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다른 자산과 같다/다르다

A watch is (not) like any other asset

 
리차드 밀

투기 열풍이 시계 산업을 휩쓸고 있다. 일부 중고 모델의 높은 가격을 보면, 시계가 과연 착용을 위한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역사상 처음으로 시계 산업의 주요 트렌드는 컴플리케이션, 색상, 디자인 또는 설계와 무관해졌다. 대신 여러 브랜드 시계의 재판매 가격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매장에는 재고가 아예 없고 상당수 제품이 중고 딜러들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는데, 이들은 인기 높은 새 제품을 높은 가격에 재판매하고 있다. 구입하려면 몇 년 동안 대기해야 하는 데다 구입 즉시 30~200%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런 시계를 실제로 착용하려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금융 수익률이 거의 제로가 된 시대에 시계는 고유한 자산이 되었다. 즉 위험도가 낮고 유동성이 높으면서 엄청난 수익을 내는 자산이 된 것이다.


롤렉스


심리적 공포


이러한 투기의 중심에 있는 모델은 롤렉스 데이토나 스틸 크로노그래프다. 이 시계는 20년 넘게 생산량보다 수요가 더 많았고 전체 리셀러 생태계의 수입원이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스포티하고 세련된 시계의 대성공이 이어졌는데, 이는 경제라는 성층권에 2개의 새로운 미사일을 쏘아 올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파텍필립 노틸러스 모델의 인기 또한 매우 폭발적이었다. 레퍼런스 5711의 단종 발표로 과도한 가격은 위기감을 더욱 부추겼고, 이 모델의 2019년 재판매 가격에 ‘0’이 추가되는 광란의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파텍필립


0.001%


두 번째 발사체는 브랜드의 놀라운 성장에 박차를 가한 오데마 피게의 로열오크였다.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는 세 번째 요인은 리차드 밀의 폭발적인 인기인데, 이로 인해 특히 100만 유로에 가까운 시계들은 거의 품절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소셜 미디어에서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블링블링 문화’로 점점 더 증가하는 백만장자들의 욕망이 부추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세대의 고객은 특정 시계를 구매하는 것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넘쳐나는 시간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컴퓨터에 매달리게 된 많은 신규 구매자들이 시계와 관련된 투기에 대해 알게 되었다. 구매력을 높이기 위한 보조금이 기업과 개인에게 흘러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 시장을 과열시킬 최악의 상황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된 셈이다. 현재 롤렉스, 오데마 피게, 파텍필립, 리차드 밀의 전체 모델이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며, 이로 인해 구매자들은 독립 브랜드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드 베튠(De Bethune), MB & F, 우르베르크(Urwerk), 보틸라이넨

(Voutilainen), H. 모저앤씨(H. Moser & Cie), F.P. 주른(F.P. Journe)과 기타 독립 브랜드들은 모두 1년에서 3년이 넘는 대기자 명단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재고량이 적거나 아예 없는 상황이다.


오데마 피게


장애물


그러나 시계업계의 생산 능력은 유연하지 않다. 지난 3년간 하청 업체들은 대량 해고를 실시했고 공장 규모를 늘리는 데 매우 신중하다. 품질을 유지하면서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는 방법을 아는 제조업체는 없을 것이다. 한편 가격이 유일한 조정 변수인 수요와 공급 간의 긴장은 지속되고 있다. 시장이 이성을 되찾으려면 혹독한 혹은 장기간의 조정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구입한 시계를 원래 용도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