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언어로 만든 시계
- bhyeom
- 5월 31일
- 4분 분량
A timepiece of celestial language
우주를 향한 인류의 시선은 시계에 또 다른 차원을 구축한다. 다음에 소개할 세 작품은 천문학, 상징, 그리고 감성을 정교한 메커니즘으로 엮어낸 위대한 시계학적 해석이다.
인류는 태곳적부터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탐구해 왔다. 태양의 궤도, 달의 주기, 별들의 운행을 통해 삶의 질서를 알아가며, 이를 계절과 조수와 생명의 순환을 헤아리는 도구로 삼았다. 이렇게 시작된 천문학은 약 3만 년 전 달의 위상을 새긴 뼛조각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으며,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점성술, 그리스 철학자들의 원운동 이론,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케플러와 뉴턴에 이르기까지 우주를 향한 인류의 탐구 여정을 이끈 가장 오래된 과학이다. 천체의 움직임에서 비롯한 ‘시간’ 개념은 곧 정밀한 도구로 발전했고, 이는 현대 고급 시계 제조사의 손길을 거쳐 예술적 오브제로 탄생하고 있다. 달의 미세한 변화를 오차 없이 구현한 문페이즈, 행성과 위성의 공전을 실시간으로 재현하는 플라네타리움 등 경이로운 자연의 질서를 작은 손목시계 또는 오브제에 담으며 예술성과 기술력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PANERAI
갈릴레오의 관측을 재해석한 천문 시계


파네라이가 이번 작품에 부여한 영감의 원천은 1610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관측한 목성의 4대 위성인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다. ‘주피테리움’은 이 위대한 발견에 경의를 표하며, 천문학자가 망원경 너머로 처음 마주한 지구 중심의 우주 광경을 정교하게 재현한다. 가로 75cm, 세로 86cm, 무게 110kg에 달하는 이 대형 시계는 마치 소우주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천문학적 디테일은 유리 천구 안에서 드러난다. 북반구와 남반구가 반구 형태로 나뉘고, 이를 연결하는 적도 밴드에는 12개의 별자리를 새겨 천상의 질서를 담아냈다.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 달, 목성이 궤도를 따라 움직이며 천체들의 실시간 이동을 표현하는데, 모든 기능은 8개의 배럴을 통해 구동한다. 총 32m에 이르는 긴 메인 스프링을 더해 약 40일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자체 제작한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는 2099년까지 별도의 조정 없이 윤년과 월별 일수를 자동으로 반영하며, 이론상 9999년까지의 연산 능력을 갖췄다. 다만, 매 세기말에는 숙련된 시계사가 무브먼트를 해체하고 디스크를 회전시키는 섬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레트로그레이드 메커니즘이다. 목성과 그 위성들이 궤도를 돌며 실제 움직임을 따라 속도를 늦추고, 역행하는 천문학적 현상을 그대로 시각화했다. 파네라이는 이를 위해 특허받은 메커니즘을 개발했으며, 이 복잡한 운동은 기어와 추의 복합 시스템으로 구현한다.



주피테리움
크기 86 × 75cm
무브먼트 시간당 1만8000회 진동하는 수동 와인딩 무브먼트, 8개의 배럴, 1650개의 부품, 97개의 루비, 40일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스몰 세컨즈, 세컨드 타임존,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퍼페추얼 캘린더, 지구 주위를 도는 천체의 자전
VAN CLEEF & ARPELS
별과 시간의 교향곡, 반클리프 아펠이 만든 천상의 무대


