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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워치 데이즈 2025

  • bhyeom
  • 10월 28일
  • 2분 분량

GENEVA WATCH DAY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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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멈춰 세운 그해, 스위스 시계 산업도 큰 격변의 시기를 겪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오던 바젤월드와 SIHH(현 워치스 & 원더스)가 중단되었고, 국경 폐쇄와 이동 제한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자국 내에서 럭셔리를 소비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으로 오랜 시간 오프라인 경험을 중시하던 하이엔드 브랜드들 역시 온라인 판매 채널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며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어 갔다. 그러나 시계 산업은 다른 일반 럭셔리 시장과 달리 커뮤니티 중심의 소비 패턴이 두드러진다. 공동체 내 신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유명 컬렉터나 인플루언서의 취향과 의견이 시장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야기의 꽃을 피우며 시계를 소비재가 아닌 ‘즐거움’으로 삼는 컬렉터들에게 이 시기는 답답하고도 아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바람을 알아챈 듯 몇몇 브랜드는 오프라인 커뮤니티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스위스 제네바 시내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작은 페어를 열기로 의기투합했다. 쇼룸이나 호텔 스위트를 활용해 신제품을 선보이는 친밀한 형식이 바로 ‘제네바 워치 데이즈’의 시작이었다. 2020년의 첫 회는 불가리, 브라이틀링, 드 베튠, 제라드-페리고, 모저앤씨, MB&F를 포함한 17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2021년에는 유럽 전역의 여행 제한이 완화되면서 이 행사는 메이저 브랜드, 인디 브랜드, 신예까지 모이는 대규모의 장으로 성장했고, 해를 거듭하며 참가 브랜드와 업계 관계자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해 행사는 9월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진행되었으며, 참가 브랜드는 지난해 52개에서 66개로, 업계 관계자는 1,500명에서 1,900명으로, 대중 방문객은 1만 3,800명에서 1만 7,000명 이상으로 증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축제의 가장 큰 묘미는 바로 시계 제작자와 직접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우리가 몰랐던 인디 브랜드들은 소셜 미디어의 힘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으며 누구나 아는 브랜드가 되었지만,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컬렉터와 전문가, 워치메이커가 한자리에 모여 신제품을 실물로 체험하고 의견을 나누며, 정제된 프레젠테이션이 아닌 전 제작 과정을 실감 나게 알아볼 수 있는 곳은 제네바 워치 데이즈 한 곳뿐이다. 그래서일까. 제네바 워치 데이즈 기간의 제네바는 다른 어떤 페어장보다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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