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ES AND WONDERS 2024, CHANEL
샤넬은 올해 시계 팬들을 가브리엘 샤넬 여사가 작업했던 캉봉가 아틀리에로 초대했다. 쿠튀르 어클락(COUTURE O'CLOCK)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쿠튀르와 워치메이킹의 세계를 장인 정신이라는 바늘로 한 땀 한 땀 꿰어 창조해낸 컬렉션이다. 골무, 가위, 바늘, 핀, 줄자 같은 아틀리에의 일상적 도구에 워치메이킹과 주얼리를 접목해 특별한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가브리엘 샤넬의 삶과 열정을 그녀가 머물던 공간과 소품을 활용해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한 것. 쿠튀르의 상징적 요소들이 시계에 위화감 없이 녹아들어 있어 부스를 둘러보는 내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샤넬의 쿠튀르 어클락 캡슐 컬렉션은 메종의 워치메이킹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한 브랜드의 역사와 정체성을 이 정도로 자연스럽게 워치메이킹과 엮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뮤지컬 클락 쿠튀르 워크샵
Ref. H9964
크기 19.8 × 34.2cm
케이스 245개의 오닉스를 사용한 마키트리로 덮은 베이스와 글라스 돔
무브먼트 기계식 매뉴얼 와인딩 무브먼트, 약 7일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뮤직 박스, 오토마통
마네킹이 춤추는 가브리엘 샤넬의 워크샵
이번 쿠튀르 어클락의 주제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오브제이자 유니크 피스다. 뮤직 박스를 담은 일종의 오토마통 클락으로, 롱 골드 체인 네크리스에 달린 열쇠를 끼우고 배럴을 감아주면 음악에 맞춰 마네킹들이 춤을 춘다. 이때 흘러 나오는 음악은 샤넬 여사가 흥얼거리곤 했던 알 볼리(Al Bowlly)의 ‘마이 우먼(My Woman)’이다. 또 글라스 돔 안쪽의 다이아몬드 장식 샹들리에, 천을 씌운 소파에서 영감받은 받침대, 골드 장식이 모두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를 연상시킨다. 의상실 바닥에 시간을 줄자로 표시하는 센스에 주목할 것.


J12 쿠튀르 워크샵 오토마통 칼리버 6 워치
Ref. HO2024
지름 38mm
케이스 매트 블랙 세라믹, 50m 방수
무브먼트 기계식 오토매틱 칼리버 6, 약 72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오토마통
다이얼 캉봉가 쿠튀르 공방의 모습, 샤넬 여사 실루엣, 데칼 기법을 사용한 마네킹으로 장식한 다이얼
스트랩 매트 블랙 세라믹 브레이슬릿
그녀의 현란한 가위질
이번 쿠튀르 어클락 캡슐 컬렉션에는 캉봉가 아틀리에의 공간과 소품을 활용한 여러 J12 워치가 포함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J12 쿠튀르 워크샵 오토마통 칼리버 6 워치다. 이 오토마통 워치는 아마도 ‘마이 우먼’이 흘러나올 쿠튀르 아틀리에의 리듬에 맞춰, 샤넬 여사의 피겨, 가위, 그리고 가봉용 마네킹이 생동감 넘치게 움직인다. 특히 손에 든 가위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째깍째깍 소리를 내는 것이 재밌다. 애니메이션 효과는 샤넬의 스위스 매뉴팩처에서 디자인·제작한 새로운 무브먼트 칼리버 6으로 작동한다. 이 무브먼트는 355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버튼을 누르면 온-디맨드 방식으로 가브리엘 샤넬 피겨가 살아 움직인다. 베젤에는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48개를 세팅했고, 다이얼의 캉봉가 쿠튀르 공방 모습을 표현한 배경도 다섯 단계로 정교하게 표현했다. 100피스 리미티드 에디션.


J12 쿠튀르 33MM 워치
Ref. HO2024
지름 33mm
케이스 화이트 세라믹, 200m 방수
무브먼트 고정밀 쿼츠
기능 시, 분, 초
다이얼 블랙 스티치 패턴 모티브의 화이트 래커 다이얼
스트랩 화이트 세라믹 브레이슬릿
가위, 바늘, 그리고 줄자로 표현한 시간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나 하이 주얼리 워치가 아닌 대중적인 모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타임피스다. 가브리엘 샤넬의 가위, 바늘, 줄자로 J12를 새롭게 디자인했는데,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위화감이 전혀 없다. 가위로 표현한 시침 아워 핸즈와 미닛 핸즈, 바늘로 표현한 세컨드 핸즈, 줄자로 표현한 회전 베젤은 그야말로 디자인 센스의 절정이다. 가위 모양의 핸즈 끝에 줄자를 대고 시간을 측정하다니! 타키미터 스케일이나 크로노그래프 기능은 없지만 어쩐지 거리를 시간으로 나눠 속도를 계산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다이얼에 격자 모양으로 스티치 패턴을 표현한 것도 센스가 넘친다. 여러모로 이번 워치스 & 원더스의 모든 노벨티 중 아이디어와 표현력 면에서 베스트 중 하나로 꼽고 싶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은 기계식 무브먼트가 아니라는 것. 물론 바늘로 한 땀 한 땀 수놓는 것이라면 초침이 점핑하는 쿼츠 무브먼트도 납득이 된다. 수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리미티드 에디션이며, 베젤에 46개, 인덱스에 12개의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55개 한정판 모델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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