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wars
슈퍼카나 하이퍼카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장르가 있다. 바로 고성능 SUV다. 본디 스포츠 유틸리티 비클(SUV)이란, 레저 용도나 트렁크 짐 공간 활용처럼 다목적성을 위해 생겨난 장르다. 쉽게 말해 빠른 속도와 운전의 즐거움과는 거리가 있다. 육중한 무게와 커다란 덩치로 코너링의 한계가 명확하고, 그 기준이 스포츠카라는 기준과 거리가 있었다. 물론 고성능 SUV란 개념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랜드로버나 지프 같은 SUV 전문 브랜드들의 성스러운 영역이었다. ‘필요한 사람은 적어도 원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라는 접근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특정 브랜드의 상징성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듯 시장의 흐름도 변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SUV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로 인식되면서 다양한 브랜드가 고성능 SUV를 탐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하이엔드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에 명분을 제공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SUV는 생산하지 않는다던 브랜드가 화끈한 고성능 SUV를 전략적으로 내세우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계에 도전하는, 람보르기니 우루스 퍼포만테
람보르기니는 우루스를 통해 이미 세계 최고의 슈퍼 SUV의 존재를 입증했다. 그리고 이제 ‘우루스 퍼포만테’로 한 차원 높은 성능의 슈퍼 SUV 기준에 도전한다. 퍼포만테(퍼포먼스)란 이름은 람보르기니가 주행 성능에 진심인 경우에 사용한다. 기존 우루스가 일반 도로, 트랙, 오프로드 등 모든 주행 환경에서 속도가 빠른 자동차라면, 우루스 퍼포만테는 그 폭을 넓히면서도 동시에 한계를 높인다. 공기역학 개선과 운동성 향상을 위해 이전 우루스 대비 25mm 길어지고, 20mm 낮아졌으며, 더 넓은 좌우 타이어 거리로 세팅되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보닛은 탄소섬유로 제작했다. 고속 주행에서 차가 떠오르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차체 곳곳에 공기역학적 기구를 추가했고, 이 때문에 기본 모델보다 한층 공격적으로 보인다. 엔진 출력은 기본 모델에서 16마력 상승한 666마력(86.7kg·m). 하지만 동시에 차 무게를 약 47kg 줄이는 노력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3초 만에 도달한다. 주행 모드는 랠리 모드를 새롭게 추가해 총 네 가지(스트라다, 스포트, 코르사, 랠리). 랠리 모드는 더트 트랙 주행용 모드로 비포장도로에서 차량 뒤쪽이 미끄러지는 오버스티어를 최대치로 지원하며 운전의 재미 또한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우루스 퍼포만테는 고성능 SUV를 넘어 진짜 스포츠카 영역에 어울릴 만한 운전 감각을 실현하면서 당당하게 람보르기니 배지를 달고 있다.
놀라움의 연속, 페라리 푸로산게
페라리가 SUV를 만들었다는 사실부터 놀랍다. 레이싱 DNA로 가득한 이탈리아 명문 스포츠카 제조사가 브랜드 최초의 4도어 SUV를 만들기까지 75년이나 걸렸다. 페라리의 설명에 따르면 이 차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모델’로, 페라리가 추구하는 운전의 즐거움과 편안함을 조화시키기 위해 이전엔 없었던 다양한 시도를 거쳤다. 푸로산게의 외형 디자인과 비율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다. 보닛은 스포츠카처럼 길고, 뒷바퀴부터 트렁크까지 거리는 무척 짧으며 커다란 휠 아치로 역동성까지 더했다. 차고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정한 수준에서 조화를 이룬다. 이런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은 기술적 한계에 도전하는 페라리 엔지니어들의 창조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푸로산게의 구동계는 아주 복잡한 동력 전달 기구를 통해 네 바퀴 굴림으로 작동한다. 엔진은 차 앞바퀴 축을 기준으로 운전자 쪽에 장착하고, 반대로 무거운 변속기를 뒷바퀴 쪽에 배치해서 본격적인 스포츠카처럼 앞뒤 무게 배분을 49대 51로 맞추었다. 속도에 따라 반응하는 네 바퀴 조향뿐 아니라 정밀한 코너링을 지원하는 6방향 섀시 다이내믹 센서와 프로그램, 액티브 서스펜션을 갖춰 본격 스포츠카 뺨치는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하이라이트인 V12 6.5L 엔진은 최고 출력 725마력(73kg·m)을 낸다. 강력한 엔진 출력은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통해 노면으로 전달되며, 그 결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불과 3.3초가 소요된다. 차 중심에서 양옆으로 열리는 앞뒤 도어 디자인도 특징이다.
개성 있는 고성능, 애스턴마틴 DBX 707
애스턴마틴은 ‘드라이버와 일체감을 주는 차’라는 테마 아래 럭셔리 SUV인 동시에 스포츠카의 감성을 지닌 모델을 꿈꿨다. 그 결과가 바로 DBX 707이다. 707이란 이름은 엔진 최고 출력인 707마력(91.7kg·m)에서 가져온 것이다. V8 4.0L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은 기존 DBX의 것에서 터보차저 계통을 업그레이드했다. 기본 모델과 비교하면 출력이 약 157마력(20.3kg·m) 이상으로 드라마틱하게 상승했다. 변속기는 9단 습식 클러치로 기어 변경 속도뿐 아니라 높은 출력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 결과 정지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3.3초로 슈퍼 SUV의 업계 기준과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강력한 동력 성능뿐 아니라 네 바퀴로 출력을 자동 분배하는 전자제어 디퍼렌셜과 노면 상황에 즉각 대응하는 액티브 서스펜션, 기타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는 능동형 롤 컨트롤 시스템의 지원으로 군더더기 없는 뛰어난 핸들링 성능을 실현한다. 높은 마찰과 온도에서도 일정한 성능을 유지하는 고성능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을 갖추어 코너의 입구,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제동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DBX 707의 디자인은 파격적이라기보다는 개성적이다. 애스턴마틴의 시그너처인 전면 그릴 디자인을 시작으로 뒤로 갈수록 쿠페처럼 날렵해지는 디자인이 특징. 특히 인테리어는 동급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다크 크롬 마감과 천연 가죽, 탄소섬유 등 다양한 소재가 조화를 이루며 선택 범위가 다양해 고객이 색상까지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다
Comentar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