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칸도와의 인터뷰
- bhyeom
- 10월 29일
- 4분 분량
Interview with David Candaux
운명을 따라 시계를 만들어온 데이비드 칸도는 스위스 발레 드 주(Vallée de Joux)에서 태어나 3대째 가문의 전통을 이어온 시계 제작 장인이다. 올해 그는 ‘DC6 티타늄’으로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2025 후보에 올랐다.
마치 운명이 정해진 듯, 데이비드 칸도의 워치메이킹 여정은 그의 삶 전반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었다. 스위스 발레 드 주(Vallée de Joux) 출신인 그는 14세부터 예거 르쿨트르에서 견습생으로 시계 제작을 배우며 일찍이 타고난 재능을 드러냈고, 3대째 이어지는 워치메이킹 가문의 전통을 잇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능력은 DNA로만 전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개척해온 길에서 피어난 성취였다. 어린 시절부터 시계 제작에 몰두해온 이 진중한 스위스 워치메이커는 2013년 최고경영자 과정(EMBA)을 수료했으며, 2017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창립했다. 이어 2019년에는 ‘살아 있는 거장’으로 불리는 필립 뒤푸르(Philippe Dufour)와 클락 복원 전문가 미키 엘레타(Miki Eleta)의 추천을 받아 독립시계제작자협회(AHCI)의 정식 멤버로 선출되는 영예를 안았다. 올해는 ‘DC6 티타늄’으로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2025 후보에 이름이 올랐다. ‘진정한 워치메이커’, ‘천재 장인’, ‘젊고 완고한 시계 제작자’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데이비드 칸도. 그렇다면 당신이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어떠한가?


DC1 티타늄
지름 43.9mm
케이스 티타늄, 30m 방수
무브먼트 기계식 핸드 와인딩 칼리버 1740, 55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초, 투르비용,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다이얼 핸드 그레이닝 처리한 18K 옐로 골드
스트랩 브라운 악어가죽
‘천재 워치메이커’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시계업계에서 이러한 명성을 얻게 된 이유는 스스로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선 나의 작품은 아주 강한 DNA에서 비롯된다. 시계를 만든 지 벌써 30년이 흘렀고, 그 시작은 열네 살 때 시계 제작의 요람이라 불리는 발레 드 주에서였다. 이 모든 경험과 배경이 지금의 나를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나를 ‘천재’라고 부르는 것은 감동적이지만 사실 나는 천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철저한 장인일 뿐이다. 매번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그 속에서 혁신을 시도하려 노력한다. 전통과 혁신 사이의 균형을 지켜내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작업이 이해되고 인정받는 이유라고 믿는다.
DC6가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 2025에 선정되었다. 이 모델을 출품하게 된 계기는?
DC6는 내가 선보인 두 번째 컬렉션이다.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가 추구하는 기준에 이 시계가 잘 부합한다고 생각해 출품하게 되었다. 이 상은 창의성과 혁신을 기리는 상이라고 생각하기에 더욱 특별하다. 새로운 워치메이커와 크리에이터들에게 혁신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도록 자극하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내가 시계 제작에서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나는 그동안 혁신적이면서도 전통적이지만 동시에 미학적으로 매혹적인 시계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그저 ‘와우’ 효과만을 노리거나 착용이 불가능한 과장된 디자인의 시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차별화되면서도 아름답고, 일상에서 착용할 수 있는 시계를 창조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가 요구하는 기준은 매우 까다롭고 정교하지만 나의 시계가 그 기준 중 많은 부분을 충족한다고 느꼈기에 이번에 도전하게 됐다.


