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의 시대’ 끝자락에서 소장 가치를 높이는 자동차

Last Chance

 
AVENTADOR S ROADSTER KOREAN SPECIAL SERIES

자동차 역사를 통틀어 가장 역동적인 순간은 이미 지났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영역은 서서히 좁아지고 있다. 내연기관 엔진은 인류가 지난 110년간 발전시켜온 산업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엔진이 내뿜는 배기가스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알려진 후, 자연 흡기 엔진은 필요악이 됐다. 이에 따라 배기량을 줄이고,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과급 엔진의 시대가 열렸다. 과급 엔진은 전기모터와 결합한 하이브리드로 발전했고, 하이브리드는 순수 전기차라는 차세대 동력원으로 기술을 확장했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 더불어 배기가스 규제에 따른 세금을 피하고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을 얻기 위해 많은 자동차 회사가 예상보다 빠르게 전동화 전략을 세웠다. 일부 고급차 브랜드는 이미 2030년부터 판매하는 모든 제품의 50%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같은 시기 내연기관의 판매를 완전히 중지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나 순수 전기차(EV)로 포트폴리오를 채우겠다고 결정한 브랜드도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등장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들은 꽤 자주 특별 모델로 주목을 끈다. 그것이 엔진이든 변속기든 ‘마지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소비자를 유혹한다. 그 중에서 지금 주목해 볼 3대의 자동차를 골라봤다.



LAMBORGHINI

AVENTADOR S ROADSTER KOREAN SPECIAL SERIES

AVENTADOR S ROADSTER KOREAN SPECIAL SERIES
AVENTADOR S ROADSTER KOREAN SPECIAL SERIES

‘12기통 엔진은 자동차 기술의 찬란한 유산이지만, 미래 지속 가능성이 없다.’ 이것이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이어진 자동차업계의 분위기다. 실제로 많은 자동차 회사가 12기통 엔진을 버리고 다운사이징 엔진 기술에 몰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V12 6.5L 자연 흡기 엔진 모델을 양산한다. V12 엔진이 언제 끝날지 당장은 모른다. 분명한 것은 그것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아벤타도르 S 로드스터 코리안 스페셜 시리즈가 더 의미 있다.


AVENTADOR S ROADSTER KOREAN SPECIAL SERIES

코리아 스페셜이라는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 이 모델은 람보르기니를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한국 고객을 위해 이탈리아 본사가 특별히 기획하고 제작한 결과물이다. 세상에 단 4대만 존재한다. 한국과 이탈리아, 두 나라의 정신을 하나로 이어주는 상징성을 목표로 한국의 전통과 고유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했다. 고궁의 처마, 임금의 정복인 곤룡포, 우아한 옥빛 도자기 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네 가지 보디 컬러를 입혔다. 각 차의 엔진룸 위에는 태극기의 건곤감리가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다. 앞 보닛과 좌우 보디 패널에 전통 창호의 격자무늬를 새긴 것도 특징이다. 이 한정판 모델의 핵심은 희소성이 높은 자연 흡기 V12 엔진이다. 최고 출력 740마력(토크 70.4kg·m)을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3초면 충분하다. 또 이렇게 고성능 모델임에도 오픈 톱 루프로 디자인해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솔깃하다면, 아쉽게도 늦었다. 두둑한 당신의 주머니 사정과 상관없이 4대 모두 이미 주인이 정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HENNESSEY

VENOM F5 HYPERSY

HENNESSEY VENOM F5 HYPERSY
HENNESSEY VENOM F5 HYPERSY

안전에 관련된 각종 규제가 자동차업계를 압박할 때도 ‘광기’란 존재한다. 최고 속도 시속 500km를 목표로 만든 베놈 F5 하이퍼시가 주인공이다. 자동차의 각 요소를 살펴보면 믿기 어려울 정도다. V8 6.6L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 출력 1,817마력(토크 164.9kg·m)을 발휘한다. 그런데도 차 무게는 일반 소형 승용차보다 가벼운 1,360kg 수준이다. 차의 엔진부터 배기까지 곳곳에 알루미늄, 티타늄, 인코넬, 카본 세라믹 같은 신소재를 대거 투입했다. 7단 패들 시프트 방식의 싱글 클러치 자동변속기를 갖추고, 경주차 DNA에서 이어받은 전원 공급 시스템과 견인 장치를 기본으로 단다.