‘포에틱 아스트로노미’라는 테마를 통해 신비로운 행성들의 움직임을 메종 워치메이킹만의 언어로 풀어내며 천체의 아름다움을 기념해 온 반클리프 아펠은 2014년 우주를 구현한 플라네타리움 손목시계로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올해 하우스는 이 컬렉션을 확장하며 ‘플라네타리움 오토마통’을 선보였다. 지름 66.5cm, 높이 50cm의 압도적 스케일을 자랑하는 이 오토마통은 태양과 수성, 금성, 지구, 달, 화성, 목성, 토성까지 천체의 자전 및 공전 주기를 정확히 반영해 회전한다. 금으로 도금된 기둥 위에 떠 있는 행성들은 움직일 때마다 보석의 광채를 반사하며 찬란한 우주의 움직임을 구현한다. 예를 들어 수성은 88일, 금성은 224일, 토성은 무려 29.5년에 걸쳐 1회전하며 실시간으로 천체의 이동을 반영한다. 태양은 500개 이상의 골드 스템에 옐로 사파이어와 스페사르타이트 가닛을 세팅해 태양의 눈부신 에너지를 형상화했다. 행성들도 고유의 보석과 소재로 장식했다. 수성은 블루 사파이어와 화이트 골드로 감싼 칼세도니, 금성은 핑크 사파이어와 로즈 쿼츠, 지구는 그린 재스퍼와 다채로운 사파이어 세팅, 달은 진주, 목성과 토성은 각각 재스퍼, 다이아몬드, 사파이어로 구현해 우주의 미학을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하부에는 희귀 목재로 구성된 구조 안에서 시간과 분, 낮과 밤, 요일, 월, 연도를 표시하는 퍼페추얼 캘린더와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를 갖추었다. 이 오토마통은 반클리프 아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온디맨드 애니메이션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원할 때 별들의 움직임을 재생할 수 있다. 작동이 시작되면 로즈 골드와 다이아몬드, 미스터리 세팅 루비로 완성한 별똥별이 등장해 24시간 다이얼 위를 유영하며 시간을 알린다. 이 눈부신 광경은 15개의 카리용 벨과 정교하게 배치한 해머 배열에서 울려 퍼지는 청아한 멜로디와 어우러져, 마치 우주가 무도회를 여는 듯한 장엄하고도 감성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플라네타리움 오토마통
크기 50 × 66.5cm, 아워/미닛 디스플레이, 퍼페추얼 캘린더, 15일간의 파워 리저브)를 포함한 매뉴얼 와인딩 메커니컬 무브먼트, 오토마타 및 온-디팬드 애니메이션 및 카리용
CHANEL
사자의 별자리가 이끄는 시간


사자자리인 가브리엘 샤넬은 사자의 강인함과 위엄을 자신의 상징으로 삼았고, 이는 메종의 창작 세계 전반에 깊이 스며들었다. 샤넬은 올해 이 특별한 연계를 이어가며, 행성 궤도에서 움직이는 시간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다이아몬드 아스트로클락’을 선보였다. 약 34cm 높이의 이 데스크 클락은 흑요석 구체를 움켜쥔 위풍당당한 사자 조각을 중심으로 기계장치 전체를 연결하는 유리 돔 형태의 구체가 올라가 있는 구조를 띤다. 마치 작은 우주를 투영한 듯한 조형미가 돋보인다. 시간은 플라네타리움 방식으로 표현한다. 폴리싱 처리한 블랙 컬러 회전구에 시간 인덱스를 배치하고, 11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코메트(혜성) 모양의 시침이 그 궤도를 우아하게 가로지르며 시간을 알려 준다. 분침은 사자자리 별자리를 본뜬 다이아몬드 세팅 핸즈로, 그 섬세한 형상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각도를 달리한다. 66개의 눈부신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화이트 골드 구체는 조용히 회전하며 무브먼트가 작동 중임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이 시계의 존재감을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사자 조각이다. 샤넬 워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Arnaud Chastaingt)의 섬세한 설계를 바탕으로 금세공 장인들은 165시간에 걸쳐 화이트 골드로 조형을 완성했으며, 5,037개의 다이아몬드를 각기 다른 크기로 스노 세팅해 사자의 갈기와 윤곽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세공에서 조립까지 장장 8개월에 걸쳐 완성한 이 작품은 샤넬이 오랜 시간 쌓아온 하이 주얼리와 오트 오를로제리의 노하우를 여실히 보여 주며, 우주의 신비와 시간의 흐름을 샤넬의 철학으로 풀어낸 눈부신 결실이다.



다이아몬드 아스트로클락
크기 34.2 × 20.6 × 17.6cm, 총 5123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세팅, 시와 분 표시, 8일간의 파워 리저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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