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와 만난 리차드 밀

2022.September_Cover Story RICHARD MILLE

 


리차드 밀과 페라리가 만나 새로운 미학 코드를 만들어냈다. RM UP-01 페라리는 리차드 밀의 상징적인 토노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1.75mm의 케이스 두께와 5,000g 이상의 중력가속도를 견디는 내구성을 확보했다. 얇지만 강한, 이토록 멋진 이율배반의 세계.





얇은 두께와 강한 내구성의 융합


기계식 시계에서 ‘얇은 두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컴플리케이션이다. 리차드 밀의 케이스 부문 기술 담당 쥘리앵 부아야(Julien Boillat)는 “시계의 두께를 밀리미터 단위로 얇게 만드는 과정은 극도로 까다로워 각 공정에 몇 배로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두께가 얇아지면 얇아질수록 제작 난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일부 초박형 울트라-신 워치가 투르비용이나 미닛 리피터 못지않은 컴플리케이션으로 인정받는 이유다. 한편 얇은 두께는 그 자체로 기능적이다. 가벼운 무게, 편안한 착용감, 슬림한 스타일은 초박형 시계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문제는 이런 특권을 언제 어디서나 누리기 위해서는 내구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 두께와 내구성은 정비례하며, 그것은 자연의 순리이기도 하다. 케이스가 두꺼울수록 내구성은 강해지고, 얇을수록 내구성은 약해진다. 얇은 두께에 강한 내구성을 갖춘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종의 이율배반이다. 하지만 리차드 밀은 기술력으로 이 역설을 현실로 만들었다. RM UP-01 페라리는 1.75mm의 케이스 두께에 5,000g 이상의 중력 가속도를 견디는 내구성을 확보하면서 워치메이킹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무브먼트의 두께는 1.18mm, 전체 중량은 단 2.82g에 지나지 않으며, 극도로 슬림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외부 충격을 완벽하게 견뎌낼 수 있다. 이를 위해 리차드 밀은 무려 4년 동안 수십 개의 시제품을 제작했고, 6000시간 이상 개발 작업 및 검증 테스트를 진행했다. 타협하지 않는 브랜드의 철학을 바탕으로 ‘얇은 두께’와 ‘강한 내구성’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를 융합한 것이다.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

페라리와 협업한 최초의 리차드 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케이스 우측 하단에 레이저 인그레이빙으로 새긴 말 형상이다. 페라리의 브랜드 로고인 ‘도약하는 말(prancing horse)’은 리차드 밀과 페라리의 협업을 상징하는 징표다. 두 브랜드에는 여러 공통점이 있다. 탁월한 기술력, 혁신적인 발상, 세심한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을 추구한다. RM UP-01 페라리는 최정상의 두 브랜드가 만나 서로의 가치관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만들어낸 혁신적인 결과물이다. 5등급 티타늄 소재의 울트라 플랫 케이스부터 0.0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교한 무브먼

트까지, 오직 최고만을 추구하는 두 브랜드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시계 곳곳에 드러나 있다. 특히 디자인 측면에서는 리차드 밀의 전형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페라리의 DNA를 충분히 녹여냈다. RM UP-01 페라리는 미들 케이스 없이 베젤과 모노블록 구조의 케이스 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울트라 플랫 케이스는 리차드 밀에서 처음 선보이는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으로, 날렵한 라인과 미적 요소가 리차드 밀의 독창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감각을 보여준다. 베젤과 케이스 백은 베벨링 작업과 새틴 피니시로 마감 처리했으며, 극도로 얇은 두께를 구현하면서도 45시간의 파워 리저브와 10m 방수 기능을 제공한다.


“얇은 두께에 강한 내구성을 갖춘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종의 이율배반이다. 하지만 리차드 밀은 기술력으로 이 역설을 현실로 만들었다.”

