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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의 회귀, 다시 작아지고 있는 다이얼 사이즈

A SMALLER DIAL

 
예거 르쿨트르 마스터 컨트롤 캘린더 40mm
예거 르쿨트르 마스터 컨트롤 캘린더 40mm


40mm 이하 다이얼 시계 전성기


시계가 다시 전통적인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일까. 시계업계에서 강력한 트렌드인 빅 다이얼의 인기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다운사이징’, ‘39mm’, ‘40mm’ 같은 키워드가 등장하며, 37mm에서 40mm 이하 사이즈가 주목받고 있다. 다이얼은 시계의 기능과 디자인에 따라 다양한 셰이프와 사이즈로 변신하며, 시계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다. 시계를 그저 ‘보는 것’이 아닌 ‘착용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다이얼 사이즈는 시계 선택에서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2000년대 이후에는 스포츠 워치를 필두로 한 빅 다이얼이 대세였다. 스포츠 워치의 과감한 스타일을 반영하고 강조하는 데 있어 작게는 44mm에서 크게는 50mm에 육박하는 빅 다이얼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처럼 비쳐졌다. 빅 다이얼은 스포츠 워치의 기능에 충실한 두께와 사이즈를 반영하기에 적합하고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실제로 빅 사이즈 시계를 손목에 얹었을 때 큰 사이즈와 볼륨감 탓에 고개를 갸웃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최근 40mm 이하 다이얼 워치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 원인 중에는 이러한 경험이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시계 브랜드가 스위스와 독일 등지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유럽인에게 맞는 표준 사이즈로 제작해, 상대적으로 손목이 얇은 아시안에게는 이들 브랜드의 제품이 비교적 크게 느껴졌다. 아시안 핏을 고려한 42~44mm 사이즈 제품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지만, 착용감을 우선시한 선택은 아니었다. 40mm 이하의 작은 시계를 착용 했을 때 보다 안정적인 착용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이얼 사이즈가 작아지면 절대적인 크기와 부품의 사이즈 등이 동시에 작아져야 하기에 빅 사이즈에 비해 가벼운 무게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피아제 폴로 데이트 워치 36mm
피아제 폴로 데이트 워치 36mm


40mm 이하 다이얼이 주목받는 이유


최근 젠더리스, 유니섹스 같은 코드가 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았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패션, 뷰티 영역을 넘어 시계업계에서도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다. 40mm 이하 다이얼이 주목받는 이유도 이런 흐름을 증명한다. 과거 여성 시계는 주얼 시계로 대표되었지만, 이제 남성과 여성 시계의 경계가 모호해질 만큼 남성 시계에 대한 여성 고객들의 요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우아한 디자인이나 주얼 시계처럼 기존 여성 시계로 구분 짓던 디자인과는 다른 기능성을 강조하거나 볼드한 스타일의 남성 제품이 지지를 받고 있다. 이를 면밀히 파악한 시계업계에서는 40mm 이하의 남성 시계를 출시해 남성 고객에게는 알맞은 사이즈와 착용감을 선사하고, 36mm에서 40mm 이하 사이즈 같은 보다 큰 다이얼을 원하는 여성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이는 드레스 워치와 스켈레톤 시계 등 비교적 가벼운 시계를 필두로 빅 사이즈가 제격이라고 여겨졌던 스포츠 워치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 선택의 폭을 넓힌다.

바쉐론 콘스탄틴  패트리모니 셀프 와인딩 블루 다이얼 40mm
바쉐론 콘스탄틴 패트리모니 셀프 와인딩 블루 다이얼 40mm

피아제의 폴로 데이트 워치, 바쉐론 콘스탄틴의 패트리모니 등 디자인이 우아한 시계는 스몰 사이즈 다이얼로 제작해 전통적인 기계식 시계에서 느낄 수 있는 클래식한 매력을 강조한다. 과감한 다이얼 사이즈가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았던 로저드뷔와 파네라이도 이런 트렌드를 받아들인 것일까. 각각 38mm, 40mm 사이즈 제품을 선보여 시계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아직 40mm 이하 사이즈의 시계는 여러 개의 제품을 보유한 시계 애호가의 N번째 위시 리스트에 오르곤 한다. 하지만 차츰 시장을 넓혀가는 이 기세라면 시계업계의 주요 키워드로 40mm 이하 다이얼이 떠오르게 될 날도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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