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계 미학을 위한 해부학, 바쉐론 콘스탄틴

VACHERON CONSTANTIN, Overseas tourbillon skeleton

 


질서와 균형이 생성되는 순간


어떤 대상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그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대상 자체에 이미 내재해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인가? 이 미학의 근원적인 질문은 시계를 바라볼 때도 여전히 유효하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올해의 테마를 ‘The Anatomy of Beauty(아름다움의 해부학)’로 설정하고 시계에 내재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장인들의 특별한 작업에 경의를 표하면서 모든 디테일을 마치 생명체의 구조를 연구하듯 속속들이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메종은 ‘anatomy(해부학)’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시계가 단순한 기계장치가 아닌 살아 있는 생명체임을 우회적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구조적 아름다움과 장인들의 손길을 다이얼 너머로 드러냈다. 오버시즈 투르비용 스켈레톤은 이러한 메종의 정신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최신작이다.


이 시계의 아름다움은 섬세한 기계장치의 조화에서 비롯된다. 기계식 시계는 질서의 세계다. 부품이 알맞은 규격으로 제자리에 위치해야 하고, 정확한 힘과 일정한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여러 구성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규칙적인 진동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정확한 시간을 표시한다. 우리가 시계를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우주의 질서에 대한 본능적인 경외감이 오버랩되며 떠오르는 감정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버시즈 스켈레톤 투르비용은 시계 안에서 질서와 균형이 생성되는 순간을 보여주는 ‘창(窓)’이라고 할 수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무브먼트라는 유기체가 살아 움직이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플레이트와 브리지를 새롭게 설계했고, 이를 통해 ‘골격’ 사이에 위치한 ‘기관’의 작동 방식까지 완벽하게 드러냈다. 말 그대로 ‘해부학’이다. 특히 6시 방향의 투르비용 케이지는 스켈레톤 구조의 무브먼트와 결합하면서 미에 방점을 찍는다.




222에서 오버시즈로


1970년대에는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이 통합된 스포츠 워치가 경쟁적으로 출시되었다. 이에 바쉐론 콘스탄틴도 1977년 브랜드 창립 22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22’라는 일체형 브레이슬릿 형태의 스포츠 워치를 선보였다. 이 222가 오늘날 오버시즈 컬렉션의 실질적인 출발점이다. 홈이 새겨진 베젤, 육각형 센터 링크가 있는 통합형 브레이슬릿, 케이스 5시 방향에 위치한 말테 크로스 심볼이 특징으로, 올해 2022년을 맞아 ‘히스토릭 222’라는 이름으로 복각되기도 했다. 이러한 222의 항해는 1996년 첫 번째 기항지 ‘오버시즈’로 이어진다.

오버시즈는 222의 독특한 스타일을 잇는 스포츠 워치로서 여행의 정신을 담은 타임피스다. 1~2세대 오버시즈 케이스 백에 새겨진 범선이 이를 증명한다.


1세대 오버시즈에는 말테 크로스에서 영감을 받은 베젤이 처음으로 적용되었다. 옛 선박의 타륜이 연상되는 형상으로, 현행 모델까지 이어지는 오버시즈의 핵심 디자인 요소다. 데이트 모델 기준으로 케이스 지름은 37mm였고, 브레이슬릿은 중앙에 직사각형 링크를 적용해 다소 투박한 편이었다. 2004년 등장한 2세대 오버시즈는 베젤의 말테 크로스 모티브를 브레이슬릿까지 확대했다. 사이즈는 당시 빅 사이즈 트렌드를 반영해 42mm로 커졌으며, 핸즈나 인덱스에도 변화를 주었다. 2016년 출시된 3세대 오버시즈는 베젤 아래 원형 링이 추가되고 베젤의 노치가 6개로 감소하는 등 디테일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손쉽게 교체 가능한 스트랩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여러모로 오버시즈의 완성형이라 할 만큼 많은 부분이 업그레이드되었다. 오버시즈 투르비용 스켈레톤은 이 3세대 오버시즈 디자인에 투르비용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결합한 컴플리케이션 워치다.



참을 수 없는 티타늄의 가벼움


오버시즈 투르비용 스켈레톤은 핑크 골드와 티타늄, 두 가지 소재로 출시되었다. 투르비용 같은 컴플리케이션 모델에 티타늄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이 꽤 파격적이다. 이 시계는 바쉐론 콘스탄틴에서 케이스는 물론 브레이슬릿까지 시계 전체를 티타늄으로 제작한 최초의 타임피스이기도 하다. 브레이슬릿을 포함한 전체 무게는 110g. 정교한 기계장치가 가득한 외모와 달리 시계를 손으로 들어보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가볍다. 가벼운 무게는 시계의 활동 반경을 넓히고, 사용자와 더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도록 돕는다. 티타늄은 스타일에 관계없이 다양한 사용 환경을 넘나드는 오버시즈 컬렉션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소재다.


케이스 지름은 42.5mm로 기본형 데이트 모델에 비해 조금 큰 편이다. 폴리싱 처리한 베젤은 브랜드 특유의 말테 크로스 형상을 모티브로 디자인했고, 바로 아래 샌드 블라스트 처리한 원형 링이 위치한다. 이중 구조로 깎아낸 볼륨감 넘치는 베젤은 다른 럭셔리 스포츠 워치와 오버시즈를 구별 짓는 포인트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은 새틴 브러싱 기법으로 매끄럽게 마감했고, 브레이슬릿 링크의 모서리는 폴리싱 처리해 입체감을 더했다. 방수 성능은 50m로설정되어 있지만 스크루 다운 방식 크라운이라 물에서 좀 더 안심할 수 있다.


