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마 워치 창립자, 마테오 비올레트-비아넬로
- bhyeom
- 7월 2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4일
아노마 워치는 2023년 런던에서 마테오 비올레트-비아넬로(Matteo Violet-Vianello)에 의해 탄생했으며, 그는 이듬해 6월 첫 모델 ‘아노마 A1’의 온라인 사전 주문을 시작했다. 첫 출시작부터 그의 진가를 알아본 것은 다름 아닌 존 골드버거(John Goldberger)와 로낙 마드바니(Ronak Madhvani)를 비롯한 시계 수집의 거장들이다. 초도 물량 100피스는 단 몇 시간 만에 완판되었으며, 이어진 한 달간의 사전 주문 기간 동안 추가로 100피스가 더 제작 및 판매되며 아노마는 단숨에 주목받는 신예 브랜드로 부상했다. 올해 <GMT KOREA> 팀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 앤 원더스 기간 중 마테오를 직접 만나, 그가 아노마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 철학과 시계 제작에 대한 비전을 심도 깊은 인터뷰로 담아낸 바 있다. 실험적 디자인과 조형적 접근으로 시계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다음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 마테오가 아노마 워치를 통해 어떤 길을 창조해 나가고 있는지 알아보자.

아노마 워치는 현재 시계 업계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랜드의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동시에 놀라운 경험이었다. 아노마 워치 브랜드를 시작할 때 나는 시계 자체를 조각적 예술로 풀어내고자 했다. 최근 워치메이킹에서는 보다 대담하고 독창적인 디자인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시도한 방향이 업계 안팎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뜻깊고 고무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브랜드가 앞으로도 꾸준한 실험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브랜드를 직접 론칭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오늘날 워치메이킹 분야에서는 무브먼트의 구조나 마감, 컴플리케이션 등 기계적 요소에서 활발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디자인만큼은 여전히 반복되는 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다. 건축이나 가구, 조각에서는 시계 디자인에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그 단절된 가능성을 현실화하고자 아노마를 시작했고, 폭넓은 창작적 영향력을 하나의 착용 가능한 조형물로 구현하고자 했다.
처음 출시된 아노마 A1과 새롭게 선보인 A1 슬레이트는 어떤 점에서 기능적 및 디자인적으로 차별화되었는지.
A1 슬레이트는 오리지널 A1의 핵심 디자인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구조와 시각적 흐름에서 한층 정교한 발전을 이루었다. 케이스는 착용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세하게 조정되었고, 다이얼은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했다. 메탈 베이스 위에 수직 브러시 마감을 적용한 뒤, 날카로운 삼각 패턴을 수공으로 새겼고, 마지막으로 세 겹의 블랙 래커를 입혀 깊이 있고 은은한 광택을 완성했다. 시계에 조용한 입체감과 미묘한 긴장감을 주도록 했다.




아노마 A1과 A1 슬레이트의 비정형 케이스 구조를 구현하며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기존의 규격에서 벗어난 형태를 고안할 경우, 외형뿐 아니라 모든 부품의 구조와 결합 방식까지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했다.그래서 무브먼트와 스크루를 제외한 모든 구성 요소를 새롭게 개발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모든 부품이 완벽히 맞물려 작동했을 때, 그 완성도에서 얻은 만족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노마 A1은 샤를로트 페리앙의 1950년대 프리 폼 테이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이 디자인을 어떻게 시계로 재해석하셨으며, 그의 작업에서 어떤 점에 특히 끌렸는지. 샤를로트 페리앙의 1950년대 프리 폼 테이블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페리앙은 모더니즘과 유기적 형태를 아름답게 조화시킨 디자이너였다. 그의 테이블은 기하학의 엄격함에 도전하면서도 따뜻하고 친근한 곡선을 갖고 있었다. 나는 이 예기치 못한 요소들과 편안함 사이의 균형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고, 그 감각을 A1의 구조에 접목시키고자 했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규칙을 깨는 것'이 반드시 과격할 필요는 없다는 점, 그리고 오히려 조용하고 섬세하게 반항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바로 그것이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아노마 워치의 다이얼과 착용감은 조약돌에서 영감받았는데, 최근에는 어떤 자연의 형태나 요소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있는지.
자연은 내게 끝없는 영감의 원천이다. 아노마 워치는 언제나 시계 제작의 전통적인 범주를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추구하고 있다.조약돌의 부드러운 곡선, 침식된 표면이 지닌 유기적인 패턴, 그리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의 결처럼 순수한 자연의 형상들은 균형과 영속성에 대한 상징으로 다가온다. 앞으로도 이러한 자연의 원형적 이미지들을 더욱 깊이 탐구하며, 브랜드 철학과 연결된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A1 슬레이트에는 스위스 오토매틱 무브먼트인 Sellita SW100을 장착했다. 이 무브먼트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셀리타 SW100은 지름 17.2mm의 콤팩트한 크기를 지녀 케이스 디자인에 있어 최대한의 자유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뛰어난 안정성과 신뢰성은 물론, 무엇보다도 이 무브먼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전체 디자인을 조용히 뒷받침해주는 존재라는 점에서 이상적인 선택이었다. 기술적 구조는 노출되지는 않지만, 아노마의 미학을 근간에서 지탱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수집가들이 아노마 워치의 비정형 디자인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아노마 워치를 선택한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감각과 취향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이들이다. 비대칭 케이스, 러그 없는 구조, 그리고 독특한 비율은 모두 ‘남들과 다른 길을 걷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절제된 형태 속에 내재된 강한 개성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아노마가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이다.
아노마 워치의 디자인은 불규칙하지만 동시에 놀라울 만큼 단순하고 정제된 인상을 준다. 상반돼 보이는 이 두 요소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하는지.
아노마 디자인의 본질은 바로 그 ‘대조(contrast)’에 있다. 낯선 형태일수록 오히려 디자인은 더욱 절제되고 단순해야 시각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대칭은 아니지만 균형을 이루고, 불규칙하지만 직관적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구조. 이러한 미묘한 조화야말로 아노마 워치가 지닌 조용한 미학이다.
현재까지 선보인 시계는 모두 소량으로 출시되었다. 개성과 특별함을 강조하는 듯하다. 아노마 워치가 전달하고자 하는 특별함은 무엇인가.
아노마의 모든 시계는 단순한 컬러나 소재 변경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은 창의적 진화의 과정이다. 각 모델은 브랜드의 전체적인 비전에 충실하면서도 독립된 개성과 메시지를 지니고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계속 지켜나가고 싶은 아노마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있다면.
아노마는 언제나 착용할 수 있는 조각, 조형적 오브제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며, 건축, 가구, 자연의 형태처럼 시계 외부의 세계에서 영감을 얻고 그 감각을 디자인에 녹여내는 것. 이 다층적 영향들이야말로 아노마 워치의 고유한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이다.
어떤 고객들이 아노마 워치를 선택하는지.
고객층은 다양하다. 건축가, 디자이너, 컬렉터뿐 아니라 자신의 첫 번째 기계식 시계를 찾는 이들도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기존과 다른 디자인과 감성을 지닌 제품을 착용하고자 하는 호기심과 열망이다.
이번 A1 슬레이트 출시를 통해 아노마 워치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1 슬레이트는 정제와 본질의 추구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리지널 아노마 A1을 핵심만 남도록 간결하게 다듬었다.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덜어내고, 하나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순수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조용한 존재감 속에서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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