HENNESSEY VENOM F5 HYPERSY

낮고 넓은 차체에 긴 휠베이스를 갖춘 모습은 이름만큼이나 공격적이다. 하늘을 향해 열리는 양쪽 도어 또한 인상적이다. 안쪽으로 포뮬러1 레이스카에서 영감을 받은 실내를 볼 수 있다. 탄소섬유 튜브에 가죽으로 마무리한 좁디좁은 실내에서 운전자는 지상 최고의 희열을 맛보게 될 것이다. 베놈은 단순히 광기라는 말로만 표현하기 어려운 결과물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속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인간의 도전 정신이 녹아 있다.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이 차를 타고 싶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격은 약 25억 원. 단 24명의 고객을 위해 만들었고, 얼마 전 매진됐다.



PORSCHE

718 GT4

PORSCHE 718 GT4

포르쉐는 지금 여러 방면에서 기념비적인 제품을 만든다. 각 모델은 저마다의 경쟁력과 희소성을 갖추고 있기에 미래 관점에서 소장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 중 단 1대만 꼽으라면, 718 GT4를 선택하겠다. 이 차는 포르쉐 제품 라인업 전체에선 아래쪽에 속한다. 하지만 하이엔드 모델의 DNA를 이식함과 동시에 그들이 갖지 못한 특별한 요소를 갖춰 사람들을 열광시킨다. 4.0L 자연 흡기 수평 대향 엔진, 운전자 바로 뒤에 위치한 미드십 엔진 구조, 그리고 수동 변속기가 특징이다. 자동차 마니아가 원하는 이상적인 요소를 두루 갖춘 셈이다. 분명 편하고 쾌적한 주행 감각을 선사하는 자동차는 아니다. 이 차는 운전자와 하나로 연결되어 속도를 정교하게 높이고, 코너를 자유롭게 돌파하기 위해 태어났다. 트랙에서 랩타임 1초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그 과정을 운전자가 즐겁게 누리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PORSCHE 718 GT4

실제로 경험해보면 존재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운전자 바로 뒤, 낮은 무게 중심에 위치한 4.0L 자연 흡기 엔진은 최대 8,000rpm까지 회전한다. 최고 출력 420마력이 놀라운 수치는 아니지만 이 엔진은 저회전부터 풍부한 토크를 쏟아내며 운전자를 황홀하게 만든다. 모든 기어가 기분 좋게 연결되는 수동 변속기도 흠잡을 곳이 없다. 단순한 구조의 전자제어 장비는 언제든 운전자에게 모든 권한을 넘길 준비가 되어 있다. 버튼 하나면 된다. 그러면 운전자가 물리법칙과 오롯이 마주하게 된다. 코너에서 흔들림 없는 차체는 탄탄한 서스펜션과 단단한 차체 강성이 비결이다. 여기에 혀를 내두를 만큼 뛰어난 타이어(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2) 접지력을 바탕으로 코너를 마치 칼처럼 찌른다.


GT4는 실로 경이로운 스포츠카다. 그것을 증명하듯, 여러 트랙에서 엔진 출력이 훨씬 높은 자동차보다 빠른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 차는 포르쉐가 ‘마지막’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을 때 어울리는 조건을 골고루 갖추었다. 그래서 앞으로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동 변속기에 자신이 없는 당신에게 좋은 소식도 있다. 자동 변속기 버전(PDK)도 얼마 전 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