다이얼은 무브먼트 전체를 드러내는 스켈레톤 디자인이다. NAC 처리된다크 그레이 컬러의 메인 플레이트와 브리지, 촘촘하게 맞물린 황금색 기어, 곳곳에 장식된 주얼, 그리고 6시 방향에서 회전하는 투르비용 레귤레이터가 시각적인 만족감을 준다. 시계를 바라보고 있으면 ‘해부학’이라는 표현이 직관적으로 와닿는다. 곡선으로 깎아낸 브리지는 마치 인체를 구성하는 골격과 같고, 그 사이 빈 공간에 시계를 작동시키는 부품들이 위치한다. 로터가 뒷면을 가리지 않아서 각 부품 사이의 여백을 앞뒤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3세대 오버시즈부터 여행과 항해 모티브는 골드 로터의 윈드로즈(항해 나침반) 형상으로 계승되는데, 이 시계에서는 태엽이 감긴 배럴에서 작은 윈드로즈 형상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이얼 링은 블루 PVD 처리한 18K 화이트 골드다.




오버시즈 투르비용 스켈레톤

Ref. 6000V/110R-B934


지름 42.5mm

케이스 핑크 골드, 50m 방수

무브먼트 기계식 셀프 와인딩, 칼리버 2160SQ

기능 시, 분, 투르비용

다이얼 사파이어 크리스털

스트랩 핑크 골드 브레이슬릿, 블랙 카프 스킨 레더, 블랙 러버



오버시즈 투르비용 스켈레톤

Ref. 6000V/110T-B935


지름 42.5mm 케이스 티타늄, 50m 방수

무브먼트 기계식 셀프 와인딩, 칼리버 2160SQ

기능 시, 분, 투르비용

다이얼 사파이어 크리스털

스트랩 티타늄 브레이슬릿, 블루 카프 스킨 레더, 블루 러버



 

무브먼트를 맴도는 페리페럴 로터


무브먼트는 칼리버 2160SQ를 장착했다. 셀프 와인딩 칼리버 2160을 스켈레톤 작업해 재구성했고, 이 과정에서 무게를 20%나 줄였다. 투르비용 기능을 갖춘 오토매틱 무브먼트임에도 두께는 단 5.65mm에 불과한데, 이는 골드 페리페럴 로터 때문이다. 무브먼트 가장자리를 도는 로터 덕분에 얇은 두께를 유지하면서도 스켈레톤 처리한 무브먼트의 뒷면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베이스 플레이트와 4개의 브리지에는 NAC 전해 처리 기법으로 다크 그레이 컬러를 더했다. 이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백미는 역시 투르비용이다. 시간당 1만8000회 진동하는 투르비용 레귤레이터는 1분에 한 바퀴 회전하는데, 말테 크로스 끝에 연결된 4개 스크루 중 하나를 블루 컬러로 처리해 스몰 세컨즈 인디케이터 역할을 하도록 함으로써 사용자의 편의까지 고려했다. 파워 리저브는 3일로 넉넉한 편이다.


오버시즈의 브레이슬릿은 시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브랜드 특유의 말테 크로스 형상에서 영감을 얻어 브레이슬릿을 구성하는 각 파츠를 기하학적으로 가공했다. 링크 부분에서 사선으로 꺾이는 날카로운 라인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데, 입체적인 볼륨감과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하면서 오버시즈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클래스프 양쪽으로 2개의 미세 조절 장치가 있는 이지-핏 시스템으로 손목의 변화에 맞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또 편리한 스트랩 교체 시스템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카프 스킨 스트랩과 러버 스트랩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새로운 시계 미학을 향하여


바쉐론 콘스탄틴은 오랜 역사 속에서 브랜드 고유의 ‘우아함’을 구축해왔다. 오버시즈 투르비용 스켈레톤에는 현대적인 터치가 묻어 있지만 한편으로 시계 곳곳에서 메종의 전통과 우아함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클래식한 오트 오를로제리 마감 기법을 아낌없이 사용해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멋을 완성했다. 아울러 티타늄 소재를 과감하게 적용해 스켈레톤 시계의 경쾌함과 가벼운 무게를 완벽하게 실현했다. 투르비용을 갖춘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부담 없는 데일리 워치로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것. 오버시즈 투르비용 스켈레톤의 가치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해부학을 학문으로 정립한 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유럽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비롯해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가들은 인체의 구조를 제대로 알아야 좋은 그림이 나온다고 믿었고, 이는 해부학 발전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즉 해부학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 미술 등 다른 분야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학문이었다. 이런 점에서 바쉐론 콘스탄틴이 보여준 ‘아름다움의 해부학’ 역시 단순히 시계 내부를 보여주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드러낸 미적 구조를 기반으로 보다 아름다운 타임피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이다. 아름다움을 향한 바쉐론 콘스탄틴의 역사도 그렇게 흘러왔을 것이다. 새로운 시계 미학을 찾아 떠나는 오버시즈의 다음 기항지가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