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신차들

FALL IN LOVE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브랜드 간의 디자인 모방 속도는 가속화되고 범위는 더 넓어질 것이다.” 어느 유명한 자동차 디자이너의 이야기다. 실제로 언제부터인가 많은 자동차가 비슷비슷해지고 있다. 한 플랫폼을 여러 자동차가 부분적으로 활용하면서 어딘가 모르게 유사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결국 브랜드는 수익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디자인 개발 시간을 줄이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때문에 부품을 최대한 공유하고, 전용 부품의 재고 수를 줄인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를 ‘디자인 트렌드’라 설명한다. 하지만 최신 스마트폰 디자인이 비슷한 것처럼, 자동차 디자인도 모방이 주를 이루는 흐름을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플랫폼과 부품을 여러 브랜드에 공유하는 거대 그룹의 제품일수록 이런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줄 신차들이 있다. 베일을 벗기는 순간, 한눈에 사랑에 빠질 만큼 매력적인 자동차. 디자인 비율이 완벽한 자동차. 그와 동시에 제품 구석구석에 브랜드의 철학이 녹아 있어 방향성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제품. 마세라티 MC20, 아우디 RS e-트론 GT, 로터스 에미라가 그런 차들이다.



 


MASERATI MC20


세상이 마세라티에 바라는 자동차는 바로 이런 모습이다. 이 21세기형 미드십 슈퍼카는 과거 마세라티의 브랜드 철학과 혈통을 정확하게 관통한다. 마세라티는 1914년 설립된 이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레이싱 DNA를 품고 발전했다. 2003년 슈퍼카 MC12를 세상에 선보인 것도 카 레이싱이라는 브랜드 철학의 일부였다. 이 MC12의 계보를 이어받은 것이 MC20다. MC20의 디자인에서는 역동성이 느껴진다.



프런트 노즈를 지면 가까이 붙이고, 보닛부터 앞 유리, 지붕이 하나의 라인으로 유려하게 이어진다. 한눈에 보기에도 공기역학에 최적화되었다. 운전자가 탑승하는 메인 섀시의 기본 골격은 탄소섬유 복합 소재로 만들었다. 탄소섬유는 일반적인 금속 모노코크가 실현하지 못하는 모양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이런 소재의 선택과 특수 설계를 통해 MC20은 우아하고 멋진 버터플라이 도어까지 실현한다. 45도 위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펼치는 버터플라이 도어는 디자인 측면에서 환상적이다.



게다가 사이드 스탭 면적을 줄여 실내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의성까지 제공한다. 레이스카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과 버튼식 기어 셀렉트가 21세기 슈퍼카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로테이션 방식 버튼을 돌리면 주행 성격이 네 가지로 극명하게 바뀐다. 우선 엔진이 깨어난다. 최고 출력 630마력을 발휘하는 3.0L V6 터보 엔진은 포뮬러 1 경주차에 적용하던 일부 기술을 마세라티가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결합했다. 1L당 210마력이 넘는 고성능 유닛으로, 6단 기어와 2단 오버드라이브가 합쳐진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조합된다.



LOTUS EMIRA


로터스의 철학은 분명하다. 작은 차체, 가벼운 무게, 그리고 엔진을 운전자 바로 뒤, 중앙에 달아 뛰어난 무게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로터스 에미라는 이런 모든 조건을 21세기 시장 상황에 맞춰 이어받았다. 동시에 이전 모델과 다르게 훨씬 세련되고 월등하게 고급스러운 모습이다. 에미라의 디자인은 중앙 배치 엔진의 특징을 십분 살렸다. 프런트 노즈는 낮게 깔리고 보닛이 급경사를 이룬다. 앞 유리부터 지붕을 거쳐 차의 가장 뒤쪽에 달린 스포일러까지 매끈하게 이어지는 보디라인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뒷바퀴 주변으로 두툼하게 튀어나온 오버 펜더로 공격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차의 전체적인 이미지에 비해 후면부의 디테일은 단순하다. 하지만 이런 단순함이 로터스 브랜드의 장점이다.



로터스의 과거 모델은 경량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편의성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반면 에미라는 꽤 다양한 편의 및 안전 사양을 품었다. 계기반은 12.3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는 10.25인치 터치스크린 방식이다. 가죽 대시보드와 알칸타라 시트, 알루미늄 내장 소재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USB 충전 포트와 제대로 된 컵홀더 2개를 보고 있으면 로터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확장하기 위해 얼마나 큰변화를 꾀했는지 알 수 있다. 에미라는 메르세데스-벤츠 AMG의 2.0 가솔린 터보 엔진과 토요타의 3.5L V6 슈퍼 차저 엔진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최고 출력은 360~400마력. 수동 변속기뿐 아니라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다. V6 모델을 기준으로 차의 무게는 약 1,405kg으로, 조건이 비슷한 경쟁 모델들에 비해 30~100kg 정도 가볍게 만들어 브랜드 철학을 최대한 유지했다.




AUDI RS E-TRON GT


아우디 RS는 레이싱 스포트(독일어 Renn Sport)를 뜻한다. 반대로 e-트론 GT는 친환경, 지속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를 뜻하는 4도어 쿠페 순수 전기차다. 이렇게 극단적인 두 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는 RS e-트론 GT는 현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자동차임에 분명하다. 사실 이 차의 모든 디자인은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보는 순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낮고 길게 뻗은 차의 비율이 인상적이다. 막혀 있는 그릴, 외부 충전기 포트, 21인치 휠, 라이트에 애니

메이션을 더한 매트릭스 헤드라이트와 테일 램프가 미래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실내는 역동적이면서도 편안한 그란 투리스모(GT)의 기준을 잘 살렸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방향을 약간 돌린 대시보드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알칸타라와 나파 가죽, 탄소섬유와 블랙 메시 등 유행하는 소재로 스포티한 모습을 강조했다.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버추얼 콕핏 플러스로 각종 기능을 직관적으로 조정한다. 16개 스피커, 710W급 뱅앤올룹슨 프리미엄 3D 사운드 시스템도 기본이다. 무릎 공간이 넉넉한 뒷좌석과 분리된 앞뒤 트렁크 공간으로 높은 실용성도 갖췄다.



RS e-트론 GT는 93.4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달고 한번 충전으로 336km를 달릴 수 있다. 최고 출력 646마력(84.7kg·m)은 전기 사륜구동 시스템인 전자식 콰트로를 통해 노면에 안정적으로 전달된다. 그 사이 마치 항공기가 이륙하는 듯한 가상 사운드가 실내를 가득 메운다. e-트론 전용 스포츠 사운드는 운전자의 귀를 통해 전달되어 가슴까지 뜨겁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