DC6 티타늄
지름 44mm
케이스 티타늄, 30m 방수
무브먼트 기계식 핸드 와인딩 칼리버 1740, 55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초, 투르비용,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다이얼 푸앵트 뒤 리주(Pointes du Risoux) 패턴을 적용한 티타늄
스트랩 악어가죽 및 러버
DC6 모델은 6시 방향의 ‘매직 크라운’, 9시 방향의 30도 기울어진 플라잉 투르비용, 수동 와인딩 티타늄 무브먼트, 그리고 스스로 발명한 푸앵트 뒤 리주(Pointes du Risoux) 기요세 패턴이 특징이다. 워치메이커의 관점에서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DC6 모델의 기준을 설명하자면, 모든 출발점은 시계사의 역사와 아카이브에서 비롯된다. 케이스 외부에 기요세 장식을 더한 것도 같은 맥락인데, 미적 요소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회중시계 케이스에 새겨 그립감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한 기법이었다. 나는 그 전통을 되살리고자 했다. 이 시계에는 2개의 돔이 있다. 하나는 투르비용이고, 다른 하나는 나침반 형태다. 과거 시계 제작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국과 프랑스의 권력자들이 막대한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정밀하고 휴대 가능한 시계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시계를 필요로 한 이유는 나침반과 시간 측정을 결합해 지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시계 발전을 이끌었던 핵심 도구인 나침반과 투르비용을 시계에 담았다. 또 나의 시계는 무브먼트와 케이스를 포함해 모두 티타늄으로 제작했다. 이는 18세기 시계 장인들이 고민한 부분을 21세기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가장 비자성적이고 내식성이 뛰어난 최적의 소재는 바로 티타늄이다. 과거에는 황동을 사용했지만, 오늘날 기계식 시계를 오래도록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최고의 소재는 티타늄이라 믿는다. 나는 이것을 후세에 전하고 싶은 유산으로 여기며, 전통적 제작 방식에 혁신을 더한 대표적 사례라 생각한다. 티타늄은 시계에 장기적인 내구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성에 대한 나의 철학을 대변한다. 마지막으로 나의 모든 시계에는 ‘매직 크라운(Magic Crown)’이 있다. 누르면 크라운이 튀어나오고, 완전히 당기면 와인딩 모드, 중간 위치에서는 시간 조정 모드, 다시 누르면 잠금 상태가 된다. 제작 초기에 크라운이 있어야 할 최적의 위치는 조작이 용이한 6시 방향이라 생각했다. 이 발상에서 나만의 시계가 발전했고, 결과적으로 데이비드 칸도의 작품을 상징하는 독창적이고 인식 가능한 혁신적 디자인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바라보는 DC6다. 루이 비통 워치 프라이즈에서 이 시계가 앞으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연말쯤이면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DC12 매버릭
지름 39.5mm
케이스 티타늄, 50m 방수
무브먼트 기계식 핸드 와인딩 칼리버 C30 , 5개의 특허, 58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 시, 분, 스몰 세컨즈
다이얼 니켈 실버
스트랩 러버
9월 25일에 신작 DC12를 발표했다. 작품에 대해 소개를 한다면.
이번에는 과거의 유산을 가져와 혁신을 더했다. 케이스, 미학, 인체 공학까지 모든 측면에서 한 단계 더 개선했고, 무브먼트 역시 티타늄으로 제작했다. 케이스 디자인은 완전히 새롭게 변화했다. 지름 39.5mm의 보다 콤팩트한 사이즈에 새로운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그리고 3차원적 입체성을 탐구하면서도 시각적으로는 여전히 전통적 세계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미학적인 부분에서도 티타늄 무브먼트에 새로운 장식을 더했지만, 중요하게 여기는 균형감, 즉 ‘대칭미’를 유지해 시각적 조화를 구현했다. 총 5개의 특허가 적용되었고, 이를 통해 이번 모델이 어떻게 평가받게 될지 확인하고 싶다. 무브먼트는 발레 드 주와 깊은 역사적 인연을 지니고 있다. 그곳에서 이어져 내려온 지식과 기술이 오늘날에도 전승되고 있다는 사실을 담아낸 것이다. 변함없이 내가 태어나 지금도 살고 있는 바로 그곳, 발레 드 주다. 나는 이 지역의 시계 역사에 작은 돌 하나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이번 신작 DC12가 전통의 계승과 혁신, 그리고 다음 세대를 향한 영감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21세기의 훌륭한 워치메이커로서, 미래 워치메이커 세대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할아버지가 시계업계에서 일했고, 아버지도 워치메이커였지만, 아버지는 내게 시계를 하라고 권하지 않았다. 아버지에게는 시계 제작이 미래가 없는 직업이었다. 내가 진로를 고민하던 1992년, 발레 드 주 지역은 막 쿼츠 위기에서 벗어나던 시기였다. 그래서 당시 기계식 시계 제작은 전혀 미래가 없는 직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993년, 예거 르쿨트르의 전 CEO 앙리-존 벨몽(Henry-John Belmont)이 나를 공장에 데려갔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시계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41개가 넘는 전문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탄생 60주년 기념 리베르소 투르비용을 봤을 때는 정말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 시계가 내게 영감을 주었다. 그래서 오늘날 내가 만든 시계들, 그리고 DC12 같은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건 바로 나처럼 ‘사람들을 꿈꾸게 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나의 시계를 보고 ‘나도 더 멋진 걸 만들고 싶다’, ‘나만의 시계를 만들고 싶다’라는 마음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나의 메시지는 곧 시계를 통해 전해진다.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꿈꾸게 하고, 미래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이건 뭐지? 어떻게 만드는 거지?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세대의 열정과 관심을 키워가고 싶다. 그래서 나는 현대적인 시계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단지 과거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도 울림을 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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