴 캐비노티에의 역사는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루마니아의 마리 여왕, 프랑스 공화국의 대통령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등이 주문했고, 이후 고객 명단은 인도 파티알라의 왕, 미국의 시계 수집가 제임스 워드 패커드, 이집트의 왕 푸아드 1세로 이어졌다. 1946년 푸아드 1세의 아들 파루크 왕을 위해 14개의 컴플리케이션을 적용한 가장 복잡한 시계를 제작할 때 소요된 기간은 5년. 하나의 마스터피 스를 위해 제작기간에 한계를 두지 않고 완벽을 기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처럼 바쉐론 콘스탄틴은 260년이 넘는 시간동안 파인 워치메이킹 기술에 예술성과 철학적 깊이를 더한 타임피스를 하나씩 추가해왔다.




8년 만에 완성된 비스포크 타임피스


상식적, 이론적으로 생각했을 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당장 구할 수 없는 것을 추구하는 열정적인 워치 컬렉터들. 이러한 성향의 컬렉터 중 한 명이 8년 전 바쉐론 콘스탄틴에 시계 제작을 요청한다. 주문 내용은 굉장히 명확하고 직관적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로 기네스에 등재된 바쉐론 콘스탄틴의 Ref. 57260과 동일하게 지름이 98mm일 것, 세계적인 명화를 포켓 워치에 미니어처 에나멜 페인팅으로 재현할 것, 그 기법은 세계 최고의 에나멜리스트로 불리는 아니타 포르셰(Anita Porchet)가 작업할 것, 그리고 그랑 소네리와 프티 소네리, 웨스트민스터 차임 및 미닛 리피터 등 복잡한 기능을 모두 모은 하이 컴플리케이션일 것! 바쉐론 콘스탄틴의 장인이든, 의뢰자든 이 요구 사항을 과연 모두 반영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질 법도 하지만, 그들은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피스의 시계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VACHERON CONSTANTIN

이 시계의 첫인상은 한없이 우아하면서도 과거의 유적에서 가져온 비밀스러운 보물 같은 느낌이다. 케이스의 인그레이빙은 주문한 고객과 미팅과 토론을 여러 번 거친 후 아칸서스 잎과 진주 장식 꽃 모티브로 꾸몄다. 금속에 양각하는 체이싱 기법, 속을 파내는 인그레이빙 기법, 디자인 바탕에 해당하는 부분을 깎아내고 문양 부분은 남겨 드러나게 하는 샹르베 기법 등을 총동원했고, 외관 조각에만 총 5개월이 소요되었다. 케이스 미들 부분의 이중 진주 테두리 장식과 더불어 섬세한 장인 정신은 두 마리의 포효하는 사자와 함께 예술성으로 승화되었다. 에나멜링 작업 또한 기존 방법만으로 표현하기에는 한계에 부딪혔고, 거장의 작품을 보다 세심하게 표현하기 위한 에나멜 기법과 색소 연구를 별도로 진행했다. 해당 연구는 2018년 시작되어 2020년에 완성되었지만, 시계 다이얼이라는 도화지가 워낙 작은 사이즈이기에 에나멜링의 아주 미세한 불규칙성도 확연히 드러날 수 있어 고도로 숙련된 에나멜러 아니타 포르셰가 나섰다. 그럼에도 어린 소녀의 오리엔탈 터번 싱글 에이어 에나멜 작업에만 2주가 걸렸다. 특히 블랙 컬러를 표현하기 위해 일곱 가지 색상 구성을 만들었고, 각 컬러를 안정화하기 위해 가마에서 20여 번 구워내느라 총 7개월이 소요되었다.


VACHERON CONSTANTIN
VACHERON CONSTANTIN

무브먼트는 806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매뉴얼 와인딩 칼리버로 오직, 이 시계만을 위해 새롭게 개발했다. 투르비용으로 조절되며 그랑 소네리와 프티 소네리, 웨스트민스터 차임, 그리고 미닛 리피터로 구성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는 고객의 아이디어이자 요청에 따른 것으로, 지름 17mm, 두께 17mm의 칼리버 3761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다. 무브먼트의 마감 기법은 최고 수준의 까다로운 기준을 세운 브랜드의 완벽함을 드러낸다. 인그레이빙 밸런스 브리지, 다이아몬드 페이스트로 미러 폴리싱한 브리지, 코트 드 제네바 장식의 플레이트까지, 미세한 마감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래칫 휠과 2개의 배럴 휠 부분을 장식하는 데만 일주일간 인내와 열정을 쏟을 정도다. 다양한 멜로디와 청량한 사운드를 위한 공조율, 그랑 소네리 조율을 위해 칼리버 장착과 관련해 10회의 재조립 과정이 필수였다는 후문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올해에도 ‘One of Not Many’의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주며, ‘마스터피스’의 정의를 새롭게 써나갔다. 캐비노티에의 다음은 또 어떤 모습일지, 수많은 시계 애호가들이 벌써부터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