새로운 혁신: 울트라 플랫 이스케이프먼트


두께가 얇은 케이스에 강한 내구성을 담아내기 위해 리차드 밀은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특허 받은 울트라 플랫 이스케이프먼트가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스위스 앵커 이스케이프먼트와 동일한 안전성을 보장하면서도 티타늄 소재의 가변 관성 밸런스 휠을 탑재해 무브먼트의 두께를 크게 줄였다. 일반적으로 이스케이프먼트에는 ‘가드 핀(guard pin)’이라고 부르는 다트(dart)와 안전롤러(safety roller)를 장착한다. 이 부품들은 충격 발생 시 레버의 각도를 기울여주는 뱅킹(banking) 역할을 하는데, 부품 특성상 부피를 많이 차지하게 된다. 리차드 밀의 새로운 이스케이프먼트는 다트와 안전 롤러를 사용하는 대신, 외부로부터 충격이 발생했을 때 팔렛 포크(pallet fork)에서 직접 뱅킹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포크(fork)의 길이를 늘리고 혼(horn)의 디자인을 수정했는데, 팔렛 포크의 높이를 줄이면서 얇은 두께 구현에 기여했다. 함께 적용한 가변 관성 밸런스 휠은 무브먼트의 조립 및 해체, 또는 충격 등의 외부 영향에 대처해 장기적으로 무브먼트의 정확한 구현을 돕는 기능이다. 레귤레이터 인덱스를 제거하고, 6개의 가변 추(adjustable weights)를 사용해보다 정확하고 반복적으로 관성을 조절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리차드 밀은 고정밀 헤어스프링을 탑재한 엑스트라 플랫 배럴까지 개발하면서 전체 두께를 물리적인 한계치 이상으로 감소시킬 수 있었다.



1.18mm 두께의 RM UP-01 무브먼트

얇은 두께를 위한 크라운과 다이얼


보다 얇은 타임피스를 제작하기 위해 와인딩 메커니즘 역시 처음부터 새롭게 접근했다. 지름이 1.5mm인 와인딩 스템(winding stem)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크라운이 무브먼트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한 것. 10시와 11시 사이에 위치한 크라운 창은 기능 셀렉터로, 전용 툴을 이용해 와인딩(W) 혹은 시간 조정(H)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얇은 두께를 추구하면서도 브랜드의 핵심 기능을 포기하지 않은 모습이 역시 리차드 밀답다. 선택한 기능은 7시와 8시 사이에 위치한 크라운 창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데, 역시 전용 툴을 사용해야 한다. 크라운 창 주위에 탑재한 2개의 블랙 세라믹 인서트는 외부 마찰로부터 베젤을 보호하고 방수 기능을 수행한다. 한편 RM UP-01 페라리의 베젤에는 2개의 사파이어 크리스털이 있다. 왼쪽 창에서는 시간을, 오른쪽 창에서는 레귤레이터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 창에 위치한 다이얼의 경우, 얇은 두께를 구현하기 위해 핸즈를 생략했으며 휠에 붉은색을 입혀 시간을 표시한다. 특히 리차드 밀은 사파이어 크리스털이 완벽한 저항력을 갖추는 최적의 지름을 유지한 채, 두께를 0.2mm까지 얇게 구현해냈다. 각 부품들이 고도로 얇기 때문에 기계 공정 또한 1미크론 단위까지 정확하게 설계되었다.



레이저 인그레이빙으로 정교하게 새긴 페라리 로고 (좌) , 시간을 표시하기 위한 휠 부품 (우)
베젤과 모노블록 구조의 케이스 백


페라리와 함께 한계까지 질주하다


제품을 만들 때 기업은 투입되는 비용과 거기서 얻을 수 있는 효용 사이에서 저울질하게 된다. 기계식 시계의 두께를 줄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얇은 시계가 가볍고 착용감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무한정 얇게 만들 수는 없다. 어느 시점부터는 줄어드는 두께에 비해 효용이 크지 않고, 비용만 몇 배로 증가하게 된다.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울트라-신 워치는 얇은 시계로 향하는 길 위에서 비용이나 내구성 등 여러 문제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버린 것들이다. 멈춘 지점은 다르지만 모두 그 어딘가에서 타협한 셈이다. 하지만 리차드 밀은 그 길 위에서 타협하지 않고 페라리와 함께 한계까지 질주했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와 완벽한 내구성을 갖출 수 있었다. 여러 컴플리케이션 워치가 기능을 더하는 타임피스라면, 울트라-신 워치는 덜어내는 타임피스다. 리차드 밀은 RM UP-01 페라리를 통해 더하는 영역뿐만 아니라 덜어내는 영역에서도 최고의 기술력을 증명했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다. 좋은 삶이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라는 사실을. 리차드 밀과 페라리가 협업해 선보인 RM UP-01 페라리는 단 150피스만 한정 생산된다.




RM UP-01 페라리

Ref. RM UP-01


지름 51×39×1.75mm

케이스 5등급 티타늄, 10m 방수

무브먼트 기계식 매뉴얼 와인딩, 칼리버 RM UP-01

기능 시, 분, 기능 셀렉터

스트랩 블랙 러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